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게임 <해리포터>가 <포켓몬고>보다 매출이 떨어지는 이유는

  • 기자명 박현우
  • 기사승인 2019.07.26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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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증강현실), GPS 기반게임 <포켓몬고>를 출시해 엄청난 성공을 거둔 나이언틱이 후속작을 냈다. 소설 “해리포터”의 세계관을 기반으로 한 AR게임 <해리포터: 마법사 연합>(이하 <해리포터>)이다. 미국, 영국에 먼저 출시한 뒤, 얼마 안 지나 한국에도 출시했다. 게임시스템 이야기를 하기 전에 재미 없는 돈 이야기를 먼저 하자면, <포켓몬고>보다 성공적인 출시는 못했다. 출시 후 24시간 동안 iOS와 안드로이드 모두 포함해 40만대에 설치되어 3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는데, 전작인 <포켓몬고>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다. <포켓몬고>는 24시간 만에 미국 애플 스토어에서만 2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고, 750만회 설치가 이루어졌다.

이 글에서는 <포켓몬고>과 <해리포터>를 비교분석한다. <포켓몬고>를 플레이해본 적이 있다면 이 글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겠지만, <포켓몬고>라는 게임이 존재한다는 것만 알아도 이 글을 읽을 수 있도록 작성했으니 참고하길 바란다.

우선 스토리부터 이야기해보자. <포켓몬고>는 게임-애니 <포켓몬스터>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제작된 AR게임이다. <포켓몬스터>의 세계관은 AR게임과 대단히 아귀가 잘 맞는다. 포켓몬스터 세계관의 곳곳에는 포켓몬스터가 있고, 많은 사람들은 포켓몬과 동고동락한다. 해서 나이언틱은 <포켓몬고>라는 렌즈를 통해 세계를 볼 때 포켓몬이 보이게 한 뒤, 게이머들을 ‘트레이너'로 만들어 포켓몬 사냥(?)을 떠날 수 있게 만들어줬다(실제로 대부분 유저들은 포켓몬을 사냥한 뒤 개체값이 낮은 포켓몬을 사탕으로 치환시키는 애니 세계관 속 빌런 같은 행위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다닌다). <포켓몬고>만 설치하면 포켓몬 트레이너가 될 수 있게 한 거다. 

원작인 “해리포터”도 AR게임과 어울린다. 원작의 보통 인간인 ‘머글'들은 마법이나 신기한 동식물들이 존재한다는 걸 모르지만, 마법사들은 이를 알고 있다. 나이언틱은 <해리포터>를 설치하면 마법사가 되어 세계 곳곳에 존재하는 마법과 신비한 동식물들을 볼 수 있게 해준다. 다만 스토리적으로 완전히 아귀가 맞지는 않는다. <포켓몬고>에서 포켓몬이라는 주요 상호작용 대상이 등장하는 건 세계관상 문제될 게 없지만, <해리포터>에서 트롤이나 뱀에 묶인 사람, 요정 등이 갑자기 나타나는 건 스토리적으로 말이 안된다. 그래서 나이언틱은 <해리포터>에 맞는-원작과 무관한-오리지널 스토리를 만들었다. 어떤 이유인진 알 수 없지만 ‘혼란체'라는 이름의 무엇이 세계 곳곳에 나타났는데 우리 마법사-게이머들이 그것들을 수집해 세상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거다. <포켓몬고>의 게이머들이 체육관을 점령하거나 포켓몬을 사냥-수집하기 이곳 저곳을 해맨다면, <해리포터>의 게이머들은 혼란체로 인한 혼란해진 세상을 구하기 위해 돌아다닌다.

잘 만든 게임은 스토리와 게임플레이가 유기적으로 잘 연결되어있다. 나는 <포켓몬고>와 <해리포터>도 이 지점에서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포켓몬고>에서 가장 주요한 게임플레이는 몬스터볼을 던지는 행위다. 몬스터볼에 손가락 하나를 대고 이케이케 움직여 포켓몬을 향해 던지면 포켓몬을 포획할 수 있다. 포켓몬을 잡기 위해서는 몬스터볼을 던져야하니 볼 던지는 행위를 가장 중요한 게임플레이로 넣은 건 자연스럽다. 오리지널 게임이나 애니에서 포켓몬을 던지는 행위의 테크닉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오리지널 게임에서는 던지는 선택을 하면 알아서 던졌고, 애니의 캐릭터들은 몬스터볼을 던졌다하면 포켓몬에 정확히 꽂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AR게임과 포켓몬스터 IP를 결합하는 과정에서 몬스터볼을 던지는 테크닉은 게임플레이의 핵심이 됐다.

<포켓몬고>에서는 몬스터볼에 손가락을 대고 있으면 포켓몬 주위에 원이 생긴 뒤 시간이 지나면 점차 줄어든다. 원의 사이즈가 작아졌을 때 정확히 원에 몬스터볼을 꽂아넣으면 포켓몬을 잡을 확률이 올라가고, 그런 식으로 포켓몬을 잡으면 더 많은 경험치를 얻을 수도 있다. <해리포터>는 약간 다르다. <해리포터>에서는 스펠을 그리는데, 스펠을 그리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상단 바의 삼각형이 왼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한다. 스펠을 어떻게 그리느냐에 따라 삼각형이 왼쪽으로 가거나 움직이지 않거나 오른쪽으로 이동한다. 삼각형이 오른쪽에 있을 수록 혼란체를 잡을 확률이 올라가고, 더 많은 경험치를 얻을 수 있다. 해서, 스펠을 빠르게 그리는 게 1차적으로 중요하다. 단, 몬스터볼을 엉뚱한 곳에 던지면 포켓몬이 잡히지 않듯, 스펠을 이상하게 그리면 스펠은 완성되지 않거나, 상단의 바가 오히려 줄어들어서 혼란체를 잡기 힘들어진다. 빠른 것도 중요하지만 스펠을 정확하게 그리는 것도 중요하다.

스토리와 레벨디자인을 섞는 솜씨도 나름 훌륭하다. <포켓몬고>에서는 몬스터볼을 빙빙 돌린 뒤 스핀을 줘서 던지는 게 가능한데, 이렇게 던지면 경험치를 더 얻을 수 있고, 포켓몬을 잡을 확률도 올라간다. 많이 해본 사람들에게 회전볼을 던지는 건 쉬운 일이지만 경험이 적은 자들에게 회전볼을 던지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다. 커브볼이 포켓몬을 혼란스럽게 한다는 이유로, 더 능숙한 포켓몬 트레이너는 포켓몬을 더 쉽게 잡을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이런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았나 싶다. 

<해리포터>에서도 비슷한 컨셉을 찾을 수 있다. 스펠을 그림에 맞춰 정확하게 그리는 건 쉬워보이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다(직접 해보시라). 하지만 게임에 능숙해질 수록 스펠을 빠르고 정확하게 그릴 수 있게 된다. 더 능숙한 마법사가 되어가는 것을 시스템적으로 구현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이 게임을 계속하다보면 해리포터가 왜 익스펙토 페트로눔을 그렇게 꾸준히 실패했는지도 체감할 수 있다. 해리포터도 초창기에는 스펠을 그리는 데 어려움을 겪지 않았을까? 물론, 원작이 설명하듯 해리포터의 불안한 내면도 변수로 작용했겠지만, 마음이 충분히 진정되지 않았던 해리포터는 스펠도 제대로 그리지 못했을 거다(는 나의 뇌피셜이다).

이것 외에도 두 게임의 유사한 지점은 많다. <포켓몬고>에서는 포켓몬을 잡으려 시도할 때마다 다양한 종류의 몬스터볼을 소비한다. 가지고 있는 몬스터볼을 모두 소진하면 포켓스탑이나 체육관을 돌아다니면서 몬스터볼을 수급할 수도(1), 친구에게 선물 받을 수도(2), 현금 거래를 통해 구입할 수도 있다(3). <해리포터>에는 ‘에너지'라는 개념이 있는데 혼란체를 잡으려고 스펠을 한 번 쓸 때마다, 요새에서 전투를 벌일 때 공격을 한 번 할 때마다 소모된다. <포켓몬고>의 몬스터볼과 마찬가지로 에너지를 모두 소모하면 여관이나 온실을 돌아다니며 에너지를 수급할 수도(1), 현금 거래를 통해 구입할 수도 있다(2).

<포켓몬고>에는 갯수 제한이 있는 인벤토리가 있어서 몬스터볼을 일정 수량 이상 가지고 다니면 더이상 몬스터볼을 수급할 수 없다. 그런데 인벤토리 안에는 몬스터볼 외에도 다양한 아이템들이 들어있어서 인벤토리를 늘리지 않고는 정상적인(?) 플레이가 불가능하다. 이외에도 포켓몬을 보관할 수 있는 박스도 갯수 제한이 있어서 두 박스의 사이즈를 키워야 편안한 게임플레이가 가능하다.

<해리포터>는 약간 다르다. 갯수 제한이 있는 재료 인벤토리, 약물 인벤토리, 씨앗과 물 인벤토리, 에너지를 충전해놓을 수 있는 칸이 따로 있다. 필드에 있는 아이템을 모두 줍기 위해서나 약물을 충분히 보관하기 위해서는 인벤토리를 키워야하고, 길에서 만나는 만나는 혼란체를 에너지 부족 없이 확보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박스를 키워야한다. <포켓몬고>에서와 달리 사이즈를 키울 수 있는 박스의 종류의 네 개나 되기 때문에 어찌보면 더 많은 현금 투입이 필요하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면에도 불구하고 <해리포터>는 <포켓몬고>보다 매출이 적다(링크). 이에 대해선 아래에서 풀 예정이니 일단 따라오시라)

또, <포켓몬고>에는 ‘알'이 있다. 알마다 2km, 5km, 7km, 10km를 걸으면 알이 부화하는데, 이 때 알을 부화하기 위해서는 부화기가 필요하다. 2km짜리 알을 부화기에 넣은 상태에서 2km를 걸으면 알이 부화하는 식이다. 필드에서 알은 뜨지만, 부화기는 정말 희소하다. 해서, <포켓몬고>는 부화기를 판매한다. <해리포터>에는 원작에서도 나오는 포트키가 등장한다. 마찬가지로 2km, 5km, 7km, 10km 짜리가 있고, 우리의 걸음이 포트키에 반영되게 하기 위해서는 포트키에 열쇠를 꽂아야한다. 열쇠는 일종의 부화기다. 필드에서 포트키는 자주 뜨지만, 열쇠는 잘 뜨지 않는다. 해서, <해리포터>는 열쇠를 판매한다.

<해리포터>의 매출은 왜 <포켓몬고>의 그것보다 낮은가? <해리포터>를 다룬 여러 글들에서 언급하지 않은 것을 이 글에서 다루자면, <해리포터>는 <포켓몬고>에 비해 인게임 구매가 딱히 필요하지 않다. <포켓몬고>에서는 포켓몬을 꾸준히 수급하거나 아이템을 계속 확보해야하는 이유가 충분했다. 같은 포켓몬이라도 더 강하거나 약한 포켓몬이 있고, ‘이로치'라고 해서 일반적이지 않은 색을 하고 있는 포켓몬도 존재한다. 피카츄만 해도 모자를 쓴 피카츄, 꽃을 단 피카츄, 좀 더 노란색인 피카츄 등 온갖 종류의 피카츄가 존재한다. 레이드를 하기 위해서는 같은 포켓몬을 특정 포켓몬에 강한 포켓몬을 여섯 마리 이상 보유하고 있어야하기도 하고, 레이드로 뜨는 포켓몬의 종류가 다양하니 모든 레이드에 대응할 거라면 포켓몬 박스를 키울 수 밖에 없다. 레이드 콘텐츠를 즐기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존재하는 모든 포켓몬을 수집해 도감을 채울 거라면 포켓몬 박스의 사이즈는 확장하는 게 여러모로 편리하다.

인벤토리도 마찬가지다. <포켓몬고>의 인벤 안에는 몬스터볼을 비롯해 트레이너 성장이나 포켓몬 성장에 필요한 여러 아이템들이 모두 들어있다.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나중에 포켓몬을 진화시킬 거라면 보관하고 있어야 하는 특수한 진화 아이템의 종류도 많고(태양의 돌, 왕의 징표석, 금속코트, 용의 비늘), 마음에 들지 않는 포켓몬의 스킬을 다른 스킬로 대체해주는 아이템도 있고(기술머신노말, 기술머신스페셜), 더 많은 포켓몬이 등장하게 하기 위한 아이템(루어모듈, 향로)도 있다. 이 모든 아이템들은 게임을 지속함에 있어 필수적이고, 필드에서는 구하기도 쉽지 않아 버리는 것도 쉽지 않다. 결국 게이머들은 눈물을 머금고 박스 사이즈를 키우기 위해 지갑을 열 수 밖에 없다.

<해리포터>에는 앞에서 언급했듯 사이즈를 키울 수 있는 네 개의 박스가 존재한다(약물, 재료, 씨앗과 물, 에너지). 약물 인벤토리에는 게이머가 직접 제작한 포션이 들어가는데, 이 때는 재료가 쓰인다. 그런데 약물을 제작하는데 쓰이는 재료는 굉장히 적어서 재료 인벤토리를 늘릴 필요가 딱히 없다. 재료를 종류별로 조금씩만 모아놔도 얼마든지 모든 포션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포션 그 자체도 게임플레이에서 딱히 필요하지는 않다. 희귀한 혼란체를 만나면 더 잘 잡기 위해 포션을 흡입하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인벤을 확장하지 않아도 이런 경우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

<포켓몬고>의 레이드 콘텐츠와 같은 높은 난이도의 요새 콘텐츠를 즐기기 위해서 체력 포션을 만들어놓기는 해야하지만, 정작 요새 콘텐츠를 이용해야 하는 이유가 이 게임에는 부족하다. <포켓몬고>에서는 체육관을 점령하면 박스를 확장하는데 쓰이는 코인을 얻을 수 있고, 레이드를 통해서는 희귀한 포켓몬을 얻을 수도 있다. <해리포터>의 요새에서는 희귀한 혼란체를 얻거나 경험치를 얻을 수 있지만, 애초에 왜 희귀한 혼란체를 얻어야하는지부터 이 게임은 설명하지 못한다.

<포켓몬고>의 게임 목표는 단순하다. 존재하는 모든 포켓몬을 수집하라는 거다. 엄밀히 말해 <포켓몬고>는 모든 포켓몬을 수집하라고 말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도감의 빈 칸을 보면 포켓몬을 수집하고 싶어진다. 이 간단하지만 완수하기 어려운 미션을 위해 게이머들은 오늘도 <포켓몬고>를 키고, 지역단톡방에 들어가서 오프라인 모임을 가진다. 그런데 <해리포터>의 목표는 단순하지 않다. 혼란체를 수집할 수는 있는데 왜 수집해야하는지가 불명확하다. 한 카테고리의 혼란체를 수집하면 해당 카테고리의 그림을 다 채울 수는 있기는 하다만, 다 채우면 초기화도 가능해서 다시 처음부터 수집을 시작해야한다.

마법사로서 스킬을 올려 전보다 더 강해지는 시스템은 <포켓몬고>의 없던 <해리포터>만의 유니크한 시스템이지만, 스킬을 올려 강해져봐야 좋은 건 요새를 더 원활하게 클리어할 수 있다는 것 뿐이 없다. 그런데 정작 요새를 클리어할만한 동기가 충분치 않으니 스킬을 올리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어지기도 한다. 

아직 게임이 출시한지 얼마되지 않았으니 개선될 여지는 남아있다 생각한다. PC게임 <디비전>은 초창기에는 온갖 비난을 샀지만 시간이 지나 갓겜의 지위를 얻었고, 후속작인 <디비전2>는 현재 2019년 최고 흥행작이다(링크). <데스티니> 시리즈나 <노맨즈 스카이>도 초기엔 악명이 높았지만 유저들의 피드백을 받고 게임이 점차 개선되어 지금은 호평을 받고 있다. <해리포터>는 아직 출시한지 얼마 되지도 않은 게임이고, 이제 두번째 스페셜 이벤트가 종료된 미숙한 게임이다. 또, 기숙사나 지팡이의 종류는 게임에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는다. 초창기라서 아직 더 많은 콘텐츠를 공개하지 않은 게 아닐까하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출시 초기의 성적만을 두고 이 게임을 평가하는 것은 이르다고 본다. 무엇보다, <포켓몬고>와 같이 엄청한 성공을 거둔 게임과 비교하면 살아남는 게임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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