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선수 카지노 출입 징계? ‘사회적 물의’가 관건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19.02.14 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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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LG 트윈스 소속 선수 4명이 스프링캠프가 진행 중인 호주 시드니에서 현지 카지노를 방문한 것이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한 야구팬이 카지노에 출입한 선수 4명의 모습을 찍어 야구 커뮤니티에 올렸고, ‘원정 도박’, ‘거액 베팅’설까지 돌았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곧 LG 트윈스에 경위서를 요청했고, LG 측은 “선수들이 휴식일에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쇼핑몰에 갔다가 같은 건물에 있는 카지노를 들른 것은 맞다. 40분 정도였고, 가장 많은 돈을 쓴 선수가 500호주달러(약 40만원)를 썼다”고 해명했다. 차명석 LG 단장은 선수들에게 엄중경고를 한 상태다. 이들이 징계를 받을지, 만약 징계를 받는다면 어떤 근거에 의한 것인지 확인했다.

 

YTN 방송화면 캡처

오지환 포함돼 논란 커져...법 위반은 아냐

여러 언론을 통해 해당 선수들이 알려졌다. 차우찬ㆍ오지환ㆍ임찬규ㆍ심수창 선수로, 특히 오지환 선수는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선발과 관련한 논란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상황이다. 이번 카지노 출입 논란을 놓고 “거액의 불법도박도 아니고 휴식일에 관광지에서 잠깐 들른 것인데 큰 문제될 것이 없다”는 의견도 있지만, 많은 언론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형법 246조(도박, 상습도박)에는 “도박을 한 사람은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되어있다. 국외의 합법적인 카지노였더라도 한국인에게는 불법인 셈이다. 지난 2015년 당시 삼성 라이온즈 소속의 오승환, 임창용, 안지만, 윤성환 선수의 마카오 원정 도박 사건이 터져 약식기소 등의 처분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형법 246조에는 “도박 자체가 다만, 일시오락 정도에 불과한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고도 되어 있다. LG 트윈스의 자체 조사 등을 통해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휴식일에 관광객들이 자주 들르는 곳에 잠깐 머문 것으로 확인되고 있어 ‘일시오락 정도의 예외’에 속할 확률이 높다. 도박액수도 외국환거래법이 규정하고 있는 미화 1만 달러 초과 수준은 아닌 것으로 알려져 이 부분도 해당이 안 될 것으로 보인다.

 

KBO규약과 선수계약 사항 '사회적 물의' 적용가능

문제는 야구규약 위반 여부다. KBO 규약 제151조 ‘품위손상행위’에 따르면 3항에 ‘기타 인종차별, 가정폭력, 성폭력 등 경기 외적인 행위와 관련하여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경우: 실격처분, 직무정지, 참가활동정지, 출장정지, 제재금 부과 또는 경고 처분 등’을 한다고 되어 있으며, 2017년 1월 17일자로 경기 외적인 행위에 음주운전, 도박, 도핑을 추가 명시했다.

KBO규약 제151조 <출처 : KBO 홈페이지>

또한 KBO의 선수계약서 제15조 [선수의 의무] 6항에는 ‘선수는 승부조작이나 불법 스포츠 도박과 관련한 행위, 경기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부정행위, 기타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되어 있으며, 제17조 [모범행위]에도 ‘모든 도박, 승부조작 등과 관련해 직·간접적으로 절대 관여하지 않을 것을 서약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규약상의 ‘경기 외적인 행위 위반’, 선수계약서 상의 ‘선수의 의무’, ‘모범행위’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물의’여부가 중요하다. 한 마디로 여론의 향배가 징계 여부와 수위를 정할 것으로 보인다.

선수계약서 제15조 [선수의 의무] <출처 : KBO 홈페이지>

 

선수계약서 17조 [모범행위] <출처 : KBO 홈페이지>

그런데 이 '사회적 물의'라는 단어 자체가 매우 모호하다. 선수 4명이 카지노에 간 것도 사회적 물의에 해당되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카지노 출입은 개인의 자유이고 형법이나 외환관리법 위반이 없다면 징계를 내릴 근거는 오직 여론 뿐이다. 많은 사람들이 해외에 여행을 가면 카지노에서 적당한 수준의 도박을 한 경험이 있다. 일반인은 되고 야구선수는 안 될 이유가 없다. '모든 도박 금지'도 모호하다. 카지노 출입조차 안된다는 것인지, 고스톱도 안된다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 과거 야구 선수의 억대 도박 사건때문에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 상황인데 불법이 아닌 카지노 출입을 규약만으로 징계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여론도 있다.

'사회적 물의'를 판단하는 기준 중 하나인 베팅액에 대한 시각도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선수들이 카지노에서 보낸 시간과 쓴 금액인 40분에 40만원은 누군가에게는 크지 않은 액수일 수도 있다. 일반인들도 여행가면 수십만원씩 베팅을 한다. 반면 누군가에게는 큰 돈이다. 최근 ‘급격한 인상이 부담’이라는 최저임금 기준으로 약 48시간, 즉 하루 8시간씩 6일을 일해야 벌 수 있는금액이다. 한국에서 프로야구는 ‘국민스포츠’로 불릴 정도로 가장 인기 있고 대중적인 스포츠 종목이다. 프로야구를 좋아하고 즐기는 팬 가운데 최저임금 노동자들은 어떻게 느낄지 선수들과 관계자들이 함께 고민해야 한다. KBO의 이번 결정이 중요한 이유는 선수들이 카지노 출입에서 사용한 액수와 징계수위에 대한 일종의 가이드라인이 되기 때문이다.

KBO규약과 선수계약서는 일반 기업의 사규와 근로계약서 같은 내부규정이며, KBO는 규약에 따라 해당선수들에게 최대 실격에서 최소 징계처분까지 내릴 수 있다. KBO는 경위서를 접수한 뒤 사실 파악 후 처분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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