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닫은 일본, 양다리 미국, 그리고 한국의 여론전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19.07.15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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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행간] 미국의 차관보 회의 거부한 일본

지난달 13일 취임한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지난 10일부터 오는 21일까지 아시아 4개국을 첫 순방하고 있습니다. 11일부터 14일까지는 일본에 머물렀는데요. 순방에 앞서 스틸웰은 12일에 일본 도쿄에서 한미일 차관보급 협의를 갖자고 제안했는데 일본이 특별한 이유없이 거절해서,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스틸웰 차관보는 16일부터 사흘간 한국을 방문합니다. 전통적으로 미국의 요청은 잘 수용했던 일본이 만남 자체를 거절한 것은 이례적입니다. <미국 제안도 거부한 일본> 이 뉴스의 행간을 살펴보겠습니다.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시아 태평양 담당 차관보.

 

1. 귀 닫은 일본

일본은 혈맹 미국의 미팅 제안을 거부할 정도로 강경합니다. 일본은 지난 14일 양국 과장급 첫 실무회의에서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힌 상태입니다. 오는 18일은 강제징용 관련, 일본이 요청한 ‘제3국 중재위원회 구성’에 대한 한국 정부의 답변 기한입니다. 한국 정부의 답변이 없으면 일본은 보복조치를 예정대로 진행할 것으로 보입니다. 7월 21일은 참의원 선거, 24일은 화이트리스트 배제 의견 수렴 마무리날입니다. 다음달 22일에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할 것으로 보입니다. 8월 24일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연장 만기일입니다.

현재까지 상황으로 볼 때 일본은 수출 제재를 중단할 생각이 없으며 한국과 대화로 풀 의지도 없습니다. 한국 수출제재 조치를 지지하는 일본 여론도 높은 편입니다. 참의원 선거 이후에도 이 기조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2. 양다리의 미국

김현종 차장 방문 이후 모건 오테이거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11일 (현지시간) 브리핑에서 "한미일 3개국 관계 강화를 위해 모든 일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지난 12일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 대사는 “지금은 미국 정부가 한일 관계를 중재하거나 개입할 의사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한미일 차관보급 미팅을 주선했던 스틸웰 차관보는 임명된 지 한 달밖에 안 돼 사태해결보다는 분위기 파악에 집중하는 분위기입니다. 11일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중재계획이 없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미국은 현재 이 갈등에 섣불리 끼어들지는 않겠다는 입장입니다. 공식적으로는 한미일 관계개선을 위해 모든 것을 하겠다고 하지만 구체적인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한국 일본 모두 동맹입니다. 한쪽 손을 일방적으로 들어주는 게 쉽지 않습니다. 미국 정부가 끼어드는 시점은 미국 경제에 직접적인 피해가 예상될 때, 혹은 동아시아 안보전략에 차질이 예상될 때가 될 것입니다. 당분간은 미국의 행동은 립서비스에 그칠 전망입니다.

 

3. 국제 여론전 나선한국

김현종 2차장은 14일 귀국길 기자회견에서 “이번에 백악관 인사들과 상하원 의원들을 두루두루 만나서 일본의 일방적 조치의 부당성을 잘 설명했고 미측 인사들은 예외없이 이런 우리 입장에 공감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측이 만난 미국 행정부 인사는 장관급 두명 차관급 한명 부차관보 3명, 백악관 고위 관표 3명 등 확인된 인사만 9명이었습니다.

이에 앞서 김현종 차장은 13일 워싱턴 DC 덜레스 국제공항의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미국에 중재를 요청한 것이 아니다. 미국이 알아서 할 일을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애초에 이번 방미로 사태해결을 할 것이란 기대는 없었고, 미국에 부당성을 알리고 공감대를 이끌어내는데 주력했다는 겁니다. 미국에게 관심 좀 가져달라는 여론전을 펴고 온 겁니다.

일본은 대화 생각이 없고, 미국은 개입할 생각이 없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입니다. 정부는 당분간 국제 여론전에 집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오는 23일부터 이틀동안 열리는 WTO 일반 이사회에 이 문제가 의제로 상정됩니다. 공식 명칭은 ‘일본의 수출제한 조치에 대한 한국의 의견 표명’입니다. 하지만 일반 이사회에서는 구속력 있는 조치가 나오지 않습니다. 국제사회가 한국입장에 공감을 하더라도 이 문제를 직접 풀기는 힘들 전망입니다. 사태가 장기화가 예상되는 만큼 한국 정부의 다각도 대책이 필요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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