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공시지가 인상이 '세금폭탄'? 올릴 곳 올렸다

  • 기자명 최승섭
  • 기사승인 2019.01.14 04:3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올해 공시지가와 단독주택 공시가격 인상으로 인한 논란이 뜨겁다. 일부언론의 세금폭탄 논란과 정부의 부당한 개입 논란 등 정부와 언론, 감정평가 업계 간 논란이 쉽게 가라않지 않을 분위기이다. 은퇴한 서민 노부부의 사례는 이번에도 여지없이 등장했다. 그 사례가 시가 50억원의 단독주택을 보유하고 있어도 말이다.

한국경제신문이 걱정해주는 한남동 단독주택 보유 노부부. 공시지가가 29억원이면 실제가격은 50억 정도 된다. 이들에게 연간 추가 부담액 74만원이 문제가 될까?

정부의 공시가격 인상 개입에 대한 찬반은 덮어 놓고, 이번 인상이 세금 폭탄으로 부를 만한지, 공동주택에 비해 상당부분 시세반영률이 낮았던 전국의 모든 토지와 단독주택이 대폭 늘어나는지 확인해 보고자 한다. 다만 표준단독주택의 경우 열람기간이 끝나(필자의 게으름으로 확인을 못했다) 이달 25일 공식적으로 공시가 되면 살펴보고, 이번에는 토지 공시지가만 살펴보자.

참고로 단독주택의 경우 고가 단독주택은 상승률이 평균 30%를 넘을 정도로 높은 것이 사실이지만 이는 워낙 주변시세보다 절반 이하로 저평가 되어 있던 가격이 정상화되는 과정이다. 중저가 단독주택은 많은 표본 조사를 실시하지 않아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10-15% 사이로 나타났다. 이는 예년 상승률(5-6% 수준 상승)보다는 높은 수준이지만 폭등에 가까웠던 올해 집값 상승과, 역시나 워낙 낮았던 공시가격 정상화를 감안할시 폭탄으로 부를 수준은 아니다.

여하튼, 다시 토지로 돌아와 정부 관계자가 특정회의에서 고가 토지(평당 1억원)의 경우 최대 2배까지 상승하라는 비공식 지침(?)을 발언한 것으로 밝혀져 정부의 과도한 개입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를 근거로 정부가 증세를 위해 대다수 토지의 공시지가를 대폭 상승시킬 것이라는 엄포를 생산하고 있다.

서울에서 가장 땅값이 비싼 명동을 살펴보자. 명동에서 평당 1억이 넘는 일부 토지 공시지가가 2배 상승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2배 상승하는 토지도 6개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실제 주변 거래 가격인 평당 10억원의 최대 60%, 어떤 토지는 2배 상승해도 50%에 불과하다!! 모두 10억원에 거래된 필지에 인접한 중심상권 토지인데 말이다. 그간 얼마나 공시지가가 낮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해 명동에서 평당 10억원에 거래된 1974년 완공 건물(서울시 중구 명동2가 52-12). 사실상 건물가치는 거의 없이 땅값만 10억원으로 평가됐다.

그렇다면 정말 모든 토지의 공시지가가 대폭 상승하는 것일까. 이를 확인하기 위해 삼성동, 광장동, 공덕동, 한남동, 외발산동, 쌍문동, 잠실동, 여의도동에서 무작위로 각 20개씩 160개 표준지의 공시지가 변화를 비교했다. 물론 전수가 아닌 무작위 표본 조사이다 보니 한계도 있다.

비교결과 아래 <그림1>과 같이 평균 14%로 나타났다. 여의도동이 38%로 평균보다 3배 가까이 높았다. 여의동과 삼성동(14%)을 제외하고는 모두 평균보다 낮았다. 광장동, 외발산동, 쌍문동은 평균의 절반에 불과했다. 일부 표본 조사이기 때문에 전체 평균과 비교는 무리가 있지만 광장동, 외발산동, 쌍문동 등은 지난해 서울의 평균 표준지 상승률인 6.8%보다도 낮게 나타났다.

<그림1> 서울시내 8개 자치구 행정동 표준지 공시지가 상승 비교

이러한 차이가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표본 토지의 평균 평당가를 비교하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아래 표와 같이 비교 표준지의 동별 평균가를 살펴보면 평균가격이 낮은 지역의 상승률이 낮음을 알 수 있다. 반대로 평균가격이 높은 지역은 상승률이 높다. 잠실동을 제외하고는 모두 해당 패턴이 나타났다. 평당가가 높은 여의도동, 삼성동, 한남동, 공덕동 순으로 표준지공시지가 상승률이 높았다.

 

<표> 비교 표준지 평균 가격(평당가)

소재지

평균가(천원)

소재지

평균가(천원)

삼성동

40,405

외발산동

5,957

광장동

13,718

쌍문동

8,771

공덕동

16,972

잠실동

46,989

한남동

30,122

여의도동

48,078

 

이는 정부가 시세를 반영하고 있지 못한 고가 토지의 공시가격 정상화 의지를 밝힘에 따라 평당 1억원이 넘는 고가 토지가 아니어도 토지중에서도 가격이 높은 상업지들의 경우 시세를 다른 토지보다 많이 반영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삼성동의 경우 상업용지의 상승률은 43%였으나, 나머지 용지는 15%로 상업용지의 상승률이 훨씬 높았다.

이처럼 정부가 특정 고가만 토지 공시지를 대폭 상승하는 것이 옳고 그르냐를 떠나, 고가 상업용지가 아닌 이상 올해 공시지가가 대폭 상승하는 것을 일반화 하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물론 이번 조사가 전체 표본이 아닌 무작위 표본으로 진행된 분석이기에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모든 토지의 공시지가를 대폭 올리려고 한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었음이 충분히 입증됐으리라 생각한다. 표준주택 상승률 분석은 이달말 특정 지역 전수조사로 밝힐 계획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늘의 이슈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