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안 처리 지연, 역대 1위가 보인다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19.07.23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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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0일 국회 개원 뒤 금방 통과될 것 같았던 추가경정예산안이 7월이 다 가도록 국회에 계류중입니다. 22일 여야 3당 원내대표는 추경안 처리를 위한 7월 국회 의사일정 합의를 시도했으나 의견차이로 결렬됐습니다. 예결위는 스톱됐습니다. 왜 정치권은 매번 추경안 합의에 실패하는지, <또 무산된 추경안 처리 합의>, 이 뉴스의 행간을 살펴보겠습니다.

 

22일 문희상 국회의장 주재로 여야 3당 원내대표가 만나 7월 국회 일정에 대해 협의했으나 합의에 실패했다. YTN 화면 캡처.

1. 조건이 또 붙었다

패스트트랙으로 정국이 경색된 이후 자유한국당은 추경처리를 위한 국회정상화 조건으로 다양한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처음에는 ‘패스트트랙 사과와 철회’를, 다음엔 ‘문재인 정부 경제실정 토론회’, 그리고 ‘정개특위 혹은 사개특위 위원장직’을 요구했습니다. 현재는 ‘정경두 국방부 장관 해임건의안 표결’과 ‘북한 목선 입한 사건 국정조사’를 추경 처리와 연계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자유한국당이 정개특위 1소위원장을 요구했는데 민주당이 난색을 표했습니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자유한국당 요구에 더불어민주당은 의사일정 합의에 대한 사실상 보이콧을 선언했습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21일 “한국당이 스스로 ‘추경을 처리하자’고 나올 때까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부터 착실히 해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조건이 계속해서 붙는 이유는 자유한국당이 정부여당으로부터 무언가 얻어낼 수 있는 계기가 추경안 처리 밖에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민주당과 한국당이 ‘치킨게임’에 들어간 상황입니다. 두 정당 모두 급할 게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대치정국이 8월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2. 역대 1위를 노린다

23일로 추경안 국회 계류가 90일째입니다. 사상 최장 추경안 계류 기록은 2000년 김대중 정부 당시 107일입니다. 2위는 2008년 이명박 정부 당시 91일입니다. 내일이면 역대 2위를 기록합니다. 8월 9일이면 공동 1위로 올라서게 됩니다.

김재원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일본의 수출규제조치 대응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을 "정부가 백지수표로 사용하려 한다"며 심사 중단을 선언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정부의) '2700억 원 가량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는 말 한마디가 주고받은 내용 전부"라며 "예산 심사를 할 아무런 근거자료가 없고 수치조차 제대로 없는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부실한 추경은 통과시키지 못 한다는 겁니다. 

지난달 20일 국회 개원때만해도 금새 추경안이 통과될 것으로 많은 사람들이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23일 언론에서는 처음으로 추경안 무산 가능성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헌정 사상 추경안 처리 자체가 무산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그 후폭풍이 누구에게 어떻게 미칠지는 미지수입니다만, 분명한 것은 국회가 전인미답의 길을 향해 한발자국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겁니다. 

 

3. 핸들을 꺾는 자, 누구일까?

일반적으로 여야가 강대강으로 부딪히면 지지층 결집 효과가 있습니다. 의도적으로 대치국면을 조성할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현재는 평시가 아닙니다. 일본과 전면적인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이어서 국민 상당수는 ‘준 전시상황’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비상상황에선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지지율이 올라갑니다. 2002년 9.11테러 당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인기가 치솟은 걸 기억하면 됩니다.

22일 YTN이 의뢰한 7월 3주차 리얼미터 여론조사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은 지난주보다 4.0%p 오른 51.8%를 기록해 8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지지도 역시 지난주 대비 3.6%p 오른 42.2%로 2주만에 40%대로 올라섰습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한 주 전 보다 3.2%p 내린 27.1%로 2월 27일 전당대회 직전인 2월 3주차(26.8%)와 비슷한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이처럼 자유한국당 지지율이 떨어지는 이유는 정부에 신중한 협상을 요구하는 한국당이 ‘친일파’로 포지셔닝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22일 자유한국당을 “일본을 위한 엑스맨”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황교안 대표는 “청와대와 생각이 다르면 죄다 친일파라고 딱지를 붙이는 게 옳은 태도냐”라고 반발했고, 나경원 원내대표도 “2년 내내 북한팔이 하던 정권이 이제 일본팔이를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준전시상황에선 여야가 정쟁을 그만둬야 한다는, 그리고 야당이 협조해야 한다는 여론의 압력이 증가합니다. 자유한국당의 버티기가 어깃장으로 비칠 가능성이 큽니다. 추경안 처리 지연은 결국 한국당에 더 많은 비난의 화살이 쏟아질 것입니다. 민주당이 추경안 처리가 시급하다고 하면서도 자유한국당 요구를 수용 안하고 버티는 이유는 정치적으로 불리할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한때 근접했던 양당의 지지율은 10%포인트 이상 차이가 나고 있습니다. 상황이 극한으로 갔을 때 만약 먼저 움직인다면 그건 민주당이 아니라 한국당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인용된 여론조사는 YTN이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15일부터 19일까지 닷새 동안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5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22일 발표한 결과입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5%, 응답률은 4.6%입니다.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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