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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스쿨 미세먼지는 인공위성 사진이 아닌 CG다

기사승인 2019.03.14  09:3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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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재연의 미세먼지 이야기] 컴퓨터 그래픽 미세먼지에 농락당한 대한민국

2013년 12월 20일 동아일보와 관련이 있는 ‘도깨비뉴스’라는 사이트에 흥미로운 뉴스가 보도됐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을 인용해서 “바람이 어느 방향으로 부는지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세계 지도가 공개됐다"라는 것이다. 널스쿨(nullschool)이라는 이름의 이 지도의 개발자는 카메론 베카리오라는 일본 도쿄에서 활동하는 미술가 겸 엔지니어로 알려졌다. 이 프로그램의 핵심은 작은 실선들이 무리를 지어 움직이도록 하는 표현법이다. 화살표로 표시되는 바람 방향을 서로 연결해 살아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게 만든 것이다. 기상 예보 자료는 물론 개인이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미국 정부의 공개 자료를 활용했다.

도깨비뉴스에 보도된 널스쿨.

2년 후인 2015년에는 한겨레신문의 곽노필 기자가 블로그를 통해 윈디티(Windity)라는 또 다른 멋진 기상 지도를 소개했다. 이 프로그램은 체코 프라하에서 활동하는 이보(Ivo)라는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개발한 것이다. 그는 평소에 연날리기, 그리고 헬리콥터와 제트기 조종에 빠져 있다 보니 기상에 관심이 많아 이런 프로그램을 개발했다고 한다. 이 프로그램은 앞에서 말한 카메론 베카리오가 개발해서 공개한 소스코드를 활용해서 좀 더 발전시킨 것이다.

이보(Ivo)는 미국 정부가 공개하고 있는 기상자료를 좀 더 다양하게 활용해서 바람만이 아니라 다양한 기상 정보를 함께 살펴볼 수 있게 했고 바람의 경우에도 지상부터 성층권까지 고도별로 나눠 살펴볼 수 있게 만들었다.

한겨레 곽노필 기자가 소개한 윈디티 사진

학생들은 과학시간에 고기압 중심은 H로 저기압 중심은 L로 표시하고 기압 수치와 등기압선이 표시된 일기도의 의미와 바람이 어떤 방향으로 얼마나 강한 세기로 부는 지를 예측하는 방법을 배운다. 카메론 베카리오나 이보가 개발한 프로그램은 머리를 굴릴 필요도 없이 바람 방향과 세기를, 그것도 동영상처럼 보여주니 정말 눈에 쏙 들어오는 멋진 프로그램이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을 소개한 곽 기자도 “무미건조한 지리 공부에 흥미를 못 느끼는 학생들에게도 훌륭한 학습자료가 될 것 같습니다.”라고 적고 있다.

미국 정부가 제공하는 기상 예보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서 “변화무쌍한 대기의 특성상, 1주일이 넘어가는 기간에 대한 예측 정보는 정확도가 확 떨어지지만, 2~3일 정도의 예보는 상당히 들어맞기까지 한다”라고 하니 더 말할 나위 없이 좋은 프로그램이다. 물론 대륙 차원의 아주 큰 스케일의 기상을 대략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어서, 세부적인 지역의 기상 상태와 바로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기압배치도. 출처: 기상청

딱 여기까지면 좋았을 것이다. 그런데 카메론 베카리오는 바람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면서 한 가지 부수적인 흥미 요소를 추가했다. 중국의 대기오염 물질이 바람에 따라 어떻게 확산되는지 보여주는 그래픽을 함께 제공한 것이다. 어떤 모델링 방법으로 계산된 것인지도 제대로 밝히지 않고 그냥 추정 결과만 보여주는 초보적 수준의 그래픽이다. 대기오염 물질은 오직 중국에서만 발생하는 것으로 되어 있기도 해서, 그냥 재미로 봐야 하는 수준이다.

마침 카메론 베카리오가 이 프로그램을 개발했던 2013년 말은 국립환경과학원과 환경부가 중국 미세먼지가 한국을 덮친다는 보도자료를 연달아 내기 시작한 시기다. 그래서인지 일부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어떻게 이 그래픽을 찾아내서  중국 미세먼지가 한국을 덮치는 것을 보여주는 미국 나사의 인공위성 사진이라며 퍼뜨리기 시작했고,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사실로 믿기 시작했다.

미세먼지로 착각하던 널스쿨 초기 프로그램의 중국 일산화탄소

내 경우도 학교로 찾아온 ‘PD수첩’ 제작진을 비롯한 많은 언론인들에게 이것은 인공위성 사진이 아님을 여러 차례 설명한 바 있다. 그때마다 놀라며 허탈해 하는 분들도 많았다.

2017년 ‘PD수첩’ 제작진은 널스쿨 사이트의 운영자인 카메론 베카리오와 만나는데 성공하고 5월에 그 내용을 1128편(미세먼지, 가면을 벗기다)에서 방송했다. 

제작진을 만난 카메론 베카리오는 대한민국  학부모들이 널스쿨을 미세먼지 확인에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며 "널스쿨이 보여주는 것은 일산화탄소이지 미세먼지가 아니다"라며 웃었다. 그리고 미세먼지인가 일산화탄소인가는 차치하고, 널스쿨 프로그램의 본래 목적인 ‘바람’조차 "실험적인 의미가 있는 것이지 실제 기상예보처럼 사용하는 것은 권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런 사실을 밝힌 방송이 나갔지만, 다수 시민들은 정부와 언론의 '중국발 미세먼지 공습' 부추김 속에 널스쿨의 그래픽은 중국발 미세먼지 인공위성 사진이라고 굳게 믿어 의심치 않았다.

 

 

사실 이 컴퓨터 그래픽은 어떤 강력한 종교적 믿음 수준의 선입견만 없다면, 절대로 인공위성 사진으로 착각할 수 없다. 바람이 실선으로 살아 움직이고, 미세먼지는 눈에 잘 보이지 않고 설사 안개 등과 함께 섞여 농도가 짙어지더라도 뿌옇게 보이지 절대 시뻘건 색일 수가 없기 때문이다. 맹목적 확증 편견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그 후 널스쿨에는 미세먼지 컴퓨터 그래픽이 추가됐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강력한 믿음에 부응하기 위한 개발자의 뜻깊은 배려 같다.

널스쿨 미세먼지 캡처

원래 초기의 널스쿨에서 보여주던 일산화탄소는 오직 중국만 대상으로 했고 지금도 그 상태 그대로 개발이 멈춰있다. 이에 비해 나중에 추가한 미세먼지 경우는 다른 대륙 그래픽도 상세하게 보여주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미세먼지에 대한 관심이 높으니까 그랬을 수도 있지만, 널스쿨은 대한민국 국민이 가장 많이 접속하고 있음은 틀림없고 그 영향으로 개발자가 미세먼지 그래픽에 집중하지 않았을까 추측해 본다.

널스쿨의 일산화탄소 예측 그래픽은 더 이상 진척이 없다. 인도의 일산화탄소 배출이 전혀 없는 것으로 표시되어 있다.

널스쿨에서 보여주고 있는 미세먼지 그래픽이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 상세한 내용은 공개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개발자 말고는 누구도 알 수 없다. 그렇다고 개발자에게 그런 것을 공개하라고 요구할 수도 없다. 예측값이 실제와 다르다고 뭐라 할 수도 없다. 

개발자가 누구에게 보라고 강요한 것도 아니고, 비용도 전혀 받지 않고 있기 때문에 그는 아무 책임이 없기 때문이다. 결과가 아무리 사실과 달라도 MBC ‘PD수첩’ 제작진에게 밝힌 대로 그냥 "실험적으로 만든 것"이라고 하면 그만이다.

바람 등 기상자료의 경우에는 미국 정부 자료를 그대로 옮기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대로 정확성이 확보되고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우리나라 기상청의 실제 관측 자료와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경우도 많다. 미국 정부가 우리나라 세부 기상까지 제대로 예측하는 것을 기대하는 것이 무리다.

그러니 미세먼지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우리나라 국립환경과학원의 경우를 봐도 알 수 있듯이 슈퍼컴퓨터와 막대한 인력과 예산을 사용해도 확보하기 어려운 것이 미세먼지 모델링의 결과의 정확성이다. 그런데 단 한 명의 미술가 겸 엔지니어가 어찌 보면 취미로 만들어 놓은 결과가 정확할 것이라고 바라는 것 자체가 어이가 없는 난센스다.

한겨레신문의 곽 기자가 밝힌 대로 무미건조한 과학 공부 방식에 흥미를 못 느끼는 학생들에게 훌륭한 학습자료로 활용되기에 적합한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조경태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이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진 널스쿨 미세먼지 현황을 보며 설명하고 있다. 조 의원은 중국에 항의서한을 보냈다. 자유한국당 유튜브 오른소리 캡처

다만 그런 수준에서 그쳐야지 제1야당 최고위원이 민감한 외교 사안에 이런 자료를 실제 인공위성 사진으로 착각하고 항의 문서와 함께 보낸다면, 그것은 명백하게 국격을 손상시키는 행위다.

정치권만이 아니다. 국민 최고의 신뢰를 자랑하는 뉴스가 이런 유형의 사진에 의존해서 시청자에게 자기들의 환상을 마치 사실처럼 보여주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재 상황이다. 어플의 간접광고가 목적인지 알 수 없지만, 국민에게 가짜 뉴스를 공공연하게 내보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수준으로 타락한 방송으로 생각하는 시청자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

jtbc 화면 캡처

그동안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컴퓨터 그래픽 미세먼지에 농락당한 대한민국. 이제는 진짜 미세먼지를 찾아내서 해결하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 이 기회에 우리나라 미세먼지 찾기는 외면하고 열심히 미세먼지 환상 취재나 하고 기사 작성하는 언론 행태가 바뀌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이 글은 장재연 아주대 의과대학 교수의 블로그 글을 필자의 동의하에 전재한 것입니다. 

장재연 팩트체커 free5293@gmail.com

<저작권자 © 뉴스톱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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