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수당 12세 확대" 자유한국당은 왜 태세전환했나

  • 기자명 이상민
  • 기사승인 2018.11.16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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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를 지독히 싫어했던 비스마르크가 도입한 복지국가

복지국가의 아버지는 역설적이게도 사회주의를 지독히도 싫어했던 철혈 재상 비스마르크였다. 산업화가 되면서 독일의 노동자 비율이 증가하고 사회주의 정당이 독일 의회 의석 수를 넓혀갔다. 이에 비스마르크는 ‘사회주의자법’을 만들어 노동자 활동을 탄압한다. 그러나 사회주의 정당 의석수는 늘어만 간다. 비스마르크 지지 정당들은 1881 총선에서 참패를 한다. 결국, 1881년 빌헬름 1세의 칙령이 발표된다. 총리 비스마르크를 통해 의회에 전달된 칙령에는 노동자 복지를 추진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복지 국가의 탄생이다. 이후 10년 동안 독일은 복지국가로 거듭 나게 된다. 1883년에는 건강보험, 1884년에는 재해보상제도, 1889년에는 노년보험 등이 도입된다. 전쟁을 좋아하고 노동자를 탄압했던 비스마르크 손에서 인류 역사상 최초로 복지국가가 탄생한다.

2019년 예산안을 심의하는 정기국회가 한창이다. 자유한국당은 아동수당을 큰 폭으로 확대할 것을 주장한다. 1881년 총선에서 참패한 비스마르크가 연상 된다. 작년 이맘 때, 예산안 심의 국회에서 자유한국당은 정부의 아동수당 도입시기를 늦추고 상위 10% 지급에 반대했다. 급속한 태세전환이다. 여당은 자유한국당의 역공에서 어정쩡한 입장을 취한다. 제대로 된 논쟁이 없다. 물론 자유한국당이 정부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을 내걸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자유한국당은 아동수당 확대를 위한 조건으로 일자리예산과 남북경협예산 삭감을 내걸었으니 논의 자체가 어려운 측면도 있다. 그러나 제대로 논의되지 않는 근본적 이유는 예산 논쟁에 예산 액수가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동수당 확대 방안에 따른 정확한 예산 액수가 제시 되지 않는 예산 논쟁은 무의미 하다. 아동수당을 둘러싼 몇가지 논쟁적 이슈에 대해 살펴본다.

'상위 10% 제외' 행정비용이 보편적 아동수당보다 더 든다?

현재 아동수당 관련 논쟁은 크게 네 가지 이다.

첫째, 6세미만 아동에게 상위 10%를 제외하고 월 10만원을 주는 현행 방안이다.
둘째, 6세미만 아동 모두에게 보편적으로 월 10만원을 주는 방안이다.
셋째, 9세미만 아동 모두에게 보편적으로 월 10만원을 주는 방안이다.
넷째, 12세미만 아동 모두에게 보편적으로 월 10만원을 주는 한국당 방안이다.

먼저 상위 10%를 제외한 현행 선별 아동수당 방안과 보편 아동수당 방안의 예산금액을 비교해보자. 이를 비교하고자 한다면 두 가지 개념에 대한 팩트체킹이 필요하다.

일단, 상위 10% 제외 방안은 상위 10% 제외가 아니다. 아동 수 기준으로는 상위 6%만 제외하게 된다. 상위 10%를 제외한다고 해서 (당연한 말이지만) 아동소득 기준 상위 10%를 제외할 수는 없다. 부모소득 기준으로 상위 10%를 제외하게 된다. 상위 10% 선별의 기술적인 방안으로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상, 2인 이상 가구 소득수준 90%를 적용한다. 이에 적용되는 아동 수를 따져 보면 6%만 제외된다. 그래서 아동수당을 보편적으로 확대해도 지급 대상은 220만명(선별)에서 234만명(보편)으로 6%만 더 증가하게 된다.

10%(아동 수 기준으로는 6%)를 걸러내기 위한 행정비용도 만만치 않다. 한겨레 신문과 조선일보에 크게 인용된 보건사회연구원에서 선별을 위한 행정비용을 추계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제도 도입한 2018년 첫해 1600억원, 2019년 1000억원의 선별을 위한 행정비용이 발생한다고 한다. 반면, 선별적 지급으로 아낄 수 있는 비용이 18년 600억원  19년 약 1700억원이다. 초기에는 오히려 행정비용이 더 크게 된다는 의미다.

 

18년

19년

선별 지급에 따른 경제적 행정비용*

1600억원

1000억원

선별지급으로 아낄 수 있는 비용**

600억원

1700억원

* 보건사회연구원 추산,  ** 6% 아동 미지급에 따른 비용 추산

일부는 보건사회연구원의 발표 금액이 너무 과대 추산 되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소득 조사 담당 공무원 인건비가 744억원, 신청 조사시 국민 불편비용이 723억원 이다. 이 두가지 항목이 비용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나 공무원 인건비는 아동수당 소득 조사가 없다고 지급하지 않는 것은 아니며 국민 불편비용은 수치상으로 정확히 산출 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은 아니다.

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는 경제적 측면에서는 의미 있을 수 있으나 예산 항목에 바로 적용할 수는 없다. 공무원의 추가 업무에 따른 기회 비용과 국민 불편에 따른 무형의 비용은 경제적으로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예산서 상에 그대로 계상할 수 있는 행정비용은 대단히 제한적이다. 만일 19년도에 아동수당을 보편적 지급으로 전환했을때 아낄 수 있는 예산상 비용은 금융정보 제공 통보 수수료 약 5억원이다.

 

자유한국당 아동수당 확대방안(6→12세) 실현 가능성은?

자유한국당은 현재 만 6세까지만 지급되는 아동수당은 12세까지 확대할 것을 주장했다. 복지에 인색했던 자유한국당의 이미지를 감안하면 파격적인 제안이다. 자유한국당 안을 실행한다면 필요한 재정은 어느 정도일까. 실제로 보건복지부 질의를 통해 받은 자료를 보면, 6세 미만 아동에게 선별적으로 지급 하는 현행 정부안에 따르면 19년에는 매칭 지방비 까지 총 2.6조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반면, 보편적으로 모든 6세미만 아동에게 지급하면 1700억원이 추가되어 총 2.8조원이 든다. 또한, 자유한국당의 방안대로 12세 미만 아동에게 보편적 아동수당을 지급한다면 국비 4.5조원에 매칭 지방비 1.7조원 포함하여 총 6.2조원이 든다.

 

*아동수당 대상 확대 소요비용 시나리오

 

6세 미만 선별

(현행)

6세 미만 보편

9세 미만 보편

12세 미만 보편

(한국당 ’19년안)

대상 수

220만명

234만명

376만명

515만명

총 예산

2조6417억원

2조8105억원

4조5084억원

6조1775억원

(100.0%)

(+1,687)

(+18,667)

(+35,358)

 

국비

1조9255억원

2조0486억원

3조2862억원

4조5027억원

(72.89%)

(+1,230)

(+13,607)

(+25,772)

지방비

7161억원

7619억원

1조2222억원

1조6747억원

(27.11%)

(+457)

(+5,061)

(+9,586)

보건복지부 추계

국비 지급 4.5조원은 얼마나 큰 금액일까?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복지지출 사업은 국민연금 지급 사업으로 23조원이다. 그러나 이는 본인이 낸 부담금을 국가가 ‘보관’하고 주는 기금 사업으로 국민의 세금으로만 지급하는 아동수당과 비교하기는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세금을 재원으로 하는 복지 예산 중 가장 큰 사업은 노인기초연금 사업으로 2019년 11조원이다. 즉 4.5조원짜리 복지 사업은 3번째로 큰 초대형 복지예산 사업라는 의미이다. 세금을 재원으로 하는(일반회계) 모든 복지 사업을 통틀어봐도 1조원이상 드는 단위사업은 총 12개 밖에 안 된다. 1조원이 얼마나 큰 금액인지 짐작할 수 있다.

 

<2019년 1조원 이상 일반회계 복지 사업 전체 > (단위: 원)

부처

부분명

단위사업명

18년

19년안

복지부

노인

기초연금 지원

9조1230억

11조4950억

복지부

기초생활보장

의료급여

5조3470억

6조3920억

복지부

기초생활보장

기초생활급여

3조8300억

3조7850억

복지부

아동·보육

영유아보육료지원

3조2670억

3조4160억

노동부

고용

일자리안정자금지원

2조9710억

2조8190억

보훈처

보훈

보훈보상금

2조7440

2조8140억

복지부

아동·보육

아동수당 지원

7100억

1조9270억

국토부

기초생활보장

주택정책지원

1조1250억

1조6730억

보훈처

보훈

수당

1조4350억

1조3860억

노동부

고용

사회보험 사각지대 해소

8930억

1조3560억

복지부

아동·보육

어린이집 지원

1조490억

1조2390억

복지부

취약계층지원

장애인선택적복지

7900억

1조1070억

 

그래도 12세 미만 아동에게 지급하는 아동수당이 아예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2019년 부터 지방소비세의 지방 이전 비율이 올라가면서 지방정부에 3.3조원의 재원이 공급된다. 최소한 지방정부는 약 1조원에 달하는 지방 매칭 금액은 감당할 수 있다는 의미다. 매년 중앙정부가 4.5조원을 아동수당에 투자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광범위한 세출 구조조정 또는 증세까지 감수할 수 있다는 사회적 합의가 존재한다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특히, 아동수당은 노인기초연금과는 반대로 매년 인구가 줄어 예산금액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더욱 실현 가능하다.

 

왜 엥겔스는 비스마르크 사회복지 확대 정책을 반대했나

자유한국당이 아동수당 보편적 지급에 찬성으로 전환하여 19년부터 아동수당은 6세미만 모든 아동에 지급될 예정이다. 여기에 한 발 더 나가서 자유한국당은 12세 미만 아동에 적용하는 파격적인 안을 들고 나왔다. 남북기금과 일자리예산 삭감을 조건으로 들고 나왔다는 점에서 진정성이 있기 보다는 남북기금 삭감을 압박하기 위한 명분용이라는 지적도 일부 있다. 그러나 비스마르크의 사례까지 들지 않더라도 박근혜 전 대통령도 항상 복지 확대를 강조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후보시절 소위 정치인 테마주에는 ‘아가방컴퍼니’도 포함 되었다. 복지를 강조하는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아가방’의 매출이 증대할 것이라는 시장의 예측에 따른 결과 였다. 보수정당의 복지확대 주장은 어색한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비스마르크가 주장하는 사회복지 법안에 당시 사회주의자의 리더인 베벨은 엥겔스와 합의를 통해 반대표를 던졌다. 자본주의 체제를 강화시킬 수 있는 법이라는 이유였다. 복지확대 방안을 주장하는 세력의 순수성까지 들먹일 필요는 없다. 아동수당 확대 방안이 적극적으로 논의가 되기를 바란다. 다만, 구체적 예산액수가 제시되어야 실질적이고 건설적인 논의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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