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이것' 때문에 허위정보에 속는다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18.11.20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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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허위조작정보(가짜뉴스)’의 해악은 쉽게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 됐다. 사실이 아닌 정보와 뉴스를 근거로 잘못된 주장과 판단을 하고 그 결과가 개인과 사회에 끼치는 피해는 우려할 수준을 넘어선지 오래다.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대응방법 중에 국내외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이 ‘미디어 리터러시’다. 미디어 리터러시는 ‘비판적인 시각으로 정보를 해석하고 창의적으로 검토하여 재창조하는 능력’을 일컫는다. 하지만 전문가의 영역처럼 보이는 이런 능력이 갑자기 생기기는 쉽지 않다. 대중들은 자신이 허위조작정보를 쉽게 구분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미 스탠포드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뉴미디어에 친숙한 청소년들도 80%가 뉴스성 광고를 진짜 뉴스라고 착각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허위조작정보를 구분하는 좋은 방법은 없을까? ‘비법’까지는 아니어도 허위조작정보 판별에 기초적이고 필수적인 사회과학 이론들이 있어 정리했다. 이 정도면 알고 있어도 허위조작정보 판별에 큰 도움이 된다.

1. 가장 흔한 실수 ‘섣부른 자의적 일반화’

사람들이 뉴스나 정보를 공유하는 과정은 일반화와 깊은 연관이 있다. 일반화됐다고 생각하기에 공유하기도 하고, 공유를 통해 일반화를 꾀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일반화를 통해 동질감을 느끼고 소속감에 안도한다. 하지만 일반화에는 다양한 형태의 오류가 있다.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The fallacy of hasty generalization)’가 있다. 제한된 정보, 부적합한 증거, 대표성을 결여한 사례를 근거로 ‘일반화’하는 오류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 ‘세 번의 우연이 겹치면 인연이다’, ‘내가 해 봐서 아는데!’ 등 성급한 일반화의 사례는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특정 개인의 경험이나 사례가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되지는 않는다.

과잉일반화(overgeneralization)'도 있다. 인지적 왜곡의 한 유형으로 한 두 건의 사건에 근거해 일반적인 결론을 내리고 무관한 상황에도 그 결론을 적용시키는 것이다. 인지적 왜곡이란, 어떤 사실을 경험을 통해 받아들일 때 그 원인과 결과를 잘못 연결하는 것을 말한다.

어떤 사람이 경험했던 사건을 근거로 형성된 극단적인 신념으로 상이한 현상을 서로 일치시켜 부적절하게 적응하는 과정이다. 과잉일반화는 사회적 통념 및 편견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성별, 인종, 국적, 언어, 나이, 종교, 피부색, 출신 지역 등에 대한 과잉일반화는 정치적, 젠더적 차별의 근거로 통념화되기도 한다.

 

2. 적 아니면 동지, ‘흑백논리’

모든 경험을 한두 개의 범주로만 이해하고 중간지대 없이 흑백논리로써 현실을 파악하는 이분법적 사고(Dichotomous Thinking). 오직 아군 아니면 적군으로 구분하는 군사문화의 잔재가 여전히 남아있는 한국에 특히 많다. 여기에 우리 편은 무조건 다 옳은 선이고 반대편은 무조건 다 틀린 악이라는 ‘무 논리’까지 더해지면 스스로 논리가 꼬이기도 한다.

이분법은 논리적으로 명쾌해 보이지만 현실성이 없다. 세상은 양자택일 하듯이 간단치 않으며, 다원적인 가치로 얽히고설켜 움직인다. 이분법적인 사고는 대립적인 생각을 지닌 사람들 사이에 반목을 가중시키기도 한다. 이분법은 OX 퀴즈에서만 유용하다.

 

3. 대화가 불가능한 당신, ‘확증편향’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은 실체적 진실을 외면하면서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겠다는 심리적 병리현상이다. 변화의 속도가 빠르고 다양한 가치관이 존재하는 사회에서 확증편향에 빠지면 자신의 선입견이나 뜻에 거슬리는 통계는 무조건 배척하려 한다.

자신의 신념이나 기대와 일치하는 정보는 쉽게 수용하고, 신념과 일치하지 않는 정보는 그것이 아무리 객관적이고 올바른 정보라도 무조건 무시해 버리거나 거부해 버린다. 어떤 문제에 대한 의사결정을 할 때, 자신의 신념이나 생각, 주장을 확인해 주거나 확증해 주는 것으로 보이는 증거나 정보에만 더 무게를 둔다. 정당과 다수의 정파적 언론에서 은밀하게 혹은 노골적으로 확증편향을 활용하기도 한다.

 

4. 먼저 발생했다고 모두 원인은 아니다

‘잘못된 인과 관계의 오류’는 단순한 선후 관계를 인과 관계로 잘못 추리하는 것이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속담에서 까마귀가 날아간 것과 배가 떨어진 것은 우연히 시간상으로 이어졌을 뿐이지 원인과 결과가 아니다.

‘바늘 하나로 코끼리 죽이는 법’이란 우스갯소리가 있었다. 방법은 세 가지 1) 코끼리가 죽을 때까지 바늘로 찌른다 2) 코끼리가 죽기 바로 전에 바늘로 찌른다 3) 바늘로 찌른 후 코끼리가 죽을 때까지 기다린다. 답에서 2번과 3번은 단순한 선후 관계를 인과 관계인 것처럼 비틀어 재미를 주고 있다. 이처럼 단순한 선후관계를 인과관계로 추리하는 것은 농담에 더 가깝다.

 

5. 논리적으로 지적당하면 ‘인신공격’

인신공격은 상대방의 주장에 대하여 반박할 때 주장하는 내용과 관계가 없는, 그 말을 하는 사람의 신상에 관한 일을 트집 잡아 그의 주장을 비판하는 오류이다.

인신공격의 오류는 비형식적 오류의 한 유형이다. 비형식적 오류는 논리적 과정의 오류가 아닌 자료적, 심리적, 언어적 오류 등을 말한다. 합리적 이유가 아닌 상대방의 인간적 약점을 공격하는 전제가 제시되면서 생긴다. 논쟁에서 감정을 통제하지 못할 때 빠지기 쉽다. 온라인상에서 욕설과 함께 많이 일어난다.

“너 몇 살이야? 어린놈이 알긴 뭘 알아?”, “똑똑하긴 한데 싸가지가 없어서 틀렸어”, “대학도 안 나왔는데”. 주장이 아닌 사람을 문제 삼는 인신공격은 우리 주변에서 종종 확인할 수 있다.

 

6. 증명할 수 없으면 거짓?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한 패널이 “당신이 특정이데올로기를 가졌다고 보는데 아니라는 증거를 대시오”라는 질문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존재를 증명하려면 그 한 건에 대한 증거가 필요하나, 없다는 것을 증명하려면 있었던 모든 일들에 대해 증거가 없음을 증명해야 한다. 이처럼 어떠한 사실이나 인과가 존재하지 않음을 증명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존재한다고 주장하는 자가 입증해야 하는게 맞다.

어떤 주장이나 사실을 피력할 때 타인이 반증할 수 없게 된다면 본인의 것이 옳다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인식하고 정당화하는 경우가 있다. 증명할 수 없거나 알 수 없음을 거짓이라고 추론하기 때문에 ‘무지에 호소하는 오류’, 혹은 '무지에 호소하는 논증'이라고도 한다. 악마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악마의 증명’이라는 비유도 있다.

 

7. 항상 최악의 경우! ‘재앙화’

‘재앙화(Catastrophizing)’는 미래에 대해 현실적인 고려 없이 매우 심각하게 부정적으로 예상한다. 단계를 건너뛰어 지나치게 파국적인 결말로 단정 짓는다. “○○당이 집권했으니 대한민국은 망했어”, “미국 대통령이 저런 발언을 하는 것을 보니 이제 한국과 미국은 더 이상 동맹이 아니야”, 이처럼 일부 언론이나 정치가들이 많이 쓰기도 한다.

국제도서관연맹이 만든 가짜뉴스 식별법 (출처 : www.ifla.org)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은 ‘동굴의 비유’를 통해, 지하 동굴에 움직이지 못하도록 묶여 있는 죄수의 눈에 비친 것은 부분이지만 죄수들은 그들이 본 현상을 사실로 믿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슬에서 풀려난 죄수가 동굴 밖의 세계를 보면 지금까지 보고 알고 있던 것이 객관적인 진리가 아니라 세상의 극히 적은 일부임을 뒤늦게 깨우치게 된다는 것이다.

한국인 10명 중 9명은 ‘인지적 오류’ 습관을 갖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온 적이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 해 2월 발표한 ‘한국 국민의 건강 행태와 정신적 습관의 현황과 정책대응’ 보고서에 따르면 ‘인지적 오류’ 영역에 해당하는 5개 항목 중 1개 이상에 대해 ‘그런 습관이 있다’고 답한 사람의 비율은 90.9%로 나타났다. 넘쳐나는 허위조작정보에 속지 않으려면 앞서 소개한 사회과학 이론들을 기반으로 두 가지만 더 주의하자. “출처와 근거 확인”, “사실과 주장 구분”. 이를 근거로 한 번만 더 생각해보자. 그러면 ‘가짜’가 보일 것이다,

지난 16일 자유한국당은 김상곤 전 교육부총리 딸의 과거 담임이 최근 구속된 숙명여고 교무부장이라며 SNS에서 확산된 입시비리 의혹을 그대로 언급했다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자 2시간 만에 공식 사과했다. 루머의 출처와 근거를 확인하지 않았다. 소셜미디어 등을 통한 루머나 뉴스에서 앞서 소개한 이론에 해당하는 부분이 있다면 허위정보이거나 확인되지 않은 주장일 확률이 높다. 자신의 SNS와 온라인 카페, 커뮤니티 등에 적극적으로 공유를 하거나 청와대 홈페이지에 국민청원을 올리거나 판단은 자유지만 한 번 더 확인하고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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