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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300개' 위해 '홈리스 100명' 쫓아낸 오클랜드

기사승인 2019.08.13  08:2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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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장석의 실리콘밸리 이야기] '집값 폭등' 노숙자 증가로 골머리 앓는 시당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자동차로 20분 정도 걸리는 주변 도시 오클랜드. 오클랜드시가 최근 한 대형매장 주변에 있는 홈리스 거주지 철거에 나섰다. 일부 거주지는 시 소유의 대체부지를 제공하는 조건으로 이미 철거를 완료했다. 100여 명의 홈리스 주민이 살고 있는 인근 거주지는 앞으로 대체부지를 마련하는대로 철거할 계획이다.

 

시가 홈리스 거주지 철거에 나선 건 일자리 때문이다. 주민들에게 적지 않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대형매장 측이 영업에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다며 철거를 요구한 까닭이다. 홈리스 주민들이 매장에서 물건을 훔쳐가는 일이 빈발하고 불안감을 느끼는 고객들의 불만이 크다는 것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더 이상 영업 못하겠다는 ‘최후통첩’이었다. 오클랜드시에 최후통첩을 한 매장은 ‘집을 고치고 꾸미는데 필요한 각종 장비와 재료를 판매하는’ 미국 최대의 가정용 건축자재 유통회사인 홈디포(Home Depot) 매장이다. 집이 있는 사람을 위한 매장인 홈디포와 집이 없는 홈리스의 악연이라고 해야할까.

미국 오클랜드시 홈디포 바로 옆에는 노숙자들의 거처가 있다. ABC7 뉴스 캡처

현지언론 보도를 보면, 시의회에서 홈리스 거주지 철거의 총대를 멘 노엘 갤로 시의원은 철거를 추진하는 이유로 300개의 일자리를 들었다. 장사 못하겠다며 매장 문을 닫고 다른 지역으로 가 버리면 현재 홈디포 매장에서 일하는 300명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세금 수입도 그만큼 줄어들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홈디포 측은 공식적으로 ‘회사 차원에서 오클랜드를 떠나겠다고 한 적은 없다’고 밝히고는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라고 최후통첩을 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안 되면 매장 문 닫겠다’는 얘기를 한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현재 시와 시의회는 대체부지를 어디에 조성할지 머리를 싸매고 있다. 언론 보도를 보면, 시에선 홈디포 매장과 큰 도로를 사이에 두고 떨어져 있는 시 소유의 부지를 제공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그 동네에도 장사하는 매장들이 있는데, 그 사람들은 불평 안 하겠느냐”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이다. 홈리스 거주지에 따른 불만을 최소화할 수 있는 지역을 선정해야 하는 쉽지 않은 과제를 풀어야 한다.

 

지난 7월 28일 일요일 오후 4시. 오클랜드 홈디포 매장을 찾았다. 880번 고속도로 램프를 빠져나와 바로 옆에 있는 매장으로 차를 몰고 가는데 차창 밖으로 텐트와 낡은 캠핑카 등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홈리스 거주지가 보였다. 주민들이 모여 있었지만 감히 다가가 말을 붙일 용기는 나지 않았다. 담배 냄새와 확연히 구분되는 마리화나 냄새도 풍겨왔다(참고로 캘리포니아주에서 마리화나는 합법이다. 이전 글 캘리포니아 마리화나, 그것이 궁금하다 참조).

오클랜드 홈디포 주차장에 설치된 감시카메라. 저 멀리 홈리스 주거지가 보인다.

홈리스 거주지 바로 옆 홈디포 매장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매장과 주차장을 둘러싼 철조망 바깥이 100여 명이 사는 홈리스 거주지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군데군데 철조망 일부가 뜯겨나가 왕래(?)가 자유로운 상황이었다. 바로 그때 홈리스 거주지와 맞닿은 철조망 옆에서 검은색 SUV 차량 한대가 서서히 움직이고 있었다. 차 안의 사내는 창문을 열고 홈리스 주민들을 향해 뭐라고 고함을 치고 있었다.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순 없었지만 응원하는 것 같진 않았다. 20, 30미터 떨어진 주차장 한쪽에서 경찰차 한대가 순찰을 돌고 있었지만 고함 소리를 듣지 못했는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진 않았다.

 

홈디포 매장의 주차장에서 홈리스 거주지와 가까운 곳엔 이동식 감시장치가 설치돼 있었다. 4대의 카메라가 연결된 감시장치는 360도 사방을 지켜보고 있었다. 매장 입구엔 경찰관 한 명이 보초를 서고 있었다. 홈리스 주민들 때문에 나온 것이냐고 물었다.

 

“저 사람들을 쫓아내려고 온 건 아닙니다. 혹시 모를 불상사에 대비해 나와 있는 것이죠. 홈디포 측에서 불만을 표시하고 시의회에서도 행동에 나선다고 하는데, 왜 그러는지 이해할 수 있어요. 다만 저들도 살 곳이 필요합니다. 주민들 중 일부는 다른 동네(홈리스 거주지)에서 살다가 그곳에 불이 나서 여기로 옮겨왔다고 합니다. 사정이 딱하죠. 잘 해결됐으면 좋겠군요.”

오클랜드 홈디포 매장 정문 앞에서 한 경찰관이 보초를 서고 있다. 2019. 7. 28. 황장석

 

오클랜드는 최근 2년 새 홈리스 숫자가 47%나 증가하면서 시 정부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샌프란시스코크로니클 기사에 따르면, 2017년 1월 조사에서 2761명이었던 홈리스 숫자는 올해 1월 조사에선 4071명이었다. 인구 10만명당 홈리스 비율에 있어서도 940명으로 지역주민들 사이에서 ‘홈리스의 도시’로까지 불리는 샌프란시스코(906명), 버클리(898명)를 넘어섰다.

 

오클랜드는 인근 샌프란시스코의 물가, 특히 집값과 월세가 급등하면서 가난한 샌프란시스코 주민들이 이주하는 대표적인 도시 중 하나이자 소득수준이 주변 지역들보다 낮은 도시다. 또 캘리포니아 도시들 중에서 범죄율이 높은 도시이기도 하다. 민간조사기관 세이프와이즈가 연방수사국(FBI)의 2017년도 범죄 발생 통계를 분석해 내놓은 보고서에서 가장 위험한 미국 대도시(인구 30만명 이상) 10곳 중에서 캘리포니아 대도시로는 유일하게 포함된 곳이다(순위는 10위였다).

 

오클랜드 시는 나름대로 홈리스 주민들을 위한 정책을 추진해왔다. 샌프란시스코 베이지역(실리콘밸리를 포함, 샌프란시스코와 그 주변 지역) 중에선 처음으로 지난 6월 홈리스 주민들이 낡은 캠핑카를 세워두고 살 수 있는 거주지(공식 명칭은 주차구역이지만 사실상 마을)를 조성하기도 했다. 철거를 하더라도 생활방식을 가급적 유지할 수 있는 방식으로 대체부지를 마련한 것이었다. 이 같은 배경을 감안하면 오클랜드 시가 당장 대체부지를 마련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이번에 홈디포 측의 요구를 받아들여 100여 명이 살고 있는 대규모 홈리스 거주지를 철거하기로 한 건 이례적이다. ‘300개 일자리’의 압박이 그만큼 컸던 것으로 보인다.

황장석 팩트체커 suron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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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장석 팩트체커    surono@naver.com  최근글보기
2002년부터 동아일보와 서울신문에서 정치부, 사회부, 문화부 기자로 일했다. 2012년 스탠포드대학교 후버연구소 객원연구원을 역임했다. 퇴사 이후 실리콘밸리 근처에 거주하며 한국 언론을 통해 실리콘밸리와 IT기업 소식을 전하고 있다. 2017년 실리콘밸리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조명한 책 <실리콘밸리 스토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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