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한기총은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교단이 아니다”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19.06.12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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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시국 선언문을 발표해 파문이 일고 있다. 다수의 언론이 전 회장의 주장을 보도해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한기총이 국내 기독교(개신교)계를 대표하는 단체가 아니라는 주장이 나왔다. <뉴스톱>에서 확인했다.

 

연합뉴스 유튜브 동영상 갈무리

한기총은 지난 5일 전광훈 대표회장 명의로 낸 선언문에서 “문재인 정권이 주체사상을 종교적 신념의 경지로 만들어 청와대를 점령했다”며 “6만5천 교회 및 30만 목회자, 25만 장로, 50만 선교가족을 대표하는 한기총은,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연말까지 하야할 것과 내년 4월 총선에서 대통령 선거와 4년 중임제 개헌 헌법 선거를 실시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정치권과 다른 개신교계의 비판이 이어지는 가운데, 기독교(개신교)계 원로인 손봉호 고신대 석좌교수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한국 기독교를 대표한다고 자칭하면서 그런 말을 하는 것은 기독교에도 어울리지 않고 더군다나 한국 기독교를 대표하는 그런 발언이 될 수가 없습니다. 전혀 실제로 한국 기독교를 대표할 수 없는 교단입니다. 이름만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데 그건 사실 사실을 대변하지 못합니다”고 말했다.

1987년 설립된 개신교 시민운동 단체인 기독교윤리실천운동도 지난 7일 <한기총은 한국 교회를 대표하는 조직이 아닙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한국개신교 374개 교단에 신자수 967만 5761명

종교 인구와 관련해 가장 최근 자료인 통계청의 2015년 인구총조사 종교별 인구 자료에 따르면, 2015년 기독교(개신교) 전체 인구는 총 967만 5761명으로 나타났다.

또한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1월 발간한 <2018년 한국의 종교현황>에 따르면, 2018년 개신교 교단은 총 374개로 집계됐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국교회연합·한국장로교총연합회·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등 연합 단체와 문체부에 등록된 교단 등을 모두 취합한 결과다.

이중 교세 등이 확인된 교단이 126개, 확인되지 않은 교단이 248개였다. 상대적으로 교세가 큰 교단으로는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 대한예수교장로회(고신),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기독교대한감리회, 기독교한국침례회,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예수교대한성결교회,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등이 있다. 그리고 연합기관으로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한국기독교연합,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 등이 있다.

개신교 교단 중 교인수가 가장 많은 곳은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로 2,789,102명이었다.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가 2,764,428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그러나 교회와 교직자 수는 합동 측이 각각 11,937개와 23,440명으로 통합 측(9,050개, 18,712명)보다 많았다.

대한예수교장로회(백석대신)와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도 교인수가 각각 1,403,273명과 1,334,178명으로 1백만 명을 넘었고, 기독교대한성결교회(기성)와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기하성)는 교인수가 집계되지 않았다.

 

한기총 출범후 10여년 동안 교계 대표지위 유지

1989년 기독교 보수주의에 근거한 개신교 연합회로 출범한 한기총은 그동안 한국기독교 적어도 한국보수기독교계를 대표하는 단체로 인식되어 왔다.

1989년 동아일보는 4월 29일자 <改新教(개신교)보수교단 총연합회 創立(창립)>이라는 제목으로, 경향신문은 5월 1일자 <基督敎(기독교)보수敎團(교단)「基總聯(기총련)」결성 左傾化(좌경화)등 적극對處(대처)>라는 제목으로 한기총(기총련) 창립을 보도했다.

한기총이 출범하기 전까지 한국개신교계를 대표하는 연합단체는 1924년에 장로교와 감리교로 구성해 설립됐던 조선기독교연합회를 계승해 1946년 재건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였다. 당시 NCCK는 10개 교단에 불과 했지만 새로 출범한 한기총은 한국개신교계 양대 교단인 예장합동과 예장통합을 포함해 67개 회원교단이 참여해 2010년대 초까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소속 교단의 회원 수만 약 1200만 명에 달했다.

 

회장선출 금권선거, 이단 지정 논란 등으로 탈퇴 이어져 

그러나 2011년 길자연 대표회장 선출과 관련해 금권선거 사태가 터지면서 한기총의 내부 분열상이 공개적으로 알려졌다.

이후 이단문제 등으로 참여교단간의 견해차이가 커지면서 주요 교단의 탈퇴로 이어졌고 한기총 해체운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지난 2월 한기총 25대 대표회장으로 전광훈 목사가 취임하면서 갈등은 더 커지고 있다.

한기총 홈페이지에 따르면 현재 가입 교단 수는 79개로 되어 있지만, 이 가운데 행정 보류나 가입 보류된 교단 10곳을 빼면 현재 69개 교단 정도가 소속되어 있다. 한국 개신교 교단 374곳의 20%가 채 안 된다.

게다가 한국개신교계에서 가장 큰 규모인 4개 교단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 대한예수교장로회(백석대신)와 기독교대한감리회는 한기총을 탈퇴했거나 행정 보류한 상태다. 이 4개 교단이 공식적으로 발표한 교인 수를 더하면 총 840만 명에 이른다.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개신교 신자 수 967만 5761명의 약 86%는 한기총과 관련이 없는 셈이다. 한기총 참여교단의 신자수를 모두 더해도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과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 단일 교단의 신자수보다 적다.

기독교 전문매체인 뉴스앤조이도 <한국교회 대표하는 한기총? 가입 교단 면면 살펴보니>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참여 교단 숫자는 다른 연합 기구보다 많은 편이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군소 교단이 대부분이다. 기독교하나님의성회와 기독교한국침례회를 제외하면 교단 이름도 생소하다”, “한기총은 대표성을 상실한지 오래”라고 보도했다.

또 지난 11일에는 여의도순복음교회 등이 속한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가 정기실행위원회를 열고 한기총에 대한 탈퇴 직전 조치인 ‘행정보류’를 결의했다.

 

전광훈 목사 선거운동 해주는 언론?

정리하면 한기총은 2010년대까지는 한국개신교계를 대표하는 연합 단체가 맞지만 이후 대표회장 금권선거, 이단 지정 등의 논란을 거치며 주요 대형교단이 탈퇴하는 등 규모로 본 현재 위상은 한국개신교계의 대표단체로 볼 수 없다. 손봉호 교수의 발언은 대체로 사실로 볼 수 있다.

앞서 기독교윤리실천운동도 성명서에서 “한기총이 스스로를 ‘6만 5천 교회 및 30만 목회자, 25만 장로, 50만 선교 가족을 대표’하는 조직으로 표현한 것은 전혀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중앙일보는 지난 10일 <‘총선 4수생’ 전광훈 한기총 목사의 막말>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전광훈 목사는 그동안 네 차례나 기독교 정당을 설립해 총선을 통한 원내진출을 시도했다. 2016년 총선에서는 전 목사가 창당한 기독자유당이 62만 표를 얻어 2.63%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3%가 넘었다면 비례대표 1석을 확보할 수도 있었다. 전 목사가 노리는 건 ‘개신교계의 정치세력화’”라고 보도했다.

한기총은 지난 5월 3일 전국 253개 지역연합 결성대회를 개최하고 ‘전국을 복음 통일로, 253개 선거구 지역연합 조직 결성’을 알렸다. 이 자리에서 전광훈 목사는 ‘정교분리의 원칙’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내년 총선에서 원내진입을 노리는 전광훈 목사와 기독자유당은 자신의 정치적인 ‘막말’과 주장을 받아주는 언론을 통해 쏠쏠한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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