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적요청' 이용규의 ‘탈한화’ 시나리오별 가능성은?

  • 기자명 최민규
  • 기사승인 2019.03.20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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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규(34)는 한화 이글스를 떠날 수 있을까.

한화 외야수 이용규는 시즌 개막을 열흘 가량 앞둔 지난 11일 구단에 트레이드를 요청했다. 보도에 따르면 트레이드가 성사되지 않으면 방출도 감수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화 이글스 이용규

이용규는 2013년 시즌 뒤 한화와 최대 67억원에 4년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했다. 2017년까지 4시즌을 뛰며 다시 FA 자격을 획득했지만 권리 행사를 1년 미뤘다. 2017년 부상으로 57경기 출전에 그쳐 시장에서 불이익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주전 중견수 겸 1번 타자로 134경기에서 타율 0.293에 OPS 0.711을 기록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얼어붙었던 지난 FA 시장에서 최대 3년 26억원 계약에 그쳤다. 옵션 16억원을 제외한 보장 금액은 10억원이다.

이용규가 이적, 또는 방출을 요구한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 기대에 못 미치는 FA 계약과 축소된 팀내 입지, 중견수에서 좌익수로 포지션 변경 등이 배경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스스로 이유를 밝히지는 않았다. 하지만 현행 야구규약 체제에서 이용규가 자신의 뜻대로 한화 구단을 떠나는 건 매우 어렵다.

프로야구 선수가 소속 팀의 유니폼을 벗는 방법은 크게 트레이드, 방출, 임의탈퇴 등 세 가지다. 모두 쉽지 않다. 

 

① 트레이드

→한화 트레이드 불가 선언

트레이드는 선수 계약의 양도양수다. 기본적으로 구단의 권리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001년 선수 동의 없는 트레이드를 불공정거래행위로 판단한 뒤 KBO규약과 선수 계약서의 트레이드 조항에는 “구단과 선수간 협의를 거쳐”라는 문구가 삽입됐다. 하지만 실효성은 크지 않다. 그리고 구단의 동의하지 않는 트레이드를 가능케 하는 조항이 아니다. 이미 한화 구단은 ‘트레이드 불가’를 선언했다.

비슷한 사례는 있다. 두산 베어스는 2016년 시즌 도중 임의탈퇴 번복 소동을 일으킨 노경은을 롯데로 트레이드했다. 당시만 해도 잠재력을 인정받던 고원준이 트레이드 상대였고, 어차피 노경은은 전력 외로 분류된 상태였다.

하지만 이용규의 경우는 구단 입장에서 ‘계산’이 맞지 않는다. KBO리그의 FA 계약에는 보상규정이 있다. 자기 구단 소속이 아닌 FA와 계약한 구단은 원소속 구단에 전해 연봉의 300%, 또는 200%와 보호선수 20인 외 1명을 보상해야 한다. 한화가 이용규를 트레이드한다면 파트너 구단은 보상 없이 FA 선수를 영입하는 셈이다.

메이저리그나 일본프로야구(NPB)에 비해 과도한 보상 규정은 KBO리그 FA 시장을 위축시키고 선수의 지적 권리를 가로막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래서 최근엔 ‘FA 미아’를 막기 위해 계약 즉시 트레이드를 하는 이른바 ‘사인 앤 트레이드’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용규는 이미 구단으로부터 계약금 1회분과 2월분 연봉을 지급받은 상태다. 

 

② 방출

→구단측 대가없는 방출 이유 없어

선수 계약권을 구단이 포기하는 게 방출이다. 이용규가 트레이드와 함께 요구했던 조치다.

가장 흔한 방출 방식은 시즌이 끝난 뒤 선수를 63명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하는 것이다. 이 경우 선수는 어떤 구단과도 계약할 수 있는 자유계약신분이 된다.

하지만 시즌 중이라면 구단과 선수가 합의했다하더라도 마음대로 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 반드시 웨이버 과정을 거쳐야 한다. 선수가 웨이버로 공시되면 지난해 성적 역순으로 타 구단들이 계약 양도를 신청할 수 있다. 구단 간 전력 균등을 위해 마련한 장치다.

이용규가 웨이버로 공시되고 다른 구단이 양도 신청을 하면 이용규는 한화를 떠나 새 유니폼을 입을 수 있다. 한화 구단 입장에선 아무 대가 없이 이용규를 이적시키는 셈이다. 받아들이기 힘들다. 여기에 웨이버 기간(7일) 동안 양도 신청이 없으면 이용규는 자유계약 신분이 된다. 규약에 따라 이 경우 한화 구단은 이용규의 잔여 계약 기간 연봉을 모두 지급해야 한다.

 

③ 임의탈퇴

→'잔여 연봉 포기' 이용규 선택 힘들어

선수가 자기 의사로 구단과의 계약을 해지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은퇴다. 임의탈퇴 선수는 1년 동안 복귀가 불가능하며 반드시 원소속 구단으로만 복귀할 수 있다. 그리고 방출과는 달리 임의탈퇴 선수는 잔여 계약 기간 연봉을 받을 수 없다. 이용규가 선택하기 어려운 옵션이다.

 

④ 규약 46조와 47조의 계약해지

→47조 적용해도 임의탈퇴 신분

야구규약과 통일계약서에는 선수 계약이 해지되는 특별한 경우를 다루고 있다. 규약 47조 ‘구단에 의한 계약해지’와 46조 ‘선수에 의한 계약해지’다. 통상 구단에 의한 계약해지는 방출, 선수에 의한 계약해지는 임의탈퇴지만 두 조항은 특별한 상황에서의 계약 해지를 다룬다. 여기에서 '선수'와 '구단'은 해지 의사의 주체가 아니라 해지 사유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가리킨다. 

47조는 구단이 선수 연봉을 14일 넘게 지급하지 않거나, 정당한 사유 없이 리그 경기에 6회 연속 불참하는 경우다. 구단이 운영 및 리그 참여 의사가 없다고 간주돼 선수에 대한 계약권이 박탈되는 상황이다. 소속 선수들은 자유계약 신분이 된다. 이번 이용규의 케이스에서 적용할 수 있는 조항은 하니다.

46조는 선수가 계약, 또는 규약 및 규정을 위반하거나, “충분한 기술능력을 고의로 발휘하지 않은 경우”에 해당한다. 고액 장기계약 중인 선수가 사보타지를 한다면 구단은 성적 뿐 아니라 재정적인 손실도 겪어야 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장치다.

이용규는 트레이드 요청 뒤 한 차례 구단 훈련에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육성군으로 내려간 뒤로는 정상적으로 훈련에 참여하고 있다. 가정이지만 향후 훈련에 불참하게 된다면 47조 적용 가능성이 생긴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자유계약선수가 되기는 어렵다. 야구규약은 47조에 따른 계약해지가 발생한 뒤 선수의 신분에 대해 명확히 규정하지 않는다. 정금조 한국야구위원회(KBO) 운영본부장은 “자유계약선수가 아닌 임의탈퇴선수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임의탈퇴는 통상 은퇴를 가리키지만, 규약 31조는 다른 방식의 임의탈퇴도 규정하고 있다. “선수가 선수계약의 존속, 또는 갱신을 히망하지 않는다고 판단되어 구단이 선수계약을 해지한 경우“다. 사보타지가 사유인 46조 계약해지는 이 규정에 닿아 있다는 게 KBO의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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