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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자는 알려진만큼 위험하지 않다

기사승인 2019.05.02  09: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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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용의 과학 이야기] 정신질환에 대한 오해와 진실

진주에서 조현병을 가진 이에 의한 방화와 살인이 발생하면서 정신 장애를 가진 이들에 대한 ‘관리’와 ‘격리’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들에 대한 사실과 오해에 대해 한 번 살펴보고자 합니다.

 

불안장애, 공황장애, 조현병, 조울증, 우울증 이렇게 다섯 가지가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정신 질환이라고 합니다. 심평원의 자료에 의하면 2017년 우울증은 68만 명, 불안 장애는 63만 명, 그리고 공황 장애 14만 명, 조현병 12만 명, 조울증 8.6만 명으로 전부 다 합치면 대략 166만 명 정도입니다. 물론 이는 진료를 받은 사람만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고 진료를 받지 않고 있는 이들을 포함하면 훨씬 더 많겠지요. 대략 우리나라 국민 20명 중 한 명 정도가 해당됩니다.

가끔 조현병 환자에 의한 사고가 생길 때면 ‘저런 사람을 돌아다니게 하면 되냐’는 여론이 생기곤 합니다. 그러나 정신질환자에 의한 사고가 과연 그렇게나 위험한 걸까요? 대검찰청과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2015년 인구 10만 명당 범죄자 수는 전체 평균은 68.2명인데 비해 정신질환자 대비 범죄자는 33.7명으로 그 비율이 절반이 되지 않습니다. 이는 마치 외국인에 의한 범죄를 막기 위해 외국인을 들이지 말아야한다는 것과 비슷한 논리가 됩니다. 외국인에 의한 범죄도 내국인의 범죄에 비하면 그 비율이 절반밖에 되지 않거든요. 외국인이나 정신질환에 대한 우리의 선입견은 사실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낯설음에 근거한 것입니다. 낯선 이들에 대한 두려움은 이들이 실제로 위험한가와 관계없이 경계심을 가지게 만들지요. 

 

더구나 여기에 혐오 정서를 부추기는 이들이 있지요. 나치가 유대인과 집시들 동성애자들을 핍박한 것도 그 예 중의 하나이고, 일제 강점기 관동대지진 때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는 식의 유언비어를 퍼트리며 조선인 학살을 부추겼던 세력들도 그 대표적 예입니다. 유신시대에는 ‘전라도 놈들은 사기꾼이 많다’는 식의 날조된 이야기를 퍼트리기도 했지요. 그리고 이제 유대인도, 조선인도, 전라도도 혐오할 수 없게 되자, 혐오는 외국인, 그 중에서도 우리보다 얼굴색이 진하고, 우리보다 못사는 나라에서 온 이들과 정신장애를 가진 이들에게 투사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잠시 생각을 해보지요. 만약 당신이 외국인이라면, 그것도 불법 체류를 하고 있다면 언제든 단속당하고 추방당할 수 있다는 위험 속에 사는데, 지리도 잘 모르고, 인맥도 거의 없는 곳에서 범죄를 저지르기가 쉽겠습니까? 마찬가지로 다른 이와의 소통이 쉽지 않은 이들이 강력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많을까요? 혹시나 정신 질환을 이유로 감형이 되는 등 처벌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대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정신질환 강력범죄자의 기소율은 49.9%로 전체 강력범죄 기소율 47.8%보다 오히려 높습니다. 구속되어 재판에 넘겨지는 경우도 18.4%로 전체 평균 14.3%보다 높지요. 정신 장애가 있는 이들이 일반적인 사람보다 경찰이나 검찰에서 자기 변호를 제대로 하기 힘든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일 것입니다. 실제로 정말 끔직한 범죄는 정신질환자들에 의해 일어난다기보다는 평범해보이는 우리의 이웃에 의해서 나타납니다.

 

이렇게 설명을 드려도 정신 장애가 있는 이들은 제대로 생활을 할 수 없으니 격리시켜야 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정신 장애인들을 가두기 시작한 건 실제로 얼마 되지 않습니다. 지금 나이가 40이 넘는 분들은 어렸을 때 동네를 돌아다니는 정신 장애인들을 쉽게 보았던 기억이 있을 겁니다. 그냥 별반 위험하다는 생각도 없었지요. 이는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니었습니다. 16세기 르네상스 시기까지 유럽에서는 ‘광인’은 대부분 방임의 대상이었지요. 17세기 중반부터 ‘비정상인’을 감금하기 시작했습니다. 18세기 말이 되어서야 정신병원이 생겼지요. 감금과 치료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95년 정신보건법이 제정되고 나서야 보호의무자와 정신과 전문의, 행정기관 등을 통해 본인의 의사와 무관한 강제 입원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정신병원 강제 입원 비율은 70% 수준이고 평균 입원 일수가 230일이 넘습니다. 최소한 OECD에서는 최악의 상황입니다. 하다못해 2014년 UN장애인권리위원회가 ‘정신보건법’을 개정하고 정신장애인 인권을 개선하라고 한국 정부에 권고하기까지 했으니까요. 격리 혹은 강제 입원은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요? 일단 정신질환자를 치료 가능한 환자로 보는 것이 아니라 ‘정상사회’에서 격리시키고 분리해야할 대상으로 보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 ‘정신 이상’은 누가 무엇을 근거로 판단하는 걸까요? 가장 널리 쓰이는 것은 정신장애 진단 통계 편람(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ㆍDSM)입니다. 미국 정신의학 협회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가 출판하는 서적으로 총 여섯 차례 개정되었습니다. 1952년 2차 세계 대전 참전 군인들의 정신 상태와 장애를 판단할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출간되었습니다. 가장 최근의 개정본은 2013년판으로 DSM-5입니다. 그런데 이 기준 자체에 대해 여러 사람과 단체들이 비판을 가하고 있습니다. 애초에 시작 자체가 정상/비정상의 구분이 아니라 전쟁에 참여할 수 있느냐 아니냐를 구분하기 위해서 시작되었고, 현재도 진단 인플레이션과 의료화를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 있는 것이죠. 대표적으로 DSM-IV의 집필 책임자였던 알렌 프랜시스Allen Frances가 있습니다. 그의 책 ‘정신병을 만드는 사람들Saving Normal’에서 일시적이고 일상적인 심리 증상 다수를 정신질환으로 규정했다고 주장합니다. DSM을 무조건 맹신하는 의료 현장, 정신병을 판매해 큰 수익을 거두는 제약업계가 어떻게 오늘날의 정신병 과잉을 불러왔는지를 파헤치고 있습니다. 그는 책의 서문에서 다음과 같이 쓰고 있지요.

 

“어느새 나는 그들이 DSM-5에 삽입하자고 제안한 새로운 장애들 중 다수가 내게도 해당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맛있는 새우와 립을 게걸스럽게 먹는 것은 DSM-5의 '폭식 장애'였다. 내가 사람들의 이름과 얼굴을 잊는 것은 DSM-5의 '약한 신경 인지 장애'에 해당되었다. 내가 느끼는 걱정과 슬픔은 '혼합성 불안/우울 장애'로 통할 것이었다. 아내가 죽었을 때 느꼈던 애도는 '중증 우울증'이었다. 나는 지나치게 활동적이고 산만하기로 유명한데, 그것은 '성인 주의력 결핍 장애'의 분명한 신호였다. 고작 한 시간 동안 옛 친구들과 화기애애하게 잡담을 나눈 것뿐인데도 나는 새로운 DSM 진단을 다섯 개나 얻었다. 나의 여섯 살 난 일란성 쌍둥이 손자들도 잊지 말자. 그 아이들의 짜증은 이제 그냥 성가신 면이 아니라 '분노 조절 곤란'이었다.”

 

정신 장애 진단 통계 편람(DSM)의 역사. 출처: 사이언스북 블로그

물론 DSM에 대한 비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DSM이 변화되는 과정은 나름대로 정신의학이 보다 과학화되는 과정이기도 했습니다. 또한 사회적 인식이 바뀌면서 이전까지 정신 장애에 속했던 동성애 등은 더 이상 정신 질환이 아니라는 것 또한 DSM의 변화를 통해 확인됩니다. 이제 전문가 누구도 동성애를 장애 혹은 질환이라고 여기지 않는 것이죠. 그리고 이전까지 질환으로 여겨지지 않았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PTSD)나 우울증 등은 치료해야 할 질환으로 새로 등재되기도 합니다. 이제껏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던 이들이 제대로 된 치료를 통해 다시 사회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정신의학의 발달은 충분히 치료의 기회가 주어지면, 정신질환자의 대부분이 사회 속에서 같이 사는데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것 또한 전문가들이 항상 이야기하는 바입니다.

 

중요한 점은 이들 정신 질환을 가진 이들이 격리되어야 할 존재가 아니라 사회생활을 누릴 권리를 가진 인간이라는 것이죠. 전체 인구 대비로 스무 명 중 한 명 정도가 정신 질환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주변에서 이들이 눈에 잘 띠지 않는 것은 이미 우리 사회가 이들을 알게 모르게 격리시키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이미 격리되고 있는 이들을 더욱 격리시키는 것이 아닙니다. 이들이 사회 속으로 들어와,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오히려 이들과 우리 사회 전체에 더욱 도움이 되는 일일 것입니다.

박재용 팩트체커 chlcn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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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용 팩트체커    chlcns@hanmail.net  최근글보기
과학저술가. <경계 생명진화의 끝과 시작>, <짝짓기 생명진화의 은밀한 기원>, <경계 배제된 생명의 작은 승리>, <모든 진화가 공진화다>, <나의 첫 번째 과학공부>, <4차 산업혁명이 막막한 당신에게>, <과학이라는 헛소리> 등 과학과 사회와 관련된 다수의 책을 썼다. 현재 서울시립과학관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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