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피어엑스' 망원경은 어떻게 미 나사 우주탐사 프로젝트에 선정됐나

  • 기자명 뉴스톱
  • 기사승인 2019.05.08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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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한국 연구진이 개발에 성공한 우주관측 기술이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우주 탐사계획 기반 기술로 채택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일명 스피어엑스(SPHERExㆍ주관기관 Caltech)로 불리는 '전천 적외선 영상·분광 탐사를 위한 적외선 우주망원경'은 한국천문연구원이 개발에 참여한다. 이게 어떤 의미인지, 스피어엑스는 어떤 원리로 작동되지는를 프로젝트 책임자 중 한 명인 한국천문연구원 정웅섭 박사가 설명했다.

 

지상에서의 천체 관측은 대기의 영향으로 일부 파장영역들(예: 엑스레이, 자외선, 적외선 등)에서는 관측이 어렵기 때문에, 우주로 망원경을 쏘아올려 관측을 수행한다 (아래 빛의 파장에 따른 대기 투과 곡선 참조).

<그림1> 파장에 따른 대기투과율 (출처: NASA). 가로축은 파장, 세로축은 대기 투과율을 의미하며, 무지개로 표시된 부분이 가시광 영역을 표시하고 있다.

 

특히, 적외선 파장에서 천체 관측은 크게 두가지 관점에서 의미가 있다. 첫 번째, 먼 우주에서의 별빛은 적색이동 효과에 의해 그 파장 길이가 길어져 관측이 되기 때문에, 적외선 영역에서 관측될 수 있다. 즉, 가장 먼 우주에 있는 천체는 주로 적외선 파장 대역에서 확인된다. 두 번째, 활발한 별생성 활동은 주변에 생성된 먼지들을 데워 열적인 복사로 감지해 낼 수 있기 때문에, 별탄생 기작은 적외선 관측을 통해 알아 낼 수 있다.

이러한 이유들로 과학연구에 있어 중요한 적외선 관측 자료이지만, 관측 자료를 얻기 위해서는 우주망원경을 활용한 관측이 절대적으로 유리하고, 지상에서 관측 가능한 일부 적외선 파장 관측도 열적인 복사를 피하기 위해서는 관측기기 냉각이 필요하다는 점들은 상대적으로 다른 파장 관측에 비해 비용이 많이 든다는 단점으로 작용한다. 아래는 적외선에 대해 NASA에서 올린 유튜브 영상이다.

 

더 먼 우주를 보기 위한 중/대형 우주망원경 프로젝트를 개발 및 운용하기 위해 필요한 많은 개발 예산과 이에 맞는 연구 개발 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으로 최근에는 우주 미션 경험이 있는 국가들간 협력을 통해 프로젝트를 구상하여 예산/인력을 절감하려는 경우도 많다 (예: 유럽 우주청 참여 국가들과 미국 NASA간 협력).

한국은 선진국들의 과학연구를 위한 우주개발에 비해서는 후발 주자이긴 하지만, 소형위성을 활용한 꾸준한 연구개발이 이루어져왔다. 과학위성 1호 원자외선 분광기(FIMS, 2003년 발사), 과학기술위성 3호 다목적 적외선영상시스템(MIRIS, 2013년 발사) 등 과학탑재체를 성공적으로 개발하였으며, 미국 자외선 우주망원경 GALEX, 일본 적외선 우주망원경 AKARI, 과학로켓을 활용한 적외선 미션인 CIBER 등에 국제협력으로 참여하여 과학적 역량과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확보하였다.

 

기존 개발 경험들을 기반으로 효율적인 광역 탐사 관측을 위한 새로운 우주관측기술의 필요성이 요구되었으며, “광시야 적외선 영상분광 우주관측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차세대 소형위성 1호 과학탑재체로 근적외선 영상분광기 NISS (Near-infrared imaging Spectrometer for Star formation history) 개발이 2012년부터 시작되었다. 광시야 적외선 영상분광 우주관측기술은 넓은 관측 영역에 대해 적외선 영상(2차원 이미지 정보)과 분광(빛의 파장에 대한 정보)을 동시에 획득하는 관측 방법이다 (아래 선형분광필터 LVF와 이를 활용한 NISS 관측 예). 일반적인 분광에는 빛을 분산시키기 위한 격자를 사용하지만, 영상분광에는 협대역 필터와 같이 파장대역이 매우 좁은 필터가 순차적으로 배치되어 분광이 구현된다. 이러한 관측 기법의 장점은 1) 광시야 영상과 넓은 파장범위의 분광을 동시에 획득, 2) 분광을 구현하기 위한 움직이는 구동부가 없어 안정적인 우주관측이 가능, 3) 높은 감도와 탐사효율을 구현할 수 있는 장점들이 있다.

<그림2> 광학회사에서 기존에 개발된 가시광 대역 선형분광필터 예 (출처: 일본 광학회사 OCJ 및 한국천문연구원)

 

<그림3> 새롭게 공동 개발된 근적외선 대역 선형분광필터를 활용한 NISS 관측의 예 (출처:한국천문연구원)

 

 

우주에서 활용되는 반사망원경은 국내에서는 처음 시도해 보는 개발이였고, 기존 반사망원경과는 달리 광시야를 보면서 높은 감도를 얻고 공간을 효율적을 활용하기 위한 비축 광학계(주경과 부경이 같은 광학축에 있지 않는 광학계)를 채택하면서 개발 난이도는 더 높아졌다. 여러 어려움들이 있었지만, 새로운 비축 반사경들의 가공과 정밀한 정렬 방법을 개발해 (특허 2건 등록) 비축 광학계 반사망원경 개발을 완료하였다. 또한, 극심한 우주환경(예: 발사체 진동, 진공에서의 온도변화 등)을 견디고 요구한 광학성능을 유지할 수 있으며, 전체 망원경을 200K(약 –73도)까지 복사 냉각할 수 있는 반사망원경 구조체, 극저온(약 –183도)에서 동작하는 적외선 센서 및 선형분광필터를 운용할 수 있는 소형 듀어, NISS 시스템 시험을 위한 검교정 시설도 개발 및 구축되었다.

 

<그림4> NISS 우주망원경 구조. 출처: 한국천문연구원

 

<그림5> 개발된 차세대 소형위성 1호에 탑재된 NISS 및 그 활용 예상 영상. 출처: 한국천문연구원

 

NISS는 개발 및 우주환경시험을 마치고 지난 12월 미국 스페이스 X사 로켓을 통해 발사되었으며, 3개월여 동안 초기 시험운영을 통해 시험 영상 촬영, 분광 모드 관측 등 그 관측 성능을 검증하였으며(아래 영상 참조), 이를 바탕으로 주요 관측 임무인 가까운 은하와 우리 은하 내에서의 별 탄생 연구, 딥필드 관측을 통한 적외선 우주배경복사 연구 등에 활용될 예정이다. NISS 초기 운영 결과는 한국에서 개발된 새로운 우주 관측기술인 광시야 적외선 영상분광 기술을 검증한 결과로서, 비로소 국내기술이 우주에서 인증되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아울러, 개발된 우주 관측기술은 향후 국내 및 국외 우주미션에도 활용될 수 있으며, 실제 NASA의 중형 우주망원경 미션에도 기술적으로 적용될 예정이다. 아래는 스페이스 X사 로켓 발사 유튜브 영상이다.

 

 

<그림6> NISS 성능검증을 위해 관측된 삼각형자리 은하(좌)와 오리온성운(우)의 NISS 3개 파장으로 관측된 RGB 합성영상. 출처: 한국천문연구원

 

NISS의 개발 과정에서 미국 캘리포니아 공과대학(Caltech)으로부터 같은 관측 개념으로 전체 하늘을 탐사하는 우주미션 프로젝트에 대한 국제공동협력 제의를 받아 협력연구를 2014년부터 시작하였다. 스피어엑스(SPHERExㆍSpectro-PHotometer for the History of the Universe, Epoch of Reionization and Ices Explorer)는 아래 비교 표에서와 같이, NISS에 비해 더 넓은 관측시야와 파장범위, 더 높은 해상도와 파장 분해능, 더 넓은 전체 하늘 영역을 탐사 할 수 있는 야심찬 미션이다. SPHEREx 프로젝트 홈페이지

전천 적외선 영상분광 탐사를 위한 우주미션인 SPHEREx 개발에 대해 국제협력으로 진행된 개념 설계 결과들은 NASA 소형미션에 제안되어 미션 후보로 2015년에 1차 선정되어 기획연구를 수행하였다. 2016년에 최종 선정 심사까지 받았지만 미션 실현을 위한 방대한 예산 규모로 인해 최종 심사에서 탈락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실패를 바탕으로 NASA 중형미션에 다시 도전하여 2017년에 3개 미션 후보들 하나로 1차 선정되었고, 이후 수행된 기획연구 결과에 대해 2018년 최종 선정 심사를 받았고 올해 2월 최종 선정되었다는 결과가 발표되었다 (NASA 공식 뉴스 참조).

 

<그림7> NASA에서 공표한 공식 뉴스에서 보도된 SPHEREx 운영 상상도 (출처: NASA)

 

SPHEREx는 아래와 같이 크게 탑재체와 버스로 구성되며, 탑재체는 냉각/광학 서브시스템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에 대해 여러 대학/기관들이 국제협력으로 공동 개발할 예정이며, 국제협력 파트너는 한국에서 한국천문연구원이 유일하다.

<그림8> SPHEREx 위성체 구성도 (출처: Caltech 및 한국천문연구원)

 

한국천문연구원은 NISS 개발 경험을 토대로 SPHEREx 개발을 위한 극저온 진공챔버와 검교정 시험장비 구축을 주관하며, 적외선 우주관측기기 개발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우주와 동일한 환경을 모사하고, 시스템에 대한 광학성능을 측정하기 위한 극저온 진공챔버를 개발하고, SPHEREx 운영 온도(망원경 운영 온도 약 -173도, 검출기 운영온도 약 –223도)에서 요구하는 영상 및 분광 성능을 측정하고 보정할 수 있는 검교정 시험 장비들도 기존 NISS 개발 경험을 통해 구축될 예정이다. 아래 표는 각 기관/대학들의 역할에 대해 간략히 기술되어 있다. 개발된 SPHEREx는 우주환경시험을 거쳐 2023년에 발사될 예정이다. 전천 탐사 운영에 대해서는 링크 참조.

 

 

전 하늘 영역에 대해 적외선 영상분광 탐사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우주에서 연속적인 관측이 수행되어야 한며, 이러한 관측 운영을 통해 약 6개월만에 전천 탐사지도를 완성할 수 있다. 즉, 총 2년여동안 관측 운영을 거치면 전체 하늘에 대해 최소 4번 이상 관측이 수행될 수 있다.

SPHEREx는 전천 적외선 영상분광 탐사로부터 검출되는 약 14억개 천체들에 대한 개별적인 영상과 분광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초기 우주의 거대 구조로부터 우리은하내의 행성계 및 태양계까지 다양한 분야의 연구가 가능하며, 우주의 생성, 은하 진화, 행성계에 이르는 생명의 기원 등 최근 천문학에서 제기되고 있는 주요한 이슈들에 대한 답을 찾으려 한다. 이는 SPHEREx가 전 하늘 영역에 대해 영상과 분광 정보를 동시에 제공하면서 가시광에서부터 중적외선에 이르는 넓은 파장대를 커버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한국은 하드웨어에 대한 개발도 참여하면서, 국내 대학들과 함께 우주론, 은하진화, 성간물질 등 과학연구에 참여할 예정이며, 이로부터 다양한 과학연구 설과들이 도출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SPHEREx 전천탐사로부터 얻은 천체들에서의 기본적인 분광 정보로부터 특이 천체들을 선별해 낼 수 있어, 확인된 특이 천체들은 앞으로의 제임스웹과 같은 대형 우주망원경뿐만이 아니라 한국이 참여하고 있는 거대마젤란망원경(GMT, Giant Magellan Telescope)과 운영에 참여 중인 아타카마 대형 밀리미터 및 서브밀리파 간섭계(ALMA, Atacama Large Millimeter/submillimeter Array)를 활용한 보다 자세한 후속 연구가 가능해 이들과의 시너지도 기대해 볼 수 있다. SPHEREx로 탐사하게 될 우주의 대규모 구조에 대한 모의 영상

 

<그림9> SPHEREx의 3개 주요 과학주제들에 대한 도식도 (출처: NASA & Caltech)
필자 정웅섭은 서울대학교 천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적외선 천문학 분야로 박사를 받았다. 현재 한국천문연구원에서 책임연구원으로 재직 중으로, 현재 운영 중인 근적외선 영상분광기 NISS 연구책임자 및 최근 선정된 NASA 중형미션인 SPHEREx 한국측 연구책임자를 맡고 있다. 적외선 우주관측기기에 대한 실험설계, 이론적인 모델들에 대한 관측결과들 해석에 다양한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적외선 외부은하 배경원 및 이와 관련된 적외선 은하들을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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