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정당이 선거제 개혁에 나서야 할 4가지 이유

  • 기자명 김수민
  • 기사승인 2019.04.23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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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민의 <선거제도 개편> 시리즈

<조선일보>는 지난 22일 자유한국당의 주장을 인용해 "선거제 개편안 적용하면... 의석수 민주·정의 늘고 한국 줄어"라고 보도했다. 이는 세 가지 차원에서 거짓이다. 첫째, 의석이 줄고 늘고는 제도 변화만으로는 알 수 없다. 조선일보는 재미있게도 정의당 의석은 늘고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은 의석을 잃을 공산이 크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모든 선거제는 지지율이 올라가면 유리하고 내려가면 불리할 뿐이며, 지지율에 비해 의석수가 낮았던 정당이라면 기대효과가 다같이 크다. 

둘째, 민주당이 유리하다는 것은, 타정당보다 유리하다는 게 아니라, 연동형에서보다 준연동형에서 유리하다는 것일 뿐이다. 지역구 의석이 지지율에 비해 많은 정당은 완전연동형에서는 지지율만큼만 의석을 점유하지만, 준연동형에서는 지지율을 초과한 의석수도 인정받고 비례대표 일부 의석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고로 셋째, 준연동형이 완전연동형에 비해 유리하다는 이치는 또다른 거대정당인 자유한국당에게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이 '준연동형'으로 자신의 고지를 어느 정도 챙긴 것은 자유한국당의 고지 역시 챙겨준 것이다. 자유한국당과 조선일보의 보도가 얼마나 먹혀들어갈지는 지켜볼 일이나, 선거제 개혁안의 본질과 방향을 아는 이들은 속지 않을 것이다.  선거제도가 저비례성에서 고비례성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기존의 특수를 내려놔야 하는 것은 민주당이나 자유한국당이나 마찬가지다. 얻은 지지만큼 의석수를 챙겨가는 비례성의 증대를 "불리하다"고 표현하는 것도 틀렸다. 재벌대기업에 관해 초과이익의 공유나 환수가 논의되듯, 선거제 개혁은 거대정당의 초과의석을 일부 포기하도록 만드는 제도다. 

그렇다면, 선거제 개혁은 거대정당 둘에게 이점이 없는 제도인가. 자유한국당의 거센 저항은 물론 예전부터 면면히 민주당 일각에서 흘러왔던 선거제 반대 기운도 '그렇다'고 응답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편에서는 거대정당이 자신을 위해서라도 선거제 개혁에 나서야 할 이유를 살펴보겠다.  

자유한국당은 선거법 패스트트랙이 좌파독재라며 적극적으로 반대한다. 유튜브 화면 캡처

 

1. ‘20년 집권’은 선거제 개혁·다당제 안착 필수

  민주당의 ‘20년 집권론’은 기존의 체제에 안주해서는 이뤄지지 않는다. 양당제는 주기적인 정권 교체를 초래한다. 노태우-김영삼 정권은 10년이었다. 김대중-노무현 정권도 10년이고, 이명박-박근혜 정권도 9년여만에 끝났다. 이들 정권재창출은 하나같이 순조롭거나 자연스럽지 않았다. 3당합당, 민주당-열린우리당 분당, 친이 대 친박의 갈등이 다 그 예이다.  

  미국도 비슷하다. 공화당의 레이건-부시 정권은 12년이었지만, 민주당 클린턴 정권, 공화당 부시 정권, 민주당 오바마 정권을 거치며 ‘8년 주기 정권교체’가 자리잡았다. 한국과 미국 정치사는 한 정당이 세 차례 또는 네 차례 이상 연속 집권하는 것을 대중이 ‘독재’라고 받아들일 공산이 크다는 것을 방증한다. 

  여대야소와 양당제하 여소야대는 모두 부담이다. 여대야소는 끝내 ‘오만한 여당 심판론’을 당하고, 양당제하 여소야대는 '무능한 여당 심판론'에 노출된다. 현재의 한국 민주당은 비록 여소여대 상황이지만 그나마 중소정당을 설득해서 예산이나 임명동의안 통과, 법안 처리를 꾀할 수 있다. 그러나 제1야당이 과반을 점하면 집권여당이 야당에게 끌려다니거나 미국의 셧다운처럼 정국 혼란이 일어난다. 

  민주당이 진정으로 20년 집권을 하려면 혼자서 과반 의석을 차지하는 상태를 오래 지속하거나 거꾸로 제1야당이 과반을 차지하는 결과는 막아야 한다. 제1당의 지위를 지키며 대선에서 연속 승리하되 권력이나 정책을 두고 캐스팅보트를 쥔 정당들에게 일정한 양보를 한다면 ‘혼자 다 해먹는다’는 대중의 반감을 피하면서 실질적인 문제해결에도 성공할 수 있다. 

  독일의 메르켈 총리는 임기를 마치면 16년 넘게 장기집권한 셈이지만 이를 두고 ‘독재’는 커녕 ‘독주’라고 부를 수가 없다. 그동안 그의 소속정당이 과반 의석을 얻거나 단독집권한 없는 대신 오래 집권할 수 있었다. 20세기 대부분 장기집권하면서 스웨덴 복지국가를 일군 사회민주노동당도 마찬가지다. 스웨덴 사민당은 단독집권도 오래했지만 그 이전에 농민당과 손잡고 집권하기도 했고 오늘날에는 녹색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했다. 정권을 잡아도 이렇게 정권을 잡으면 안정적이고 지속적이다. 독일과 스웨덴의 정치는 모두 전면적인 비례대표제를 채택하고 다당제를 띠고 있다. 그 나라들은 ‘의원내각제’이기도 하지만, 대통령제에서도 연립정부나 정책연대는 얼마든 가능하다. 한국에서도 현재처럼 툭하면 여소야대가 일어났으니, 대통령제라고 저비례성 선거제를 고수하는 건 어리석다.    

  민주당은 이를테면 다음 두 가지 가운데 어떤 구도를 더 선호하는가? 1) 민주당 국회 점유율 40%, 한국당 30%, 제3정당들 및 기타 합계 30%: 과반은 아니지만 상대당들도 갈라져 있는 상태 2) 민주당 51%, 한국당 49%: 자신이 과반인 반대급부로 제1야당에게 반대표가 집중된 구조. 원하는 것이 2)라면 20년 집권은 포기하시라. 1)을 희망한라면 민주당은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집권을 위해서라도 다당제를 유도하는 선거제 개혁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  

 

2. 저비례성 선거제도는 거대정당도 파괴       

선거제 개편 논의가 시작되면서 미디어와 시민들 사이에서 가장 활발하게 제기된 질문은 ‘누구에게 유리하고 불리한가’일 것이다. 가장 어리석은 질문이었다. 민주적 선거제도는 어떤 방식이든 간에 표를 많이 얻으면 유리하고 적게 받으면 불리할 뿐이다. ‘저비례성 선거제도는 양당제를 유발한다’는 ‘뒤베르제의 법칙’도 정확하게 읽어야 한다. 그게 현행 제도가 현존 거대정당에게 유리하다는 법은 아니다. 저비례성 선거제도는 양당제를 존속시켜도 특정 정당을 보호하지는 않는다.   

저비례성 선거제도는 알고 보면 대단히 파괴적이다. 민주당이든 한국당이든 언제까지 그 양당체제 안에 남아 있을지, 어떤 보장도 없다. 거대정당이라고 해서 고비례성 선거제도를 기피해야 할 이유가 없다. 그것을 단적으로 강력하게 알려주는 사례가 영국 정치다. 

 

'비례 외면하다 몰락' 영국 자유당과 '방어위해 선거제 개혁' 노르웨이 자유당

영국은 모든 국회의원을 한 선거구에서 한 명씩 선출한다. 전면적인 소선거구-단순다수제로, 이것은 양당제를 이끄는 강력한 요인이다. 1910년대 전세계 각국에 ‘비례대표제’, 그러니까 정당의 지지율에 맞춰 의석을 결정하는 선거제도의 바람이 불었을 때도 영국은 흔들림 없이 선거제도를 고수해서 지금에 이르렀다.

그 사이 벌어진 가장 드라마틱한 사건은 자유당의 몰락과 노동당의 부상이다. 영국 자유당은 19세기부터 20세기 초반까지 보수당과 함께 양당체제를 형성하며 윌리엄 글래드스턴, 허버트 애스퀴트, 데이비드 로이드 조지 등의 총리를 배출한 당이다. 노선은 쉽게 말해 미국 민주당이나 한국 민주당처럼 보수당보다 ‘상대적으로 진보적’이었다. 

그러나 노동계급운동과 사회민주주의에 기반한 노동당이 치고 올라오며 자유당의 지지 기반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자유당은 1906년 총선에서 득표율 48.9%에 전체 670석 중 무려 397석이나 얻었지만, 1918년 총선에서 득표율 13.3%에 의석수는 670석 중 36석에 그쳤다. 2위 밖으로 떨어진 자유당은 좀처럼 재기의 기회를 얻지 못했다. 1983년 총선에서는 25.4%의 득표율을 거뒀지만 의석수는 650석 중 23석에 그쳤다. 영국의 선거제도가 지지율에 걸맞는 의석(비례성)을 담보하지 않는 탓이다. 다시는 거대양당체제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반면 노르웨이의 거대정당들은 스스로 선거제 개혁에 나섰다. 1905년 개헌으로 직접선거제를 시작한 노르웨이는 처음에는 영국처럼 한 선거구에서 국회의원 1인을 선출하는 전면적 소선거구-단순다수대표제였다. 영국과 마찬가지로 보수당 대 자유당의 양당체제가 구성되었지만, 또한 영국과 비슷하게 노동운동의 확산으로 노동당이 부상하기 시작했다. 

1915년 노르웨이 총선에서 자유당은 33%, 노동당은 32%를 득표했는데, 자유당은 의석의 60%나 차지하고 노동당은 15%에 그쳤다. 하지만 노동당이 점점 양당체제를 깨고 3당체제를 만들면서, 심지어 노동당이 제2당 내로 진입하면 기성 거대정당 중 한 곳이 몰락할 위협이 커졌다. 마침내 1919년 노르웨이 개헌 당시 보수당, 자유당 등 거대정당도 세계적으로 퍼지고 있던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게 된다. 지지율만큼의 의석수를 보장받는다면 그간의 특수를 포기하는 동시에 갑작스럽게 몰락하는 일은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결과적으로 노르웨이도 영국처럼 자유당이 내려앉고 노동당이 솟구치는 결과를 맞이했다. 그러나 그 원인에 선거제도가 끼친 영향은 작았다. 영국 자유당은 명백하게 저비례성 선거제도의 이득을 입다가 나중에 그 선거제도에 거꾸로 격추당한 사례에 해당한다.  

   

YS의 위기와 3당합당도 저비례성 선거제의 파괴적 결과    

이렇게 노르웨이를 포함한 숱한 나라들이 비례대표제를 정착시킬 때, 프랑스는 전면적 소선거구제를 유지해왔다. 영국과 달리 결선투표제를 실시해서 다당체제를 만들었고, 그 가운데서 중도좌파 사회당과 중도우파 공화당이 주류를 차지했다. 하지만 근래 들어 프랑스 정치도 격변을 맞았다. 중도좌파와 중도우파의 표를 모두 잠식한 중도신당, 마크롱 대통령의 소속정당 앙마르슈는 삽시간에 제1당으로 부상했다. 앙마르슈의 지지율이 떨어지고 나서도 기성 중도우파와 중도좌파는 재기를 못하고 있으며, 그 공백은 극우파와 급진좌파가 노리고 있다. 거대정당의 보루인 듯했던 전면적 소선거구제가 거대정당까지 파괴할 수 있음은 프랑스를 통해 여전히 입증중이다. 

1987년 이후 한국정치 초유의 사건이었던 3당합당도 돌아봐야 한다. 1988년 제13대 총선 결과 전국 지역구에서 얻은 각당의 득표율은 민주정의당 34.0%, 평화민주당 19.3%, 통일민주당 23.8%, 신민주공화당 15.8%였다. 의석수는 민주정의당 125, 평화민주당 70, 통일민주당 59, 신민주공화당 35. 통일민주당은 지지율은 2위지만 의석수로는 제3당이었다.

이렇게 결과가 나온 총선을 앞두고, 집권 민주정의당(민정당)은 처음엔 1개 선거구에서 2명을 선출하는 2인선거구제를 유지하기 바랐다. 한 선거구에 1명의 여당 당선자를 기본으로 확보하는 효과가 있었으므로. 김영삼 총재가 이끌던 통일민주당(민주당)에게도 2인선거구는 유리했다. 2위정당이라서 많은 선거구에서 2명 당선자 안에 자당 후보를 넣을 수 있었다.  

그러나 김대중 총재가 지휘하던 평화민주당(평민당)은 소선거구제로의 개편을 원했다. 수도권이나 호남에서 평민당이 1위를 차지하는 지역이 많을 것이고, 소선거구는 2위 이하 다른 당후보를 다 낙선시킨다. 그리고 당시 재야운동도 소선거구제를 원했다. 그것이 독재집단 후신인 민주정의당(민정당)을 꺾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민정당은 결국 소선거구제를 받았다. 이전 전두환 정권과의 차별화를 노린 전략적 결단이었다. 비교적 표밭이 겹치는 민주당을 떨어트릴 방안이기도 했다. 그리고 민주당조차도 평민당과의 합당을 기대하면서 그 조건으로 소선거구제를 수용했다. 그러나 통합은 없었고, 2위까지 오른 지역이 아무리 많아도 1등이 아니면 다 낙선이었기에, 민주당은 지지율만큼의 의석을 챙기지 못한 채 제3당으로 눌러앉았다. 재부상할 기회도 보이지 않았다. 정국은 민정당-노태우와 평민당-김대중이 주도했다.    

파괴에 관한 두려움은 또다른 파괴를 부르는 법이다. 김영삼 총재가 이 위기를 뚫으려 벌인 초유의 시도가 바로 3당합당이다. 제1야당으로 잘 나가던 평민당은 순식간에 거대여당에게 고립되고 만다. 이런 급변이 한국 정치에 긍정적 영향을 끼쳤다고 진단할 수는 없다. 퇴행적 파괴를 막고, 다양한 안정과 평화적인 경쟁을 조성하려면 선거제는 반드시 개혁해야 한다. 

여야 4당 원내대표는 4월 22일 선거제 개편안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법안을 묶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올리는 것을 합의했다. 왼쪽부터 정의당 윤소하, 민주평화당 장병완,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SBS 화면 캡처

3. 선거제 개혁하면 후보·정당 분할투표자 거대정당이 흡수  

선거제가 개혁되면 구조적인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당장 다음 총선에서 거대정당이 얻을 ‘역-특수’도 있다. 선거제 개혁이 “정의당에게나 유리하다”는 주장은 적확하지 않다. 정의당은 오히려 기존 선거제도에서 얻을 수 있었던 정당득표율보다 더 낮은 성적을 거둘 공산이 높고, 거꾸로 민주당의 정당득표율은 상승 효과를 누린다. 그 이치는 다음과 같다. 

지역구 투표와 정당투표에서 찍는 정당이 다른 유권자들이 있다. 이런 투표행태를 분할투표(split-ticket voting)라고 부른다. 2016년 총선에서, 지역구 투표는 민주당이나 새누리당에 했으면서도 정당투표를 국민의당에 준 유권자가 많아 국민의당은 민주당을 제치고 지지율 2위를 기록했다. 지역구는 민주당에, 정당투표는 정의당에 하는 유권자들도 찾기 어렵지 않다. 지역구는 한국당 후보를, 정당투표에선 바른미래당이나 대한애국당을 택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분할투표자 대다수는 지역구는 다수정당을, 정당투표는 소수정당을 택한다. 이것은 두 갈래로 나뉜다. 첫째, 소수정당을 지지하면서도 지역구에서는 승산을 따져 다수정당을 찍는 사례. 반대로 둘째, 다수정당 지지자이면서 정당투표에서는 일부러 소수정당을 밀어주기. 가령 자신의 지지정당이 민주당이라고 여기면서도 정당투표는 정의당에 하는 유권자들이 있다. 현행 선거제도에서 비례대표 의석이 철저히 한정적이기 때문에, ‘개평’을 주는 심정으로 정당투표를 소수정당에게 던지는 셈이다. 

그렇지만 정당투표가 일부 국한된 의석이 아니라 전체 의석 분포를 결정하게 되면, 유권자는 다른 길로 접어들 수 있다. 예를 들어 민주당이 제1당이 되기를 강력히 바라는 지지자는 선거제 개혁 이후엔 지역구만이 아니라 정당투표에서도 민주당을 찍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민주당도 “정의당은 예전에 비해 제몫을 톡톡히 챙겨가므로 표를 나눠줄 필요 없다. 지지자들이여, 이젠 정당투표까지 모두 민주당으로!”라는 식으로 캠페인할 것이다. 한편, 정당투표를 계속 소수정당에 주기로 한 유권자 일부는 “소수정당 의석수는 챙겨줬으니, 지역구는 승산있는 정당을 찍어야 한다”고 마음을 먹음으로써 거대정당의 지역구 득표력이 더 늘어날 것이다. 이는 특히, 표를 다른 정당과 나눠갖는 경향이 한국당보다 더 강한 민주당 후보들에게 호조건이다.

선거제 개혁은 거대정당의 지지율 대비 의석수를 종전보다 낮추는 길이라서 분명히 거대정당에게 달갑지 않은 제도임은 사실이다. 그러나 세상만사가 그렇듯 반대급부가 있다. 지지율 자체는 충분히 오를 수 있다(반대로 소수정당은 지지율 대비 의석수는 오르지만 지지율 자체는 정체되거나 떨어질 수 있다). 거기에 더해 “거대정당이 선거제 개혁을 결단하며 기득권을 내려놓았다”는 것도 지지율 상승의 원인이 된다. 이걸 놓칠 실력으로는 정권을 잡고 오래도록 통치할 수준에도 이를 수 없다. 선거제 개혁안 하나에 그 정당의 미래가 보인다. 

 

4. 민주당 영남ㆍ한국당 비영남권 후보에게 혜택 '지역주의 완화'   

여야 4당이 당초 합의했던 선거제 개혁안은, 각당이 확보한 의석수를 권역으로 내려보내고 그 일부를 아깝게 떨어진 지역구 후보를 구제하는 데 쓰는 석패율제를 담고 있다. 지지율에 비해 의석수가 낮은 권역에서 추가로 의석을 확보하는 제도다. 간단히 말해, 민주당은 영남 지역에서, 한국당은 비영남 지역에서 추가로 의석을 챙길 개연성이 커진다. 지역구가 대구에 있는 민주당 김부겸 의원이 선거제 개혁에 적극 찬동하고, 한국당에선 서울에 지역구가 있는 김성태 의원이 그나마 ‘선거제도 개혁’을 입에 올린 사정도 거기에 있다. 

흥미롭다 못해 우스운 것은, 서울에 지역구가 있는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선거제 개혁 반대의 선봉에 서 있다는 점이다. 만일 선거제가 개혁된 이후 내년 총선을 치렀는데, 나 원내대표가 지역구에서 낙선한 다음 석패율제로 살아돌아오면 참으로 민망할 것이다. 민주당 지도부도 선거제 개혁을 무산시키려 한다는 의심을 강하게 받는 중이다. 그대로 가면 ‘말로만 전국정당’을 외치면서 대구경북, 나아가 부산울산경남까지 내팽개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민주당의 영남 당원들, 한국당의 영남권 바깥 당원들은 자신의 헤게모니를 위해서라도 선거제 개혁을 강력히 추동해야 한다.  

  

참고문헌

세계 각국의 선거제도 소개 사이트 <에이스 프로젝트> 

모리스 뒤베르제, <정치란 무엇인가>(나남, 1997) 

고세훈, <영국노동당사>(나남, 1999)

대선 실패 실의딛고 남편은 4·26총선에 사활 걸었죠 (한겨레신문, 2016.5.22.)

「3당 합당이 양당제 구도를 만들었을까: <기자수첩> 거대양당구도 부른 것은 ´소선거구제´」(시사오늘, 2017.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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