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제지역'서 피랍된 한국인 처벌? 필리핀 세부도 여행자제지역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19.05.21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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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에서 무장세력에 납치됐다가 프랑스군에 구출됐던 한국여행객 사건으로 외교부 여행경보제도가 관심을 모았다. 세계일주 여행 중이던 A씨는 프랑스인 2명·미국인 1명과 함께 잡혀 있다가 프랑스군에 의해 구출됐다. 인질 구출 과정에서 프랑스군인 2명이 순직하고 부르키나파소가 ‘여행자제’ 지역이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구출된 이들에 대한 비난이 일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여행금지’구역이 아닌 만큼 개인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지나치다는 의견도 있다. 외교부가 발령하는 '여행경보제도'에 대해서 살펴본다.

 

여행경보 지도 (출처 : 외교부 해외안전여행 홈페이지)

 

'피랍' 부르키나파소는 ‘여행자제 지역’

구출된 A씨는 홀로 세계여행을 하던 중 납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1년6개월여 전 세계여행을 시작해 지난 1월 유럽에서 아프리카로 넘어가 모로코, 서사하라, 모리타니, 세네갈, 말리를 거쳐 부르키나파소에 도착했다. 지난 4월 12일 부르키나파소 남부 국경 지대에서 베냉으로 이동하던 중 무장세력에 납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아프리카 이동 경로는 대부분 여행 경보 발령 지역이었다. 피랍된 부르키나파소 남부는 외교부가 발령하는 여행경보 단계상 ‘여행 자제’ 지역이었다. 부르키나파소 북부 지역은 ‘철수 권고’ 지역이다. 세네갈은 ‘여행유의’, 모로코의 경우 수도인 라바트와 카사블랑카는 ‘여행유의’, 남부는 ‘여행자제’ 지역이다. 서사하라는 ‘여행 자제’ 지역과 ‘철수 권고’지역이 섞여 있다. 모리타니와 말리는 ‘철수 권고’ 지역이다.

이 같은 ‘여행경보제도’는 외교부가 지난 2004년부터 국가별 안전수준을 고려하여 지정하고 있다. 해외여행이나 체류 시 주의가 요구되는 국가 지역을 4단계로 나눠, 위험수준과 이에 따른 안전대책(행동지침)의 기준을 안내하고 있다.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에서도 유사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여행경보제도 (출처 : 외교부 해외안정여행 홈페이지)

①‘남색경보’는 ‘여행유의 지역’으로 신변안전유의 ②‘황색경보’는 ‘여행자제 지역’으로 신변안전 특별유의와 여행 필요성 신중 검토 ③‘적색경보’는 ‘철수권고 지역’으로 긴급용무가 아닌 한 철수와 가급적 여행 취소, 연기 ④‘흑색경보’는 ‘여행금지 지역’으로 즉시 대피와 철수를 권고한다.

 

여행금지지역 허가 없이 방문시 법적 처벌 가능

A씨는 아프리카 6개국을 지나며, 여행유의-여행자제-철수권고 지역을 거친 것으로 파악됐다. 피랍된 부르키나파소는 지역에 따라 ‘여행 자제’와 ‘철수 권고’국가이고, 모리타니와 말리는 전체가 철수 권고 국가이다.

현재 가장 위험한 등급으로 즉시 대피하거나 철수해야 하는 여행금지 지역에는 아프가니스탄·리비아·시리아·예멘·이라크·소말리아의 6개 국가와 필리핀 일부지역이 해당된다.

외교부는 중·장기적인 여행안전정보 제공에 초점을 둔 ‘여행경보제도’와 함께, 단기적인 위험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에 발령하는 ‘특별여행경보’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해당국가의 치안이 급속히 불안정해지거나, 전염병 창궐, 재난 발생 등의 경우에 발령하며 ‘특별여행경보’ 발령의 경우 ‘여행경보’ 단계 조정을 별도로 실시하지는 않고 있다.

‘특별여행경보제도’는 두 단계로 구분되며, 1단계 ‘특별여행주의보’는 해당 국가 전체 또는 일부 지역에 ‘적색경보(철수권고)’에 준하는 효과가 발생하며, 2단계인 ‘특별여행경보’는 해당 국가 전체 또는 일부 지역에 ‘즉시대피’에 해당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여행경보제도를 무시하고 여행을 강행하는 경우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흑색경보 ‘여행금지 지역’에 정부의 허가를 받지 않고 방문하는 경우, 관련법에 의거하여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A씨의 경우 여행금지 지역은 방문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부에서 주장하듯이 처벌을 하거나 벌금을 매길 수는 없다. 

 

재외국민 긴급지원비 해당 안 돼

이번 A씨의 귀국 비용에 세금을 쓰는 것은 아닌가 하는 비난도 있었다. 하지만 국가가 지정한 ‘재외국민 긴급지원비’ 지원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긴급구난활동비 사용지침 제3장 ‘재외국민 긴급 지원비’ 8조 지원기준에 따르면, 해외에서 사건, 사고에 처한 국민이 생명과 신체에 중대한 유해를 입을 경우에 무자력인 것이 확인되고 가족 등 연고자가 있어도 지원받을 수 없을 경우에 대외적으로 정부에서 긴급의료비용이나 귀국여비를 지원할 수 있다.

외교부는 A씨의 사례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고, A씨도 귀국에 들어간 비용을 모두 본인이 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피납사실이 프랑스 군의 구출 후에 알려지자 재외 국민의 소재도 파악 못하고 있는 국가라는 비난도 나왔지만, 스스로 위치추적장치를 달고 추적을 허용하지 않는 이상 가족이나 지인도 알지 못 하는 해외 소재지를 국가가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이번에 같이 구출된 미국인도 구출 후에 피납사실이 알려졌다.

여행경보제도의 분류기준이 애매하다는 지적도 있다. 단적인 예로 이번에 A씨가 피납된 부르키나파소 남부 지역은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필리핀 세부, 스페인 바르셀로나와 동급인 ‘여행자제’ 지역이다.

필리핀 여행경보 등급 (출처 : 외교부 해외안전여행 홈페이지)

 

외교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부르키나파소 동부지역에 대한 여행경보를 황색경보(여행자제)에서 적색경보(철수권고)로 올리고, 부르키나파소와 인접한 베냉 일부 지역에도 3단계 여행경보를 발령했다.

해외에 나갔다가 납치나 테러 등의 불상사를 겪지 않으려면 사전에 출국 예정 지역이 여행경보지역인지를 확인하고, 출국 후에는 가족이나 지인에게 행선지를 알려두는 것이 안전한 해외여행의 필수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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