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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경제시대 플랫폼 전횡 막을 규제도 논의 시작해야"

기사승인 2019.04.26  10: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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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담4회> '소유 대신 공유, 공유경제의 시대' 경제학자 정태인

팩트체크 전문미디어 <뉴스톱>은 인공지능, 기후변화, 뇌과학, 자율주행 자동차 등 다양한 미래 4차 산업혁명 분야의 현재와 미래를 진단하는 기획 ‘미래 지식을 담다, 미래담론 <미담>’을 연재한다. 각 분야별 최고의 전문가들과 김준일·강양구 뉴스톱 팩트체커의 대담으로 구성된 <미담>은 지식콘텐츠 팟캐스트다. 대담의 풀 버전은 네이버 오디오클립에서 청취할 수 있다.

100마리의 가축을 키울 수 있을만한 공유지에 목동들이 각자의 욕심으로 100마리 이상의 가축을 과밀방목하게 되면 목초지는 망가져서 결국 아무 것도 키울 수 없는 황폐한 땅이 된다. 미국 생태학자 개럿 하딘의 ‘공유지의 비극’은 방만한 자유 아래에서의 시장 실패를 설명했다. 2009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엘리너 오스트롬은 이 공유지의 비극을 극복하기 위한 인류의 노력들에 주목했다.

오스트롬이 연구해온 ‘커먼스(commons)’라는 개념은 지속가능한 공유자원으로서, 사회적 경제의 원리와 유사하다. 시장 경제 이전에 존재했던 경제는 시장주의에서처럼 경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자연 환경 안에서 육체적으로 유약한 존재였던 인간은 관계, 공동체, 협동의 질서와 윤리와 도덕이라는 규범을 통해 공동의 생존을 도모했다. 자원을 공유하고 지속할 수 있도록 하는 인간의 질서는 시장 자본주의보다 더 오랫동안 인류의 역사를 이끌어 왔다.

공유경제에 대한 관심이 드높아지고 있다. <뉴스톱>은 기획 <미래 지식을 담다, 미래담론 미담> 4회 ‘소유 대신 공유, 공유경제의 시대’에 정태인 경제학자를 초대했다. 정태인 선생은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공유경제와 관련한 담론 및 질문들에 대해 설명했다.

“농업이 생긴 게 기껏해야 1만 년이니까 그 전 100만 년은 수렵 채취로 살았는데, 그러면 (생존에) 부적합한 조건을 가진 인간이 어떻게 살아남았을까요? 바로 협동입니다. 협동은 불을 발명한다든지, 도구라든지, 서로 공유를 많이 해야만 가능하죠. 공유라는 것 자체가 굉장히 오래된 인간의 습성입니다.”

공유경제는 사람들 사이의 상호신뢰가 전제되어야 가능하다. 신뢰도가 낮은 사회에서는 공유경제가 어려운 과제일 수 있다. 정 박사는 “이기적 인간들도 서로 돕는 게 유리하기 때문에 협동하는 것”이라며 “집단 경쟁을 통해 협동이 일어나는 것이 반복되면 규범이 되고, 차츰 인간으로서 해야 할 일, 해서는 안 될 일이라는 개념이 생긴다”고 말했다.

흔히 공유자원 하면 천연자원이나 숲과 야생환경 등 자연환경을 떠올리고, 국방이나 치안 등 국가가 수행하는 공공 서비스를 떠올릴 수도 있다. 그런데 우리에게 잘 알려진 공유경제의 대표적 모델은 에어비앤비, 우버 등 외국계 공유 기업의 서비스다. 집과 차는 공공재가 아니라 시장에서 거래되는 일반재화인데, 이를 공유하는 새로운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정 선생은 “이것은 공유라기보다 ‘공동 사용’”이라면서 “극단적으로 해석하면 사회주의로 비약하는 사람도 있고 반대로 자본주의의 신 단계라고 보는 사람도 있다”고 보았다.

경제학자 정태인.

일반재화의 공유를 현실화 해준 것이 바로 디지털 플랫폼이다. 예컨대 자동차는 소유물이지만 항상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타인과 이것을 공동으로 사용하려면 사용 기간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소유자와 사용자 간에 신뢰가 존재해야 하고, 물건의 속성이나 서비스 이행에 대한 약속이 견고해야 한다. 디지털 플랫폼은 정보를 모으고 이용자 간 신뢰를 구축해 규범을 형성함으로써 디지털을 기반으로 한 공유경제를 가능케 했다.

디지털 플랫폼의 이면도 있다. 바로 독점 현상을 야기하는 것이다. 이용자의 이용 행태, 습관 등이 하나의 데이터로 축적되고, 또 이를 재가공한 서비스가 진화하며 사람들은 점점 더 대형 플랫폼으로 쏠리게 된다. 빅데이터를 토대로 가격을 형성하고, 기존 이용 행태를 기반으로 추가적인 소비를 푸시하는 ‘넛지(nudge)’를 통해 시장과 소비가 조작될 수 있다.

공유경제의 디지털 이슈에서 주목할 만한 또 다른 관점은 ‘디지털 커먼스’다. 대표적인 예가 위키피디아와 같이 디지털을 통해 공유되는 ‘지식’이다. 정 선생은 “커먼스는 함부로 사용하면 없어지거나 붕괴가 돼서 모두 손해를 보지만, 디지털 커먼스는 내가 생산하고 이용할수록 늘어난다”고 말했다. 다만 디지털 커먼스는 지적 재산권 문제와 연결된다. 공유경제를 경제적 관점에서 보는 것과 재산권, 인권의 관점으로 보는 것 사이에 간극이 존재할 수 있다. 정 박사는 “공유경제에서는 아직 ‘공유된 정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혼돈은 노동 정의와 인간 소외의 문제다. 우버 드라이버는 한국의 특수고용 노동자처럼 자영업자로서 노동법에 의한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한다. 정 선생은 “북아메리카에서 공유경제 종사 노동자들의 평균임금이 최저임금이 안 된다”면서 “(공유경제가 일반화되면) 전체적으로 노동자들의 임금 수준이 낮아지거나 보험, 퇴직금 등을 보장받지 못하는 등 모든 안정성을 담보할 수 없게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새로운 경제 형태인 공유경제의 과제는 국가의 ‘규제’다. 택시와 카풀 업체 사이의 문제를 풀어나가기 힘든 이유는 이제껏 이런 종류의 경제가 정부의 규제 안에서 작동한 바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정 선생은 “플랫폼의 전횡을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를 두고 시민들이 참여해 논의하고, 국가는 어떻게 규제할 것인지에 대해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면서 “규제를 푼다기보다 바꿔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새롭게 출현한 경제인류들 스스로 ‘공유지의 비극’을 넘어서는 새로운 룰을 찾는 출발점에 선 것이다.

 

※ 뉴스톱이 기획하고 네이버가 후원한 <미래지식을 담다, 미담> 오디오클립에서 다양한 미래지식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고은 팩트체커 freetree@newstof.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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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고은 팩트체커  freetree@newstof.com  최근글보기
2005년부터 경향신문에서 기자로 일하다 2016년 '독박육아'를 이유로 퇴사했다. 정치부, 사회부 기자를 거쳤고 온라인 저널리즘 연구팀에서 일하며 저널리즘 혁신에 관심을 갖게 됐다. 두 아이 엄마로서 아이키우기 힘든 대한민국의 구조적 모순에 대해 알리는 일에도 열의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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