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이겼으나 졌다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19.07.22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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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치러진 참의원 선거에서 연립 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이 과반수를 차지하며 승리했습니다. 아베 총리는 “일본 국민들이 정치적 안정을 선택했다”고 자평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선거를 자민당과 아베의 승리로만 보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일본 참의원 선거 결과> 이 뉴스의 행간을 살펴보겠습니다.

 

아베신조 일본 총리가 21일 참의원 선거 개표방송 중인 아사히TV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아사히TV 화면 캡처

 

 

1. 아베, 이겼으나 졌다

한국 언론 상당수는 아베 총리와 여당이 승리했다고 평가하지만 일본 현지 여론은 평가가 엇갈리고 있습니다. NHK 출구조사는 여당의 압승을 예상하며 개헌발의선을 넘을 수도 있다고 예측했습니다. 선거 결과 자민당-공명당 연립여당이 참의원 245석 중 141석을 차지해 과반을 넘긴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선거전 연립여당 의석은 147석이어서 오히려 6석 감소했습니다. 특히 자민당은 9석이나 감소했습니다. 반면 야당 의석수는 90석에서 104석으로 14석 증가했습니다. 개헌을 저지하기 위해 입헌민주당, 일본공산당 등 4당이 주요 선거구에서 단일화한 것이 주효했습니다.

이번 참의원 선거가 주목받은 이유는 자민당과 아베 총리가 3분의 2를 확보해 평화헌법 개헌을 추진하려 했기 때문입니다. 아베 총리는 “개헌을 확실히 논의하는 후보를 고를지, 심의조차 하지 않는 세력을 고를지 결정하는 선거”라고 호소한 바 있습니다. 선거전에는 개헌을 지지하는 야당인 일본유신당을 포함해 개헌 정족수를 확보하고 있었지만 선거 뒤엔 개헌지지세력이 160석에 불과해 개헌 정족수 164석에서 오히려 멀어졌습니다. 사실상 아베가 진 선거입니다. 

 

2. ‘한국 때리기’는 계속된다

아베 총리는 아사히TV 개표방송에 출연해 한·일 정상회담 요청 여부에 대해 즉답을 피하며 “한국이 청구권 협정 위반 상황에 대한 제대로 된 답변을 가져오지 않으면 건설적인 논의가 안될 것”이라며 “한국이 먼저 답을 가져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일부에서 제기한 것처럼 한국 때리기가 선거용이라는 관측을 일축한 것입니다. 앞서 고노 다로 외무상은 지난 19일 일본이 정한 제3국 중재위원회 구성시한에 응하지 않은 한국 정부에 대해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겠다며 보복조치를 시사한 바 있습니다.

일본에서 거론되고 있는 조치로는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 수출관리 강화 대상 품목 확대, 비자 발급 요건 엄격화, 관세 인상, 일본 기업 압류재산 매각 시 손해배상 청구 등입니다. 일본 정부는 8월말쯤 전략물자 수출 간소화 대상인 화이트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한다고 예고한 바 있습니다. 2021년 9월까지 임기가 예정된 아베총리는 후반기 국정동력으로 한국 때리기를 사용할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야후재팬 화면 캡처.

3. 최장수 총리를 넘어서

선거 이후 자민당 내에서는 아베 총재 4연임론이 불거졌습니다.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은 한 민영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선거에서 4선은 이상하지 않다고 할 지원을 얻었다”고 말했습니다. 자민당 총재 임기는 2연임 6년이었으나 2017년 3연임 9년으로 수정됐습니다. 이에 따라 아베는 2021년 9월까지 총재 임기를 확보했습니다. 4선을 하려면 당규를 또 수정해야 합니다.

아베 총리는 1기 집권 당시인 2007년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참패해 두 달 후 총리직에서 물러났습니다. 2012년 12월 재집권에 성공한 그는 2013년, 2016년에 이어 이번에 3번째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했습니다. 11월 20일이 되면 총 2886일을 재임한 가쓰라 다로(桂太郞) 전 총리의 기록을 깨고 전후 최장수 총리가 될 것입니다.

관건은 경제입니다. 10월 소비세를 현행 8%에서 10%로 인상할 예정인데, 야당은 결사반대로 국민들 반감도 심합니다. 한국 때리기가 현재는 우익을 중심으로 지지를 얻고 있지만 결국 일본 경제에도 부담이 된다면, 한국 수출제재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커질 전망입니다.

미국의 중재도 관심사입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9일 백악관에서 열린 아폴로11호 달 착륙 50주년 기념 행사에서 "한일 양국이 원한다면 중재에 나설 수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또  존 볼튼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은 일본을 거쳐 24일 한국을 방문할 예정입니다. 미국이 한일 양국을 방문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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