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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라’가 일본어 잔재라는 것은 구라다!

기사승인 2018.11.12  17:4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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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재환의 한국어 팩트체크] 대학생이 많이 쓰는 일본어 1~5위 사실은?

3년 전 대학생이 많이 쓰는 일본어 잔재는 ‘구라’, ‘애매하다’, ‘기스’라고 조사결과가 나와 화제가 됐었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 연구팀과 대한민국 홍보 대학생 연합 동아리 ‘생존경쟁’ 팀이 광복 70주년을 맞아 지난 4월 28일부터 5월 7일까지 ‘언어문화 개선을 위한 일본어 잔재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 연구팀이 설문조사한 '대학생이 많이 쓰는 일본어 순위'

그 결과 “간지, 뽀록, 오케바리, 구라, 가라, 땡깡, 삐까삐까, 애매하다, 사라, 닭도리탕, 쯔끼다시, 지리, 다데기, 식대, 무대뽀, 쇼부, 와쿠, 기스, 분빠이, 공구리, 후카시, 곤색, 망년회, 견출지, 호치케스, 고참, 땡땡이 무늬, 노가다, 잔업, 시말서.” 등이 자주 사용하는 어휘로 밝혀졌다.

대부분의 어휘가 일본어 잔재로서 대학생들뿐만 아니라 전 계층에서 사용돼 왔다는 것은 새삼 지적할 이유조차 없다. 그런데 당시 글쓴이의 눈길을 끈 것은 ‘구라’였다. 흔히 “구라치지 마”, “저 인간, 또 구라 피우고 있네.” “구라야, 믿지 마.” “어휴 저 개구라.”처럼 사용하는 ‘구라’가 일본어 잔재였나? 3년이나 지난 지금 이 글을 쓰면서 글쓴이의 게으름을 깊이 반성한다. 

그럼 사용빈도 5위부터 1위까지 알아보도록 하자. 사용빈도수 5위를 차지한 ‘닭도리탕’이 일제어 잔재로 분류되는 것은 ‘도리’가 일본어에서 닭 또는 닭고기를 뜻하는 ‘とり: 鶏’에서 왔다고 보기 때문이다. 반면 ‘도리’가 우리말 ‘도려내다’에서 왔다는 주장도 있다.

권대영 한국식품건강소통학회장은 2016년 5월 30일 <식품외식경제>에 기고한 '닭도리탕은 순수한 우리말 이름이다'에서 "닭도리탕, 꿩도리탕, 토끼도리탕의 기록이 1920년대 문헌에 나타나는 것으로 보아 그 이전, 즉 일제합병기 전부터 우리 조상들은 닭도리탕을 즐겨 만들어 먹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닭도리탕에서 ‘도리’가 일본어 ‘とり‘(鳥)에서 온 말이 아니라 우리말 ‘도려내다’ ‘도려치다’ ‘도리치다’에서 왔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은 이후 한국일보헤럴드경제 등에서 다루며 논란이 되기도 했다. 국립국어원에서는 닭도리탕은 일본어 도리에서 온 말로 보고 있다. 

4위 간지를 신조어나 인터넷용어로 착각하는 사람들도 있으나, 간지는 방송종사자들이 오랫동안 써온 일본어 잔재 용어다.

“감독님, 이 옷 어때요?”

“어우, 간지 죽이는데.”

위 대화에서 ‘간지’는 옷이 멋있다, 잘 어울린다, 느낌이 좋다 정도의 의미다. 방송국 안에서 쓰는 일본어 잔재는 당구장이나 공사현장에서 쓰는 용어보다 많으면 많았지 결코 적지 않다. 일본어에서 ‘간지(칸지)’는 지금도 일상적으로 쓰는 단어이고, 뜻은 다음과 같다.

간지(感じ): 지각함, 인상, 기분, 분위기, 감상.
오츠나 간지(おつな感じ): 멋진 느낌 / 간지노이이히토(感じのいい人): 느낌(인상)이 좋은 사람 / 간지가니부이(感じが鈍い): 느낌이 둔하다

 

3위를 차지한 ‘기스’에 대해서는 굳이 토를 달지 않아도 ‘상처’나 ‘흠’에 해당하는 일본어임을 모르는 한국인은 없을 것이다. 2위 ‘애매’는 일본어 한자 낱말로서 ‘あいまい(曖昧)’다. 이와 같은 지적은 다음 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모호(模糊)하다’와 동일한 의미로 쓰이는 ‘애매(曖昧)하다’는 일본에서 만들어진 이른바 일본어식 한자어입니다. 결과적으로 ‘애매모호하다’라는 단어는 이른바 중첩어(重疊語)로서 동일한 의미를 지니는 ‘애매’와 ‘모호’가 중복해서 쓰인 것이니 국어 순화 차원에서 보자면 ‘애매’는 제외하고 ‘모호하다’로만 쓰는 것이 바람직한 우리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네이버 지식백과] '모호하다'와 '애매하다' (다른 말과 틀린 말, 2016. 12. 30.)

 

과거 일본어 잔재 순화 관련 글들에서도 대부분 ‘애매’를 위와 같이 취급하였고, 한국어 한자 낱말인 ‘모호(模糊)’의 사용을 권장하였다. 그런데 현재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좀 다른 설명을 보이고 있다.

 

‘애매’가 일본어에서 왔다는 설명이 없는 것은 ‘기스’를 일본어 잔재로 보고 우리말 ‘흠’의 사용을 권장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제 사용 빈도수 1위를 차지한 ‘구라’에 대해 알아보자. 표준국어대사전에서 ‘구라’를 검색하면 다음과 같은 설명이 나온다.

 

설명 어디에도 ‘구라’가 일본어에서 왔다는 내용이 없으므로 ‘구라’는 아무런 하자가 없는 한국어다. 일본어 사전에서 ‘구라’와 ‘쿠라’를 찾아보면, ‘구라(ぐら)는 아예 나오지 않고 ’쿠라(くら)‘에 대한 설명만을 찾을 수 있다. 위에서 본 일본어 ’칸지‘가 한국어 화자 사이에서 ’간지‘로 발음되는 것과 같은 현상으로 보고 ’쿠라(くら)‘의 뜻을 살펴보자.

 

くら(競): 겨루기. 경쟁. 競べ의 준말.
くら(倉·蔵·庫): 곳간. 창고.
くら(鞍): 안장.

 

‘구라’에 대한 일본어 사전 설명 어디에서도 ‘거짓말, 이야기, 가짜’와 같은 의미의 설명을 찾을 수 없으므로 한국어 ‘구라’를 일본어 잔재라고 착각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위 설문조사와 보도에는 좀 문제가 있었다.

① ’설문조사에 응한 대학생들 중 다수가 ‘구라’를 일본어로 알고 있었다.

② 조사를 한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 연구팀과 대한민국 홍보 대학생 연합 동아리 ‘생존경쟁’ 팀」도 대학생들 다수가 응답한 ‘구라’를 일본어로 받아들였다.

③ 당시 언론도 ‘구라’에 대한 검증 없이 보도했다.

 

정재환 팩트체커 mcstory@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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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환 팩트체커    mcstory@daum.net  최근글보기
1979년 데뷔 이래 장르를 넘나들며 개그맨, 방송진행자, 연기자 등 다양한 방송활동을 했다. 2000년 한글문화연대를 결성했고 2013년 성균관대에서 한글운동사를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성균관대 초빙교수이며 현재 YTN ‘재미있는 낱말풀이’와 팟캐스트 ‘한마디로영어’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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