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덕 파출소 매입'은 수십조원 보상의 예고편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19.07.11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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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고승덕 변호사가 화제의 중심에 섰습니다. 고승덕 변호사 부인이 임원으로 있는 마켓데이라는 회사가 용산구 이촌동 꿈나무소공원 부지안에 있는 이촌파출소를 소유하게 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는데요. 용산구는 올해 초 공원 부지 매입을 위해 236억원을 책정해 놓은 상태입니다. '부동산 알박기다', '합법적 투자다'라며 어제 갑론을박이 있었습니다. 이 사건의 본질이 무엇인지, <고승덕 부부의 이촌파출소 매입> 뉴스의 행간을 살펴보겠습니다.

 

채널A 화면 캡처.

 

1. 호미를 가래로

상황이 현재까지 이르게 된 데에는 정부 및 지자체의 책임이 큽니다. 고 변호사 부부는 이촌파출소가 포함된 3149㎡, 약 952평의 이촌동 땅을 2007년 국민연금관리공단으로부터 매입했습니다. 당시 공단은 '파출소로 인한 부지 사용 제한 사항은 매입자가 책임진다'는 특약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파출소가 공원 일부분을 점유하고 있어 사용권이 제한되고 있는 상황인데 그렇다고 국민연금관리공단이 파출소를 쫓아낼 수는 없었기에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민간에 판매를 한 겁니다. 당시 입찰자는 고변호사측 한 곳이었다고 합니다.

고 변호사는 땅의 가치를 올리기 위해 이용료를 안내고 무단 점유하고 있던 경찰측에 밀린 사용료와 월세를 내라고 2013년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2017년 고변호사측이 승소했고 3개월 뒤 아예 파출소를 이전하라고 다시 소송을 냅니다. 고 변호사측은 경찰청에 이촌파출소 이전 예산을 반영해달라고 요구했는데 책정되지 않아 소송을 걸었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은 매입 예산이 없는 상황에서 파출소를 보전하기 위해 아예 고변호사 부부에게 파출소를 매입하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문제는 사태가 여기까지 오기까지 지자체나 정부, 경찰 누구도 제대로 된 조정능력을 보이지 못했단 겁니다. 용산구측은 애초에 2003년 이 공원부지가 매물로 나온 사실을 몰랐다는 입장인데, 매물로 나왔다 하더라도 당시 상황에서는 40억원을 투자해 사야할 필요성을 못느꼈을 겁니다. 하지만 도시공원 일몰제로 공원 자체가 사라지게 되자 급하게 236억원이란 대금을 준비하게 된 것입니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게 된 꼴입니다. 경찰 입장에서는 파출소만 유지되면 되는데 어차피 내년에 용산구가 이 공원을 매입하면 용산구에 월세 내고 사용하면 된다는 입장이었기에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풀려고 안했을 겁니다. 중앙정부가 따로 이 문제를 해결하라고 예산책정을 안해준 것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고승덕변호사측을 비난하기에 앞서 문제해결 의지가 없었던 중앙 및 지방 공무원들이 욕을 먹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 사안을 공개한 것도 고 변호사가 아니라 용산구측입니다. 비난을 고 변호사에게 돌리기 위한 일종의 ‘언론플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2. 예고된 재난

도시공원 일몰제가 핵심입니다. 공원일몰제란 도시관리 계획상 공원 용지로 지정돼 있지만 장기간 공원 조성 사업에 착수하지 못한 부지를 공원 용도에서 자동 해제토록 한 제도입니다. 1999년 헌법재판소는 사유지에 공원 학교 도로 등 도시계획시설을 지정해 놓고 보상없이 장기간 방치하는 것은 사유재산권 침해라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사유지가 공원에서 일제히 해제되는 것은 2020년 7월 1일로 1년도 남지 않았습니다.

그러면 공원 중 사유지는 얼마나 될까요. 2018년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국내 전체 공원시설의 42.1%가 사유지에 해당되고, 그 면적은 605㎡, 서울시 전체 면적의 3분의 2에 해당됩니다. 이 지역이 한꺼번에 공원에서 해제되면 전국이 난개발로 몸살을 앓고 녹지가 대거 사라질 겁니다. 그런데 정부와 지자체는 20년동안 문제 해결을 방치했습니다. 공원 부지 매입을 위한 예산을 책정하지 않았습니다. 임기 4년의 지자체장이 앞으로 있을 문제를 미리 해결할 이유가 없었던 겁니다.

서울시는 내년에만 1조6천억원, 총 13조7천억원을 들여 사유지 40.3제곱킬로미터를 모두 매입한다는 방침입니다. 서울시야 그나마 돈이 많아서 이게 가능하지만 나머지 지자체는 어떻게 될까요. 정부는 미집행 공원이지만 실제로 주민이 공원처럼 이용하고 있는 곳을 '우선 관리지역(가칭)'을 선정했는데 전체 면적의 30%인 우선관리지역 매입가만 14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고승덕 파출소 매입 사건은 내년에 있을 '대 혼란의 예고편'입니다 .

 

3. 정치인 고승덕은 끝

고승덕 변호사 정치이력을 보면, 2008년 총선에서 한나라당 공천을 받아 당선됐고, 2014년 6월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했습니다. 특히 교육감 선거에서는 친딸이 공개편지를 보내 “자식 방치한 아버지 교육감 자격 없다”고 말해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용산 이촌파출소 송사 기록을 보면 고변호사는 2013년 경찰청을 상대로 사용료와 월세를 내라고 소송을 냈습니다. 이미 교육감 선거 시작 전에 송사가 진행중이었죠. 이 사실이 본격적으로 알려진 것은 2017년입니다. 만약 고변호사가 교육감에 당선됐다면, 혹은 정치를 계속 할 생각이 있었다면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는 이 소송은 유예를 했을 겁니다. 하지만 소송을 진행한다는 것은 '더 이상 정치에 뜻이 없다. 돈이나 벌겠다'는 선언이나 다름 아닙니다. 정치인 고승덕은 끝났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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