이승우, 피지컬 보완 없이 미래 없다

  • 기자명 김지석
  • 기사승인 2018.10.27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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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는 대동초등학교 시절인 2010년, 국내 유소년 축구대회에 참가하여 득점왕과 도움왕을 동시에 석권하고, 그 해 한국대표로 참가한 남아공 다농 네이션스컵에서도 득점왕을 차지하며 팀을 대회 준우승으로 이끈다. 2011년 FC 바르셀로나 유스팀에 입단한 이승우는 연령별 세계 유스클럽 선수권대회와 각종 국제대회에서 득점왕과 MVP를 휩쓸며 영국의 주요 축구 매거진인 팀토크와 포포투 등에서 2014년 선정한 세계 축구 유망주 랭킹 톱10과 톱3에 연이어 포함되는 등 전세계 축구팬들이 가장 주목하는 10대 유망주로 천재성과 잠재력을 인정받게 된다.

이승우의 연령대별 국가대표팀 활약상 또한 눈부시다. 2014년 참가한 AFC U-16 축구 선수권 대회에서는 MVP와 득점왕을 동시에 차지하며 팀을 준우승으로 이끈다. 2015년 참가한 FIFA U-17 월드컵과 2017년 참가한 FIFA U-20 월드컵에서는 각각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를 격파하며 팀의 16강 진출에 공헌한다. 특히, AFC U-16 선수권 대회 일본전에서 60m 단독 드리블로 5명의 수비수를 뚫고 골키퍼까지 제치며 기록한 골과 FIFA U-20 월드컵 아르헨티나전에서 40m 드리블 후 골키퍼를 넘기는 칩슛으로 만들어낸 골은 해외언론에서도 'exceptional'(매우 이례적일 정도로 특출)하다고 경탄했다. 그의 천부적 재능을 보여준 단적인 예라 할 수 있겠다. 이후, 이승우는 21세의 어린 나이에 A대표팀에도 선발되어 2018 러시아 월드컵에 참가하고, U-23 대표팀에도 선발되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의 주역으로 활약한다.

유소년 시절부터 보여준 이승우의 화려한 개인기술과 드리블 능력, 어떠한 상황에도 주눅들지 않는 특유의 기질과 자신감과 끼, 재기 넘치는 인터뷰, 개성 넘치는 퍼포먼스는 기존의 대한민국 대표팀 선수들에게서 찾아볼 수 없었던 독특한 캐릭터로서 수많은 축구팬의 관심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실력과 개성, 스타성에서 이승우는 분명 대한민국 축구의 ’역대급 재능’임에 틀림이 없다.

 

2014 AFC U-16 축구 선수권 대회 예선통과 후 인터뷰 장면

 

소속팀 베로나와 국가대표팀의 전력 구상에서 점차 제외

축구팬들은 이승우가 유소년 시절에 이어 성인 무대에서도 FC 바르셀로나와 같은 유럽 최정상급 팀에서 활약해주기를 기대하였으나, 이승우는 2017년 8월 유럽 탑클래스 클럽과는 다소 거리가 먼 이탈리아 세리에A의 약체 ‘헬라스 베로나’에 입단하게 된다. 베로나에서 성인 무대를 시작한 이승우는 팀 내 선발 경쟁에서 밀려 출전기회를 잡지 못하고, 소속팀도 성적부진으로 2017-18시즌 후 2부리그인 세리에B로 강등된다.

문제는 이승우가 세리에B로 강등된 후에도 여전히 출전기회를 잡지 못하는 데 있다. 전세계 세 손가락에 꼽히던 천재적 유망주가 이탈리아 2부리그 팀에서도 후보로 밀려나 경기조차 뛰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대표팀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지난 8월 새롭게 부임한 벤투 감독 체제 하에서 실시한 9월(코스타리카, 칠레)과 10월(우루과이, 파나마) 4차례 A매치에서 이승우의 경기 출전은 고작 코스타리카전 7분에 그쳤다.

소속팀 베로나와 벤투호의 전력 구상에서 점차 제외되고 있는 이승우의 부진 원인으로는 ▲2013년 2월~2016년 1월까지 3년간 이어진 출전금지 징계 (FC 바르셀로나의 선수 해외 이적 연령 위반 관련)로 인한 기술적 성장 지체 ▲이승우가 애당초 천재적인 선수는 아니었다는 ‘이승우 거품론’ ▲이승우의 플레이 스타일과 소속팀 베로나의 팀전술간 부조화에서 기인하는 출전시간 감소 ▲유럽의 감독들이 기본적으로 동양 선수들보다 서구 선수들을 선호하는데서 비롯되는 출전시간 감소 ▲이승우의 왜소한 체격(피지컬 문제) 등이 거론된다.

 

문제는 이승우의 '피지컬'이다

거론된 부진 원인에 대해 하나씩 살펴보자. FC 바르셀로나 소속으로 2013년 2월~2016년 1월까지 이어진 출전 금지 징계 상황 속에서도 이승우는 2015년 9월까지 소속팀의 공식경기를 제외한 모든 정상적인 훈련을 소화할 수 있었고, 대표팀 소속으로도 AFC U-16, 수원컵, FIFA U-17 월드컵 등 수많은 굵직한 대회에 참가하며 실전 감각을 이어갈 수 있었다. 이 시기 출전한 국제대회에서 보여준 이승우의 기량은 해당 연령 최고 수준이었음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물론 징계가 이승우의 성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었겠으나, 절대적인 요소라 말할 수는 없겠다.

‘이승우 거품론’ 역시 설득력이 약하다. 유소년 시절 그가 보여준 경기력에서 이승우가 가진 천재성은 이미 증명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소속팀이던 FC 바르셀로나뿐 아니라, 첼시, 맨체스터 시티, 파리 생제르망 등 유망주를 분별해내는 최고의 안목을 가진 유럽 빅클럽들이 일관되게 이승우를 영입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인 예는 이승우가 가진 잠재력이 거품이 아님을 증명한 것이다.

이승우의 부진 원인을 소속팀 전술과의 부조화 또는 유럽 감독들의 자국선수 선호에서 비롯된 출전시간 감소로 분석하는 것 역시 이승우가 대한민국 대표팀에서의 전술적 구상에서도 제외되고 있다는 점에서 설득력을 잃는다. 이상의 원인들이 이승우의 부진과 전혀 관련이 없다고 할 수는 없겠으나, 모두 핵심 원인으로 파악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결국, 이승우의 성인 무대에서의 부진은 '피지컬'에서 그 원인을 찾는 것이 합리적이다.

모든 선수들이 성장기에 있으며, 문자 그대로 ‘동일한 연령대’의 선수들끼리 경쟁하는 유소년 또는 청소년 시절의 이승우는 상대 선수들과의 체격 차이가 극명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현재 신체적 성장이 거의 멈춰가고 있을 21세의 이승우가 성인무대에서 경쟁해야 하는 상대선수들의 피지컬은 유소년 혹은 연령별 대표 시절과는 비교할 수 없이 크고 강인하다. 이승우 프로필상 신장과 체중은 173㎝, 63㎏ 이다. 그러나 프로필의 객관성 부재를 감안하였을 때, 그의 신체 조건을 공개된 그대로 믿는 이는 거의 없다. 다른 선수들과 함께 찍힌 사진을 보면 이승우의 피지컬이 부족함을 단번에 알 수 있다.

 

프로필상 158㎝의 이민아(왼쪽) 173㎝의 이승우

 

유소년 시절(상), U-20 청소년 대표시절(중), 성인무대 소속팀 베로나(하)

 

비슷한 신장 다른 선수보다 10㎏ 가량 덜 나가

흔히, 피지컬의 문제가 거론될 때면 리오넬 메시(170㎝ 72㎏, 아르헨티나ㆍFC 바르셀로나), 에당 아자르(173㎝ 76㎏, 벨기에ㆍ첼시 FC), 제르단 샤키리(169㎝ 72㎏, 스위스ㆍ리버풀 FC), 알렉시스 산체스(169㎝ 62㎏, 칠레ㆍ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같은 단신 스타들의 예가 나온다. 키가 작아도 세계 최고 수준의 기량을 보일 수 있으며, 신장(height)은 선수의 능력을 결정짓는 절대적 요소가 아님을 강조한다. 맞는 말이다.

메시, 아자르, 샤키리는 이승우와 비슷한 수준의 작은 신장을 가진 축구스타이다. 그러나 그들의 체중은 이승우에 비해 약 10㎏ 이상 무겁다. 프로무대에서 활약하는 남자 축구선수들의 일반적인 체지방률은 약 10% 내외로, 신체조성(body composition)이 대부분 근육질로 구성되어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 메시, 아자르, 샤키리는 이승우에 비해 근육량이 약 10㎏ 더 많은, 투기 종목의 체급에 비교하자면 약 2~3체급 위의 선수들이라 할 수 있다.

 

알렉시스 산체스(좌)와 제르단 샤키리(우)

 

골격이 작고 마른 체형을 의미하는 외배엽형(ectomorph) 체격의 이승우와 달리 산체스나 샤키리의 경우, 전형적인 중배엽형(mesomorph) 체격으로 골격이 매우 잘 발달되어 있고 근육이 많은 ‘근골격 발달형’ 신체조건을 가지고 있다. 손흥민의 신체조건이 183㎝, 77㎏인 점을 감안하였을 때, 언급된 선수들은 모두 신장에 있어서는 단신이지만 웨이트에 있어서는 상대 선수들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는 내구성과 강도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축구가 격투기 종목이 아님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현대 축구가 요구하는 치열한 몸싸움과 피지컬 측면에서의 우위를 통한 1:1상황의 주도권 쟁취는 경기의 승패를 가르는 필수적 요소로 여겨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승우의 웨이트 향상은 공격수로서의 생존을 위한 필수적 요소라 할 수 있겠다. 베트남 축구팀도 박항서 감독 부임 뒤 눈에 띄게 강해졌는데 피지컬 강화가 주요 원인으로 분석되면서 베트남 축구계 전체가 피지컬 강화에 매달리고 있다. 물론, 메시, 아자르, 산체스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들에 비해 기술적 부분에서의 미성숙도 이유가 되겠으나 근본적으로는 이승우의 왜소한 피지컬, 특히 기본적인 웨이트 부족에서 오는 차이가 결정적이라 할 수 있다.

이니에스타(171㎝ 68㎏, 스페인)와 같이 부족한 피지컬을 상쇄해버릴 만한 차원이 다른 기술을 갖춘 선수가 아니라면, 코칭스태프는 유사한 기술 수준에 있는 왜소한 선수보다는 신체적으로 더 많은 역할을 발휘해 줄 수 있는 피지컬 좋고 강인한 선수를 중용하게 된다. 축구 전문가들 사이에서 “피지컬 좋은 선수가 결국은 성공한다”는 말이 흔히 통용되는 것도 그러한 이유일 것이다.

동일 연령대 여타 선수들의 신체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피지컬의 성장이 적었던 이승우는 10대 후반부터 소속팀에서의 경기 출전 시간이 급감하고, 성인무대에서의 데뷔와 제대로 된 출전 역시 지연되어 왔다. ‘지난 10년간 챔피언스리그 8강에서 뛴 선수 중 83%가 만 17세 이전에 이미 1군 무대 경험을 시작했다’는 맨체스터 시티 연구진의 데이터에서도 알 수 있듯, 이승우의 부진은 왜소한 피지컬로 인한 경기출전 감소로 인해 급속도로 진행된 것이다.

작지만 강인한 피지컬을 바탕으로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는 스타의 예가 산체스, 샤키리 등 서구 선수들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2010 남아공, 2014 브라질, 2018 러시아 월드컵 일본 대표팀의 부동의 윙백으로 활약하며, 2011~2018 시즌까지 이탈리아 세리아A 최고의 명문팀인 인터밀란에서 활약한 나가토모 유토(170㎝ 68㎏, 일본ㆍ갈라타사라이)도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그는 철저한 식단관리와 피나는 자기관리로 유명한데, 자신의 자서전에서 밝힌 바와 같이 체력 증강을 위한 끊임없는 노력과 근성은 그가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유럽 최고의 빅클럽에서 오랫동안 커리어를 쌓을 수 있는 중요한 바탕이 되어주었다.

 

철저한 식단 및 자기관리로 유명한 나가토모 유토와 그의 자서전

지난 러시아 월드컵 한국대표팀의 스웨덴전을 복기해보자. 한국대표팀은 작지만 빠른 공격수들을 활용하여, 압도적인 피지컬을 가졌으나 상대적으로 발이 느린 스웨덴 수비의 뒷공간을 공략하겠다는 계획을 천명하였다. 스웨덴은 우리의 이러한 전략을 알고도 자신들이 구성해오던 기존의 수비수와 기존의 수비전술로 그대로 맞섰다. 그러나 결과는 한국대표팀이 스웨덴과의 신체적 차이를 제대로 극복하지 못하고 무기력한 공격 끝에 힘없이 패하고 말았다. 이는 ‘피지컬 차이의 극복’이라는 것이 그리 단순한 문제가 아님을 보여주는 예라 하겠다. 피지컬의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상대보다 한단계 우위의 강도 높은 체력수준이 요구되는데, 이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근육량이 늘어나면 둔해진다? 근육ㆍ힘ㆍ속도의 상호관계

혹자는 근육량이 많아지면, 신체가 느리고 둔해진다고 한다. ‘느리고 둔해진다(=속도 저하)’의 의미는 체력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기술체력 요소 중 스피드(speed, 단시간에 움직임을 수행하는 능력), 순발력(power, 단시간에 에너지를 외력으로 전환하는 능력), 민첩성(agility, 공간에서 신체의 방향을 빠르게 전환하는 능력)의 저하를 뜻한다.

속도는 무게와 반비례한다. 즉, 속도를 높이려면 무게를 줄여야 하는데, 이는 가해지는 힘이 동일하다는 전제 하에 성립이 된다. 근력(strength)은 근육의 크기(=근육량)에 비례하여 증가하는데, 이러한 근력의 향상은 스피드, 순발력, 민첩성을 향상할 수 있는 힘으로 작용하게 된다. 주력(running performance)이든 킥(kick)이든 그 속도를 높일 수 있는 힘 자체가 증가하게 되는 것이다. 속도와 반비례하는 무게는 인체에서는 체지방으로 분류할 수 있다. 지방도 체성분의 필수 요소이지만, 불필요한 체지방의 축적(=무게 증가)은 속도의 저하를 가져올 수 있으므로, 체지방을 줄여 무게를 낮추고 근육량을 늘려 힘을 향상시킴으로써, 배기량 높은 ‘스포츠카’와 같은 폭발적 속도를 가진 신체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즉, 근육량이 증가(=피지컬 향상)한다고 해서 신체의 운동 속도가 느려지는 기능 저하는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단신 선수에게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단신 선수들은 장신 선수들에 비해 무게중심이 낮아 경기 중 안정된 자세를 유지하는 데 유리한 장점을 가진다. 또한 넘어진 뒤에도 더 빠르게 몸을 일으켜 다음 동작으로 연결할 수 있다. 신장(height)은 인력으로 어찌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유전적인 요인으로 결정되는 부분이 절대적이다. 그러나, 근육량 증가를 통한 피지컬 강화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승우는 근육량을 늘려 지금보다 웨이트에 있어 중량감이 혁신적으로 향상되어야 한다. 신장은 어쩔 수 없더라도, 어떠한 상대와 맞붙어도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피지컬적 강인함을 반드시 갖추어야 한다. 대한민국 최고의 재능 이승우가 아드낭 야누자이(천재 선수로 불리며 16세에 60만 파운드의 이적료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입단하였으나, 심각한 피지컬 부족으로 인해 평범한 공격수로 전락하고 만 벨기에 선수. 현재 레알 소시에다드 소속)의 길을 가서는 안된다. 후반 교체로 나와 경기 막바지 10여 분을 뛰며 상대 패널티 박스 부근에서 효과적으로 잘 넘어지고 세트피스를 곧 잘 얻어내는 제한된 활용가치를 지닌 왜소한 공격수로 남아서는 안된다.

웨이트 증가(=근육량 증가)를 통한 피지컬의 혁신적 보완 없이는 이승우의 미래가 밝지 않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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