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교육청이 퇴학생에게 매달 ‘유흥비’ 지원?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18.10.31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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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이 최근 발표한 ‘학교 밖 청소년’ 지원정책과 관련해 논란이 진행 중이다. 특히 ‘학교 밖 청소년 교육기본수당 지급’안을 놓고,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와 해당 기사의 댓글에는 “문제를 일으켜 퇴학당한 학생들에게 술값과 담뱃값을 지원하는 것이냐”는 비아냥 섞인 글도 보인다. 논란과 비판에 대해 확인했다.
포털사이트 검색화면 캡처

매달 20만원씩 연 240만원 학교밖 청소년에게 지급

지난 17일 서울시교육청은 학교 밖 청소년 교육지원 정책 방안으로 ‘고등학교 단계 학업중단학생 학습지원 사업’과 ‘학교 밖 청소년 교육기본수당 지급’안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고등학교 단계에서 학업을 중단한 청소년을 대상으로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이를 일정 단위 이상 이수하면 고교졸업 자격을 취득하도록 하는 ‘고등학교 단계 학업중단학생 학습지원’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견이 없다. 반면 학교 밖 청소년에게 매월 20만원씩 연간 240만원을 지원하게 되는 ‘학교 밖 청소년 교육기본수당 지급’에 대해서는 비판이 거세다. 한국경제신문에서는 ‘미래 세대의 ’한국 탈출‘이 걱정된다’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이를 비판하기도 했다.

 

<출처>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서비스

한국교육개발원이 제공하는 교육통계서비스에 따르면, 지난 해 학업을 중단한 학생은 초중고 전체 학생 572만5260명 가운데 초등학교 1만6422명(0.6%), 중학생 9129명(0.7%), 고등학생 2만4506명(1.5%)등 모두 5만57명(0.9%)이다. 청소년들이 학교를 떠나는 이유는 크게 ‘유예’, ‘면제’, ‘자퇴’, ‘퇴학’의 경우로 구분되는데, 질병·장기결석·해외출국 등으로 인한 ‘유예’나 ‘면제’는 의무교육 과정인 초등학생과 중학생에게서만 나타나는 반면, 학업·대인관계·교칙 등과 관련한 자퇴와 퇴학은 고등학생에게서만 집중적으로 나타난다.

지난 해 서울지역 고등학생 가운데 학업중단자는 4531명이었는데 자퇴가 4399명, 퇴학은 78명이었다. 특히 자퇴는 부적응의 경우가 대부분인데 비해 퇴학은 학교폭력이나 학칙위반 등의 징계에 의한 것임을 감안하면,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켜 나오게 된 청소년에게 수당을 지급한다는 것은 논란이 있어 보인다.

<출처>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서비스. 표 상단의 '전체'는 한국 전 지역 수치.

도움센터 '친구랑' 등록 청소년에게만 시범적으로 지급

하지만 서울시교육청의 발표 내용을 꼼꼼히 살펴보면 ‘문제 학생 유흥비 지원’은 지나친 비약으로 보인다. 우선 ①‘학교 밖 청소년 교육기본수당 지급’은 2019년 ‘시범사업’이다. 아직은 연구 대상인 셈이다. 그리고 몇 가지 제약을 걸었다. ②서울시교육청 청소년도움센터인 ‘친구랑’에 등록한 만 9세에서 만 18세까지의 학교 밖 청소년을 대상으로 200명을 선정해 매월 20만 원씩 연 240만 원을 지원하게 된다. ③심사위원회를 통해 수당지급 요건을 갖췄는지를 확인하여 수여자를 선정한다.

서울시교육청이 청소년 도움센터로 운영 중인 ‘친구랑’에는 2018년 9월 현재 203명이 등록되어 있다. 현재 등록 중인 청소년들은 거의 모두 ‘교육기본수당’지급 대상인 셈이다. 이 청소년들이 학교 밖에 있는 이유가 자퇴인지, 퇴학인지, 혹은 다른 이유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들이 참여하고 있는 ‘친구랑’ 프로그램(상담 정서지원, 부모교육, 학업지원, 진로지원, 데일리 프로그램, 캠프 프로그램)을 보면, 최소한 다시 시작하려는 의지는 갖춘 것으로 보인다. ‘시범사업’의 대상으로는 자격을 갖춘 셈이다.

서울시교육청 친구랑 소개 페이지 캡처

하지만 보완해야 할 것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원범위를 ‘교재 및 도서구입비’, ‘온라인학습비’, ‘학원수강료’, ‘문화체험비’, ‘중식비’, ‘교통비’ 등으로 하고 있지만, 개인통장으로 현금을 입금하는 방식이며 사용처에 대한 증빙절차가 포함되지 않았다. 일부에서 주장하는 대로 술값, 담뱃값, 유흥비 등으로 쓰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현금지급이기 때문에 규정대로 쓰지 않는 유혹에 쉽게 빠질 수도 있다. 이 제도가 서울에서 시행됨으로써 다른 지역과의 복지 격차가 벌어지고 이로 인한 문제점이 생길 수 있다는 바른미래당 권은희 의원의 지적도 있었다.

서울시교육청은 ‘학교 밖 청소년 교육기본수당 지급’의 추진 근거로 ‘학교 밖 청소년 지원에 관한 법률 제11조(자립지원)’, ‘청소년복지지원법 제14조(위기청소년 특별지원)’, 조희연 교육감 공약내용을 들고 있다. 또 ‘학교 밖 청소년 교육기본수당 지급’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지급대상을 4000~5000명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또 대상범위를 학교 밖 청소년 모두로 확대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이 제도에 찬성하는 측에서는 형평성과 균등한 교육 기회 제공, 즉 교육의 평등권 보장을 가장 큰 성과로 꼽는다. 하지만 좋은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시범사업 추진 과정에서 몇 가지 보완책도 필요해 보인다. 참고로 경상북도 교육청은 2016년 12월부터 매달 10만원의 수당을 티머니 카드 형태로 230명의 학교 밖 청소년에게 지급 중이다. 카드 사용 내역도 청소년에게 제출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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