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7천억 '미세먼지 예산' 중 절반이 수소·전기차 관련...예산 잘못 쓰이고 있다

  • 기자명 이상민
  • 기사승인 2019.04.25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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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나라 화두는 단언컨대 미세먼지다. 관련 통계를 보면 20년전이나 10년전 보다는 미세먼지는 계속 좋아지다가 최근 몇 년전부터는 정체상태에 있다고 한다. 다만, 국민들의 우려가 늘어나고 있고, 그에 따라 관련 예산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정부가 24일 추가경정예산안을 국무회의에서 통과시켰다. 2019년 추경안은 '미세먼지 추경'으로 불린다. 6조7천억원 중 2조2천억원이 미세먼지 대책에 투입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미세먼지 관련 정부지출 증가 추세는 어떻게 될까? 주로 어떤 곳에 쓰이고 있을까? 그 효과와 개선방안을 논의 해보자.

 

① 미세먼지 예산의 절반이 전기차ㆍ수소차 예산

‘미세먼지 관련 예산’’이라는 정부 공식 분류 기준이나 항목은 존재하지 않는다. 기준에 따라 미세먼지 지출 금액은 달라질 수 있다. 다만 어떤 기준을 통해 추산한다고 해도 최근 미세먼지 관련 예산은 대폭 증가했다. 기획재정부는 19년 정부 예산안은 약 1조 7천억원 정도 된다고 한다. 작년(2018년)에 비해 33%나(4천억원) 증가 했으니 양적으로만 보면 상당히 많이 늘었다.

 

 

18년 미세먼지 방지 지출액

19년 미세먼지 방지 지출액(안)

증감률

기획재정부 추산

1조 2563억원

1조 6731억원

33%

* 기획재정부

 

문제는 미세먼지 관련 예산이 너무 전기자동차에만 치중되었다는 데 있다.

19년 전기차 관련 예산안만 5400억원이다. 17년 2600억원에서 19년 정부안은 4600억원이었으나 국회에서 800억원이 증액되어 5400억원으로 확정되었다. 특히, 수소연료전지차는 18년 200억원에서 19년 1400억원으로 660% 급증했다.

 

<17~ 19년 전기차 관련 예산액 변화> (단위: 억원)

 

17년 예산

18년예산

19년 정부안

19년 예산

 전기차 보급 및 충전인프라구축

2643

3523

4573

5403

    -전기차구매보조

2060

2613

3620

4400

    -충전인프라 구축 등

583

910

952

1003

 수소연료전지차 보급사업

186

186

810

1421

*환경부 2019년 확정사업예산설명서

전기차 구매보조 예산은 말 그대로 전기차를 살 때, 구매자에게 보조금을 주는 정책이다. 그런데 왜 전기차 구매하는 소비자에게 보조금을 줄까? 정부 예산분류 체계를 봐도 전기차보조금 사업은 대기오염을 줄이려는 목적으로 환경부가 하는 사업이다.

 

환경부 2019년 확정사업예산설명서

 

그런데 당연한 말이지만 전기차 구입 행위 자체가 미세먼지를 줄이는 것은 아니다. 전기차 제조과정에서 미세먼지는 추가로 발생한다. 그리고 전기차 운행 자체가 미세먼지를 줄이는 것도 아니다. 전기차는 매연을 발생시키지는 않지만, 전기를 만드는 과정은 물론 타이어 마모 등에서 미세먼지를 발생시킨다. 전기차가 미세먼지 억제에 좋다는 것은 휘발유나 경유차 같은 내연기관 차보다 상대적으로 좋다는 의미다. 다시 말해서 전기차 지원은 기존의 내연기관 차를 운행 하지 않게 하는 수단으로써 미세먼지에 도움이 된다.

 

그런데 보통 자가용 승용차의 실제 운행시간은 얼마나 될까? 흔히 자동차는 가격대비 사용시간이 가장 낮은 물건이라고 한다. 실 사용시간이 적다는 뜻이다. 집근처 마트나 아이들 학원길에 잠깐 외출 할 때 말고는 하루종일 아파트 주차장에 그대로 있을 때가 태반이다.

 

하루에 한 시간도 운행하지 않는 자동차에 대당 9백만원(여기에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주는 보조금은 별도다.)을 주는 것은 미세먼지 대책으로는 비효율적이란 의미다. 효과적인 미세먼지 대책은 운행시간이 긴 택배차, 버스 등을 전기차로 전환하는 것이다. 그런데 19년 환경부 예산사업설명자료를 보면, 전기승용차 예산이 전체 전기차 예산의 90%에 육박한다. 미세먼지를 효과적으로 줄이려면 운행시간이 긴 화물차, 택배차 등에 많은 보조금을, 그리고 운행시간이 적은 승용차에는 좀 더 적은 보조금을 주어야 한다.

 

특히, 전기승용차 보조금은 세컨드 차 구매로 연결되게 된다. 그래서 미세먼지 억제 대책은 전기차 구매지원보다 대중교통 이용 촉진이 더 효과적이다. 전기차 구매자에게 지원되는 예산 일부가 대중교통 촉진에 쓰이는 것이 내연기관 승용차 억제에 직접적인 영향이 있다. 대중교통을 타고 출퇴근 하던 사람이 전기차로 출퇴근하면 미세먼지는 더 발생하게 된다. 그래서 전기차, 수소차 지원예산은 사실상 미세먼지 방지 예산이라기 보다는 차 산업 증진 예산이다.

 

- (지자체보조) 전기자동차 구매 434,000백만원

· 전기승용차 373,500백만원 = 41,500×9백만원(정액)

· 전기화물차 18,000백만원 = 1,000대×18백만원(정액)

· 전기버스 30,000백만원 = 300대×100백만원(정액)

· 전기이륜차 12,500백만원 = 10,000대×2.5백만원×50%

- (민간경상보조) 전기자동차 구매 6,000백만원

· 전기승용차 4,500백만원 = 500대×9백만원(정액)

· 플러그인차 1,500백만원 = 300대×5백만원(정액)

* 환경부 2019년 확정사업예산설명서

 

② 노후 경유차 폐차지원사업 예산이 오히려 폐차 막는 '역설'

 

전기차 지원 예산에 이어서 두 번째로 큰 미세먼지 방지 예산은 무엇일까? 바로 ‘노후 경유차 폐차 지원사업’이다.  노후 경유차를 폐차하면 160만원을 주는 사업이다. 19년 예산서에 따르면 대당 160만원을 15만대에 지급하니 2400억원의 예산이 소모된다.

 

미세먼지 배출의 주범인 노후 경유차 폐차에 돈을 준다면, 노후 경유차 조기 폐차가 촉진 될 것만 같다. 그런데 시장은 오묘해서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노후 경유차 폐차지원사업은 오히려 노후 경유차 중고 몸값만 높여서 폐차를 촉진 시키기 커녕 폐차를 억제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내가 오래된 경유차를 가지고 있다고 하자. 중고차 가격이 만약 40만원이라면, 40만원을 받고 중고차로 파느니 그냥 폐차 하고 만다. 그런데 나에게 그 중고차를 40만원에 구매 한 사람이 바로 폐차 신청을 하면, 정부가 160만원을 준다고 한다. 중고차 구매자라면 그 차를 얼마에 사고자 할까? 폐차 지원금 160만원을 합친 가격인 200만원을 나에게 부른다. 나의 선택은? 그냥 폐차를 할까? 아니면 200만원을 받고 중고차로 팔게될까?

 

폐차지원금이 폐차를 막고 노후 경유차의 중고차 거래만 활성화 시키는 결과를 초래 할 수 있다. 그래서 국가 예산 사업은 세심한 평가가 필요하다. 중고 매입자는 폐차지원금을 받지 못하게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이런 조치 없는 2400억원의 미세먼지 방지 사업은 미세먼지 배출 사업이 될 수도 있다.

MBC 뉴스 화면 캡처

③ 마스크ㆍ공기청정기 보급 아니라 미세먼지 배출 억제 위주여야

 

최근 ‘미세먼지 추경’이라는 말이 논의되고 있다. 원래 추경은 국가재정법에 따라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가 발생한 경우” 등에 편성할 수 있게 되었는데, 최근 국회에서 미세먼지가 재난안전관리 기본법의 ‘사회적 재난’의 정의에 포함되었다는 명분이다. 미세먼지도 사회적 재난에 포함될 수 있다는 인식은 공유할 수 있다. 다만, 예측할 수 없어서 추경에 포함되어야 할 재난인지는 잘 모르겠다.

특히, 일회용 마스크나 공기청정기 보급사업 위주의 미세먼지 대책 사업을 고려하고 있다면 이는 지양해야 한다. 근본적인 생각을 해보자. 효율적인 시장에서 재화와 서비스가 거래되는 상황에서 왜 국가가 재정지출을 해야 할까? 시장에서 충분하게 공급되지 않는 재화와 서비스가 있기 때문에 국가가 재정활동을 통해서 관련 재화와 서비스를 공급해야 한다. 이를 시장의 실패라고 표현한다. 왜 시장실패가 발생할까? 개인의 비용과 효용의 차이랑 사회적 비용과 효용의 차이가 다를 수있기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경유차는 전기차보다 싸다. 개인 비용만 보면 전기차보다 경유차를 구매하게 된다. 그러나 미세먼지라는 사회적 비용은 경유차에서 더 많이 발생한다. 그래서 시장에만 맡겨 놓으면 과소공급 가능 가능성이 있는 전기차에 보조금을, 과다 공급 가능성이 있는 경유차에는 부담금을 부과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일회용 마스크나 공기청정기는 어떨까? 일회용 마스크나 공기청정기를 구매할 때, 개인적 효용이 증대될까? 사회적 효용이 증대될까? 일회용 마스크나 공기청정기는 사회적 효용이 아니라 개인적 효용을 증대시킬 것이라고 믿고 구매하는 물품이다. 대신 일회용품 처리와 추가 전력생산 과정에서 사회적 비용은 오히려 발생시킨다. 시장원리에 따라서도 과소공급의 우려가 없다는 의미다. 과소공급이라는 시장실패가 일어나지 않는 곳에 국가가 추가로 예산을 들여서 재화를 공급해야할 필요성은 발생하지 않는다. 특히, 일회용 마스크나 공기청정기가 오히려 산소 공급 저해 등으로  개인적 효용조차 증대시키지도 않는다는 전문가의 지적도 있다. 그래서 미세먼지 방지를 위한 국가 예산지출은 미세먼지 회피 대책이 아니라, 미세먼지  발생원을 줄이고 배출 자체를 줄이는 곳에 쓰여야 한다. 특히 보여주기 식의 인공강우 같은데 예산이 투입되어서는 안 된다.

그런의미에서 공해 저감장치는 기본적으로 예산 투입이 아니라 규제가 원칙이다. 환경에 부담을 주는 산업은 사회적비용을 통해 개인이 이익을 볼 수 있다. 시장에서 적정수준 보다 과다공급의 우려가 있다는 의미다. 그래서 규제를 통해 사회적 비용을 개인적 비용으로 전가시키는 것이 타당하다. 특정 저감장치를 구매에 예산을 투입하는 것 보다 법적으로 강제하는 규제 위주여야 한다. 만일 공해 저감장치라는 서비스를 추가로 제공하면, 중장기적으로는 공해 산업의 진입가격이 낮아져서 더 늘어날 수 있다. 물론 공해 저감장치를 구매할 수 없는 영세한 사업자도 있다. 규제 일변도의 정책은 이러한 영세 사업자의 사업기회를 박탈할 수도 있고, 현실적으로 매연 저감장치 공급이 어려울 수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직접 지원이 아니라 융자사업이 필요하다. 적절한 이자를 받고 매연 저감장치 시설을 개인이 구매할 수 있도록 융자를 해줄 수는 있다. 예산지원사업이 아니라 규제와 융자사업으로 통해 매연 저감장치 도입을 더 확대해야 한다.

최근 미세먼지 우려가 사회적으로 커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차분한 객관적 진단과 정확한 처방이다. 사회적 분위기에만 휩쓸려서 지나친 인기위주의 보여주기 사업은 지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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