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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개원을 위한 포석? 물리치료사법안 발의 논란

기사승인 2019.05.28  09:4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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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한슬의 의료 팩트체크] 의사협회-물리치료사협회 갈등 배경

정의당 윤소하 의원이 ‘물리치료사법안’을 대표 발의하며, 의사협회와 물리치료사협회 간의 갈등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얼핏 생각하기엔 물리치료사에 대한 단독 법안이 추진되는 것에 대해 의사협회가 반대 의사를 피력하는 것이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현실은 조금 더 복잡합니다. 물리치료사 단독 법안에 대한 논의를 뉴스톱에서 짚어봤습니다.

 

‘장인의 시대’가 저물어버린 의료계

일본 요식업계에는 노렌와케(のれんわけ)라는 독특한 창업 방식이 존재합니다. 방법은 이렇습니다. 분점을 열고자 하는 사람은, 스승의 가게를 찾아 설거지부터 시작해 칼 쓰는 법부터, 밥 짓기와 불 조절 하는 법까지 요리의 모든 개별 단계에 대해 철저한 도제식 수련을 거칩니다. 그러다가 스승이 보기에 어느 정도 숙달이 된 것 같으면, 제자의 손에 노렌(のれん)을 건네줍니다. 일본요리 전문점 문 앞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섬유 재질의 걸개죠. 본인의 가게에 걸린 것과 같은 노렌을 준다는 것은, 나에게 제대로 배워 해당 요리의 모든 부분을 혼자서 능히 해낼 수 있는 장인이 되었다는 ‘인증’을 해주는 셈입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분업과 비교우위의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스시 장인이 아무리 설거지와 서빙을 잘한다고 하더라도, 같은 시간을 일할 거면 설거지는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본인은 열심히 스시를 잡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입니다. 그렇기에 의사 한 명이 모든 일을 담당하던 ‘장인의 시대’는 이미 저물어 버린 지 오래고, 의사 외에 다른 사람도 할 수 있는 의사의 업무는 다양한 유관 직종의 업무로 넘어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환자에 대한 영양요법 관리는 병원에 근무하는 임상영양사의 업무 범위로 이전됐으며, 최근에는 환자에 대한 초음파 검사를 소노그래퍼(Sonographer)에게 위임하려다 논란 끝에 철회하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이런 식의 업무영역 변화에 대해 의료계는 꽤 상반된 의견을 갖고 있습니다. 대학병원의 스텝들이나 개인 병원을 열어 다른 의사들을 고용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인건비가 비싼 의사 대신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저렴한 인력을 고용해서 비용을 줄일 수 있으니 이런 변화를 내심 반기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병원이나 의원에 고용되는 위치에 있는 일반적인 의사들은, 의사의 포괄적인 직능 영역을 다른 직종이 일부 대체함으로써 일자리나 임금 측면에서 예전에 비해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보니 적극적으로 반대 의사를 피력하고 있습니다. 이런 갈등의 연장선에서 물리치료사들이 ‘단독 법안’ 목소리를 내자 불꽃이 튀기 시작한 것입니다.

 

‘지도’를 해준 적이 있냐는 물리치료사들

물리치료는 들어봤는데, 물리치료사는 조금 생소하신 분들이 계실 겁니다. 물리치료사란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하는 6종류의 의료기사 중 하나입니다. 물리치료학과를 졸업하고, 의무적인 병원 실습 과정을 거쳐 국가고시에 합격하면 면허증을 취득하는 의료전문직의 하나죠. 법적으로는 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지도’ 아래 진료에 종사하는 사람이라고 명시되어 있지만, 현실에서는 재활의학과나 정형외과 병원에 고용되어 부속된 물리치료실에서 환자들에게 물리치료를 시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물리치료실에서 이루어지는 물리치료 과정에서 의사의 ‘지도’라는 것이 있긴 했냐는 것이 물리치료사들의 주장입니다.

 

실제로 의사의 진단이 이루어지는 진료실과 환자에 대한 물리치료가 이루어지는 공간은 철저히 분리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일반적 경우라면 의사가 특정 물리치료 과정을 수행하는 것에 별다른 지시를 하지는 않습니다. 의사의 직접적 지시가 없어도 믿고 위임하기 위해서 물리치료사에 대한 국가고시와 면허제도를 도입한 것이기도 하구요. 그렇다면 애초에 물리치료실이 꼭 병원 내에 있을 필요가 없다는 게 물리치료사들의 핵심 논지입니다. 의사의 처방전을 약국에 가져가듯, 물리치료 처방전을 물리치료사가 개설한 클리닉에 가져가잔 겁니다.

 

이런 시각을 반영해서 등장한 것이 윤소하 의원이 대표발의한 ‘물리치료사법’입니다. 기존의 이질적인 직종들을 묶어놓은 통합적인 법률인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에서 물리치료사를 분리해, 의사, 치과의사 또는 한의사의 ‘처방’ 하에 수행하는 환자 진료에 필요한 물리치료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죠. 여기에 더해, 물리치료사들이 ‘물리치료기록부’를 작성하여 보관하도록 함으로써 물리치료에 대한 효용성 자료 생산을 위한 길도 열어 뒀습니다. 이런 자료들이 축적되어 물리치료의 효과를 입증할 수 있는 근거가 쌓이면, 나중에는 별도의 건강보험 적용까지도 신청할 길이 열립니다. 총체적인 ‘단독개원’을 위한 포석인 셈입니다.

 

물리치료사협회와 보건복지위원회의 ‘동상이몽’

의료계에서는 이런 입법 시도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습니다. 물리치료사와 가장 직무 영역이 겹치는 재활의학과 의사들은 성명을 통해 “의사의 ‘지도’하에 의료기사의 업무를 수행토록 한 현행법의 취지는 진료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의 방지 및 응급상황에 대한 신속한 대처 등으로 국민건강을 최대한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법률에 명시되어 있던 ‘지도’가 ‘처방’으로 변경되는 것에 강한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반면에 국회 보건복지위에서는 물리치료사법에 대한 공청회를 진행하는 등 적극적 찬성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물리치료사법의 입법을 통해 노인의료비를 줄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인구고령화는 진료비의 가파른 상승을 유발하고 있습니다. 보건사회연구원에서 2012년에 내놓은 <건강보험 노인의료비의 효율적 관리방안>이라는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03년에서 2011년 사이에 전체 진료비에서 노인의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1.2%에서 33.3%로 증가했습니다. 2017년에는 그 수치가 36%로 상승했죠. 노인의료비가 높은 이유는 노화로 인해 몸이 약해진 것도 있지만, 노인 인구에서 지속적으로 약을 복용하고, 진료를 받아야 하는 만성질환을 가진 사람이 81.3%에 달하기 때문입니다. 그중 두 번째로 많은 질환이 흔히 관절염이라고 부르는 무릎관절증이었습니다. 물리치료 지출이 커졌다는 것입니다.

 

단순계산으로만 따져보면, 물리치료사가 의사의 처방에 따라 단독으로 클리닉을 운영하면 의료비 지출을 줄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물리치료를 받을 때마다 진료를 받지 않고, 한 번 처방을 받아서 여러 번 물리치료를 진행할 수 있다면 그만큼 진료비가 줄어들게 됩니다. 그렇기에 물리치료사법을 통과시키면 물리치료사 협회는 단독 개원을 할 수 있어서 좋고, 국가적 차원에서도 건강보험재정을 아낄 수 있으니 동상이몽일지언정 서로에게 좋은 일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한쪽이 꾸는 꿈은 실현되지 않을 위험성이 있습니다. 의료 분야에는 ‘공급자 유인 수요’라는 것이 존재하거든요.

 

 

운전 방향은 몰라도 브레이크는 달아야

한국인들은 메주에 콩이 들어간다는 것을 알지만, 이런 지식이 없는 외국인들은 팥으로 메주를 쑨다는 것이 헛소리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의료 분야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이런 정보의 비대칭성이 무척이나 높다는 것입니다. 워낙 전문성이 높은 분야이다 보니, 극단적인 경우는 의학적으로 봤을 때 ‘팥으로 메주를 쑨다’는 수준의 발언이 나와도 진위판단을 못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정보비대칭을 악용하는 것이 공급자 유인 수요(Supplier-Induced Demand: SID)입니다. 망치를 들면 모든 것이 못으로 보이듯, 급전이 필요한 의사는 환자에게 과잉 진료를 권할 수 있는데 환자들은 의학적 판단에 대해 검증할 능력이 별로 없거든요.

 

모든 의사가 양심 불량이 아니듯, 공급자 유인 수요도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일은 아닙니다. 다만 의료계 내의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의료기관 혹은 의사가 금전적으로 곤란한 상황일수록 그런 경향이 강해집니다. 갓 졸업해서 학자금 대출을 갚아야 한다거나, 운영하는 병원이 파산 위기라거나, 새로 개업해서 빨리 수익을 내야 하는 경우도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건 꼭 의사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닙니다. 단독 개원이 가능해지며, 기존의 정형외과나 재활의학과에 근무하던 물리치료사들이 쏟아져나오면 정확히 그런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새로 개원을 했고, 경쟁이 치열한데, 기존의 재활의학과나 정형외과와도 경쟁을 해야 하니까요.

 

보건사회연구원_노인의료비 효율적 관리를 위한 개선안

 

현재의 물리치료사법에는 이런 부작용을 막을 수 있는 제한 규정이 제대로 포함되어 있지 않은 상태입니다. 물리치료사를 단독 개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분명 정책적 판단에 따라 선택의 여지가 있는 문제이지만, 물리치료사들이 새로 시장에 진입하여 발생할 수 있는 정책적 부작용에 대한 대비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실제로 앞서 언급한 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보고서에서는 노인의료비 대책으로 ‘본인부담금 정액제 폐지’를 얘기한 바 있습니다. 노인 환자가 진료를 보고 1만5000원 이하의 진료비가 나오면 금액에 무관하게 1500원만 부담하도록 하는 현행 제도가 도덕적 해이를 불러와 의료비를 더 높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보건복지부 요양급여 본인부담금 표

 

물론 본인부담금을 정액제로 유지하는 것은 경제적 상황이 좋지 않은 노인들에게 의료접근성을 높인다는 순기능도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노인 인구가 늘어나며 의료비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늘어나고 있다면, 정책 목적을 달성하면서도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위의 표와 같이 계층에 따라 구분된 정책을 펴는 것이 합리적 선택입니다. 이 정도로 정책적 부작용에 대한 대응까지 마친 대안이 존재함에도, 정치인들은 노인층의 표심을 의식하고 우회로를 택하고 있습니다. 역주행을 하는 것까지는 아니지만, 부작용을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정책적 브레이크가 포함되지 않는다면 결과가 그리 좋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박한슬 팩트체커 a1135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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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슬 팩트체커  a1135s@naver.com    최근글보기
약학을 공부했다. 약학대학에서 배운 지식들을 일상어로 번역하는 일에 주력하고 있다. <비즈한국>, <허핑턴포스트코리아> 등의 다양한 매체에 기고했다. 현재 <고교독서평설>에서 '알아두면 쓸데있는 약 설명서'를 정기연재 중이며, 브런치에서 <쉽게읽는 보건의료 정책> 매거진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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