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미터] 18세 선거연령 하향화는 '지체'

  • 기자명 이고은 기자
  • 기사승인 2018.11.15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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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연령을 하향 조정하자는 목소리는 정치권에서 꾸준히 제기되어온 의제다. 2017년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결정, 5월 장미대선을 앞두고 선거 연령을 현행 19세에서 18세로 낮추자는 목소리가 커지기도 했다. 탄핵 정국을 몰고 온 시발점이 바로 이화여대 정유라 사태였고, 이 사태의 최대 피해자가 청소년들이었으며 ‘촛불’의 주역 역시 청소년이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대선 전인 2017년 1월 선거연령을 18세로 낮추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법안 심사소위를 통과했지만, 전체회의에서 상정이 무산된 바 있다. 국제 기준으로 봐서도 선거권 연령은 18세가 기준인 경우가 대다수다. 유엔 아동권리협약도 아동의 연령을 18세 미만으로 규정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18세로 선거 연령을 인하하여 국민의 정치참여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정치·선거 제도를 개혁해 국민의 참정권을 확대하겠다는 취지의 대표적인 공약으로 손꼽혔다. 이에 문재인 정부는 2017년 7월 19일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선거연령 18세 하향을 담기도 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017년 6월 16일 220여개 노동·시민단체로 구성된 ‘정치개혁 공동행동’과 면담하고 선거연령을 만18세로 인하하는 문제 등 정치·선거제도 개혁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했다.

 

선거연령 하한 첫 법안은 바른정당 발의

그러나 문재인 정부 들어 첫 번째로 발의된 선거연령 하한 법안은 야당에서 나왔다. 대선 당시 이 문제에 소극적이어서 개혁보수의 정체성을 확실하게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은 바른정당에서 먼저 나선 것이다. 2017년 6월 29일 박인숙 바른정당 의원은 선거연령을 18세로 하향 조정하는 것을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고, 바른정당은 이를 당론으로 삼았다. 이후로도 바른정당은 이 이슈를 주도적으로 이끌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2017년 11월 29일에는 국민의당과 함께 정책연대협의체를 구성하고 선거연령 하향 조정 법안을 처리하자는 데 의견을 모으기도 했다.

정치권 밖에서도 다방면으로 선거연령 하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등 관련 시민단체에서는 지속적으로 선거연령을 18세로 하향화하자는 주장을 제기해왔다. 서울시교육청도 2017년 7월 24일 ‘3개년 학생인권 종합계획’ 초안을 공개하면서 만 16세에 교육감선거, 만 18세에 일반선거 참여가 가능하도록 선거 참여 연령을 낮추기 위해 공직선거법 개정에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서울시 역시 2017년 11월 2일 청소년의 참정권 확대를 위해 선거연령을 18세로 낮추는 방안을 정부에 건의했다.

그러나 정치권은 쉽사리 움직이지 않았다. 2017년 9월 14일 국회 정치발전특별위원회에서는 선거연령 인하와 관련해 여야가 격돌했다. 더불어민주당은 18세로 선거연령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자유한국당 등 야권은 청소년의 정치 인식이 미성숙하며 교육 현장에 혼란이 올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더불어민주당 정당발전위원회는 2017년 11월 22일 공직선거법 개정을 통해 선거연령 하향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표창원 의원은 2017년 12월 13일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하고 “18세 이상의 국민에게 선거권을 부여하도록 하고, 대통령선거를 제외한 공직선거의 피선거권 부여 연령을 선거권 부여 연령과 동일하게 18세로 규정하며, 미성년자의 선거운동 제한 규정을 삭제함으로써 참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국민의 범위를 확대하고 보다 성숙한 대의제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하려 한다”고 제안이유를 밝혔다.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도 2017년 12월 12일 공직선거법 심사소위 회의를 열고 논의에 착수했지만, 자유한국당이 부정적 입장을 보이면서 의견이 좁혀지지 못했다. 정치권의 움직임이 지지부진하자, 2017년 12월 14일 참여연대와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는 2018년 지방·교육감 선거에 청소년이 참여할 수 있도록 연령제한 기준을 낮춰달라는 내용의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공직선거법 제15조 제2항과 지방교육자치법 제49조 제1항이 평등권과 참정권을 침해해 위헌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공직선거법 개정은 정치권 공방이 마무리되지 못해 2017년 내에 이뤄지지 못했다.

"선거제도와 학제 동시개편" 자유한국당 주장에 발목

해를 넘겨서는 국면이 바뀌는 듯했다. 선거 연령 하향에 부정적이던 자유한국당이 긍정적으로 입장을 전환하는 듯 하면서다. 2018년 1월 29일 김성태 원내대표는 “사회개혁정당으로서 선거 연령 하향에 앞장서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2월 임시국회 첫날인 2018년 2월 1일 김 원내대표는 선거연령 하향을 주장하면서도 그로 인한 ‘학교의 정치화’를 해결하기 위해 7세로 취학연령을 낮출 것을 제시하기도 했다. ‘교복 입고’ 투표하는 것은 막겠다는 이야기였다.

그러나 김 원내대표의 발언에 대해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선거연령을 학제개편과 연결짓자고 하고, 더 어려운 문제인 권력구조 개편과 연계하자는 얘기까지 하고 있다”면서 “(이는) 선거연령을 인하하지 말자는 뜻”이라고 비판했다. 국회가 무력하자 여론은 또 다시 들끓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2018년 2월 7일 국회가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조속히 통과시킬 것을 촉구했지만, 논의는 지지부진했고 더불어민주당은 2018년 6·13 지방선거 전인 4월 임시국회에서 선거연령 하향을 관철해 시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는 개헌을 통해 해법을 내놨다. 2018년 3월 22일 발표된 대통령 개헌안 제25조에는 ‘18세 이상의 모든 국민은 선거권을 가진다. 선거권 행사의 요건과 절차 등 구체적인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는 문구를 담았다. 이후 이 조항은 ‘모든 국민은 선거권을 가진다. 선거권 행사의 요건과 절차 등 구체적인 사항은 법률로 정하고, 18세 이상 국민의 선거권을 보장한다’는 내용으로 수정됐다. 그러나 4월 국회에서 국민투표법 개정이 불발되면서, 6·13 지방선거와 헌법개정안 국민투표 동시 실시가 무산되었고 대통령 개헌안과 이에 담긴 선거연령 하향화는 무위로 돌아갔다.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가 '촛불청소년인권법' 제정을 지지하기 위한 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다. 출처 : http://youthact.kr/

18세 투표 선거법 개정안 11개 표류중

이후 잠잠하던 정치권의 선거연령 하향화 논의는 2018년 국회 회기 종료를 앞두고 다시 부산해졌다. 2018년 11월 1일 박주민·위성곤·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는 국회 정론관에서 “정기국회에서 선거연령 하향을 위한 법 개정안을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면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국회에는 선거권 연령을 만 19세에서 18세로 낮추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11건 제출돼 있지만, 제대로 논의되지 않고 표류 중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도 2018년 11월 5일 여야정 상설협의체에서 선거연령 18세 하향과 대표성과 비례성을 확대하는 선거제도 개혁을 위해 협력키로 했다. 문 대통령은 이를 “국회에서 논의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018년 11월 14일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와의 간담회에서 “선거권 연령을 만18세 이상으로 낮추는 법 개정안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통령 개헌 카드를 통해서도 이뤄지지 못한 선거연령 하향화가 대형 이슈 없이 2018년 국회 회기 내에 이뤄질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자유한국당이 법안 통과에 전향적으로 협력하지 않는 한, 이를 돌파할 뚜렷한 방안도 현재로선 보이지 않는다. 이에 <뉴스톱>은 선거연령 18세로 하향화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대해 ‘지체’로 평가했다.

*이 기사는 대선공약 체크 사이트 <문재인미터>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 본 기획물은 한국언론학회와 SNU팩트체크센터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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