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중극 '3층구조' 코미디영화...웃음이 '다이너마이트'처럼 터진다

  • 기자명 홍상현
  • 기사승인 2019.06.25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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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드웨이를 쏴라>는 직접 각본을 쓰고 연출에 주연까지 맡은 <애니 홀>로 아카데미 각본상ㆍ감독상ㆍ최우수작품상을 석권, 남우주연상 후보까지 오른 영화작가이자 희극인 우디 앨런의 대표작이다.

내용은 이렇다. 스스로를 불세출의 예술가라 여기는 주인공이 있다. 그간 두 편의 희곡을 발표했지만 무능한 동료들 탓에 반향을 얻지 못한 거라 믿는다. 그런 그에게 어느 날 자신의 작품을 연출해서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릴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다. 다만 조건이 만만치 않다. 연기력은커녕 대사도 못 외우는 투자자(마피아 두목)의 애인을 캐스팅해야한다.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들인 대신 왕년의 빅 스타를 영입하지만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그녀에게 반한 주인공이 작가주의를 부르짖던 소신을 내던지고 대본을 뜯어고치기 시작한 것. 작품은 점점 산으로 가고, 아수라장을 보다 못한 ‘구원투수’가 끼어든다. 바로 주인공을 감시하던 마피아 조직원. 이야기는 관객이 상상도 못할 결말로 치닫는다.

이 코미디영화의 내용을 소개한 것은, 오는 27일 막을 올리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월드 판타스틱 블루 부문에 초청된 <다이너마이트 소울 밤비>와 맞닿아 있어서다. 극중극의 장르를 영화로, 주인공의 직업은 인디 영화감독으로, 브로드웨이 무대는 신작 장편영화로 바꾸면 영락없다. 물론 <노 머니, 노 흉내>라는 영화의 각본ㆍ연출ㆍ주연을 맡은 마츠모토 타쿠야 감독의 좌우명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두 작품은 엄연히 다른 작품이다.

다만 희극과의 인연은 마츠모토 감독 쪽이 더 빨랐을 지도 모르겠다. 친구와 콤비를 결성해 개그맨 활동을 시작한 게 고교생 시절이니까. 이후 10년간 커리어를 쌓아가던 콤비가 어느 날 갑자기 해산했다. 파트너의 일방적인 결정 때문이었다. 그때부터 ‘취미’ 차원에서 하고 있던 자주영화 제작에 매달렸다. 극장업자가 나서주지도 않아도 지나치게 부지런하다 싶을 만큼 작품을 발표했고 배급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특히 이번 작품은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영화인상에 빛나는 독립영화의 대부, 와카마쓰 코지 감독의 예술영화 전용관 시네마 스콜레의 총지배인으로 얼마 전 개봉한 한일합작영화 <막다른 골목의 추억>의 공동제작자 키마타 준지가 프로듀서를 맡기도 했다.

취재를 위해 스크리너를 감상하는 내내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으려고 순간순간 입을 틀어막아야 했던 화제작 <다이너마이트 소울 밤비>의 마츠모토 감독과 대략 ‘개그 레벨: 조금 강한 맛’ 정도의 인터뷰를 진행해보았다.

마츠모토 타쿠야 감독은 고등학교 재학 중에 친구와 콤비를 결성, 10년 동안 개그맨으로 활동했다. 그래서일까. <다이너마이트 소울 밤비>의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초청을 계기로 진행된 이번 인터뷰에서도 범상치 않은‘개그감’을 보여주었다. ⓒ CINEKEN

홍상현:

유바리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거쳐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오셨다. 한국이나 한국영화에 대해 한 마디 부탁한다.

마츠모토 타쿠야:

한국영화를 엄청나게 좋아한다. 그래서 한국영화제 자주 등장하는 풍경처럼, 즉, 뒷골목 음식점의 동그란 테이블에 여러 명이 둘러앉아, 쇠 젓가락을 들고 큰 목소리와 제스처로 대화를 나누는 게 한때의 꿈이었다. 첫 한국여행에서 실현할 수 있었다. 그래서 지금도 한식당의 쇠 젓가락을 보면 흥분된다. 단, 팔이 가늘어서 오랜 시간 쇠 젓가락을 들고 지속적인 액션을 보여주기 힘들다는 게 함정이지만.

아, 그리고 좋아하는 한국의 영화감독을 말씀드리면. 대표적으로 류승완 감독과 이정향 감독을 꼽을 수 있다. 작품에 독창성과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을 뿐더러. 휴머니티, 비애까지도 제대로 담아내는 까닭에 늘 신작이 기다려진다. 대단히 공부도 되고. 물론 봉준호 감독박찬욱 감독나홍진 감독도 좋아한다.

 

홍상현:

당신이 리더인 크리에이터 그룹의 이름을 보면, 누구라도 일단 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다. “시네마 건강회(シネマ健康会)”라니. 대체 무슨 뜻인가? (웃음)

마츠모토 타쿠야:

건강한 생활에 힘쓰면서 즐겁게, 영화 만들기를 영구적으로 이어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들이 꼭 이런 소리를 하더란 말이지. “너 또 살 빠졌냐? 밥은 먹고 다녀?” 애초의 제 의도와 거리가 먼 모습 아닌가?

여기서 또 한 가지. ‘시네마 건강회’를 줄여서 발음하면 ‘시네켄’이다. 일본에선 보통 이래 놓으면 동아리나 특활부에서 흔히 쓰는 이름인 ‘시네마연구회’의 약칭일 거라 생각한다. 자, 그러니까 정리해보면... “시네켄? 시네마연구회 들어갔다고?” “아냐, 시네마 ‘건강회’거든!” 이런 조크를 내포한 네이밍이 되겠다. 만들 당시만 해도 계속 쓸 이름이 되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는데, 막상 여기까지 오고 보니 입에 올릴 때마다 부끄러움이 엄습한다.

 

홍상현:

<다이너마이트 소울 밤비>라는 타이틀의 의미도 궁금하다.

마츠모토 타쿠야:

“아기사슴처럼 어린놈들이 열정과 영혼을 폭발시켜 신천지에 도전한다”는 의미인데, 극중극에서 영혼을 잃을 만큼 인격을 붕괴시키는 극약의 명칭도‘밤비’다.

이 두 가지 의미에서 붙인 제목인... 데... 그게, 한편으로 제가 좋아하는 밴드의 싱글 '영 소울 다이너마이트'에 대한 오마주이기도 하다고는 송구해서 도저히 말씀드리기 어렵다.

쉴 새 없이 “커트!”를 연발하며 모두에게 '따발총 토크'로 비난을 퍼붓다가 끝내 제작진에게 왕따를 당하는 극중 캐릭터와 달리, 마츠모토 타쿠야 감독은 작업을 통해 만난 이들과의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연출자로 유명하다. ⓒ CINEKEN
<다이너마이트 소울 밤비>는 극중극과 제작진, 그리고 이들을 지켜보는 메이킹 필름 감독의 '3층 구조'로 관객을 몰입시킨다. ⓒ CINEKEN

홍상현:

방금 말씀하신 건 뭔데!? (큰 웃음) 계속하자. 이번에 부천에 아예 ‘방문단’을 꾸려서 온다고 들었다. 거의 <다이너마이트 소울 밤비> 파트 2를 촬영해도 될 정도라던데, 실제로 이번 작품을 함깨한 캐스트와 스태프 중 상당수가 오랜 세월 당신과 함께해 왔다.

마츠모토 타쿠야:

그렇다. 실로 끈적끈적, 질퍽질퍽한 관계라고나 할까. 예전부터 자주 작품을 함께 해 온 캐스트는 물론이거니와 이번에는 스태프 여러분께도 출연을 제안했다. 연기 면에서도 프로와 초보가 뒤섞여 도전한다는 연출방식을 취했으니까. 원체 ‘모험마니아’다 보니 무리한 도전을 거듭해왔는데, 누군가가 미투, 갑질, 성희롱 같은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한 파트 2는 반드시 찍을 거다.

 

홍상현:

<다이너마이트 소울 밤비>는 엄청난 팀워크가 매력인 작품이기도 하다. 제작비를 조달하기 위해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했는데, 일본에서는 익숙하지 않은 방식이다. 모든 캐스트가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선 결과가 궁금하다.

마츠모토 타쿠야:

클라우드 펀딩 운영사이트는 수수료도 칼 같이 떼어간다. 그것만은 피해야겠다 싶어서 온라인에 제 계좌번호를 공개했다. 영화가 독립영화니까 클라우드 펀딩도 '자력 클라우드 펀딩'이라고 이름 붙였다. 하지만 기존 사이트를 이용할 때에 비해 홍보 면에서 압도적으로 열세인 건 어쩔 수 없더라. 그래서 캐스트들에게 SNS에서의 확산을 부탁하는 한편 거의 모든 구성원으로부터 열렬한 메시지를 기고 받아 홈페이지에 게재하는 등, 한 마음으로 매달려 자금을 모았다.

동시녹음 엔지니어 역으로 출연한 래퍼 마치 데프(MACHEE DEF)의 본명은 마츠모토 코지, 마츠모토 타쿠야 감독의 친동생이다. 그들 형제는 늘 류승범ㆍ류승완 형제를 의식하지만, 마츠모토 타쿠야 감독의 말에 따르면 “그들처럼 잘생기지 못했다는 게 함정”이라고. ⓒ CINEKEN

 

홍상현:

영화에 캐스트와 스태프가 현장에 다 같이 이불을 깔아놓고 합숙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설마’ 하며 지나쳤다가 깜짝 놀랐다. 진짜로 나고야에서 진행되는 촬영기간 내내 합숙을 했잖은가. 제 아무리 상황을 설명 한다 쳐도 일본의 제작환경 상 거의 불가능한 일인데, 동료들의 신뢰가 엄청나게 두터운 모양이다.

마츠모토 타쿠야:

촬영에 20일 정도가 소요되었는데, 상당히 빡빡한 스케줄이었다. 모두에게 뭐라 감사의 말을 해야 할지. 특히 뭐가 제일 힘들었느냐면... 극중의 야마모토 감독 이상으로 현실 속의 마츠모토 감독이 인기폭발이라 너나 할 것 없이 매일 밤 문턱이 닳도록 제 방을 찾았다... 가 아닌가? ‘팬심’이 아니라 ‘고객 불만사항 접수’ 때문이라고 해야 할까.

 

홍상현:

한편, <다이너마이트 소울 밤비>는 극중극과 제작진, 이들을 지켜보는 메이킹 필름 감독의 '3층 구조'로 관객을 몰입시킨다. 이런 발상이 어떻게 가능했나.

마츠모토 타쿠야:

영화 DVD를 다 보고난 뒤 메이킹 영상이 포함되어 있을 경우, 절대 그냥 지나치지 않는데, 그러다 보면 아주 가끔 본편 이상으로 재미있는 메이킹을 보게 될 때가 있다. 또한 각 신의 뒤에 숨어있는 수많은 궁리, 고민, 발견 등이 더러 본편의 재미를 더욱 끌어올려 주기도 한다. 메이킹까지 빠짐없이 챙겨 보는 경우가 그렇게 일반적이라고는 할 수 없지 않나. 당연하지만 본편에 비해 가볍게 취급되기 쉽고.

바로 이 지점에서 대작 메이저영화의 그늘에 가려져있는 저예산 독립영화의 모습을 읽었다. 그런데, 만약 메이킹이 본편을 먹어치울 정도로 재미있다면 어떨까? 그야말로 ‘대반전’이라고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상상이 부풀어 올라 각본으로 정리되어 <다이너마이트 소울 밤비>가 탄생했다.

게다가 본편과 메이킹이 뒤섞여있는 구조의 영화를 지금껏 본 적이 없었다는 점도 집필의 큰 동기로 작용해주었다. ‘자이언트 킬링(Giant Killing)’, 온리 원(Only One), 둘 다 제가 워낙 좋아하는 주제들이라.

<다이너마이트 소울 밤비>에서 주인공(마츠모토 타쿠야)의 영화에 처음 출연하는 것으로 되어있는 아라이 마나. 실제로는 다양한 채널을 통해 마츠모토 감독에 대한 팬심을 공공연히 드러내는 오랜 동료다. ⓒ CINEKEN

홍상현:

래퍼로 활동하는 친동생이 동시녹음 엔지니어 역으로 출연했다. 뿐만 아니다. 예전에는 팔순 조모께서 당신이 제작하는 뮤직비디오에 나오신 적도 있다. 이거야말로 영화에 등장할 만한 엄청난 가족 아닌가? (웃음)

마츠모토 타쿠야: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저는 류승완 감독의 작품을 좋아할뿐더러, 영화를 하면서도 류승완ㆍ류승범 형제처럼 공연(共演)으로 이겨보고 싶다는 야심찬 계획을 가지고 있다. 다만, 최근 깨달은 게 하나 있는데, 우리가 그들처럼 잘생기지 못했다는 게 함정이다. 이제부터 다른 방향을 모색할 작정이다.

아, 그리고 뮤직비디오는 옛날 작품이지만, 발표 당시, 세계 곳곳의 분들이 봐 주셔서 구독수가 꽤 높았다. 다만 이것도 이정향 감독의 <집으로...>에 지지 않겠다면서 아마추어이던 할머니가 도전에 나서주신 결과였다. 물론 저도 그런 할머니가 훌륭한 표현력의 소유자이신 걸 알고 있었고.

<집으로...>의 할머니처럼 우리 할머니도 이제는 타계하셨다. 할머니, 야외 게릴라 촬영까지 하시게 만든 몹쓸 손자를 지켜봐주세요.

... 안 터질 개그 때문에 훌륭한 한국 감독님들의 성함까지 거론해서 죄송하다.

 

홍상현:

(※ 웃느라 잠시 인터뷰 중단) 캐스트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해보자, 중학생 시절 당신과 처음 만나고, 성인이 된 뒤 찾아와서 연기를 하게 된 캐스트도 있더라.

마츠모토 타쿠야: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연기 경험의 유무만으로 배우를 판단하는 연출은 결국 한계에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 또한 어떤 일을 하던 제가 관심을 갖는 것은 ‘어찌되었든 서로 즐겁고, 건강하게 느낄 수 있는지’ 여부다.

실사영화는 많은 분들의 협력을 통해 완성된다. 큰 회사나 학교와도 비슷하다. 관여하는 사람도, 혹은 그 뒤 소원해지는 사람도 많은 게 당연한 일일지 모르겠다. 그래도 저는 한 번 인연을 맺은 캐스트, 스태프와 여간하면 계속 관계를 유지해가고 싶어 한다. 또, 누구나 캐스트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연출 작업이 즐거워지는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영화를 시작한지 20년 이상 지난 요즘, 연출로써 가능해지는 영역이 무한하다는 사실과, 모든 것을 책임진다는 말의 의미를 새삼 실감하는 중이다.

<다이너마이트 소울 밤비>의 포스터에까지 등장하는 주연배우, 이시코로 히데아키의 유명한 표정. 그에 대한 설명을 부탁하자 마츠모토 타쿠야 감독은 본인을 직접 소환했다. ⓒ CINEKEN

홍상현:

극중극에서 야마모토 감독의 영화에 첫 출연하는 것으로 되어있는 아라이 카나는 실제로 당신에 대한 엄청난 팬심을 공공연히 드러낸다. (웃음)

마츠모토 타쿠야:

아라이 씨의 총명한 행동과 립 서비스는 착각에 휩싸인 저를 자기통제 불능 상태로 몰아넣을 우려마저 안고 있다. 촬영기간 중에도 얼마나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시던지, 당최 연출에 집중을 못할 정도였다. (웃음)

 

홍상현:

영화 포스터에 등장하는 이시코로 히데아키의 표정을 보자마자 ‘빵’터졌다. 그가 당신이 상당한 ‘기인’이라고 하던데. 본인이 자기의 이야기를 하는 것도 이상할 테지만, 그래도 이 부분에 대한 코멘트를 부탁한다.

마츠모토 타쿠야:

도저히 안 되겠다. 본인을 소환해 직접 이야기를 들어보자.

이시코로 히데아키:

방금 소개받은 이시코로다. 마츠모토 감독은 기인 맞다. 감독으로서의 방식은 말할 것도 없이, 그 서비스 정신과 친절함이 넘치는 행동, 그 눈에 담긴 차가운 빛. 아울러, 그가 피자를 못 먹었을 때의 트러블은 심대하다. 그는 피자를 너무 좋아하니까.

그해 비해 저는 태양과 같은 그의 존재에 뒤에 숨어서, 이런저런 일들을 벌이려고 하는 얍삽한 놈이다. 소위 ‘잘생긴 남자’는 아니나, 20대 시절에는 매력 있다는 이야기도 들어봤다. 진짜다. 영화 속 제 표정을 보고 크게 웃어주셨다니, 분명 그런 제 매력이 어필된 것이다. 저...‘그렇다’고 말해주시면 안 되겠나?

마츠모토 타쿠야 감독의 개그감이 넘친다고 해서, <다이너마이트 소울 밤비>의 만듦새까지 우스운 것은 아니다. 예컨대 기존 메이저영화에 대한 풍자가 돋보이는 극중극은 각각 다른 촬영감독을 기용하고, 후반작업까지 따로 진행한 세 편의 ‘전혀 다른 영화’다. ⓒ CINEKEN

홍상현:

캐스트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한 것은 워낙 <다이너마이트 소울 밤비>에 등장하는 캐릭터의 디테일이 뛰어나서이기도 하다. 아이디어의 시각화 과정이 궁금하다.

마츠모토 타쿠야:

어쨌든 취재, 취재, 취재였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깊이 들어간 건 아니고, 동료들과 제가 현장의 일각에서 직접 경험하거나 들었던 이야기들. 그 모두가 캐릭터 구성의 열쇠였다. 다음은 캐스팅된 개개인이 원래부터 가지고 있던 매력에 의지했다. 전부터 알던 연기자에게는 숨은 재미를, 처음 만난 연기자에게는 새롭게 접할 수 있는 재미를. 그렇게 사람들의 매력적인 부분을 최대한 끌어내 캐릭터 구축의 가이드라인으로 삼았다.

 

홍상현:

물론 이번 작품도 흥미진진하지만 앞으로도 엄청나게 많은 재미있는 계획을 가지고 있을 것 같다. 소개를 부탁한다.

마츠모토 타쿠야:

인터넷 동영상에 관한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 차분하게 시간을 들여 만든 영화와 달리, 그때그때 찍어 내보내는 인터넷 동영상은 특유의 즉흥성에 따른 힘과 생동감을 전해준다. 그렇듯 자칫 저속하다고 파악될 수 있는 동영상은 종합예술이라 일컬어지는 영화를 잠식할만한 힘을 가지고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영화를 좋아하고, 영화의 힘을 믿는다. 따라서 아웃풋은 당연히 영화의 형태가 될 것이고.

앞으로도 자이언트 킬링을 해나가면서 온리 원의 엔터테인먼트 영화를 만들어가고 싶다. 아직 좀 더 수련이 필요하겠지만.

 

마츠모토 타쿠야 감독은 “영화를 시작한지 20년 이상 지난 요즘, 연출로서 가능해지는 영역이 무한하다는 사실과, 모든 것을 책임진다는 말의 의미를 새삼 실감"하고 있다. 그의 차기작이 기대되는 이유다. ⓒ CINEKEN

“세상에는 취미와 직업이 같지 않은 사람이 많습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다행스럽게도 좋아하는 영화를 일로써 하고 있는 젊은 감독이지만, 등장인물 중에는 영화를‘일’로써 접할 뿐인 사람도 있지요.

직업이란 뭘까, 열정을 가지고 매달릴 수 있는 일이란 뭘까? 여러분도 가까이서 느끼고 공감하는 주제가 될 수 있도록 유의했습니다. 거기에 잠시 잊고 살아가던 이야기나, 저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요소까지 포함해서 영화를 만들었어요... 라고 쓸데없는 소리를 잔뜩 늘어놓았습니다만, 관점에 따라서는 그냥 웃으면서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무비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아, 독이나 MSG도 듬성듬성 섞여있답니다. 일단 어깨에 힘부터 빼고 감상해주셨으면 해요. 영화촬영 현장에 뛰어들어 유사체험을 하는 어트랙션처럼 즐겨주시고, 가능하다면 수많은 출연자 가운데 한 사람을 골라 감정이입을 해보셔도 좋겠습니다.

이제 막 태어난 작은 사슴 같은 작품이지만 일본을 뛰쳐나와, 가장 먼저 한국 관객 여러분께서 봐주시게 된 점, 대단히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무쪼록 작은 사슴의 성장을 지켜봐주시고, 응원해주세요.”

한국 관객에게 보내는 메시지와 더불어 마츠모토 감독은 6월 28일 저녁 8시 상영 이후와 7월 2일 오전 11시 상영 이후로 예정된 관객과의 대화에 자비를 털어 같이 부천국제영화제를 찾는 14명의 동료가 등장하게 될 거라 예고했다. 영화제 사상 최대 규모. 지난 6월 2일 영화제 홈페이지에 라인업이 공개되자마자 본인의 SNS 계정을 통해 피력한 ‘월드컵 결선 진출’정도의 기쁨이 전해지는 대목. 올해 나이 만 43세, 쾌거를 이룬 마츠모토 감독의 넘치는 개그감이 부천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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