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미터]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공약은 지체

  • 기자명 이고은 기자
  • 기사승인 2018.12.20 0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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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당선 후인 2017년 5월 12일 대통령으로서 첫 외부 일정으로 인천공항공사를 찾았다. 문 대통령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 시대를 열겠습니다’라는 주제로 열린 자리에서 “우선 공공부문부터 임기 내에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한다”고 말했다. 이에 인천공항공사 정일영 사장은 “앞장서서 공항가족 1만 명 모두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새 정부에서 국민의 일자리 및 노동 환경이 개선될 신호탄으로 기대감이 높아졌다.

이는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비정규직 비율을 OECD 평균수준으로 감소 위한 로드맵 마련' 중 하나다. 구체적으로는 '정부 및 지자체 공공부문 상시일자리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공공부문 상시적 업무 판단기준을 완화,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범위 및 간접고용 포함 대상 확대)으로, 비정규직 축소의 모범 창출' 부분이다.

 

이후 2018년 5월에만 여러 공공 기관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움직임이 시작됐다는 보도가 여럿 나왔다.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소관 25개 출연연구기관의 비정규직 연구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 위해 분야 및 형태별 조사에 돌입했고,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41개 공기업과 준공공기관은 비정규직 3만 명의 정규직 전환 작업을 추진키로 했다. 국토교통부 산하 공공기관 중 인천공항공사 외에도 LH, 한국감정원 등이 정규직 전환 추진 의사를 밝혔다. 코레일은 KTX 정비 외주화를 중단하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재계는 ‘비정규직 제로’ 정책이 국내 기업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불만을 표했다. 2017년 5월 25일 경총포럼에서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은 “모든 근로자가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으로 옮기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고 중소기업의 생존을 위협해 사회 전체의 일자리를 감소시킬 수 있다”고 비판했다. 기업이 정규직 고용을 늘리게 되면 비용 상승으로 인해 경영과 노동자 모두에게 부담이 될 것이라는 우려였다.

이런 가운데 2017년 7월 20일 정부는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열어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추진계획’을 심의·확정했다. 전국 852개 공공기관의 기간제 근로자와 파견·용역 근로자 등 비정규직 중 향후 2년 이상 일할 인력은 정규직으로 전환되고, 무기계약직은 처우가 개선된다는 내용이었다. 정부는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는데, 원칙은 첫째 상시적이고 지속적으로 업무에 종사하는 비정규직 근로자 가운데 2년 이상, 연중 9개월 이상 일할 것으로 예상되는 인력을 우선 정규직화하고, 둘째 국민의 생명 및 안전과 밀접한 업무는 직접고용 정규직화 한다는 것이었다. 3단계로 이뤄지는 전환 계획 가운데 1단계는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지방공기업, 국공립 교육기관, 2단계는 자치단체 출연·출자기관, 공공기관 및 지방공기업 자회사, 3단계는 민간위탁기관에서 추진하기로 했다.

출처 :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추진계획>, 관계부처 합동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

 

정부, ‘비정규직 정규직화’ 추진 박차…현장에서는 불만

그러나 정부는 현실적 한계에 부딪히기 시작했다. 2017년 9월 13일 열린 국회 경제 분야 대정부질의에서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일괄 정규직화의 어려움을 강조하는 문재인 정부 경제부처 장관들의 발언이 나왔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부 다 한꺼번에 정규직화하겠다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고,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직접 고용하거나 자회사 방식으로 고용하게 되면 기존 파견업체로부터 나와 있는 분들을 고용하는 과정에서 인력 부당 스카우트 문제와 연결될 수 있다”면서 “정규직화 추진시 소관법률에 위반되지 않도록 신중한 고려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약속'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10월 18일 서울 성수동 헤이그라운드에서 열린 제3차 일자리위원회에서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화를 위한 가이드라인도 반드시 만들겠다”고 밝혔다. 일자리위원회 역시 문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걸고 대통령 직속 위원회로 설치하겠다고 한 기관으로, 취임 첫날 1호 업무 지시로 구성된 바 있다.

고용노동부는 2017년 10월 25일 중앙정부, 지자체 등 853개 공공부문 기관의 비정규직 근로자 20만50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상시·지속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비정규직 31만6000명 가운데 64.9%에 달하는 규모로, 2020년 초까지 전체 기간제 근로자와 파견·용역 근로자에 대한 정규직 전환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그러나 출발부터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정규직 전환의 예외가 존재하고, 정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추진은 기관 단위에서 자율적으로 하기 때문에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가 상존하기 때문이었다. 민주노총은 2017년 11월 1일 기자회견을 열고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제외대상 노동자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정규직화 원칙 가운데 '상시·지속적 업무'를 각 기관이 일방적으로 판단해서 전환 규모를 결정하기 때문에 누락된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비판에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017년 11월 3일 “공공 부문부터 전환하는 일자리 패러다임의 전환인 만큼 정규직화 속도가 더딘 점에 대해서 현장 노동자와 국민을 양해해 달라”며 여론 달래기에 나서기도 했다.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의 ‘그늘’ 문제제기 본격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과정 속에서 여러 문제점도 도출되기 시작했다. 정규직화에 배제된 분야의 문제, 직접 고용이 아닌 자회사 전환 고용 문제, 무늬만 정규직화된 처우 불개선의 문제 등이다.

2017년 11월에는 화력발전소 노동자들의 사고가 3건 발생했다. 3명이 부상당하고 2명이 사망한 사고의 노동자들은 발전사의 하청, 또는 하청의 하청 업체의 노동자들이었다. 정의당은 2017년 11월 28일 논평을 통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관련 정규직화가 한창 진행 중”임에도 “화력발전소 노동자의 정규직화 논의를 대략 살펴보면, 운전 분야의 노동자는 직접 고용, 정비 및 기타 분야의 노동자는 직접 고용하지 않는 방식으로 정규직화를 진행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2018년 예산안에 공공기관 비정규직 정규화를 위한 예산 1226억원을 포함시키는 등 박차를 가했지만, ‘비정규직 제로’ 선언이 노사 갈등과 노노 갈등까지 불러일으키는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비난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대한 '역차별' 논란 등 노동자들간의 갈등도 불거졌기 때문이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2018년 예산안 통과 후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문재인 정부의 인기몰이 정책은 노사 누구도 만족하게 하지 못한 채 구조적 문제만 다시 확인시켰을 뿐”이라며 “이런 구조적 문제는 각 이해 당사자들과 충분한 공론화를 거치고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풀어 갔어야 할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집권 1년차부터 각계에서 문재인 정부의 노동 정책에 대한 성과를 촉구하고 비판의 화살을 날리자, 문 대통령은 2017년 12월 21일 노사 관계자를 청와대로 초청한 ‘상생, 연대를 실천하는 노사와의 만남’ 행사에서 “노사정 대타협 없이는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이 불가능하다”면서 “노사 양측도 딱 1년만 정부를 믿고 힘을 실어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연내에 처리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던 인천국제공항공사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은 연말 막바지인 2017년 12월 26일 비정규직 9700여명의 정규직 전환을 2018년까지 완료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국민 생명 및 안전과 관련한 소방대와 보안검색 분야 3000명은 직접 고용, 공항 운영 및 시설·시스템 관리 분야 7800명은 별도법인인 자회사 소속으로 전환하는 데 합의한 것이다. ‘역차별’ 논란에는 직접 고용의 경우 제한경쟁채용을 원칙으로 하고, 자회사는 최소 심사방식을 원칙으로 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합의에 대해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조원들은 국민의 안전, 생명에 직결되는 업무 가운데 운항 및 항행시설 관리, 시스템 안전관리 6개 분야 610명을 직접 고용 대상에서 배제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등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현장에서의 논란과 달리, 문재인 정부의 집권 1년차 노동 정책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었다. 고용노동부는 2017년 11월 26일을 기준으로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 약 6만 명에 대한 정규직 전환결정이 완료됐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문재인 정부 1년을 돌아보며 “일자리 추경 및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통한 좋은 일자리의 기반을 마련했다”면서 자평했다.

 

집권 2년차 ‘위기’ 봉착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야당과 노동계를 중심으로 문재인 정부의 노동 정책에 대한 공세 수위가 높아지면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가 ‘허상’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모호하고, 정규직 전환 심의위원회의 역할이 미미하고, 기간 만료 비정규직 근로자의 해고 등도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다. 또한 국민생명과 직결된 상시·지속 공공 분야 업무 가운데 정규직화에서 제외된 비정규직에 대한 논의도 꾸준히 제기됐다. 김종훈 민중당 의원은 2018년 1월 17일 원자력발전소와 화력발전소의 운전정비분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촉구하며 정부에 특별 실태점검을 요구하기도 했다.

2018년 3월 30일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에 대한 중간 평가와 개선 방향을 모색하는 국회 토론회에서는 정부의 1차 전환 과정이 “희망이 되기는커녕 고문이 됐다”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정부의 의지 표명 필요성과 함께 “자율에 맡기는 것이 아닌 2차, 3차 전환을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018년 9월 7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주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중간 평가와 개선 과제 토론회’에서도 노동계의 불만이 폭주했다. 정부는 “차질 없이, 계획대로, 원활하게 진행하고 있다”고 밝힌 반면 노동계는 문제점을 지적했지만 “전환 대상자 의견을 반영한 직접고용보다는 자회사로 전환을 선호하는 기관 의지대로 정규직화가 추진됐다”, “자회사 임금체계도 일방적으로 강요해 무늬만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놨다”(공공연맹)는 지적이 나왔다.

국정감사에서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의 ‘꼼수’가 지적됐다.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8년 10월 11일 공공부문 정규직화 1단계 전환대상이 된 637개 기관 자료를 분석해, 자회사 설립을 통해 정규직 전환을 진행했거나 추진하고 있는 기관이 10%에 달했다고 꼬집었다. 가이드라인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직접 고용을 회피해 ‘가짜 정규직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감에서 부각된 또 다른 쟁점은 서울교통공사의 채용비리를 기점으로 그 원인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로부터 찾은 자유한국당의 정치 공세다.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과정에서 채용 비리 의혹이 발생했지만, 자유한국당은 이를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문제로 확대 해석함으로써 쟁점화하고 있다.

야당의 공세보다도 문재인 정부에 아픈 부분은 노동계의 목소리다. 공공·민간 부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2018년 11월 12일 ‘1100만 비정규직 공동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문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청와대 앞 노숙 농성에 들어갔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가 얘기하던 비정규직 제로(0)시대가 비정규직을 해고시키는 것이란 말이냐”며 항의했고, “비정규직 직접고용과 정규직화”를 요구했다.

2018년 12월 11일 개최된 ‘공공부문 정규직화 정책 점검·평가와 개선과제’ 토론회에서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의 그늘에 대한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원청 직접고용 대신 자회자로 전환돼 고용되거나, 처우 개선도 이전 용역업체 수준이 머물고, 생명·안전 분야 직접고용 정규직화에서 배제된 경우가 다수라는 점 등이 지적됐다.

특히 2018년 12월 11일 태안 화력발전소 사고로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 김용균씨(24)가 숨지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에 대한 문제 제기가 급부상했다. 하청업체 소속이던 김씨에 대한 비정규직 정규직화만 이뤄졌어도 참사를 막았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이다. 한국노총은 “발전소는 국민의 생명·안전과 직결된 곳으로, 이곳에서 일하는 비정규 노동자들조차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않았다”며 “정부가 허점투성이 공공부문 정규직화 가이드라인을 수정·보완해 국민 생명·안전 관련 업무와 상시·지속 업무에 대해서는 정규직 채용 원칙을 수립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종합하면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공약은 국민 노동 환경의 질을 높이겠다는 취지였다. 정부는 공공부문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큰 관심을 가졌고 국가기관이 솔선수범할 것을 요청했다. 그런데 공기업들은 일종의 꼼수를 부리기 시작했다. 고용안정성 측면에서는 나아졌지만 실질적으로 비정규직때와 변한 것이 많지 않다. 비정규직들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고, 김용균씨 사망사건 등 각종 악재가 불거지고 있다. 이에 <뉴스톱>은 공약이 진행되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사회적 기대를 채우지 못하고 있고 속도가 더디기 때문에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공약을 ‘지체’로 평가했다.

※ 본 기획물은 한국언론학회와 SNU팩트체크센터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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