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는 귀태" 홍익표는 사퇴..."김정은 수석대변인" 나경원은?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19.03.14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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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게 시작된 3월 임시국회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두 거대정당의 강대강 대치로 살얼음 위를 걷고 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 12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낯 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해달라”고 하자 민주당 의원들의 거센 항의가 있었고,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국가원수에 대한 모독죄”라고 비판했다. 다음 날인 13일 민주당은 나 원내대표를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하며 비난을 이어갔고 한국당도 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홍영표 원내대표를 윤리위에 맞제소하며 강력대응에 나섰다. 이 논란을 둘러싼 핵심 이유에 대해 뉴스톱이 확인했다.

 

자유한국당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①'김정은 수석대변인' 블룸버그 기사는 어떤 맥락에서 나왔나

SNS 등에서는 나 원내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을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고 직접 비유한 것처럼 공유되고 있지만, 정확한 발언은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낯 뜨거운 이야기”다. 자유한국당은 이처럼 직접적으로 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고 민주당은 색깔론으로 모독하기 위해서 간접화법을 악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한국당은 해당 발언이 외신을 인용한 것이라고도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해당 표현은 미국의 경제전문지인 블룸버그가 지난 해 9월 26일에 발행한 ‘South Korea's Moon Becomes Kim Jong Un's Top Spokesman at UN(남한의 문 대통령이 유엔에서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이 되다)’라는 기사에 등장한다. 당시 조선일보와 세계일보 등이 해당 기사를 소개했고, 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과 한국당 나 원내대표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유하거나 인용했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큰 이슈가 되지는 못했지만, 최근 북미간 회담 결렬과 민주당과 한국당 두 당의 충돌이 커지면서 해당 기사를 작성한 이유경 기자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이 기자에 대한 비난성의 글이 올라왔고, 언론에 ‘검은머리 외신기자’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고발뉴스의 이상호 기자도 이유경 기자의 다른 기사들을 소개하며 편파적이라고 주장했고, 급기야 민주당은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이 기자는 국내 언론사에 근무하다 블룸버그 통신리포터로 채용된 지 얼마되지 않아 그 문제의 기사를 게재했는데, 미국 국적 통신사의 외피를 쓰고 국가원수를 모욕한 매국에 가까운 내용이라 당시에도 적잖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고 밝혔다. 현재 논란에 대해 블룸버그 측은 답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블룸버그와 이유경 기자에 대한 항의가 이어지고 있다.

이유경 기자가 조금 억울할 수도 있는 것은 기사 본문에서는 ‘de facto(사실상의) spokeman(대변인)’이라는 문구가 편집진을 거치면서 Top Spokesman(수석대변인)으로 바뀌며 표현이 강해졌다. 한국에서는 독자들의 ‘클릭’을 유도하기 위해 본문과 많이 다른 제목을 다는 언론사가 꽤 많다.

While Kim Jong Un isn’t attending the United Nations General Assembly in New York this week, he had what amounted to a de facto spokesman singing his praises: South Korean President Moon Jae-in. (블룸버그 기사 본문 중)

나 원내대표와 한국당의 이 같은 행동에 대해 KBS는 “교섭단체 대표연설은 여러 단계의 준비를 거쳐 나오는 결과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의도된 전략’이라는 게 한국당 안팎의 평가”라며 “여당의 반발을 당연히 예상했겠지만, 태극기 부대 등 보수 우파를 결집시켜 ‘보수의 아이콘’으로 거듭나겠다는 전략이 담겨 있는 것 같다”는 분석을 보도했다. 국민일보는 사설을 통해 ‘정치공세이며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 할 말은 아니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②국가원수모독 처벌은 가능한가

상황이 커진 데에는 민주당의 대응에도 책임이 있다. 특히 이해찬 대표의 ‘대통령 모독죄’ 발언이 논란이 됐다. 이 대표는 나 원내대표의 발언이 국가원수 모독죄에 해당한다며 당에서 즉각 법률을 검토해 국회 윤리위원회에 회부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현행법에 ‘국가원수모독죄’는 없다. 흔히 ‘국가원수모독죄’로 불렸던 ‘국가모독죄’는 1975년 3월 25일부터 1988년 12월 30일까지 형법 제104조의2(국가모독 등)에 범죄로 규정되었던 행위를 말한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내국인이 국외에서 대한민국 또는 헌법에 의하여 설치된 국가기관을 모욕 또는 비방하거나 그에 관한 사실을 왜곡 또는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대한민국의 안전·이익 또는 위신을 해하거나, 해할 우려가 있게한 때에는 7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한다.
②내국인이 외국인이나 외국단체등을 이용하여 국내에서 전항의 행위를 한 때에도 전항의 형과 같다.
③제2항의 경우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를 병과할 수 있다.

이 법은 1988년 13대 국회에서 만장일치로 폐지됐는데 당시 개정안 제안자 목록에 이해찬 대표가 올라있기도 하다. 시사인 보도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 문건으로 ‘민정수석은 법무부(검찰 경찰)를 통해 명예훼손에 의한 형사 처벌 지시(2015.6.5)와 VIP 행보 폄훼와 메르스 사태에 대한 포털 사이트 등 협조 요청해 제어하고 법 위반 사례의 경우 의법조치하라는 지시(2015.6.19)하라는 문건이 발견되며, ‘국가원수 모독죄’가 부활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있었다.

③ '물의 발언'에 대한 책임은 어떻게 졌나

대통령을 직설적으로 공격해 물의를 빚은 사례는 상당히 많다. 1998년 김홍신 한나라당 의원은 당시 김대중 대통령을 향해 "너무 거짓말을 많이 했다. 공업용 미싱으로 입을 박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이 사안은 법원까지 갔으며 김 의원은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다.

노무현 대통령은 특히 야당으로부터 인신공격을 많이 받았다. 노 대통령의 직설적 화법이 대통령의 품격에 맞지 않아 보인다는 이유였다. 2003년 일본을 순방하고 온 노무현 대통령에게 이상배 당시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한국외교사의 치욕으로 '등신 외교'의 표상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발언했다. 이 의원은 다음날 열린 한나라당 의원 총회에서 유감을 표했고 사건은 일단락됐다.

2004년 한나라당은 의원극단 '여의도'를 만들고 '환생경제'라는 제목의 연극을 했다. 당시 연극 대사에는 "경제를 죽인 노가리" "육실헐 놈" 등 막말이 나와 논란이 됐다.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강하게 반발했지만 한나라당은 특별히 사과를 하지 않았다. 작품에서 용인될 수 있는 수준의 표현이었다는 입장이었다. 

2013년 7월 당시 야당인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변인은 ‘기시 노부스케와 박정희’란 책의 구절을 인용해 “만주국의 귀태(태어나지 않아야 할 사람) 박정희와 기시 노부스케의 후손들이 아이러니하게도 한국과 일본의 정상으로 있다”고 주장해 여당인 새누리당의 반발을 샀다. 홍 대변인은 해당 발언의 부적절성을 인정하고 대변인직에서 사퇴했다.

2013년 12월에는 양승조 민주당 의원(현 충남지사)이 “박정희 전 대통령은 중앙정보부를 무기로 공안 통치와 유신통치를 했지만 자신이 만든 무기로 인해 암살당할 것을 예상치 못했을 것”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국민의 경고를 새겨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와 여당은 양 의원 제명안을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출한 바 있다.

지금까지 역사를 보면 야당의원이 대통령을 모욕적인 언사로 공격했을 경우 집권 여당이 크게 반발해 윤리위 제소 및 의원 제명안 제출등으로 갔지만 결국 유야무야 됐다. 다만 당에서 직책을 맡고 있는 경우 해당 직을 사퇴한 경우(홍익표 원내대변인)는 있다. 다만 원내대표라는 중책을 맡고 있는 나경원 의원이 원내대표직을 사퇴할 일은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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