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제도 개편안, 결국 택시업계 원하는대로 됐다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19.07.18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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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는 18일 ‘혁신성장과 상생발전을 위한 택시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지난 3월 택시업계와 플랫폼 업체는 ‘누구나 제도적 틀 안에서 공정하게 경쟁해야 한다’는 원칙을 합의했는데, 그 원칙하에서 구체적인 방법론을 합의한 것입니다. 플랫폼 서비스의 제도화를 통해 택시업계와 충돌을 방지하고 이용자 편익을 증대하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이번 개편방안에 대해 누군가는 불만을 터뜨렸고 누군가는 흡족해 했습니다. 이번 발표는 갈등의 종지부가 아니라 시작입니다. <택시제도 개편안 발표> 이 뉴스의 행간을 살펴보겠습니다.

출처: 국토교통부 보도자료

 

1. 이번에도 '힘의 논리'

이번 택시제도 개편방안에 대한 이해당사자들의 대체적인 분위기는 '택시업계 만족, 모빌리티업체 울상, 승객 어리둥절' 정도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일단 택시업계의 주장이 대부분 수용이 됐습니다. 택시업계는 새로 시장에 진입하려는 모빌리티 업체가 기존 택시와 똑같이 면허를 취득해 제도권 안에서 경쟁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각종 규제완화를 요구했는데 대부분 수용됐습니다. 정부는 운행시간과 요금, 그리고 택시 외관까지 각종 규제를 대폭 완화한다는 방침입니다. 이로서 다양한 형태와 요금의 택시가 등장할 수 있게 됐습니다.

반면 모빌리티 업체들은 불만족스럽습니다. 아직 안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택시서비스에 뛰어들려면 정부가 매입한 택시면허를 임대하는 방안이 유력합니다. 현재 개인택시 면허 매입비용은 서울의 경우 대당 7천만원 안팎입니다. 신규업체가 일정정도 규모를 갖추고 택시업에 뛰어들려면 수백억원 필요하게 됩니다. 결국 작은 규모 혁신기업에는 진입장벽입니다. 

이용자들 입장에서는 다양한 택시가 도입되는 것을 반대할 이유는 없습니다. 이용객들의 불만은 크게 보면 현행 택시의 승차거부나 특정 시간대의 택시잡기 어려움이고 다른 하나는 소위 불친절함과 난폭운전인데 이 부분이 얼마나 해소될지는 미지수입니다. 요금이 어떤 식으로 책정되느냐, 실제 택시 업체들이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느냐에 따라 추후 반응이 엇갈릴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이번 개편안은 현재 택시운송시장에서 목소리와 영향력이 큰 택시업계 면허권과 재산권 보호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봐야 합니다. 우버와 같은 형태의 무면허 사업자 시장진입이나 출퇴근길 승차공유는 아예 논의대상에서 빠졌습니다. 기존 시장질서를 뒤흔드는 파괴적 혁신은 애초에 불가능했습니다. 택시업계가 강력한 이익단체인데다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2. 정부의 '감차책임 떠넘기기'

지금 택시업계는 과잉 공급으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정부와 지자체가 과거 택시면허를 남발해서 발생한 문제입니다. 지자체가 택시면허를 사들여 시중에 운행되는 택시의 수를 줄이고 있습니다만, 그 속도가 너무 느립니다. 서울의 경우 택시가 7만대를 넘어 구조적 과잉상태인데 2년간 감차가 한 대도 없었습니다. 이번 택시개편안은 모빌리티 사업자가 내는 기여금으로 정부의 감차사업을 돕는 방식이 됐습니다. 결국은 중앙, 지방정부가 해야 할 감차를 민간에 떠넘기는 겁니다.

문제는 모빌리티 업체가 사들인 택시 면허로 운행을 하면 택시 감차가 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정부는 택시 감차를 계속 추진한다는 방침인데, 택시 감차와 면허 임대를 어떻게 조율할지에 대해서는 뚜렷한 방안이 나오지 않은 상태입니다.

 

3. 법 개정 ‘전쟁의 서막’

이번 택시업계 개편방안에서 가장 첨예하게 대립되는 사안은 렌트카 형식의 택시서비스 '타다'였습니다. 택시기사가 4명이 타다서비스에 항의해 사망할 정도로 업계의 타다에 대한 반발과 감정적 거부감은 강력합니다. 결국 택시업계가 원한대로 렌트카를 이용한 택시영업은 금지됐습니다. 현행 렌터카 기반 택시영업은 법 개정 이전까지만 허용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하지만 정부의 입장이 애매합니다. 렌트카를 불허했지만 타다가 바로 불법이 되는 건 아니라며 양측 입장을 감안해 의견을 수렴하고 조정 및 협의할 여지는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결국 택시업계와 타다가 협의를 해야 합니다. 갈등의 불씨가 꺼진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당초 타다는 이 이번 합의에 불참을 선언했다가 지난 12일 참여로 입장을 선회했습니다. 불리하게 법이 개정되는 것을 우려했기 때문입니다. 국토부는 9월 정기국회 전 법 개정안을 제출해 내년 중 시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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