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는 '무소속' 로사리오를 '트레이드'할 수 있나

  • 기자명 최민규
  • 기사승인 2018.11.02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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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출신 윌린 로사리오는 2016년 한화에 입단해 지난해까지 두 시즌 동안 KBO리그에서 타율 0.330에 70홈런, 231타점 OPS 1.015를 기록한 강타자였다. 지난해 시즌 뒤 한화 구단은 고액 연봉 선수와의 계약은 피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에 따라 발표 연봉 150만 달러의 로사리오는 한화를 떠나 일본프로야구(NPB) 한신 타이거스에 입단했다.

일본 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즈에서 방출된 윌린 로사리오

한신에서 75경기 타율 0.242로 부진한 뒤 11월 1일 방출됐다. 로사리오는 NPB나 메이저리그에서는 어느 구단과도 계약을 할 수 있는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이다. 하지만 KBO리그에선 한화 구단이 독점 계약권을 갖고 있는 보류 선수다. KBO의 외국인선수 계약서 10장에 따르면 구단의 재계약 오퍼를 선수가 거절했을 경우 구단은 KBO리그에 한해 5년 동안 독점계약권을 갖는다. 다만, 구단이 동의할 경우에는 타 구단으로 이적이 가능하다.

스포츠전문 온라인매체 OSEN의 11월 1일 보도에 따르면 한화는 로사리오에 대한 보류권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 OSEN은 “한화는 가치가 높은 로사리오의 보류권으로 다른 구단과 선수 거래에 나설 계획이다. 로사리오의 한국 복귀 길을 열어주며 팀 전력을 보강할 수 있는 방법이다”라고 보도했다.

KBO는 일단 부정적인 반응이다. KBO 관계자는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보류권 협상으로 외국인 선수가 이적하면 이도 일종의 트레이드다. 하지만 국내선수 보류권은 미계약시 보류수당을 지급하는 등 확실한 구속력이 있다. 외국인 선수의 보류권은 계약 우선권리 정도다. 전례가 없어 논의가 더 필요하지만 규정만 놓고보면 승인이 쉽지 않다"고 밝혔다.

한화가 로사리오의 보류권을 다른 구단 선수와 맞바꿀, 즉 트레이드할 수 있을까. 트레이드는 야구규약 용어로는 ‘선수계약의 양도’다. 로사리오는 한화의 보류선수 신분이지만 계약된 소속선수는 아니다. 규약 84조는 “구단은 소속선수와의 선수계약을 참가활동기간 중 또는 보류기간 중에 당해 선수와의 협의를 거쳐 다른 구단에 양도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KBO 관계자는 여기에서의 ‘소속선수’에 대해 “선수 계약이 KBO에 접수된 선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구단이 보류권을 가지고 있는 미계약 선수의 ‘트레이드’는 실제로 일어났었다. 프로야구 출범 이후 가장 화제를 모았던 트레이드는 1986년 시즌 전 일어난 OB와 해태 간 한대화-양승호, 황기선(+현금) 트레이드였다. 당시 OB 구단은 김성근 감독과 불화를 일으킨 한대화를 해태로 트레이드했고, 한대화가 이에 반발해 임의탈퇴선수로 공시되는 소동을 겪었다. 한대화는 결국 이 트레이드를 수용해 해태의 슈퍼스타로 자리매김했다. 결과적으로 잘 된 트레이드였다.

하지만 트레이드 당시 한대화는 OB와 선수계약을 한 상태가 아니었다. 한대화씨는 1일 통화에서 “당시 OB와 1986년 연봉 계약서를 작성한 사실이 없다. 연봉 계약은 해태에서 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밝혔다.

KBO 관계자도 “지금까지 12월에 일어났던 트레이드 가운데 일부는 미계약 보류선수가 대상이었다”고 확인했다. 여기에 야구규약 89조[양도의 공시]는 “다만, 당해 선수가 보류선수인 경우에는 보류권을 갖는 구단이 양수구단으로 변경되었음을 공시한다”고 규정한다. 이에 보류선수에 대한 트레이드가 가능하다. KBO는 출범 이후 야구규약을 여러 차례 손봤지만 아직 해석이 모호하거나, 심지어 상충되는 조항들이 꽤 있다.

국내 구단들이 외국인 선수를 영입할 때 ‘이적료’가 발생하기도 한다. 해당 외국인 선수가 FA 신분이 아닌, 즉 보류 선수일 경우 외국 구단은 그 선수에 대한 권리를 포기하는 대가를 국내 구단에 요구한다. 미국식으론 바이아웃(Buyout)이지만 국내에선 통상 ‘이적료’로 불린다. 넥센이 2015년 11월 왼손 투수 앤디 밴 헤켄이 NPB 세이부 라이온스로 이적했을 때 ‘이적료’를 받은 전례가 있다. 당시 넥센은 밴 해켄과 2016년까지 계약을 ‘구두’로 합의했다고 밝혔지만, KBO에 2016년 계약서는 제출하지 않은 상태였다.

2015년 넥센에서 일본 세이부 라이온즈로 '사실상 트레이드'된 밴 헤켄. 넥센은 바이아웃 대가(이적료)로 30만달러를 받았다.

한화 구단이 어떤 방식으로든 규약과 하위 규정에서 보장하는 로사리오에 대한 권리 포기 대가를 실현하겠다면 KBO가 금지할 명분은 떨어진다. 국내 구단과 외국 구단 사이 선수 거래에서 ‘권리 포기’의 대가는 오랫동안 발생해 왔기 때문이다. 

문제의 외국인선수 계약서 규정은 사문화돼 가고 있는 조항이다. 10장에 따르면 구단의 재계약 오퍼를 거절한 선수는 ‘타리그에선 FA, KBO리그에선 보류선수’라는 이중적인 신분을 가진다. 메이저리그에선 한국, 일본 출신 선수들에게도 메이저리그 FA와 같은 신분을 부여하고 있다. 김현수가 과거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맺은 계약서에는 “메이저리그 6년차 FA와 같은 신분”이라는 내용이 명시돼 있었다. 선수 입장에선 불리하다.

그래서 외국인 선수와 에이전트들은 이 조항을 무력화시키려 했다. 최근 외국인 선수들은 국내 구단과의 첫 계약서에서 “시즌 뒤 구단은 재계약 오퍼를 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삽입해 달라고 요구한다. 구단의 오퍼가 없으면 KBO리그 내에서도 자유계약선수가 된다. 롯데에서 두산으로 이적한 조쉬 린드블럼이 이런 계약을 했다. 반면 로사리오의 계약서에는 이런 내용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로사리오 문제는 결국 외국인선수와 내국인선수를 다르게 취급하고 있는 KBO 야구규약과 계약서의 문제에서 발생했다. 로사리오를 내국인 선수로 취급한다면 전례에 따라 트레이드든 바이아웃이든 가능하다. 하지만 차별적인 규정을 내국인 선수와 똑같이 적용하기는 뭔가 곤란하다는 게 KBO의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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