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미터] 위안부합의 재협상은 '파기', 지소미아 검토는 '진행중'

난관 봉착한 문재인 정부의 한일관계 공약

  • 기사입력 2019.08.19 08:31
  • 최종수정 2022.07.04 16:00
  • 기자명 이고은 기자

일본의 한국에 대한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를 취한 데 이어 한국 역시 맞대응 조치를 취하는 등 무역갈등 속에서, 한일 군사비밀보호협정(GSOMIA) 파기도 거론되는 상황이다. 2019년 8월 현재 한일관계는 그야말로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이에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한일관계 대선공약을 짚어보고자 한다.

문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한일관계와 관련해 3가지를 약속했다. 첫째 12.28 위안부합의 재협상 등을 통해 피해자들이 인정하고 국민이 동의할 수 있는 수준의 합의 도출, 둘째 한일 군사비밀보호협정은 효용성 검토 후 연장여부를 결정하고 독도문제와 역사왜곡에는 단호히 대응, 셋째 일자리창출·4차 산업혁명 등 신성장 분야 협력으로 실용적이고 성숙한 협력동반자 관계 구축 등이다.

 

1. 12.28 위안부합의 재협상 : ‘파기’

우선 12.28 위안부합의는 2015년 12월 28일 박근혜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일본 아베 신조 정부와 협상해 최종적으로 종결할 것을 타결, 약속한 합의다. 당시 핵심쟁점이었던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에 대해서는 명확히 하지 못했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한 재단을 한국 정부가 설립하고, 재단에 일본 측에서 10억 엔(2015년 당시 환율로 한화 약 97억 원)을 출연하기로 했다. 박근혜 정부는 피해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위안부 재단 설립을 강행했고 2016년 7월 28일 여성가족부 소관 재단법인으로 ‘화해·치유재단’을 발족시켰다.

문재인 정부는 12.28 위안부합의를 재협상하겠다고 공약했지만 결론적으로 사실상 파기했다. 2018년 1월 9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피해 당사자인 할머니들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2015년 합의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의 진정한 문제해결이 될 수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2015년 합의가 양국 간 공식합의였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음을 감안해 일본 정부에 대해 재협상을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피해자들의 의사에 반하여 박근혜 정부가 설립한 화해·치유재단과 관련해서는 일본이 출연한 10억 엔을 우리 정부 예산으로 충당하기로 하는 등 후속조치를 취하기로 약속하고 실제로 감행했다. 2018년 9월 25일 문 대통령은 미국 뉴욕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만나 재단 해산을 통보했고, 11월 21일 정부는 재단 출범 2년 4개월 만에 재단을 해산하기로 결정했다.

 

2. GSOMIA 효용성 검토 후 연장, 독도·역사왜곡에 단호히 대응 : ‘진행중’

다음으로 한일 군사비밀보호협정(GSOMIA) 연장 문제는 효용성을 검토한 후 결정하고, 독도문제와 역사왜곡에는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방침은 현재 진행 중이다. GSOMIA는 2016년 11월 23일 한국과 일본 양국이 군사정보를 직접 공유하기 위해 체결한 협정이다.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을 배신한 굴욕적 한일군사협정”(추미애 대표)라며 협정 체결에 대해 강하게 비난했고, 시민사회에서도 한·미·일 대 북·중·러의 신 냉전 체제를 고착화시키고 일본 자위대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뒷받침할 것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문 대통령은 2012년 대선 당시 “영토 분쟁을 일으키는 상대에게 군사기밀정보를 제공하는 얼빠진 나라가 어디 있느냐”며 한일 군사협정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해왔다. GSOMIA의 유효 기간은 1년이지만 기한 만료 90일 전(8월 24일)까지 양국 중 어느 쪽이라도 협정 종료 의사를 통보하면 종료된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취임 첫해인 2017년 8월 GSOMIA를 연장했다. 그 이유는 “협정의 효용성을 평가하기엔 교류 기간이 짧았다”는 것이다. 한반도 안보 상황을 고려해 현실적인 결정을 내렸다는 해석이다. 2018년 8월에도 GSOMIA는 1년 더 연장되었다. 국방부 당국자는 “한일관계와 국방·외교 측면에서 실익이 존재하고, 북한의 비핵화 및 평화정착 과정에서 한일 간 전략적 소통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했다”면서 연장의 이유를 밝혔다. 당초 공약대로 효용성을 검토한 후 연장 여부를 결정한다는 취지에 어긋나는 것은 아니나, 2019년 한일 간 무역 및 안보 갈등 상황과 국내 여론을 고려한다면, 이번엔 그 효용성을 어떻게 판단할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독도 문제와 역사 왜곡 문제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19년 3월 26일 일본 문부과학성은 독도를 왜곡 기술한 정도가 강화된 초등학교 교과서 12종의 검정을 승인했고, 우리 정부는 외교부·교육부 등의 명의로 성명을 내며 강력 규탄하고 철회를 요구했다. 외교부는 당일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를 초치하기도 했다. 국회는 2019년 4월 5일 일본 정부에 유감을 표하는 ‘일본 초등 교과서 검정 시정 촉구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3. 실용적이고 성숙한 협력동반자 관계 구축 : ‘지체’

마지막으로 일자리창출·4차 산업혁명 등 신성장 분야 협력으로 실용적이고 성숙한 협력동반자 관계 구축은 2019년 8월 2일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 우대국가 명단(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에 이어 2019년 8월 12일 한국의 일본에 대한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가 맞불 성격으로 취해지면서 어려움에 봉착했다. 위안부협상, 강제징용 판결, 일본 역사교과서 등의 역사 갈등으로 말미암아 한일관계가 점차 악화된 데 따른 결과라는 해석들이 나온다.

아베 정부는 역사 갈등을 계기로 한국에 실질적인 안보 도발도 감행해왔다. 특히 2018년 12월 20일에는 일본의 해상자위대 초계기와 북한 어선 구조작전 중인 대한민국 광개토대왕함 및 해양경찰청 삼봉호가 접촉하면서 한일 해상 군사 분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후 일본 언론은 아베 총리가 일본 초계기가 광개토대왕함을 찍은 영상을 공개할 것을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문재인 정부의 대일정책에 대한 아베 정부의 불만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도 뒤따랐다.

초계기 진실공방을 계기로 양국 간 안보 갈등은 표면화됐고, 일본의 2019년판 외교청서는 한일 관계에 대해 “매우 어려운(きびしい) 상황”이라는 표현을 쓰는 등 한국과 대립각을 세우는 내용이 포함됐다. 청서는 한국 정부의 화해·치유재단 해산 방침 발표와 초계기 갈등 등 “한국 측에 의한 부정적인 움직임” 탓으로 갈등의 책임을 전가했으며, 위안부 문제에 대해 2015년 12월 양국 간 합의에 따라 ‘최종적·불가역적’으로 해결됐음을 주장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2019년 들어 본격화된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로 인해 ‘실용적이고 성숙한 협력동반자 관계 구축’이라는 문재인 정부의 대선 공약은 지체되고 있다.

※ 본 기획물은 한국언론학회와 SNU팩트체크센터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이고은   freetree@newstof.com  최근글보기
2005년부터 경향신문에서 기자로 일하다 2016년 '독박육아'를 이유로 퇴사했다. 정치부, 사회부 기자를 거쳤고 온라인 저널리즘 연구팀에서 일하며 저널리즘 혁신에 관심을 갖게 됐다. 두 아이 엄마로서 아이키우기 힘든 대한민국의 구조적 모순에 대해 알리는 일에도 열의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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