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영수증 이중청구' 뉴스타파는 제대로 보도했나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18.12.07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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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보도 전문 독립언론 뉴스타파가 지난 4일 국회의원의 의정활동비 '이중청구' 관행을 고발하는 기사를 냈다. 의정활동비 ''이중청구'...국회의원 26명 1억6천만원 빼돌려'란 기사에서 뉴스타파는 26명의 국회의원이 1억6000만원을 이중청구해 빼돌리는 '비리'를 저질렀다고 밝혔다. 파장은 컸다.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인 홍영표 의원의 이름이 가장 상단에 올라간 것은 물론, 최근 유치원 3법으로 스타덤에 오른 박용진 의원, 개혁성향으로 알려진 금태섭 민주당 의원 등이 명단에 있었다. 액수는 1936만원부터 14만원까지 천차만별이었다. 뉴스타파는 김경률 회계사를 인용해 이같은 이중청구가 "범죄 영역"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중청구 비리로 몰린 국회의원들(특히 민주당 의원들)이 강하게 반발했다. 금태섭 의원은 본인의 페이스북에 두차례에 걸쳐 뉴스타파 보도가 잘못됐음을 지적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도 보도자료를 내고 "뉴스타파가 주장한 중복수령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박용진 의원의 김성영 보좌관은 "심한 모욕감을 느낀다"며 "일종의 업무착오였다"고 페이스북에 밝혔다. 보통 국회의원의 잘못된 회계처리 문제가 불거지면 '단순 착오였다'는 반응과 함께 시정을 밝히는 선에서 끝나는데 이처럼 적극적으로 보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상황은 이례적이다. 뉴스타파는 5일 '영수증 '이중제출' 문제가 없다는 국회의원들에게'란 제목의 기사를 냈고 6일에는 '선관위 "국회의원 영수증 중복청구는 중점조사 대상,  5년전부터 반납 고지했다"' 기사와 '국회사무처, "영수증 이중제출 상관할 바 아니다"' 기사를 통해 국회의원들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미 자세한 보도가 나왔음에도 뉴스톱이 이 사안을 팩트체크하는 이유는 두가지다. 첫번째는 다수의 (국회의원실이 아닌) 뉴스톱 독자가 이 사안을 팩트체크 해 줄 것을 요청해왔다. 다양한 이유였지만 대체로 뉴스타파 보도가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취지의 주장이었다. 두번째는 뉴스타파와 국회의원실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면서 좀더 '친절하게' 이 상황에 대해 설명할 필요성이 있어서다.

이 기사는 한쪽을 옹호하거나 반박하려는 취지의 기사가 아니다. 이 사건에 대한 독자들의 정확한 이해를 돕고자 하는 의도에서 작성됐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뉴스타파의 문제제기가 시의적절했다고 생각한다. 일부 무리한 내용이 있었다 하더라도 관행적으로 묵인되어 왔던 회계처리 방식에 대한 투명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 아래에서 핵심적인 논점에 대해 하나씩 살펴본다.

뉴스타파가 보도한 '영수증 이중제출' 국회의원별 금액

 

1. '이중청구'인가 아닌가

의원들이 문제삼는 것 중 하나는 뉴스타파가 사용한 '이중청구'라는 용어다. 뉴스타파는 선관위와 국회사무처에 똑같은 영수증을 두번 제출했기에 '이중청구'라는 입장인데 반해, 의원들은 선관위에는 영수증만 제출할 것이고 '청구'한 적이 없기 때문에 '이중청구'라는 단어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주장이다. 

먼저 정치자금에 대해 살펴보자. 정치자금은 정치활동을 위하여 소요되는 경비로만 지출되어야 하며 사적용도로는 지출될 수 없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정치자금 용처에 대해 세부적으로 밝히고 있다. 예를 들면 정치자금으로 식대를 지출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처럼 사용처 규정이 명확하기 때문에 국회의원실에서는 가능하면 의정활동에 소요된 비용을 먼저 정치자금계좌에서 처리하려 한다. 정책자료집이나 의정보고서의 경우 제작부터 발송까지 대략 4000만~5000만원 가량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의정활동에 해당되기 때문에 정치자금계좌의 돈을 사용한 뒤 영수증(증빙서류)을 선관위에 제출한다.  

한편 국회사무처에서는 국회의원들의 의정활동을 돕기 위해 의정활동비를 지급한다. 입법 및 정책개발비, 정책자료 발간비 등 의정활동에 소요된 비용의 영수증을 가져오면 이를 일부 보조해 주는 방식이다. 일괄적으로 지원되는 사무실 운영 경비와 달리 신청한 의원실에만 지급하는 것이기 때문에 의원실은 의정활동에 쓰인 다양한 명목의 영수증을 국회사무처에 제출하고 지원금을 받는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다. 26명 의원이 의정활동에 쓴 비용 영수증을 선관위에 제출했고 동일한 영수증을 국회사무처에 제출해 의정활동비를 받았다. 의원들의 주장은 선관위에 제출한 것을 정치자금 사용에 대한 '증빙'이고, 국회사무처에 제출한 것은 의정활동비를 추가로 받기 위한 '청구'라는 것이다. 정치자금은 이미 의원실에 할당된 것이기 때문에 선관위에 영수증을 제출해서 새롭게 돈을 받아내는 것이 아니라 사용한 내역에 대한 증거자료로 쓰이는 것이고, 국회사무처에 제출하는 것은 '지원금'(의정활동비)을 받아내기 위한 청구자료로 쓰인다는 주장이다.

반면 뉴스타파는 동일한 영수증을 두번 제출했기 때문에 어찌됐든 '이중청구'라는 입장이다. 뉴스타파 심인보 기자는 본인의 페이스북에 "선관위에 제출하는 것은 정치자금을 사용하기 위해 제출하는 것이고, 국회사무처에 제출하는 영수증은 돈을 지급받기 위해 제출하는 것이지만, 어쨌든 둘다 돈을 썼다는 걸 증빙하기 위해 제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이중청구'라는 단어 자체는 중요치 않다. 거의 모든 의원실은 영수증 중복 제출이 문제가 될 것을 알았기에 그렇게 하지 않았다. 대부분은 번거롭지만 다른 방식으로 영수증을 만들어 국회사무처에서 제출한 뒤 의정활동비를 받아왔다. 의원실이 모르고 했더라도 그 동안의 중복제출 관행에 문제가 있음은 변하지 않는다. 

 

2. '빼돌린' 것인가 아닌가

뉴스타파는 기사에서 의원실이 국회사무처로부터 예산을 지원받을 경우 해당 금액을 "다시 정치자금 계좌에 넣어야 한다"고 적었다. 그런데 정치자금 계좌가 아닌 의원실 경비통장에 이 금액을 넣었기 때문에  의원이 정치자금을 빼돌린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국회 지원받은 금액을 정치자금 계정에 넣는다'는 말은 부정확하다. 뉴스타파가 처음에 부정확한 용어를 사용하다 보니 약간의 오해가 생겼다. 

정치자금법에 따르면 정치자금 모금은 엄격한 절차를 거쳐야 한고 사용처는 세부적으로 제한되어 있다. 정치자금(제3조 정의)은 "당비, 후원금, 기탁금, 보조금과 정당의 당헌·당규 등에서 정한 부대수입 그 밖에 정치활동을 위하여 정당(중앙당창당준비위원회를 포함한다), 공직선거에 의하여 당선된 자, 공직선거의 후보자 또는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 후원회·정당의 간부 또는 유급사무직원 그 밖에 정치활동을 하는 자에게 제공되는 금전이나 유가증권 그 밖의 물건과 그 자의 정치활동에 소요되는 비용"을 말한다. 크게 보면, 소속 정당으로부터 받는 당비(정당 국고보조금), 개인후원회로부터 모금한 후원금(연간 1억5000만원), 그리고 의원 개인이 출연한 돈만 정치자금으로 쓸 수 있다.

위에서 보듯이 정치자금에는 개인비용, 당비, 후원금만 포함되며 다른 자금은 정치자금계좌에 넣을 수 없다. 국회에서 지원받은 의정활동비 역시 마찬가지다. 그래서 국회 지원금을 받으면 정치자금 계좌에 넣는 것이 아니라 이미 정치자금에서 사용했다고 신고한 비용을 원상회복시킨 뒤 국회에서 받은 돈으로 지출하는 방식으로 처리를 해야 한다. 뉴스타파도 기사 본문에 이런 내용을 밝히고 있다.

다만 이걸 빼돌렸다고 보는 것에 대해선 양측의 이견이 있다. 예를 들면 홍영표 의원은 "지원경비계좌와 정치자금계좌 모두 의원실에서 관리하는 공금계좌"라며 국회사무처 지원금을 경비계좌에 넣었고 공공적인 목적을 위해 썼다고 주장한다. 국회의원실은 항상 돈에 쪼들린다. 국회 지원금은 정치자금으로는 처리할 수 없는 각종 행사비용에 썼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의원이 개인 목적으로 가져다 쓰더라도 처벌을 받지 않는다. 계좌의 투명성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뉴스타파 박대용 기자는 페이스북에서 "정치자금계좌는 선관위에 보고해야하는 법률상 공금 계좌. 허투루 썼다가 처벌 받을 수 있는 공개 계좌. 지원경비계좌는 의원실 사람만 아는 일종의 모임 통장. 의원 생활비로 써도 법률상 아무 문제 없는 비공개 사적 계좌"라며 홍 의원의 해명을 반박했다 

정리하면 국회의원실에서는 회계상의 실수고 어찌됐든 경비통장에 넣고 썼으니 '빼돌렸다'는 표현은 과하다는 것이다. 국회 지원금을 정치자금계좌에 넣고 싶어도 법상 넣을 수가 없다는 주장도 했다. 반면 뉴스타파는 정치자금을 투명하게 처리 안했으니 국민세금을 '빼돌린 것'이나 다름없다는 말이다. 의원실에서 반발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잘못은 했고 단순 실수인데 '횡령범'으로 몰리는 것에 대한 억울함이다.

 

3. '규정'은 명확한가

현재 많은 국회의원들이 규정이 명확하지 않다면 선관위에 해석을 의뢰한 상태다. 반면 뉴스타파는 12월 5일 후속보도를 통해 '이중청구'가 불법이라는 증거를 제시했다. 2015년 중앙선관위 정치자금 회계실무에는 '①정치자금으로 지출한 내역을 국회사무처 예산으로 중복 청구하는 행위'를 중점 조사할 방침이라고 적혀있다. 후속 보도에서 선관위는 "5년전부터 반납을 고지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런데 '영수증 중복 청구 금지'는 20대 국회가 출범한 뒤 발행된 2016년 중앙선관위 정치자금 회계실무 자료에는 빠져있다. 그 자리에는 '①정치자금으로 노래방, 주점 등 부정한 용도로 지출 후 식대 등으로 청구하는 행위'라는 문장이 들어가 있다.

왼쪽은 선관위가 발행한 2015년 정치자금 회계실무, 오른쪽은 20대 국회 출범 이후 발행된 2016년 정치자금 회계실무. 2015년에 있던 중복청구 금지 문구가 2016년에는 사라졌다.

최소한 20대 국회 출범 이후 의원실에서는 이 자료를 참조해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을 가능성도 있다. 규정에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뉴스타파가 선관위 자료를 근거로 제시하려면 가장 최신 자료를 보여줬어야 하는데 과거 자료를 기사에 넣은 것은 문제다. 본인들에게 유리한 자료만 독자에게 제공하는 보도방식은 공정성과 객관성이라는 저널리즘의 원칙에 위배된다. 

뉴스타파는 12월 6일 기사에서 선관위의 입장을 보도했다. 선관위는 "영수증 이중제출로 받은 국회예산은 지출 취소 환불 등 반납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선관위는 2016년 실무 자료에는 이런 내용을 담지 않았다. 관리감독도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 뉴스타파는 국회의원실만 탓할 게 아니라 선관위의 문제도 지적해야 한다. 그런데 뉴스타파는 국회의원실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선관위는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도하고 있다. 

 

4. 정치혐오를 조장한다?

적지 않은 사람들은 뉴스타파의 보도가 '정치혐오'를 조장한다고 지적했다. 사안이 복잡하고, 의원실에서 모르고 했을 수도 있으며, 단순 회계처리의 문제인데 뉴스타파가 단순화시켜서 '이중청구'와 '세금도둑' '빼돌렸다' 등을 기사에 사용하면서 '실수'의 영역을 '범죄'의 영역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또 잘못의 경중을 가리지 않아서 14만원과 1936만원의 차이가 사라지고 '정치인들은 모두 나쁜 놈'이란 부정적 인식만 강화시킨다는 것이다. 

분명 일리가 있는 지적이다. 뉴스타파의 보도는 직선적이다. 과거 장충기 문자 보도가 대표적이다. 장충기 삼성 사장과 문자를 주고받은 사람마다 이유가 다를 것이고 사안의 경중이 다를텐데 뉴스타파는 거의 동일하게 나열했다. 보도에 나온 사람은 장충기와 문자를 주고받았다는 이유만으로 모두 삼성에 부역한 사람이 됐다. 하지만 일부 부작용이 있었다 하더라고 삼성의 한국언론과 엘리트 지배문제의 민낯을 드러내고 경각심을 일깨우는데 일조했다. 

이 보도 역시 마찬가지다. 정치혐오를 조장하는 부작용이 있고, 일부 의원이 본인의 과실보다 더 욕을 먹는 상황도 있겠지만 정치자금 관리의 투명성이라는 긍정적 효과가 더 크다고 볼 수밖에 없다. 뉴스타파의 보도 방식에 대해 호불호가 있겠지만, 쉽게 변하지 않으리란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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