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정말 일산 집값은 1억원이 떨어졌나

  • 기자명 최승섭
  • 기사승인 2019.06.05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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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는 지난해 8.27일 수도권의 주택공급을 위해 총 30만호 규모의 공공택지를 신규로 확보하겠다고 발표하고, 1차(‘18.9.21) 3.5만호, 2차(‘18.12.19) 15.5만호 등 19만호 규모의 공급대책을 발표했다. 올해 5월7일에는 「제3차 신규택지 추진계획」으로 11만호 입지를 확정·발표했다.

 

신도시(토지면적 100만평 이상)는 고양 창릉, 부천 대장, 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인천 계양 등 5곳, 17.3만호이며, 도심 국공유지, 유휴 군부지 등 중소규모 토지 81곳에서 12.7만호가 공급된다.

자료: 국토교통부

 

그런데 3기 신도시가 1기는 물론이고, 2기 신도시 보다 서울에서 더 가깝다. 서울에 가까우면 누가 보기에도 기존 신도시보다 경쟁력에서 앞설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때문에 일산을 비롯한 1기 신도시와 파주 운정, 김포 한강 등 2기 신도시 주민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특히 현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신도시정책을 총괄하는 김현미 장관의 국회의원시절 지역구인 일산 서구의 반발이 가장 심하다. 일산 신도시는 같은 1기 신도시인 분당 등에 반해 집값이 거의 오르지 않았다는 점과 여전히 교통망 부족으로 서울로의 출퇴근이 힘들다는 현실이 복합적으로 반영된 결과이다.

 

정부의 3기 신도시 발표로 1기와 2기 신도시의 집값이 폭락하고 있을까? 현재 여론의 집중을 받고 있는 지역은 앞서 말한대로 일산과 파주 운정을 비롯한 서북권, 김포 한강과 인천 검단 증 서남권 신도시들이다. 파주 운정과 김포 한강 등 2기 신도시 역시 정부가 약속한 광역 교통망, 자족도시 등 상당 부분은 현실화되지 못했다. 일부에서는 정부의 3기 신도시 발표로 일산 집값이 하루밤사이 1억이 하락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하루새 집값 1억 폭락"..일산 신도시 격앙 “)

 

일산의 집값은 정말 하루새 1억이 하락했을까. 언론에서 호들갑을 떠는 일산 집값 하락이 사실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우선 노파심에서 말씀드리자면, 필자와 필자가 속한 경실련은 현 정부의 3기 신도시 정책을 지속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과거 2기 신도시에서 보듯 현재 신도시 정책이 집값 안정보다는 투기 유발과, 공기업, 건설사의 땅장사, 집장사로 개발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잘못된 시스템 개선 없는 신도시 개발은 오히려 국민들의 주거안정을 더욱 해칠 뿐이다.

이번 팩트체크의 목표가 일산 등 기존 신도시 주민들의 3기 신도시 반대에 대한 비판이 목적이 아님을 분명히 한다.

하룻밤새 1억원 하락설 근거는?

"하루새 집값 1억 폭락"..일산 신도시 격앙 “이라는 기사에 나온 주엽동 강선마을 14단지 두산아파트를 살펴보자.

<그림1> 일산 주엽동 강선마을 14단지 실거래가 변화.(단위: 만원) 자료: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

 

2018년 1월 이후 강선마을 14단지 전용 84㎡(32평)의 실거래가 변화이다. 1-5층 저층을 제외한 실거래 전수이다. 2018년 1월 4억9000만원에서 2019년 1월 5억9900만원으로 1억원이 상승했다. 기사에서 언급된 최고가는 이 금액으로 보인다. 이후 5월까지 등록된 실거래가는 없다. 그럼 기사에서 말한 4억7000만원대 매물은 사실일까?

네이버 부동산에서 매물을 검색했다.

<그림2> 강선마을 14단지 매물 현황. 자료)네이버 부동산

5억4000만원으로 최고가 보다 5000만원 낮은 매물은 있지만 5억9000만원, 6억원짜리 매물도 있다. 4억7000만원짜리 매물은 보이지 않았다. 최고점보다 약간은 하락했으나 1억원 하락 기사의 근거는 보이지 않는다. 물론 지역 부동산에서만 오프라인으로 올라온 매물일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김현미 장관의 지역구인 일산서구 주엽동의 다른 아파트를 살펴보자. 2018년 1월 이후 주엽동에서 거래가 가장 많이 이뤄진 아파트는 문촌마을 14단지로 82건의 실거래가 이뤄졌다. 해당아파트의 주력평형인 19평 아파트의 실거래가 변화는 아래 그림과 같다.

<그림3> 일산서구 주엽동 문촌마을 14단지 실거래가 변화(공급 19평). 자료)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

 

2018년 12월 3억원의 최고점 이후 점차 하락하는 것을 알 수있다. 가장 최근 실거래가는 4월 중순에 발생한 3건으로 2억5000만원 2건, 2억8000만원 1건으로 나타났다.

해당아파트의 현재 매물 가격도 살펴보자

<그림4> 문촌마을 14단지 매물 현황. 자료)네이버 부동산

1억8000만원 매물은 1층이라는 특수성으로 제외하고, 1억9900만원짜리 매물이 2개 있으나 동수와 층수가 같은 것을 보았을 때, 중복 매물로 판단된다. 나머지 매물은 2억5000만원 수준에서 형성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2억4900만원도 중복 매물 추정) 그림에는 빠졌지만 2억6000만원에서 2억8000만원 매물도 5건이나 있엇다(중복매물 제외)

 

이번에는 창릉신도시와 인접해 있는 덕양구를 보자. 덕양구에서 역시 가장 많이 실거래가 있었던 별빛마을 9단지를 살펴봤다.

<그림5> 덕양구 별빛마을 9단지 실거래 변화. 자료)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

 

지난해 9월 4억9200만원으로 최고점을 찎은 후 올해 5월 4억1000만원과 4억원으로 거래가 이루어져 최고점 대비 9000만원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미 10월에 3억7800만원에 거래가 이뤄졌고, 올해 1월부터는 4억원 초반에 거래된점을 볼 때 5월 발표된 고양 창릉 신도시 영향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전국적인 거래중단과 가격하락의 여파로 보는 것이 타당

지금까지 살펴본 바를 정리하면, 언론에서 확대 재생산하는 하룻밤새 1억원 하락은 사실이 아니다. 그렇지만 일산신도시의 집값은 최고점 대비 일정금액(최대 1억원) 빠진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이를 3기 신도시 영향으로 확대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림6> 전국, 수도권 아파트값 변화(매매가격지수). 자료)한국감정원

 

위 그림에 나타나듯 전국, 서울 등의 집값은 지난해 11월을 기점으로 하락 전환했다. (최근 다시 상승하는 기미가 여러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실제 앞서 살펴본 일산의 아파트들도 지난해 하반기 최고점을 찍은후 점차 하락한 것을 볼 수 있었다. 이를 볼 때 최근 일산의 집값 하락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속된 거래 침체와 가격 하락 국면으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해 보인다.

<그림7> 고양시 아파트값 변화(매매가격지수).자료)한국감정원

 

다만 특이점은 있다. 고양시만 매매가격 지수를 볼 경우 2017년 11월 최고점을 기점으로 하락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덕양구가 다른 지역에 비해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면서 고양시 전반적으로는 상승했지만, 일산동구와 서구는 2017년 11월 이후 하락을 지속하고 있다.

 

고양창릉 신도시가 5월 발표됐기 때문에 5월과 6월 실거래가 등록되는 것을 더 살펴볼 필요도 있다. (실거래 등록기간 60일)

<그림8>4월 말 대비 경기도 주요지역 아파트 매가격 지수 변화(주간지수). 자료)한국감정원

 

일산의 집값하락이 다른 곳보다 폭이 크다는 주장 또한 사실이 아니다. 올해 4월 대비 5월말 주간 매매가격 지수를 비교한 결과, 고양시는 –0.45가 하락했다. 김포시도 –0.44하락했다. 그런데 이는 위 그림에 나타나듯 하남시, 여주시, 의왕시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최근 하락폭이 줄어든 지역에 비하면 하락폭이 크지만 그 외에 다른 지역과 비교할 경우 오히려 하락폭이 작다.

 

3기 신도시에 대한 언론의 호들갑, 노림수는 무엇일까?

일부에서는 정부의 이번 신도시 결정이 내년 총선에서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도 예상하고 있다(예상인지 선동인지는 모르겠지만). 가구 자산의 80%가 주택인 상황에서 어찌보면 당연한 현상이다. 그간 선거에서 집값 문제는 가장 큰 이슈중 하나였으며, 정부와 정치권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런데 그간 대다수 언론은 주택공급확대와 개발을 외쳐왔다. 규제로 집값을 잡기 보다는 공급을 확대해 집값을 잡아야 한다는 논리이다. 그런데 유독 이번 3기 신도시에 대해서는 언론이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경실련과는 다른 관점의 부정적 시선으로) 집값하락을 과대 포장하는 언론의 노림수는 무엇일까. 주거 안정일까, 집값 상승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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