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용 대마' 드디어 합법화...앞으로 어떻게 바뀌나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18.12.10 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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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3일 국내에 대체 의약품이 없는 희귀·난치질환 환자들에게 해외에서 허가된 대마 성분 의약품을 수입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이 개정안은 지난 30일 정부로 이송돼 공포를 앞두고 있다. ‘의료용 대마’가 합법화된 것이다. 식약처는 “이번 법률 개정으로 희귀·난치질환 환자의 치료 기회를 확대하고, 특히 소아 뇌전증(간질) 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의료용 대마 전면 합법화’와 ‘기호용 대마 허용’ 요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의료용 대마 합법화와 관련한 팩트를 확인했다.

 

공무와 학술 연구 외에 의료 목적으로 사용 가능

그 동안 대마를 다룰 수 있는 경우는 공공기관의 업무와 학술 연구일 때만 가능했지만 이번 개정으로 의료 목적의 대마도 취급이 가능해졌다. 앞으로 희귀·난치질환 환자는 자가 치료용으로 대마 성분 의약품이 필요하다는 의사의 소견서를 받아 보건당국에 제출한 뒤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해 해당 의약품을 공급받을 수 있게 된다.

기존의 국내법은 대마를 국내에서 수출입하거나, 제조, 매매하는 행위를 전면 금지해왔다. 그러나 대마 성분을 함유한 칸나비디올(CBD) 오일이 뇌전증 등의 신경질환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환자와 환자 보호자들을 중심으로 국내에서도 허용해달라는 요구가 많았다. 지난해에는 현직의사인 부모가 뇌전증을 앓고 있는 아이를 위해 대마 오일을 치료용으로 쓰기 위해 국내에 들여오다 검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대마초에서 유래된 것이라 해도 의약품으로 허가받지 않은 건강보조식품, 단순 CBD오일, 대마 추출물 등은 여전히 수입과 사용이 금지된다. 희귀난치병이 아니라 알츠하이머병이나 불안, 우울증, 신경통증 질환자들이 치료 목적으로 CBD오일 등을 구입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국회는 개정 법률안에 대해 ‘대마는 과거에 주로 환각 효과만 있는 것으로 인식되어 공무 또는 학술연구에 대해서만 취급 허용을 하고 있으나, 최근 일부 질환에 대해서는 대마의 치료 효과가 입증되고 있음. 대마의 환각 효과나 중독성 등을 감안한 일정한 행위 규제는 필요하나, 의학적 효능이나 위해 정도 등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취급 제한을 하는 것은 불합리하고, 국내 환자의 치료 기회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문제가 있으므로 환자의 권익 보장 및 치료 기회 확대를 위하여 대마를 의료 목적으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려는 것’으로 제안 이유를 설명했다.

미국 FDA 승인받은 의료용 대마

‘의료용 대마’는 의료진이 치료 목적으로 추천해 사용하는 대마 관련 성분을 말한다. 대마 혹은 대마초에는 460여 종 이상의 천연 물질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 중에는 환각을 일으키도록 하는 향정신성 성분도 있고, 희귀 질환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성분들도 함유되어 있다.

이 가운데 테트라하이드로카나비놀(THC)과 카나비노이드(CBD)를 의료나 연구 목적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대마초의 꽃과 잎에서 주로 추출되는 THC는 중독과 환각 작용을 일으키는 걸로 알려진 반면 대마초에만 있는 60여 종의 CBD는 중독이나 환각 효과는 잘 유발되지 않고 희귀 질환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마초 꽃이 피는 상단부와 잎, 진액에 함유돼 있다. 특히 이 가운데 칸나비디올 성분을 농축해서 만든 뇌전증 치료제 에피디올렉스(Epidiolex)가 지난 6월 최초의 대마 성분 의약품으로 미국 FDA의 승인을 받아 관심을 모았다. FDA는 지난 10월 뇌종양 치료에 대마초 사용을 승인하기도 했다.

의료용 대마를 환자에게 허용해야 한다는 논란은 꾸준히 있어왔다. 국내에서는 사용이 금지됐지만 미국에서는 1996년 캘리포니아주를 시작으로 현재 30여 개 주에서 의료용 CBD를 허용하고 있으며, 캐나다도 항암치료 후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한 용도로 2001년 허용했다. 이후 독일, 이탈리아, 덴마크, 프랑스, 호주에 이어 영국이 지난달부터 의료용 대마 사용을 허가하는 등 현재 의료용 대마가 합법화된 국가는 29개국이다. 태국과 말레이시아도 현재 합법화를 추진 중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6월 열린 약물의존성전문가위원회(Expert Committee on Drug Dependence, ECDD) 제40차 회의에서 ‘칸나비디올(CBD) 비판적 검토 보고서’를 배포했다. 이 보고서에서는 CBD의 화학과 약리학, 독성학, 부작용, 의존 가능성, 남용 가능성, 의학적 사용, 규제 등에 대해 다루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인간에게 CBD 남용이나 의존 가능성에 대한 영향을 보이지 않았고, 현재까지 CBD의 기호적 사용이나 순수한 CBD 사용과 관련한 공중 보건 문제가 보고되지 않았다.

JTBC 방송화면 캡처

대마 합법화로 산업 활성화와 세수 증대 측면도

지난 2016년 6월 세계 최대의 다국적 기업 가운데 하나인 마이크로소프트(MS)가 미국의 스타트업인 ‘카인드 파이낸셜(KIND Financial)’과 대마초 유통을 관리하는 소프트웨어 개발 제휴를 맺고 대마초 산업에 뛰어들어 화제가 됐다.

국제개발기구인 ‘보건 및 빈곤 퇴치를 위한 행동’(Health Poverty Action)은 영국이 대마초를 합법화하면 연간 10억~35억파운드(약 5조 206억원)의 세수를 거둬들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의 시장조사기관인 IBIS월드는 미국의 마리화나, 대마초 시장이 2020년쯤 134억 달러(약 14조 4천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의료용이나 오락용 마리화나를 합법화하는 주가 늘어나면서 매년 30% 이상 성장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또 우루과이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대마초를 전면 합법화한 캐나다의 대마초 산업은 최근 5년 동안 5174%(연평균 128.8%) 성장해 총매출 5억1900백만 달러를 기록하고, 5년 후인 2023년까지 총 18억 달러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캐나다의 대마초산업에 월가의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는 보도도 있었다.

영국의 <인디펜던트>지는 대마 관련 범죄를 줄이고 공권력 유지에 드는 비용감소를 위해 대마를 합법화하자는 독일과 영국 경찰 관계자들의 주장을 소개하기도 했다. 의료용 마리화나 합법화가 멕시코와 인접한 미국 여러 주에서 폭력 범죄를 현저하게 감소시킨 연구결과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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