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ㅊ’ 스마트폰에 입력하면 ‘여성최음제’ 추천> 확인해보니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19.04.10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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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키보드에서 최근 그릇된 성문화를 보여주는 단어 추천 문구가 나와 논란이 되고 있다”는 한 언론의 보도가 논란이 되고 있다.

아시아경제는 지난 9일 <'여성ㅊ'까지만 썼는데" 그릇된 성문화 학습하는 스마트 키보드>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일부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여성ㅊ’까지 문자를 입력하면 ‘여성최음제’, ‘여성최음제 효과’, ‘여성최음제 가격’ 등의 추천 문구로 뜨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사용자들은 편의를 위해 개발된 스마트 키보드가 오히려 그릇된 성문화로 유도하는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개발사 등에 항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의 SNS에서는 해당 기사를 인용하며, “실제 그렇다”, “기기별로 다르다”는 의견도 있지만, 스마트 키보드의 기능을 잘 알지 못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대부분의 스마트폰 키보드와 어플리케이션에는 ‘자동완성’ 혹은 ‘자동수정’기능이 포함되어 있다. 먼저 입력된 단어들끼리의 맥락을 파악하여 다음에 올 법한 단어들의 목록을 키보드 상단에 표시하거나, 자신이 해당 키보드로 입력했던 단어들 중 앞에 입력된 글자들과 겹치는 단어들을 자동으로 표시해 사용자가 글을 편하게 입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능이다.

자동완성 기능은 2010년 미국의 스와이프사에서 시작됐다. 스와이프(SWYPE) 방식은 자판 위에서 손가락을 떼지 않고 문자를 입력하는 기술로 자동완성 기능이 핵심이다. 단어의 DB화를 통해 한두 개의 철자가 틀리더라도 사용자가 의도한 단어를 유추해 보여주고, 선택하도록 돕는다. 손가락으로 자판을 스쳐 지나가면 이동 지점을 기억해 순서대로 글자가 저장되기 때문에 일반 터치 방식 보다 15~20% 입력속도가 빠르다.

2010년 3월 당시 삼성전자는 스와이프(SWYPE) 방식이 탑재된 옴니아2로 문자 빨리 쓰기 기네스북에 도전했다. 26개 단어를 35.54초만에 작성해 기존 기네스북 최고 기록 41.4초를 누르고 신기록을 수립했다. 이후 모든 안드로이드 폰에 적용됐다.

최근의 자동완성 기능은 사용자가 용어를 입력한 것을 기반으로 새로운 단어를 익히며 학습된 습관에 근거하여 용어를 제안하는 자동 완성 알고리즘을 탑재하고 있다.

검색 로그를 통해 검색어를 입력하는 사용자가 자소단위로 검색어를 입력할 때에 기존 사용자의 검색 로그를 기반으로 자소 단위로 일치되는 검색어를 추천해 줘 사용자에게 좀 더 쉽고 빠르게 검색할 수 있는 편리함을 제공한다. 검색박스에 검색어를 입력하기 시작하면, 시스템은 축적된 검색 로그를 이용하여 예상검색어 리스트를 제시한다. 또한 검색어 입력이 진행됨에 따라 제시된 리스트를 실시간으로 바꾸어 표시하게 된다.

포털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검색어 자동 완성 기능이나 이메일 주소 자동완성 등도 비슷한 서비스이지만, 포털 사이트는 개인별로 입력했던 단어뿐만 아니라 포털사이트에서 제안하는 최근 검색순위 혹은 광고 등도 섞은 결과를 보여준다.

이에 비해 이메일 주소 자동완성은 철저하게 이용자의 사용데이터에 근거해 나머지 주소를 나타내는 차이가 있다.

스마트 폰 자판의 자동입력 방식은 대부분 사용자가 자주 사용하는 문구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삼성 갤럭시S9플러스의 ‘삼성 키보드 뉴럴 베타’의 ‘스마트 입력’은 “문구 추천, 자주 사용하는 문구, 키보드 화면에서 제스처 등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아이폰 홈페이지 갈무리

아이폰의 경우도 “텍스트를 입력하면 사용자의 이전 대화 및 쓰기 스타일을 비롯하여 Safari에서 방문한 웹사이트를 기반으로 다음에 입력할 가능성이 있는 단어 및 문구가 선택 항목으로 표시됩니다.”고 설명하고 있다.

구글에서 '여성ㅊ'으로 검색한 결과 화면.

스마트폰의 자동완성기능은 아니지만 구글에 '여성ㅊ'을 검색한 결과, '여성청결제'와 '여성창업기능센터'가 자동완성어로 나왔다. '여성ㅊ'까지 입력한 이용자들이 주로 여성청결제를 검색을 했기에 먼저 추천어로 제시된 것이다. 사람들의 이용 습관에 따라서 결과가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실제로 <뉴스톱>기자들이 ‘여성ㅊ’으로 검색한 결과도 다르게 나왔다. ‘여성의’, ‘어성초’, ‘여성이’ 등이 자동완성 추천 단어로 나왔다. 앞서 논란이 된 기사는 이용자들이 최근 ‘버닝썬’ 등과 관련해 ‘최음제’를 검색한 이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 수정 - 기사 제목 수정 및 하단 내용 추가 (4.11.09:30)

지난 10일 한 독자의 제보가 있었습니다. 해당 내용은 IT하드웨어 관련 커뮤니티인 '쿨앤조이'에 '키보드 추천단어 여성ㅊ - 여성최음제가 뜬다..알고보니 LG문제'라는 제목으로 게시된 내용입니다.

해당 게시내용과 댓글, 실제 가능한 테스트 등을 통해 현재까지 확인된 내용은 자판입력시스템이 '천지인'인 경우, 삼성의 갤럭시 S6, 노트5를 포함한 이전버전, LG V30을 포함한 이전버전 스마트폰에서 실제로 '여성ㅊ'까지 입력하면 '추천단어'로 '여성최음제'등이 결과로 나온다는 것입니다.

'최음제'라는 단어의 검색이력이 없거나, 해당프로그램이 초기화되었을 경우에도 같은 결과가 나오는 것이어서, '천지인'입력시스템을 사용하는 일부 이용자에게는 실제로 발생하는 일입니다. 물론 앞서 언급한 것처럼 다른 자판을 사용하더라도 해당 단어의 검색이력이 있으면 그 내용을 반영해 추천단어로 '여성최음제'가 나올 수 있습니다.

천지인 입력시스템은 개발한 직원과 소속회사인 삼성전자와의 소유권 분쟁으로 많이 알려지기도 했지만, 피처폰시절부터 많이 사용됐고 현재 삼성입력시스템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천지인 입력시스템의 문제같다는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의 게시물도 있습니다.

비슷한 사례로 2015년 2월 삼성폰을 사용하는 이용자가 문자보내기에서 '사랑하는'을 입력했더니 엉뚱한 사람의 이름이 나와 가정불화를 일으켰다는 내용의 게시물이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와 있기도 합니다. 천지인 '자동완성' 데이터베이스의 문제가 의심됩니다.

삼성전자에 해당 내용에 대해 문의했습니다. 먼저 담당자는 자신의 폰에서는 해당 사례같은 문제가 없어서 특별한 답을 할 수 없다고 알려왔습니다. 이용자들의 검색 이력 등이 반영되기 전인 초기 데이터베이스의 문제인지 확인해 달라는 요청에는 확인할 수 없다고 답했습니다.

자판입력시스템 등은 새로운 기종 출시와 안드로이드OS 업데이트가 있을 때마다 최적화를 하기 때문에 이전 사항에 대해서는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뉴스톱>필자이기도 한 아주대 감동근 교수도 유사한 내용을 알려왔습니다. 감 교수가 시험해본 기종은 '삼성 갤럭시 노트8'입니다.

<뉴스톱>은 IFCN (International Fact-Checking Network : 국제 팩트체킹네트워크)가 제정한 팩트체킹 원칙 규정에 따라 수정정책을 게시하고 철저히 준수하고 있습니다. 수정 정책을 지켜 명확하고 투명하게 수정하며 가능한 최신 버전을 독자들이 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보해 주신 독자님과 감동근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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