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살자' 모디는 '인도의 전두환'이다

  • 기자명 이광수
  • 기사승인 2018.10.29 10:0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평화상문화재단은 10월 24일 인도 연방 정부 수상 나렌드라 모디를 ‘2018 서울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심사위원회는 모디 수상이 인도의 경제 성장에 기여하였음을 주 이유로 들었다. 서울평화상은 1988년 서울에서 치러진 제24회 서울올림픽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기념하기 위하여 1990년에 제정된 국제 평화상이다. 서울시와 아무 관계도 없고, 한국 정부와는 더욱 관계가 없는 사립 재단에서 만든 상으로 그 운영 주체는 대부분이 5공화국이나 이명박 정부와 관련을 맺는 보수 인사 혹은 비즈니스를 주로 하는 인사들이다. 심사위원 가운데는 단 한 사람의 평화 문제나 반전 혹은 인권과 같은 평화상의 취지에 맞는 일을 하는 전문가는 없다.

 

 

과연 모디 수상이 서울평화상 수상자로 합당한가를 살펴보기로 하자. 서울평화상 문화재단 측은 이 상을 ‘인류복지와 지구촌의 영원한 평화를 갈망하는 우리의 의지와 신념을 이 땅위에 남기고자’ 하는 상이라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모디는 지구촌 평화와 관련된 아무런 업적도 없다. 재단 측의 주장대로 모디가 인도 경제를 잘 이끌어 와서 13억의 인구가 잘 살게 해주고, 빈부격차를 줄였고, 화폐개혁을 성공리에 이끌었다고 모두 인정한다고 해도 그것은 국내의 문제이자 경제의 문제이지 지구촌 평화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적어도 인도라는 나라에서 세계 평화와 관련이 있으려면 파키스탄과의 관계 개선이라든가, 세계에서 몇 남지 않는 분쟁 지역 상태에 있고, 최근까지도 테러와 학살이 자행되고 있는 카시미르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거기까지도 욕심이라고 치면, 하다못해 국내적으로 불가촉천민 인권이나 복지를 개선했다거나 소수자 집단인 무슬림이나 여성의 인권 상황을 개선하려는 최소한의 노력이라도 있어야 한다. 아니, 그것도 아니라면 적어도 불가촉천민, 무슬림, 여성 등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거나 공권력을 동원해 그들을 보호하는 노력이라도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는 그에 관한 그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았다. 아니, 총선을 6개월 여 앞두고 최근 들어서, 그가 속한 당인 여당 인도국민당(BJP)과 연대 정치 조직인 민족의용단(RSS)이나 세계힌두협회(VHP) 등이 무슬림, 기독교인, 여성, 불가촉천민 등에 대해 폭력을 사용하여 탄압하고 강제적으로 인권을 박탈하는 것을 방조하고 그 분위기를 몰아가는 것을 즐기고 있는 중이다. 그렇지만 사실은 그가 아무리 하찮고 권위가 없다 하더라도 관습적으로 대한민국의 수도를 의미하고, 그로부터 한국이라는 나라 자체를 의미하는 ‘서울’이라는 어휘가 들어간 경제상도 아닌 ‘평화’상을 받아서는 안 될 궁극적인 이유는 다른 데 있다.

 

인도 구자라뜨 주 고드라역에서 2002년 열차에 불이 붙어 58명이 죽었다. 무슬림의 테러라는 소문이 돌면서 힌두에 의한 '구자라뜨 인종청소'가 시작됐다.

 

힌두인들은 2002년 주정부의 방관 아래 무슬림 거주지에 불을 지르고 학살을 시작했다. 적게는 2000명에서 5000명까지 살해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2014년 인도국민당의 수상 후보로 총선을 이끌 때 인도 서부의 구자라뜨(Gujarat) 주의 수상이었다. 그가 수상으로 있던 2002년에 일어난 사건이다. 세계사적으로 그 참혹함을 찾아보기 어려운 사건이 그가 수상으로 있던 중에서 일어났다. 2002년 2월 27일 인도 서부 구자라뜨 주의 작은 도시 고드라Godhra 역에서 화재 사건이 발생하였다. 고드라 역을 막 떠난 기차 안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발생해 58명이 순식간에 불타 죽는 참극이 일어났다. 희생자 대부분은 여성과 어린아이들이었는데, 수구 난동 세력인 세계힌두회의 대원들이 힌두 성지이자 극우 광신도 정치 깡패들이 무슬림 사원을 다 파괴하고 무슬림을 500명 넘게 학살한 곳인 아요디야(Ayodhya)를 다녀오는 길이었다. 기차가 고드라 역을 떠난 지 몇 분 되지 않아 무슬림 밀집 거주지에 비상 정지했는데, 이때 무슬림 군중이 몰려들어 돌을 던졌고 동시에 기차에서 불이 났다. 앞 뒤 출입문은 잠겨 있었고 안에 있던 58명이 불에 타죽었다. 

사건 발생 당시 연방 정부와 주 정부의 여당이던 인도국민당이 구성한 조사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무슬림 폭도가 휘발유를 구입해 기차 바닥에 뿌리고 안에서 불을 질렀다고 한다. 조사위원회는 무슬림 폭도에 의한 방화 사건으로 규정했고, 그 가운데 죄질이 무거운 31명에게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 시민 단체는 조사 위원들이 뇌물을 받았다고 반발했으나, 제대로 된 조사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연방 정부의 여당이 바뀌면서 조사위원회가 다시 꾸려졌고, 결론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방화가 아닌 식당 칸에서 또는 다른 우연한 원인으로 화재가 발생했고, 외부 폭도들의 난동은 우발적인 사건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기차가 왜 비상 정지 했는지, 누가 외부 사람들을 선동하고 자극했는지, 화재는 어떻게 발생했는지에 대해 제대로 밝혀진 바 없다. 그리고 사건의 기획자로 많은 사람이 지목한 자는 다음 선거에서 압승해 주 수상이 되고 정치인으로 승승장구한다. 진실은 밝혀진 바 없고 정치만 난무했다. 그리고 그 정치는 음모를 깔고 권력을 행사할 뿐이다.

 

 

고드라 열차 사건의 경우 그것이 무슬림의 보복 방화 사건인지, 아니면 음모에 의한 고도의 정치 공작인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그 사건 직후 세계힌두회의를 비롯한 수구 세력이 구자라뜨 지역의 무슬림 학살을 계획하고 집행했다는 사실이다. 그들에게 아무런 법적 행정적 권한이 없음에도 구자라뜨 전역에 철시Strike가 선포됐다. 대법원이 이를 불법으로 규정했지만 이번 서울평화상 수상자로 결정된 주 수상 모디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고, 지역 전체는 자연스럽게 철시되었다. 그들은 구자라뜨 주 집권 여당인 인도국민당의 공공연한 지원을 받으며 서서히 인간 사냥을 개시했다. 그들은 우선 고드라 열차 사건이 무슬림의 소행이라며 모든 무슬림을 남김없이 처단해야 한다고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그리고 정부가 운영하는 방송사는 희생자 가족의 울분과 증오 그리고 애도를 담은 방송을 쉬지 않고 내보냈다. 누가 보더라도 폭동을 자극하는 방송이었다. 더불어 밑도 끝도 없이 무슬림들이 힌두 여성을 집단 강간한다는 소문이 퍼졌다. 소문은 고드라를 넘어 삽시간에 구자라뜨 주 전역에 퍼졌다.

 

당시 수상이던 모디는 방송은 물론 군중의 움직임을 전혀 제재하지 않았다. 오히려 힌두를 자극하기 시작했다. 모디는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은 상황인데도 테러리스트가 고드라 열차에 불을 질렀고, 우리의 형제가 모두 불타 죽었다고 선동했다. 그는 무슬림이 힌두를 죽였다고는 말하지 않았으나 그 문맥으로 볼 때 뉘앙스는 누가 듣더라도 무슬림이 힌두를 테러했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는 말이었다. 그리고 하루가 지나자 무슬림에 대한 원한이 고드라를 출발해 구자라뜨 전역으로 퍼졌는데, 특히 구자라뜨 주도인 아흐메다바드Ahmedabad에서는 학살 난동이 석 달 동안 벌어졌다. 힌두 수구 세력의 색깔인 황토색 옷을 입고 힌두 전통 칼과 도끼, 활과 몽둥이 등으로 무장한 폭도들이 아침부터 규칙적으로 각 시내 전역에 배치되었다. 수백 명이 한 집단을 이뤘는데, 그 집단은 상부의 지령에 따라 체계적으로 움직였다. 일부 폭도들의 손에는 주민 거주 현황이 적힌 투표 명부가 쥐어져 있었다. 그것은 관공서의 협조 없이는 손에 쥘 수 없는 서류다. 그들은 서류를 바탕으로 일일이 확인한 후 무슬림 집에를 찾아가 먼저 집에 돌을 던지고 석유를 뿌린 후 불화살을 날려 불을 질렀다.

 

 

경찰이 진압을 시작한 후 경찰이 사살한 사람 또한 모두 무슬림이었다. 그 결과 셀 수 없이 많은 무슬림이 힌두 수구 세력의 난동에 쓰러졌다. 사망자가 적게는 2000명에서 많게는 5000명에 달했다. 칼에 찔려 죽거나 불에 타 죽은 사람의 대부분은 현장에서 알라를 욕하라거나 힌두 신을 찬양하라는 요구를 받았고, 난동 세력은 그러고 나서 칼로 목을 베거나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붙였다. 강간당하거나 젖가슴이나 생식기가 도려내진 채 발견된 여성의 시체가 셀 수 없이 많았고, 사지가 절단된 어린이 수 또한 집계가 제대로 되지 않을 정도였다. 어른들이 어린 남자 아이들에게 여성을 강간하는 방법을 현장에서 가르쳐 주기도 했고, 인도의 종교 공동체 간 폭력 갈등의 역사에서 처음으로 여성이 적극적으로 폭동에 참여하기도 했다.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죄악이 이곳에서 저질러졌다.

 

구자라뜨 폭동은 전형적인 인종 청소 형태의 학살이다. 기획한 것은 주 정부였고, 실행한 것은 공무원과 경찰 그리고 수구 난동 세력이었다. 영화감독 라케시 샤르마Rakesh Sharma는 2003년 제작한 다큐멘터리의 제목을 <최종 해결Final Solution>이라고 지었다. ‘최종 해결’이란 나치가 제2차 세계대전 중 체계적인 학살을 통해 지구상에서 유대인을 절멸시키려 수립한 계획안의 이름이다. 명백하게 나치가 유대인 학살을 자행한 홀로코스트Holocaust에 비견한 것이다. 샤르마 감독의 이 영화는 힌두의 학살을 피해 고향을 떠난 무슬림이 임시 정착한 난민 캠프를 유대인 게토에 비유하고, 힌두 수구 세력이 무슬림을 인도에서 모조리 쓸어 없애버려야 한다고 논의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이 사건이 단순한 종교 공동체 갈등을 넘어 나치의 홀로코스트형 인종 청소라는 점을 확인시켜 준다. 수구 세력은 이제 무슬림은 이 나라 국민이 될 수 없고, 따라서 이 나라 안에 무슬림이 살 공간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서슴지 않는다. 이것은 나치가 10년 동안 유대인 차별·탄압·분리·학살 등을 단계별로 실시하면서 마치 유대인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듯한 레토릭을 구사한 것과 유사하다. 나치 인종 청소 담론의 명백한 차용이다.

 

 

다만 나치가 학살을 강제 수용소와 가스실에서 은밀히 자행했다면, 인도의 수구 난동 세력은 텔레비전으로 중계방송이 되는 가운데 대낮 길거리에서 보란 듯이 저질렀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사건이 발생한 지 10년이 넘은 지금, 당시 주 수상이던 나렌드라 모디는 연방 정부 수상의 위치에 있다. 구자라뜨 사건 이후 힌두 종교 공동체주의에 기반한 정치에서 모든 기준은 ‘우리’ 힌두로 통합되었고, 그 안에는 빈부의 격차도, 노동의 조건도, 시민의 양심도 존재하지 않았다. 구자라뜨 주에서는 경제 발전을 위해 개인의 희생이 필요하다는 주 수상 모디의 요청에 따라 주민들이 묵묵히 희생했고, 그 결과 구자라뜨 주의 거시 경제 지표는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그리고 모디의 인기는 구자라뜨를 넘어 전국으로 확산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2014년 총선에서 1996년 이래로 자취를 감추었던 절대 다수의 집권 여당이 탄생했다. ‘도살자’ 모디와 인도국민당은 더 이상 연립 정부를 구성할 필요가 없는 강력한 정부를 구성했다. 학살을 조장하고 공무원과 경찰에게 학살 지령을 내렸다는 죄목으로 기소된 모디는 2012년 대법원에서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 판결을 받았다. 무슬림 진영과 시민 인권 단체는 대법원의 판결에 일제히 반발했다. 하지만 2014년 치러진 총선에서 인도국민당은 승리했고, 모디 심판은 그를 수상으로 뽑아준 그 국민에 의해 중지되어 버렸다.

모디는 인도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으나, 다른 나라에서는 인정받지 못했다. 그 대표적인 케이스가 미국인데, 미국 정부는 그에게 학살을 방조하거나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에 책임 있다고 결정해, 그를 입국 불허 조치했다. 사건 직후부터 2014년 그가 연방 정부 수상으로 당선된 후까지 10여년 동안 미국 정부는 그를 입국 불허하였다. 그런 도살자 모디가 서울평화상을 받는다. 경제 발전의 성과를 기초로 하여 전두환이 1980년대 초반 어느 날 인도에서 뉴델리 평화상이라는 걸 받는다면, 그 뉴스를 들은 한국인들의 심정은 어떨까? 서울평화상 심사위원들이 왜 도대체 무슨 이유로 모디를 수상자로 결정했는지는 여러 가지로 짐작할 수는 있다. 아무래도 비즈니스 외교 차원이 아닐까 하는 짐작이 간다. 인도 정부는 오랫동안 한국 정부로 하여금 군사외교적 차원에서 전략적 관계를 유지하고자 손을 내밀었다. 한국은 중국의 눈치를 봐서 그랬겠지만, 인도의 요구를 거의 묵살하다시피 하고, 인도에 대해서 오로지 물건이나 팔고 돈이나 벌 요량만 살폈지, 정작 인도가 요구하는 것에는 아무런 성의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인도 정부는 일본과 매우 가까운 동반자 관계를 만들었고, 한국의 기업들은 본격적으로 인도에서 소외당하는 기류가 시작되었다. 이러한 차원에서 한국과 인도의 민간 외교 차원에서 뭔가 돌파구를 찾아보자 혹은 이런 식으로라도 아부를 하면 기업들이 좀 좋은 결과를 따내지 않을까 하는 일종의 선물 혹은 뇌물 비슷한 상이지 않을까 한다. 분명하게 하자. 그 정성이 하늘이 찌른다 해도 그런 식으로 인도 정부가 움직일 수는 없다. 그들이 원하고 우리 정부가 반드시 가야 하는 길을 찾아내야 두 나라 관계가 정상이 될 수 있다. 그게 유일한 길이다. 선물이든 뇌물이든 그런 정도 가지고 그 큰 나라가, 세계 최대 규모의 민주주의 국가가 정책을 수상 뜻대로 움직일 수 있겠는가? 인도라는 나라는 수상 혼자서 결정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니다.

 

 

서울평화상 수상으로 세계에 우리만 더욱 부끄럽고 창피하게 되어버렸다는 것은 눈 딱감고 넘어갈 수 있다. 그렇지만 더 큰 문제가 도사리고 있는데, 그건 어쩔 텐가? 인도는 총선이 이제 6개월 정도 남았다. 항상 그렇듯, 선거철이 되면 모디가 이끄는 인도국민당은 힌두 근본주의를 내걸고 무슬림, 기독교, 불가촉천민 등을 탄압하고 그들에게 폭력을 사용하고 법을 무력화 시킨다. 때에 따라 규모가 커져 학살 사건으로 가기까지 한다. 그런데 인도 국민들이 상당히 좋아하는 ‘선진국’ 한국에서 그 모디와 인도국민당의 치명적 급소인 과거 2002년 학살 사건을 상쇄할 수 있는 ‘평화상’을 수상하였다고 알려지면 – 재빠르게 인도 외교부에서 언론에 알렸고, 모디 수상이 트위트를 날렸고, 언론은 모두 기사화 했다. - 그 효과가 그리 크지는 않겠지만, 도살자the Butcher란 치명적인 별명을 안고 있는 그에게는 대단히 소중한 단비 세례가 되지 않을까 한다. 결국 ‘서울’이라는 이름 아래 우리 한국 국민 모두가 본의 아니게 도살자의 피를 닦아주는 상을 준 셈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늘의 이슈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