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즐거워 언제까지 이어질 것 같은 '청춘'을 그리고 싶었다"

  • 기자명 홍상현
  • 기사승인 2019.05.30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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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n your prized possessions / Start to weigh you down

Look in my direction / I'll be round, I'll be round”

너의 소중한 것들이 / 너를 짓누르기 시작할 때

내 쪽을 바라봐줘 / 내가 주위에 있을 거야, 주위에 있을 거야

 

정작 존 레논이 이 곡을 좋아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중요치 않다.

창작물이란 작가의 손을 떠나는 순간 스스로 생명력을 지닐뿐더러, 사토 야스시의 원작 소설은 물론, 영화까지 제목을 그대로 가져다 쓴 노래,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And Your Bird Can Sing)>의 한 소절을 듣는 순간. 필자는 이미 1994년 8월로 돌아가 있었으니까.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서울, 양은냄비 같은 철물점에서 쇳가루로 샤워를 하며 새시(sash)를 잘랐던 건, 허드슨 강변 얼스터 카운티의 어느 마을에 가기 위해서였다. 나름의 역사적ㆍ개인적 이유가 있었다. 우선은 커트 코베인의 죽음. 그해 4월 스물일곱 살의 천재는 영원히 무대를 내려왔다. 너바나가 세 번째이자 마지막 앨범을 발표한지 7개월이 지난 시점이었다. 그리고 같은 해 2월 내놓은 신보로 북미와 유럽을 뒤흔든 그린데이의 공연이 ‘그 축제’에 라인업되었다. 이즈음에서 ‘아’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분들이 계실지 모른다. 그렇다. 우드스톡‘94 이야기다. 폴란드계 이주노동자의 아들로 에든버러에서 학교를 다니던 친구가 도버해협 너머의 피앙세와 함께 드골공항에서 날아왔다. 글래스고에서 더니든으로 이주, 부친에게 목수 일을 배우던 다른 친구도 꼬박 하루가 넘게 걸리는 여정 끝에 집결장소, 즉, 퀸스에 있는 그의 삼촌댁에 도착했다.

드디어 축제가 시작되던 날 아침. 탁상시계에서 흘러나오는 라디오 DJ의 멘트에 잠을 깼다. 살짝 녹이 슨 외관 탓에 털털대는 엔진소리가 강조되던 포드 클럽 웨건에 맥주를 잔뜩 싣고 윈스턴 팜으로 향하면서 그 두 시간여의 여정이 언제까지가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뒤이어 떠오르는 것은 남쪽 무대 앞에서의 진흙싸움이다. 잽싸게 몸을 피한 관중도 있었지만 그 ‘현명한 이들’의 무리에 우리 일행은 굳이 합류하지 않았다. 온몸에 진흙 칠갑을 한 채 얼마나 환호성을 질렀을까 문득, 언젠가 이 순간을 못 견디게 그리워하게 될 거라는 예감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이 젊은 날의 삽화가 홋카이도의 하코다테에서 영원의 여름을 보내는 세 친구를 그린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와 겹쳐진다. 상상이나 했겠는가. 병마에 시달리던 문호가 서른한 살 무렵 써내려간 청춘의 찬시(讚詩)가 26년 뒤 역시 서른한 살 무렵의 영화작가 미야케 쇼의 손을 거쳐 되살아나리라는 것을.

미야케 쇼 감독은 주연을 맡은 에모토 타스쿠의 연기에 답을 정해놓지 않고, 다양한 시도를 반복했다. 두 사람의 두터운 신뢰관계는 수많은 시행착오가 반복되는 가운데 새로운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 2018 “And your bird can sing” Hakodate Cinema IRIS

홍상현: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가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이어 전주국제영화제에 초청되었다. 마침 한국 감독 중에 마침 특별히 좋아하는 분이 계시다고 들었는데. (웃음)

미야케 쇼:

(웃음) 홍상수 감독. 저와 같이 영화를 만드는 프로듀서인 마쓰이 히로시도 마찬가지라 그의 영화를 주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특유의 유머와 세상을 바라보는 지적 태도가 인상적이며, 영화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작은 예산으로 배우와 어떻게 협업해서 영화를 만들 것인지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계신 것 같아, 발표하는 작품마다 흥미롭게 보고 있다.

 

홍상현:

본격적인 질문에 앞서 잠깐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 볼까? 가족 모두 영화를 좋아해서 명절에 모여도 단체관람을 가는 환경에서 자랐다. 그렇다고 해도 갱스터무비인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브라더>같은 작품을 고른 건 뭐랄까... (웃음)

미야케 쇼:

그건 또 어떻게 아시고! (웃음) 그래도 좋은 추억이다. 기타노 타케시는 감독이자 정상급 예능인이기도 한데, 부모님 모두 그의 영화를 좋아하시거든. 물론 어릴 적엔 디즈니의 가족영화도 봤지만 어느 정도 자란 내게 부친이 소개해 준 감독은 다케시와 쿠엔틴 타란티노, 1970년대 할리우드 액션감독 돈 시겔 등이었다.

 

홍상현:

스물여섯 살 때 첫 장편영화 <굿 포 낫씽(Good for Nothing)>을 발표하고 2년 뒤 <플레이백>으로 로카르노국제영화제에 초청되었다. 전자는 청춘영화, 후자는 중년의 주인공이 지금 모습 그대로 고교시절로 돌아간다는 내용의 판타지지만 공통점이 있다. 바로 ‘제대로 한 사람 구실을 다하는 인간이 되라’고 윽박지르는 사회에 ‘그럴 필요가 있느냐’는 질문을 던지는 것. 이러한 경향은 서점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꾸리고, 실업급여를 받으면서도 하루하루를 캠핑처럼 지내는 세 친구를 그린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에서도 이어진다.

미야케 쇼:

말씀대로다. 하지만 그래서 ‘나름의 역할을 다하지 않아도 된단 이야기냐’고 누가 반문하면 저는 ‘아니’라고 답할 것이다. 우리 모두 인간적으로 성숙해야할 필요가 있다. 다만 중요한 건, 더불어 사는 사회에 ‘어떻게’ 도움이 될 것이냐는 점이다. 각자의 방식이라는 게 있을 테니까. 제 경우, 학생시절부터 영상과 관련해 다양한 일을 했다. TV라든가 인터넷 영상 제작 같은, 하지만 그런 일을 하려고 영화를 공부한 건 아니다.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과 다른 방향에서 나름대로 사회에 공헌하고 싶어서였다. 단지 관성이나 습관에 따른다면 때로는 잘못된 국가의 제도나 누군가를 불행하게 만드는 일에 가담하게 될 수도 있으니까.

미야케 쇼 감독은 인문학적 베이스와 영화에 대한 애정, 스토리텔러로서의 능력을 갖추고 국제영화제에서 활약 중인 청년 크리에이터그룹의 선두주자다. (오른쪽은 베를린국제영화제 스테피네 슐트 스트라타우스 프로그래머) 출전: 베를린국제영화제 홈페이지

홍상현:

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하고, <아사코>의 하마구치 유스케, <하모니움>의 후카다 코지 등이 거쳐 간 영화미학교에서 공부했다. 이런 이력을 언급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인문학적 베이스에 영화에 대한 애정, 스토리텔러(storyteller)로서의 능력을 갖추고 국제영화제에서 활약 중인 이 청년 크리에이터그룹이 도제시스템으로 유지되던 영화계의 분위기를 쇄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야케 쇼:

언급하신 이들 말고도 동세대의 뛰어난 감독 몇 사람의 이름이 떠오르는데, 재미있는 건 그들 모두 서로 전혀 닮지 않았다는 점이다. 설령 비슷하거나 같은 장르를 연출하더라도 각자 다른 영화를 만들어낸다. 저 자신 그들의 흉내를 내야겠다고 생각하지 않고. 물론 어떤 부분에서는 서로 공감하며, 뭐라 규정하기 어려운 연대감을 느끼는 경우도 있지만.

 

홍상현:

예컨대 <우행록>을 연출한 이시카와 케이 감독과 70년대 후반부터 80년대 중반 사이에 태어나, 버블경기 붕괴 ‘빈곤’을 경험한, 당신이 포함된 세대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이들의 주요한 특징은 자신이 느낀 사회적 분노를 문화ㆍ예술적 에너지로 승화할 줄 안다는 거다.

미야케 쇼:

냉철한 분석이나 제 노선은 다르다. 사회적 분노를 어떻게 넘어설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고 보니까. 분노를 그저 발산, 혹은 표현하는 건 이전 세대의 펑크나 힙합뮤직에서도 적잖은 예를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저는 ‘분노’나 ‘불행’을 단지 영화에서 그려내는데 그치지 않고, ‘그래서 어떻게 해야 행복해질 수 있을까?’, ‘어떤 상태를 행복이라 부를 수 있을까?’ 같은 ‘행복의 탐구’에 초점을 맞추려 한다.

장편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라는 설명은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에 썩 어울리지 않는다. 그저 소설의 모티브 정도만 빌려왔다고 할 만큼 독창적이라서. 이러한 특징을 가장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미야케 쇼 감독은 원작에서는 단골 바가 배경이었던 클럽 신을 꼽는다. ⓒ 2018 “And your bird can sing” Hakodate Cinema IRIS

홍상현:

그밖에 당신의 특징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이 '자유로움'과 '개방성'이다. 하긴,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힙합뮤지션이 노래 만들기를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 <더 콕핏(The Cockpit)>을 만들 수 있었을까.

미야케 쇼:

다큐멘터리 제작에 도전한 것은 무척 뜻깊은 경험이었다. 20대 시절에는 좁은 문을 통해 겨우 도달하는 지점에 좋은 영화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다큐멘터리를 경험함으로써 영화가 대단히 큰 포용성을 가진 매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울러 세상 곳곳에 다양한 형태의 작품이 존재한다는 사실 또한 인식하면서 제 세계가 넓어졌다.

 

홍상현: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로 돌아가 보자. 이 영화는 마흔에 요절한 천재 작가 사토 야스시의 작품으로 아쿠타가와상 후보에 오른 동명소설이 원작이다. 하지만 굳이 ‘영화화’라는 표현을 쓰고 싶지 않다. 단지 소설의 모티브 정도만 빌려왔다는 느낌이 들 만큼 독창적이라서.

미야케 쇼:

소설을 문자 그대로 ‘영화화’한다는 것은 난센스다. 실제로도 불가능에 가까운 작업이고. 저는 소설이 세계를 소설이라는 ‘창’을 통해 바라보는 장르라고 생각한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영화는 ‘창’자체가 다르다. 같은 세계라도 서로 다른 창을 통해 보는 거지. 그러니 차이가 날 수밖에 없고. 같은 창에 카메라를 가져간다면 무슨 의미가 있나, 때로는 반대편에서 바라보게 될 수도 있고.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소설과 영화라는 다른 예술 장르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홍상현: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범하는 오류 중에 이런 것이 있다. 즉흥적으로 촬영한 내용이 현장에서는 무척 재미있다는 느낌이 들어 편집하지 않았더니 그 상황을 알 리 없는 관객이 ‘쟤들 뭐하는 거야’하며 위화감을 느끼는 것. 그렇지만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에서의 경우, 이렇게 촬영된 것으로 보이는 신이 오히려 작품의 재미를 더해준다.

미야케 쇼:

예컨대 세 사람의 주인공이 클럽에서 어울리는 신은 제게도 각별한 추억이었으며, 개봉 당시에도 많은 관객들에게 사랑받았다. 소설에는 단골 바에서 보내는 시간이 무척 길게 묘사되지. 우리도 한밤중에 친구들과 어울리다 너무 즐거운 나머지 아침이 오지 않을 것처럼 느끼거나, 주위를 둘러보니 나도 모르는 새 날이 밝아있는 순간을 경험하지 않나. 제가 원작을 읽으면서 주목한 것은 이처럼 마치 언제까지나 이어질 것 같은, 일상에서와 다른 시간의 느낌이다. 이는 제가 생각하는 청춘의 상징이기도 하다.

사치코 역을 맡은 이시바시 시즈카에 대해 미야케 쇼 감독은 “배우로서도 훌륭하지만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엄청난 독립심을 가진 강인한 여성”이라고 평했다. ⓒ 2018 “And your bird can sing” Hakodate Cinema IRIS

 

홍상현:

그런 의미에서라면 말씀하신 클럽 신은 충분히 성공적이었다. 한때 무용계의 기대주였던 이시바시 시즈카가 발군의 춤 실력을 선보이는가 하면 <더 콕핏>의 래퍼 OMSB까지 출연해 흥을 돋운다.

미야케 쇼:

영화의 등장인물들이 연기가 아니라 진심을 담아 즐기는 장면을 보다 행복해서 저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힐 때가 있다. 예컨대 할리우드의 로맨틱코미디의 히로인이 영화 속 상황에 몰입해 진심어린 함박웃음을 짓는 것처럼.

 

한국 관객에게는 <기생수> 시리즈로 알려진 소메타니 쇼타는 주인공의 단짝 친구인 시즈오로 분해 안정감 있는 연기를 선보인다. ⓒ 2018 “And your bird can sing” Hakodate Cinema IRIS

 

홍상현:

캐스트ㆍ스태프와의 소통능력이 뛰어난 감독으로 유명하다.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에서도 그랬겠지?

미야케 쇼:

워낙 페어(fair)한 감독을 좋아하기도 하거니와, 학창시절에도 교사들을 좋아하지 않았기에 저 자신 권위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있을 수 없고,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영화 만들기는 밴드의 연주와 같다. 밴드의 세션처럼 저와 캐스트, 그리고 스태프가 멋진 음악을 만들어내는. 거기서 저는 지휘자가 아니다. 기타리스트나 드러머처럼 한 사람의 멤버로써 영화를 만들어가는 사람에 불과하다.

 

홍상현:

주연을 맡은 세 사람 모두 당신과 개인적으로 친분이 두텁다. 그래서인지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에서의 케미스트리도 훌륭하더라.

미야케 쇼:

“청춘영화는 더 나이를 먹으면 촬영할 수 없다”는데 다들 의견이 일치했다. 저야 감독이니까 이후에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렇다 쳐도 지금의 연배에 이런 영화를 찍을 수 있는 순간은 평생에 한 번 뿐이지. 특히 연기자들은 시간이 갈수록 젊은 캐릭터를 연기하기 힘들어진다. 따라서 우리의 인생 마지막 청춘영화가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매순간을 즐겼다. ‘자, 그러니 놀아 보자!’하는 느낌으로.

 

병마에 시달리던 사토 야스시는 서른한 살 무렵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를 발표한다. 미야케 쇼 감독이 이 소설의 영화화를 제안 받은 것도 서른한 살 무렵. 미야케 감독은 “운명적 연관성을 느꼈다”고 한다. ⓒ 2018 “And your bird can sing” Hakodate Cinema IRIS

홍상현:

또한 주목할 만한 것은, 어느새 아버지를 연상시키는 개성에 청춘스타의 아우라(aura)까지 더해져 물오른 연기를 보여준 에모토 타스쿠의 발전상이다.

미야케 쇼:

에모토와는 처음부터 답을 정해놓지 않고 다양한 시도를 했다. 실패가 거듭되더라도 서로간의 두터운 신뢰관계가 있으니까. 테이크가 반복될 때마다 패턴을 바꾸면서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나갔다.

 

홍상현:

여간한 신뢰관계가 아니라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특유의 자연스러운 매력을 뽐내는 이시바시 시즈카도 멋졌다. 감독의 입장에서 볼 때 그녀는 어떠한 배우인가?

미야케 쇼:

보통의 촬영현장에서라면 그저 만점짜리 컷을 골라내기 위해 테이크를 거듭할 뿐이다. 하지만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의 현장에서는 일단 모두 만점이었다. 다양한 시도를 통해서 그 상황에 맞는 표현을 찾아본 거다. 다양한 시도를 통해서. 영화 만들기는 목적지가 정해져 있는 지도를 보고 떠나는 게 아니라 누구도 가 본 적 없는 정글이나 동굴을 누비며 즐거움을 맛보는 모험과도 같다.

이시바시는 배우로서도 훌륭하지만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엄청난 독립심을 가진 강인한 여성이다. 게다가 잘 웃고 유머러스하며, 누구나 공감하는 매력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이런 연기자와 함께 영화를 만든다는 건 무척 긴장되는 한편 더없이 즐거운 경험이다.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에서는 단순히 디렉션에 따르는데 그치지 않고, 히로인의 입장에서 감독인 제게 에너지를 전해주었다. 그녀로 인해 새로운 영화가 태어났다.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가 우리에게 일깨우는 것은 “한밤중에 친구들과 어울리다 너무 즐거운 나머지 아침이 오지 않을 것처럼 느끼거나, 주위를 둘러보니 나도 모르는 새 날이 밝아있는 순간” 즉, ‘청춘’이다. ⓒ 2018 “And your bird can sing” Hakodate Cinema IRIS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만들고 싶습니다. 매번 다른 것에 도전하는 모험 속에서 영화 만들기 자체를 즐길 수 있다면 분명 관객 여러분께도 좋은 작품을 전해드릴 수 있겠지요.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의 한국 개봉이 추진되는 중이라니 너무 기쁩니다. 개봉하는 날 서울, 혹은 도쿄의 한국음식점에서 회식이라도 하고 싶네요. 가능하면 친구, 혹은 연인과 함께 봐주세요. 영화가 끝난 뒤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분명‘오늘 참 멋진 하루를 보냈구나’하는 느낌이 드실 겁니다.”

한국 관객을 위한 메시지 이후에도 미야케 감독과의 대화는 좀처럼 끝날 줄 몰랐다.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고, 객석의 사람들의 모든 빠져나갈 때까지 필자의 가슴에 남았던 ‘설렘’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미야케 감독은 두 가지를 덧붙였다. 자신은 “아무것도 없는 데서 뭔가를 만들어낸 게 아니라 이미 눈앞에 존재하고 있지만 사람들이 알아차리지 못한 것을 찾아냈을 따름”이며, 바로 지금 이 순간에도, 비싼 호텔이나 유람선 위의 파티가 아니라 아무렇지 않게 지나치는 길목 어딘가에,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를 떠올리게 할만한 로맨스의 순간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고.

그리고 다시 그와 나, 두 사람 모두 얼마나 토니 스콧을 사랑하는지를 이야기하면서 분위기가 달아올랐을 때, 귓가에 영화제 의전담당의 한숨소리가 들어오는 듯했다. 모두에 언급했던 비틀즈 노래에 등장하는 폴 매카트니와 조지 해리슨의 기타 리프가 필자의 머릿속을 메운 건 바로 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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