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톱 창간기획> 핵 쓰레기 처리장은 몇 개나 될까?

  • 기자명 강양구 기자
  • 기사승인 2017.07.06 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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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1호 핵발전소(원자력 발전소) 고리 1호기가 19일 0시부로 가동을 멈췄다.

문재인 대통령은 6월 19일 부산시 기장군에서 열린 고리 1호기 영구 정지 선포식에 참석해 "고리 원전 1호기 영구 정지는 탈핵 국가로 가는 출발"이라고 강조하며 에너지 전환의 의지를 밝혔다. 문재인 정부의 탈핵 정책을 놓고서 앞으로 본격적인 찬반 논쟁이 진행될 것이다. 신고리 5, 6호기 건설 중단을 둘러싼 논란은 그 예이다.

<뉴스톱>은 창간 기획으로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전환과 탈핵 정책에 대한 찬반 논쟁을 따라가며 주요 이슈를 팩트 체크한다.

 

ⓒthetriangle.org

고리 1호기 영구 정지를 계기로 공공연하게 ‘탈핵’이 말해지는 시점에 꼭 한 번 확인해야 할 질문이 있다. 핵발전소는 방사성 물질 우라늄을 태울 때 (핵분열) 나오는 열로 물을 끓여서, 그 증기로 터빈을 돌려서 전기를 얻는 방식이다. 당연히 우라늄을 태우고 나면 원자로 안에 쓰레기가 남는다.

이 쓰레기는 이해관계에 따라서 ‘사용 후 핵연료’,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핵 쓰레기’ 심지어 ‘죽음의 재’ 등 다양한 명칭으로 불린다. 한국은 2016년 12월 말 기준으로 약 1만4600톤의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이 쌓였다. 이 쓰레기는 설사 고리 1호기처럼 모든 핵발전소가 가동을 영구 중단하더라도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몇 곳 있나요?

2017년 7월 3일 현재, 전 세계 31개국에서 447기의 핵발전소가 가동 중이다. 미국 99기, 프랑스 58기, 일본 42기, 중국 37기, 러시아 35기, 대한민국 24기 등. 자기가 내놓은 오염 물질은 자기가 치워야 한다는 ‘오염자 부담 원칙’을 따르자면, 최소한 31곳의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이 있어야 마땅하다.

여기서 질문을 던져 보자. 지금 전 세계에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은 몇 곳이나 있을까? (한국 경주에 있는 처리장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이 아닌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처리하는 시설이다.)

정답은 ‘0’이다.

1954년 러시아에서 처음으로 핵발전소가 가동했고, 1956년 영국에서 상업 발전이 시작했다. 하지만 반세기가 지나도록 전 세계의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은 단 한 곳도 없다. 핵발전소를 운영하는 주요 국가들은 현재 처리장 운영 계획만 세워놓고 있다.

10만 년, 30만 년, 70만 년?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곳곳의 핵발전소에서 쓰레기가 계속 나오고 있는데, 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이 단 한 곳도 없을까?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안에는 우라늄(Ur)을 비롯한 여러 종류의 방사성 물질이 포함되어 있다. 이 가운데는 독성이 강하기 때문에, 즉 강한 방사선을 내뿜기 때문에 오랫동안 인간을 비롯한 자연환경과 격리해야 할 것도 있다. 예를 들어, 그런 방사성 물질 가운데 하나가 바로 플루토늄(Pu)이다.

그런데 플루토늄 같은 경우는 종류(동위원소)에 따라서 차이가 있지만 반감기가 약 2만4000년이다. 반감기는 어떤 방사성 물질 안에 포함된 초기 방사능이 반으로 줄어드는 시간을 확률로 계산한 것이다. 그러니까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안에 들어 있는 플루토늄의 방사능이 반으로 줄어드는 데는 2만4000년이 걸린다.

여기서 착각해서는 곤란하다. 이 플루토늄은 2만4000년이 지나도 안전하지 않다. 컵을 가득 채운 물(방사능)을 2만4000년 동안 반을 마신다고 해도, 나머지 반은 여전히 컵에 남아 있으니까. 그렇다면, 또 다시 2만4000년이 지나서 4만8000년이 지나면 이 플루토늄은 안전할까? 아니다. 컵에 여전히 4분의 1의 물(방사능)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한국의 핵폐기물 임시 저장 시설은 곧 포화상태가 될 예정이다. SBS 화면 캡처

핵발전소 옹호자이자 <대통령을 위한 에너지 강의>(살림 펴냄) 등으로 유명한 물리학자 리처드 뮬러는 이렇게 설명한다. 이론적으로 방사성 물질이 자연 상태에서 아무런 독성이 없을 정도가 되려면 반감기가 서른 번 정도가 지나야 한다고. 즉, 이론적으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안의 플루토늄이 안전해지려면 약 72만 년(2만4000년×30)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런 사실은 핵 산업계 인사도 부정하지 않는다.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처리하는 데 들어가는 시간으로 "10만 년" 30만 년 정도를 언급하고 있다. 그런데 “30만 년”, “72만 년” 이라는 시간은 일상생활 속의 시간 감각을 넘어서는 것이다. 가장 짧은 10만 년을 살펴보자. 10만 년 전에 지구상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약 10만 년 전, 유라시아의 어떤 곳에서 네안데르탈인과 우리의 직계 조상 호모 사피엔스가 이웃하고 살았다. (알다시피, 네안데르탈인은 멸종했다.) 30만 년 전에는? 그때는 인류가 아예 살지도 않았다. 지금까지의 통설은 호모 사피엔스가 약 20만 년 전에 아프리카에서 출현했다는 것이니까. (최근 <네이처>는 아프리카 모로코에서 30만 년 전 호모 사피엔스 화석이 발견됐다는 소식을 전했다.)

아직도 감이 안 온다면 인류가 남긴 가장 오래된 유적 중의 하나인 이집트 피라미드는 어떨까? 가장 오래된 피라미드는 약 4600년 전에 지어진 것이다. 그런데, 그 피라미드는 과연 그 시간 동안 제대로 관리가 되었나? 알다시피, 짓고 나서 수천 년간 방치되다가 19세기 들어서야 발굴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과연 앞으로 10만 년 이상 길게는 72만 년까지 인류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관리하는 일이 가능할까? 바로 이 질문에 누구도 선뜻 긍정적인 답변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을 단 한 곳도 반세기가 넘도록 짓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핀란드가 2001년 세계 최초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부지를 확보했고, 2015년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10만 년’ 저장할 수 있는 시설의 건설을 승인했다. 9.5킬로미터의 나선 모양 터널로 들어가 지하 400~450미터 깊이에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저장하는 이 시설은 계획대로라면 2023년부터 운영될 예정이다.

왜 72만 년도 아니고 30만 년도 아니고 10만 년이냐고? 이런 자포자기 심정 아니었을까? 10만 년 이후까지 인류가 지구에서 생존하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그 이후는 알게 뭔가?

'굿바이! 핵발전소 ③'에서는 사용 후 핵연료를 비롯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의 어려운 점을 좀 더 자세히 살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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