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누가 인간과 더 가깝나

  • 기자명 박재용
  • 기사승인 2019.03.22 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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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팬지에게 물어봅니다. ‘인간과 고릴라 중에 누가 너와 더 가깝니?’ 침팬지가 대답하지요. ‘인간이 더 가까워.’ 우리 침팬지와 인간은 500만~700만 년 전에 공통 조상에서 서로 갈라졌지만 고릴라하고는 1000만 년 전에 서로 헤어진 걸. 고릴라와 헤어진 다음에도 침팬지와 인간은 500만년이나 같은 조상 아래 있었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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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고릴라에게 물어봅니다. ‘고릴라야, 인간이랑 일본원숭이 중에 누가 더 너와 가깝니?’ 고릴라가 말합니다. ‘당연히 사람이지. 일본원숭이는 긴꼬리원숭이과에 속하고 나는 사람과에 속하는 걸. 일본원숭이와 나와의 관계는 인간과의 관계에 비해 한참 한참 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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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원숭이에게도 물어봅니다. ‘일본원숭이야, 너는 마다가스카의 여우원숭이와 사람 중에 누가 더 가깝니?’ 일본원숭이가 이야기하지요. ‘헐 물어볼 걸 물어봐야지. 여우 원숭이는 곡비원아목에 속하고 나랑 사람은 직비원아목에 속하지. 말하자면 물개보고 너 개랑 더 가깝냐 아니면 고양이랑 더 가깝냐고 물어보는 거랑 똑같은 거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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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원숭이에게 물어봅니다. ‘여우원숭이야 너는 햄스터와 사람 중에 누구랑 더 가깝니?’ 여우원숭이가 말합니다. ‘사람이랑 나는 같은 영장류에 속한답니다. 햄스터는 쥐목에 속하지요. 당신들 인간과 내가 소랑 사슴 정도의 관계라면 햄스터는 박쥐에 해당하지요. 전혀 다르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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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스터에게 물어봅니다. ‘햄스터야 햄스터야 너는 사람이랑 박쥐 중에 누구랑 더 가깝니?’ 햄스터가 대답하지요. ‘당연히 인간이랑 더 가깝지. 박쥐는 로라시아 상목에 속하고, 너랑 나는 같은 영장상목에 속하잖아.’ 박쥐랑 우리랑은 8000만 년도 더 전에 서로 빠이빠이 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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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에게 물어봅니다. ‘박쥐야 박쥐야 너는 우리 인간이랑 올빼미 중에 누구랑 더 가깝니?’ 박쥐가 귀찮은 듯이 말하네요. ‘당연히 인간이지. 너랑 나랑은 같은 포유류잖아. 너도 나도 알 대신 새끼를 낳고 깃털 대신 털을 가지고, 새끼에게 젖을 먹이고, 자궁을 가지고 있다는 걸 몰라? 알 낳고, 깃털로 날고, 이빨도 없고, 자궁도 없는 올빼미가 나랑 얼마나 먼 관계인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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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빼미에게도 물어보지요. ‘너는 인간이랑 개구리 중에 누구랑 더 가깝니?’ 올빼미가 답합니다. ‘당연히 인간이지. 너희랑 나랑은 양막을 가진 동물이거든. 지구상에서 양막을 가진 동물은 오로지 포유류와 파충류, 그리고 파충류 중 공룡의 일종인 새들 뿐이란 말야. 먼 과거 너희랑 우리만이 육지에서 물도 없는 곳에서 알을 낳을 수 있도록 진화했잖아 뭔 말을 듣고 싶은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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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에게 물어봅시다. ‘개구리야 개구리야 너는 문절망둑이랑 사람 중에 누가 더 가깝니?’ 개구리가 말을 하지요. ‘이보쇼 인간 양반 참 멍청하구만. 너희랑 나는 폐로 숨을 쉬고, 팔다리가 있고, 목에는 경추가 있지. 골반도 있어. 우린 힘겹게 육지로 올라온 사지척추동물의 공통 후예잖아. 지금껏 바다에서만 지내는 문절망둑이랑은 비교도 되지 않지. 바다 탈출 동기끼리 왜 이러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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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절망둑에게 묻습니다. ‘문절망둑아, 가오리랑 사람 중에 누가 더 가까워?’ 문절망둑이 어리둥절하며 답합니다. ‘아직 그걸 몰라? 너랑 나랑은 둘 다 딱딱한 뼈를 가진 경골어류의 후손이잖아. 부레랑 폐도 원래 같은 기관에서 진화한 거고. 가오리는 우리랑 달리 평생 딱딱한 뼈랑은 인연이 없는 연골어류라고. 뼈대 있는 선조의 자손끼리 이러면 안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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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오리에게 다시 물어야지요. ‘가오리야, 가오리야, 먹장어(꼼장어)랑 사람 중에 누구랑 더 가깝니?‘ 가오리가 넓직한 날개로 헤엄을 치면서 다가와 이야기합니다. ’무슨 비교를 하고 그래. 너랑 나랑이 당연히 더 가깝지. 우린 둘 다 턱을 가지고 이빨이 있잖아. 수억 년 전에부터 우린 턱을 가진 유악어류였어. 먹장어랑은 헤어진 지 4억년이 넘었다고. 참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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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장어를 보며 물었습니다. ‘먹장어야, 먹장어야, 멍게랑 인간 중에 누가 너랑 더 가깝니?’ 먹장어가 턱도 아닌 입으로 우물우물 말하지요. ‘그야 당연 인간이 더 가깝지. 멍게는 척추도 없는 녀석이잖아. 우린 든든한 등뼈를 가진 동지잖아. 인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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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게에게 물어보죠. ‘멍게야, 멍게야, 거북손과 인간 중에 누가 더 너랑 가까워?’ 멍게가 멍하니 말합니다. ‘어.. 어.. 당연히 인간이야. 우린 척추는 아니지만 등에 온 몸을 이어주는 신경, 척추의 원형인 척삭을 공유하고 있잖아. 나 어릴 때는 물고기랑 비슷하게 생겼다고. 거북손처럼 게나 새우 친척이랑은 차원이 다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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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손에게도 또 물어보겠습니다. ‘거북손아, 거북손아, 산호랑 인간 중에 누가 더 가까워?’ 거북손이 뻐끔뻐끔 말합니다. ‘뻐끔 뻐끔 당연히 인간이지. 인간과 나는 둘 다 좌우 대칭 동물이라고. 산호는 방사대칭 동물이거든. 더 중요한 건 인간과 우린 모두 수정란이 발생할 때 외배엽, 내배엽, 중배엽이 만들어지는 삼배엽 동물이라고. 산호나 말미잘처럼 외배엽하고 내배엽만 있는 이배엽 동물과는 차원이 다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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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산호에게 물어봐야겠지요. ‘산호야, 산호야, 너는 인간과 미역 중에 누구랑 더 가깝니?’ 산호가 허탈한 듯이 말합니다. ‘아니 인간이 그것도 몰라? 너랑 나랑은 둘 다 동물이잖아. 생물 분류학상 둘 다 동물계, animal kingdom에 속한다고. 원생생물인 미역하고 비교하지 말아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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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역한테도 물어보겠습니다. ‘미역아 미역아, 인간과 결핵균 중에 누구랑 더 가깝니?’ 미역이 미끌거리며 말하네요. ‘당연히 인간이지 우린 둘 다 세포에 핵이 있는 진핵생물이잖아. 미토콘드리아도 없고, 핵도 없고, 크기도 엄청 작은 세균이 나랑 상대나 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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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거의 끝나갑니다. 결핵균에게도 물어보지요. ‘결핵균아, 인간과 에이즈 바이러스 중 누구랑 더 가깝니?’ 결핵균이 말하지요. ‘너 폐에 내가 있을지도 몰라. 난 그래도 인간이랑 가깝지. 우린 둘 다 세포로 이루어진 생물이잖아. 바이러스처럼 세포로도 이루어져 있지 않은, 생물인지 아닌지 헛갈리는 녀석이랑은 애당초 비교할 대상도 아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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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군요. 인간은 어떤 생물과도 참 가까운 사이였습니다. 우리가 그렇게 느끼든 그렇지 않든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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