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형 모바일 게임은 '망겜'이 맞다

  • 기자명 박현우
  • 기사승인 2018.12.18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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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즐기며(?) 큰 매출을 올리고 있으니 양산형 모바일 게임은 망겜이 아니라는 주장이 있다. 이런 주장은 어떤 측면에서 대단히 아름답다. 저 망겜을 즐기는 사람들이 분명히 존재할텐데 그들의 취향을 무시해서는 안된다고 말하니까. 이런 식이면 비평을 할 수가 없다. 모든 콘텐츠는 누군가들에겐 소비된다. 소비된다는 이유로 특정 콘텐츠에 대한 비판을 “대단히 주관적인 이야기"라고 매도한다면, “대단히 주관적인 이야기"가 아닌 것부터 찾아서 보여줘야한다.

<왕이 되는 자> 같은 게임(?)을 소비하는 여성 혐오에 찌든 사람들도 분명히 존재하다. 그런데 그렇다고 <왕이 되는 자>를 비평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이 게임을 비판한다고 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사람들을, 그 사람들의 취향을 모욕하는 것은 아니다. 설령 그들이 모욕받은 느낌을 받았다고 해도, 이는 그 게임이 훌륭하다는 근거가 되지는 못한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성구매가 취미인 남성들이나 소아성애를 취향으로 존중해달라는 페도필리아를 소환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모바일 게임들 중에 일부 명작이 있다는 것을 부인하기는 힘들지만, 양산형 모바일 게임은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 더 많은 사람들이 플레이한다고, 매출 순위권에 있다고 양산형 게임들이 명작 게임에 가까워지지는 않는다. 이런 논리면 표절과 싸구려 신파로 무장해 오리지널리티를 찾기 힘든 윤제균-JK필름의 천만 영화들도 괜찮은 영화가 된다. 성공한 할리우드 영화의 장면을 카피한 순간, 윤제균의 영화는 까일 수 있다. 그 영화를 본 사람이 1000만명이건 2000만명이건, 감독이 이 영화를 통해 돈을 많이 벌었건 그런 건 그다지 중요치 않다.

모바일 게임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선 블리자드의 <디아블로 이모탈> 사태를 살펴봐야한다.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시가 총액이 곤두박질친 이유는 <디아블로 이모탈> 때문이다. 블리자드는 블리자드의 축제 블리즈콘의 가장 중요한 시간대에 <디아블로 이모탈>이라는 모바일 게임을 발표했다. 행사에 참여한 하드코어 블리자드 팬들은 단순히 그 게임이 모바일 게임이라는 이유로 분노했다. 마지막까지 모바일 게임을 제작하지 않고 트리플A 게임을 제작할 거라 기대했던 블리자드가 모바일 게임이라니? 관중들은 야유를 퍼부었고, 야유를 듣던 개발자 와이어트 챙은 말했다. “Do you guys not have phones?” 이 말은 11월 초부터 밈이 되어 지금까지 살아있다. 블리자드의 모바일 게임 발표가 팬들의 분노를 산 이유는 모바일 게임들은 대체로 게임성이 부족하고 그래픽도 부족하고 사행성 짙은 랜덤박스 같은 BM으로 무장하기 때문이다.

대부분 양산형 게임들은 게임 디자인이 대동소이하다. UI가 비슷하고, 자동 사냥을 도입하고, 개성 없는 스토리를 도입한다. UI가 비슷한 이유는 더 나은 UI를 위해 고민을 하지 않기 때문이고, 스토리가 비슷한 이유도 마찬가지다. 자동 사냥을 도입하는 이유는 그렇게 해야 직장인들이 회식에 참여하면서도 게임을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자동 사냥 시스템을 탑재하면 게이머들은 자신도 모르게 게임에 계속 관심을 두게 된다. 게이머의 일상에 침투시켜 잠을 잘 때까지도 게임을 플레이하게끔 만들기 위해 자동 사냥만큼 좋은 시스템은 없다. 애초에 PC가 아닌 폰으로 게임을 개발하는 이유도 게이머의 일상에 침투하기 위해서다. 와이어트 챙이 지적했듯, 폰이 없는 사람은 없고, 폰은 사람을 떠나지 않으니까.

자동 사냥을 게임에 도입하는 순간, 당연하게도 게임에 몰입하기는 힘들어진다. 게이머가 일일이 신경쓰지 않아도 시스템이 알아서 처리해주기 때문이다. 게이머는 가끔씩 폰을 만져서 이미 완수한 임무를 계속 수행하고 있는 캐릭터(a.k.a. 노예)에게 또다른 임무를 주거나 가득 찬 인벤토리를 비워주거나, 힐링 포션을 채워주는 단순한 작업만 하면 된다. 자동 사냥이 탑재된 게임을 하는 자는 게임에 몰입할 필요가 없다.

와이어트 챙을 비롯한 블리자드 개발진들이 <디아블로 이모탈>에 자동 사냥을 도입할 계획은 아직 없다고 했으니 자동 사냥을 배제하고 모바일 게임이 왜 게이머들 사이에서 백안시 당하는 지 알아보자. 일단, 모바일 게임은 화면이 작다. 큰 화면으로 플레이해봐야 아이패드 12.9인치가 최대고 대부분의 모바일 게임들은 12.9인치로 플레이하면 해상도가 찢어져서 보기에 흉하다. 또, 모바일 게임은 화면 터치를 기반으로 작동되기 때문에 유저의 손가락이 화면을 가리는 경우가 많다. 이는 게임 세계에 완전히 들어가서 최대의 몰입감을 느끼려는 자들에게 큰 벽이 된다.

또, 모바일 게임은 모바일 기기의 한계 때문에 뛰어난 그래픽이 탑재될 수 없고, 복잡한 게임 레벨 디자인도 구현하기 힘들다. 대부분의 모바일 게임들은 맵이 입체적이지 않다. 3D로 맵을 구현했다고 한들, 결국 유저들은 게임 디자이너가 가이드한 그 방향으로만 움직일 수 있다. 맵을 장황하게 펼쳐놓고 자유도를 줘버리면 게임의 사양이나 용량이 올라가 플레이할 수 있는 타겟층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결국 기기의 한계 때문에 게임은 극도로 단순해진다.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블리자드와 한국의 3N을 비롯한 거대 게임사들이 모바일 기기를 공략하는 이유는 앞서 언급했듯 모두가 폰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상시 몸에 지니고 다니니 푸시 알림을 통해 별 것 아닌 아이템을 걸어 지금 당장 플레이하게끔 유도하기에 좋고, 플레이하는 유저들에게 자동 사냥이나 게임 플레이를 원활하게 해주는 현금 아이템을 판매하기에도 좋다. 5분에 한 번씩 폰을 봐줘야하던 사람도 캐시템을 구매하면 10분에 한 번씩 볼 수 있게 된다. 게임사가 자기들 게임을 덜 몰입하게 해주는 아이템을 팔다니. 코미디 아닌가? 하지만 모바일 게임판에서는 이런 아이템들이 당연하다는 듯 매대에 올려진다.

게임을 무료로 런칭한 뒤 게임의 예술성이나 작품성이 아닌 다른 무엇으로 수익을 얻으려고 하다보니 랜덤 박스를 팔기도 하고, 아이템 강화도 확률로 기능하게 만든다. 더 성능 좋은 캐릭터를 구하기 위해 게이머들이 돈을 쓰게 만들고, 아이템을 강화하기 위해 또 돈을 쓰게 만들고, 자동 사냥을 원활히하기 위해 또 돈을 쓰게 만든다. 이런 사행성을 기반으로 매출 상위권을 차지한 게임이 있다고 해보자. 나는 이런 게임들을 망작이라 부를 때 조금의 망설임도 없다. 게임이라기보다는 파칭코다. 파칭코는 차라리 그 목적이 투명하기라도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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