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는 네트워크...뇌가 모든 걸 결정한다는 결정론 지양해야"

  • 기자명 이고은 기자
  • 기사승인 2019.04.09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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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전문미디어 <뉴스톱>은 인공지능, 기후변화, 뇌과학, 자율주행 자동차 등 다양한 미래 4차 산업혁명 분야의 현재와 미래를 진단하는 기획 ‘미래 지식을 담다, 미래담론 <미담>’을 연재한다. 각 분야별 최고의 전문가들과 김준일·강양구 뉴스톱 팩트체커의 대담으로 구성된 <미담>은 지식콘텐츠 팟캐스트다. 대담의 풀 버전은 네이버 오디오클립에서 청취할 수 있다.

 

“인간의 뇌는 지금 몇 %가 밝혀졌습니까?”

현대인들에게 ‘뇌과학’이라는 말이 새롭지만 익숙하게 다가오는 시대. <송민령의 뇌과학 연구소>의 저자인 송민령(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공학과 박사과정) 작가는 뇌과학과 관련해 자주 등장하는 이 질문에 “(먼저) 100%를 안 다음에야 지금이 몇 %인지 알 수 있기 때문에 아직 얼마나 밝혀졌는지 모른다”고 답했다. 송 작가는 <뉴스톱>의 기획 <미래 지식을 담다, 미래담론 미담> 3회 ‘인간을 이해하는 뇌과학 이야기’에 출연해 뇌과학을 둘러싼 인간의 조급증과 단순화를 경계했다.

<송민령의 뇌과학 연구소> 저자 송민령

 

인간의 뇌를 비롯한 몸을 ‘정복’하고자 하는 우리의 욕망은 끝이 없다. 뇌가 미지의 영역이었던 과거에는 사고로 뇌를 다친 환자들의 행동, 기억력 등의 변화를 통해 뇌의 기능을 추론했다. 1948년 피니어스 게이지는 철도 공사에서 일하던 중 폭발한 다이너마이트의 충격으로 두개골과 전두엽이 손상됐다. 그는 다행히 죽을 고비는 넘겼지만 성격과 행동 양상이 완전히 달라져, 뇌의 특정 부위 손상이 성격과 행동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보여줬다. 헨리 구스타프 몰래슨(H.M.)은 뇌전증을 치료하기 위해 해마를 포함한 측두엽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고 기억 장애를 갖게 됐다. 뇌과학을 연구해온 또 다른 방법 중 하나는 동물 실험이었다.

대중들에게 뇌과학이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FMRI(기능성 자기공명영상, functional magnetic resonance imaging)다. 뇌의 혈류 변화와 뇌활동을 감지해 뇌의 활동을 측정하는 기술로, 뇌의 한 영역이 사용될 때 신경 세포가 활성화돼 혈류의 양이 증가한다는 사실에 기초한다. 뇌파측정기기인 EGG는 두피 밖에서 신경세포 간의 전기신호를 읽어 뇌 활동을 추론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과거에 비해 연구수단이 발전했기 때문에 뇌과학자들의 학문적 관심도 최근 더욱 증폭하고 있다.

쉽게 생각하면 뇌과학이 의학이나 생물학의 하위 분류라 볼 수도 있지만, 실제 뇌과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의 분야는 아주 다양하다. 송 작가는 “뇌과학이라고 하면 뇌만 똑 떼서 연구한다는 혼란을 줄 수 있는데, 신경계는 몸 전체에 다 퍼져 있어서 모두가 신경과학의 연구 대상에 포함된다”면서 “학문의 경계를 ‘여기까지’라고 딱 선 긋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뇌과학이 신경계 구조와 원리와 동작을 연구하는 학문이지만, 그 학문에 굉장히 여러 과학 분야가 얽혀 있습니다. 심리학이 뇌과학을 포함하는 것도 아니고, 뇌과학이 심리학을 포함하는 것도 아니에요. 서로 겹치는 부분이 상당히 많다고 이해하시면 될 것 같아요. 그래서 한 사람이 다 할 수 없고 신경외과, 기초생물학 등 각각의 전문가가 자기 전문 영역의 아주 좁은 부분만 알 수 있다는 것을 알아두시면 될 것 같아요.”

송 작가는 뇌과학에 대한 관심과 학문적 발전이 반가우면서도, 그 연구 성과가 대중화되는 방식에 문제의식을 갖는다. 그는 “뇌가 어느 정도 모듈화되어있기는 하지만, 사람이 아주 잘 정교하게 만들어진 기계는 아니다”라고 지적한다. 뇌의 기능적 측면을 지나치게 도식화하거나 뇌를 기능화된 신체 일부라고만 바라볼 때, 사이코패스의 뇌나 중독자의 뇌가 일반 사람들과 다르게 동작한다는 추론과 이를 통한 사회 통제의 근거로 작동할 수도 있다.

뇌과학의 중요한 이슈 중 하나는 인간의 ‘자유의지’다. 신경범죄학(neurocriminology)에서는 수감 중인 사이코패스 범죄자들의 뇌를 MRI로 찍었다. 사이코패스의 뇌를 정형화된 모델로 제시하며 범죄율을 낮출 방법을 연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이코패스의 뇌를 갖고 있기 때문에 범죄를 저질렀다는 추론이나 또 앞으로 범죄를 저지를 것이라는 예측은 위험하다. 송 작가는 “자유의지가 있다고 생각하느냐, 없다고 생각하느냐에 따라 사람들의 행동은 달라진다”고 말했다. 사이코패스의 뇌를 연구해 범죄율을 낮출 수 있다는 가정은 또 다른 문제, 즉 사회 구성원 중 누군가의 자유의지를 박탈하고 뇌과학의 편견 안에 가두는 인류 정의의 문제와도 연결될 수 있다.

송 작가는 “뇌라는 것은 네트워크”라며 ‘가소성’을 강조한다. 그는 “신경계는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며 살 수 있도록 평생 동안 구조적으로나 단백질 발현 등 변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면서 “변할 수 있다는 것이 신경계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라고 말했다. 결국 사회와 유기적으로 긴밀하게 상호작용하면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이 뇌의 특징이라고도 볼 수 있다. 때문에 뇌의 기능과 역할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식의 과도한 결정론을 지양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모든 연구는 ‘쓸모’를 향한다. 과학과 지식을 탐구하는 것은 인간의 필요, 실용에 의해서다. 그러나 송 작가는 “쓸모를 찾기 위해 지식이 단순화되는 것”을 경계한다. 단순화되면 왜곡되기 쉽고 잘못된 이해를 낳기 쉽다. 자연히 그 쓸모도 왜곡된다. 때문에 송 작가는 뇌과학에서 인간의 필요보다는 ‘인간’ 그 자체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고 본다. 그는 “뇌과학은 나의 마음에 대한 것, 내 주변 사람들에 대한 것, 인생에 대한 것을 바꿔주는 것”이라며 “인간에 대한 이해에 근거해서 사회가 좀 더 인간적으로 바뀌어가도록, 자기의 삶을 더 잘 가꿔갈 수 있고 꽃피워갈 수 있는 학문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뉴스톱이 기획하고 네이버가 후원한 <미래지식을 담다, 미담> 오디오클립에서 다양한 미래지식을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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