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실시 후 아파트공급 줄지 않았다

  • 기자명 최승섭
  • 기사승인 2019.07.24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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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 재도입을 시사한 이후 언론과 건설사 부설 연구소 등에서 상한제의 부작용을 쏟아내고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12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상한제 도입에 대해) 오래 고민한 만큼 이제는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며 “우려되는 ‘로또 아파트’ 부작용은 전매제한 기간을 좀 더 길게 해서 보완하겠다”고 시행 의사를 거듭 강조했다.

이에 대한 경제보수지는 분양가상한제로 공급이 줄고, 이로 인해 기존 주택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보도를 연이어 하고 있다. 지난 2008년 참여정부 당시 분양가상한제로 수익이 줄어들 것을 우려한 건설사들이 분양을 중단했으며, 이로 인해 몇 년후 주택가격이 상승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단순 생각하면 저들의 부작용이 맞는 말 같기는 하다. 100원 받을 수 있는 물건을 70원만 받고 팔라고 한다면 차차리 안팔고 나중에 팔겠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건설업체들의 사정은 다르다. 이익의 대부분을 주택사업에서 내고 있으며, 해외에서의 적자를 국내 아파트 분양수익으로 메꾸고 있는 현실이다. 

해당기사에서 제외된 반도건설와 호반건설은 아파트 분양을 주로 하는 건설사로 이들을 포함할 경우 종합시공능력평가 상위 10개사의 실적 중 주택사업 매출 비중은 기사의 53.6%를 훨씬 상회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분양가상한제 때문에 분양을 뒤로 미루는 것은 쉽지 않다. 건설사의 매출과 이익의 상당부분이 날아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분양가상한제로 아파트 공급 줄지 않아

지난 2008년 참여정부 당시 시행된 민간아파트 분양가상한제 당시의 수치를 통해 확인해 보자.

<그림1> 연도별 민간아파트 인허가 물량 변화. 자료) 민간아파트 인허가 물량 : 한국주택협회, 국토교통부

 

위 그래프는 한국주택협회가 발표하는 순수 민간아파트 분양(인허가) 물량 변화이다. 2006년 9.4만호, 2007년 19.4만호이던 수도권 민간아파트 인허가 물량은 분양가상한제 시행이후 2008년 12만호, 2009년 12.7만호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곧바로 회복해 2011년 20.8만호, 2012년 22만호로 상한제 이전보다 늘어났다.

분양가상한제 시행 이전인 2004년과 2005년 물량이 13만호, 12만호인 것을 보았을 때, 2007년은 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밀어내기 분양을 실시해 일순간 물량이 많았을 뿐 분양가상한제 시행기간이 오히려 이전 기간보다 인허가 물량이 약간이나마 많았음을 알 수 있다.

분양가상한제가 폐지된 2015년도에는 35.7만호로 2014년 20만호보다 대폭 증가했지만 점차 하락해 지난해에는 21.4만호로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되던 2012년보다 적은 인허가 물량을 기록했다. 분양가상한제가 폐지된 이후 2015년 최고점을 찍고 이후 분양물량이 하락하는 것은 상한제와 분양물량과 큰 상관관계가 없음을 증명한다. 전국과 서울을 기준으로 해도 역시 비슷한 추세로,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되던 2011-2014년이 분양가상한제 시행 이전보다 인허가 물량이 더 많았다.

이는 건설사들이 아파트분양을 분양가상한제 시행여부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주택시장과 경제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하기 때문이다.

 

분양가상한제 이후 주택가격도 안정됐다

<그림2> 연도별 아파트가격 변화(단위: 만원). 자료) KB부동산, 한국감정원

 

언론이 걱정하는 주택가격역시 비슷한 패턴이다. kb아파트 중간가격은 2008년 12월부터 제공되는데, 2008년 4.8억원이던 중간값이 약간의 등락을 보였지만 2014년까지는 4억 7,980만원으로 큰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2014년 12월 분양가상한제 폐지이후 급등하기 시작해 2016년 5억 9,800만원, 2018년 8억 4.500만원으로 상승했다.

경실련이 서울 34개 대단지 아파트들의 연도별 평당가를 조사한 결과도 마찬가지이다.

<그림3> 서울 주요 아파트 평당 매매가격 변화 (단위:만원). 자료)서울 34개 아파트 시세변화 재가공(kb부동산, 부동산뱅크)

한국감정원 매매가격 지수와 거의 동일한 패턴을 보임을 알 수 있다. 역시 분양가상한제 시행시기인 2008-2014년은 안정세를 보였다. 이를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로 촉발된 금융위기의 여파로 보는 사람들도 많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아래 그림은 한국감정원의 서울 매매가격 지수 그래프이다. 금융위기 당시 변화를 보기 위해 월단위로 좀더 세분화했다.

<그림4>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지수 변화. 자료)한국감정원

리먼브라더스가 2008년 9월 파산하며 금융위기기 시작됐고 아파트값이 급락 하는 듯 했지만 우리나라 주택시장은 몇 달만에 이를 이겨내고 다시 상승장으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물론 이후 다시하락 하기는 했지만 위의 그래프만 보더라도 2010년부터 시작된 주택가격 안정세가 2008년부터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 때문만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소비자 로또는 문제삼고, 건설사 로또는 당연하다는 언론

여하튼, 이번 팩트체크의 요지는 분양가상한제 시행과 주택공급물량 축소는 전혀 연관관계가 없다는 점이다. 또한 상한제 시행으로 인한 집값 상승도 사실이 아니다. 상한제와 함께 시행되는 정부 정책에 따라 가격 변화는 다른 모습을 나타내겠지만 상한제 한가지 정책으로 인해 집값이 오히려 상승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언론에서는 소비자의 2억~3억원 시세차익을 로또라고 비판하지만 높아질때로 높아진 시세대로 분양할 경우 건설사들이 얻게 되는 수백억, 수천억원의 분양수익은 로또라고 하지 않는다.

그간 신규 아파트의 비싼 분양가는 주변시세를 끌어올렸고, 상승한 시세를 핑계로 다음 분양아파트는 또다시 고분양을 실시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만약 신규 분양가격 안정으로 시세 상승이 크지 않았다면 논란이 되고 있는 로또자체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김현미 장관의 말처럼 ‘유례없는 주택 가격 안정기’라고 표현하기에는 집값이 너무나도 많이 상승했다. 2017년, 2018년 서울은 평균 2억원 올랐으며, 특정단지로 볼 경우 4억원이상 상승한 곳이 적지 않다. 주택시장에 충격을 줄까봐 변두리 정책만 써온 정부의 오판 탓이다. 최근 안정세를 취한는 듯했으나 다시금 상황도 심상치 않다. 또다시 늦기 전에 문재인 정부가 무주택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해 저렴한 주택이 공급되도록 강력한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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