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전광훈 목사 "경찰도 못들어가는 무슬림 집단촌 있다"

  • 기자명 김동문
  • 기사승인 2019.08.20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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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이슬람화되고 있다'는 주장을 하는 이들이 있다. 유럽이 먼저 그렇게 변했고 한국도 이슬람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들 주장에서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이슬람 집단촌'이다. 무슬림을 제외하곤 아무도 들어갈 수 없는 소위 '노고존'(no-go zone)이 생긴다는 것이다.  A 교회의 전광훈 목사는 7월 28일 설교에서 아래와 같이 주장했다.

 

대한민국 지금, 주체사상이 김정은이가 와서 뜯어 먹고, 이슬람이 와서 뜯어 먹고. 그래서 지금 전 세계를 지금 이슬람화하기 위해서. 이슬람은 성공했어요, 지금. 한동안에 기독교 나라의 전성기였던 유럽이, 이슬람한테 먹혔다니까, 지금. 지금 런던이요, 이슬람한테 먹혔어요, 런던이요, 기가 막히죠? 그 사람들은, 그, 일단 어느 나라 들어가면, 따로 따로 떨어져서 안 살아요. 집단촌, 만 명을, 만 명이 모여 사는 집단촌을 먼저 만들어요. 그야말로 남의 나라 안에 들어가서, 자기의 나라를 새로 만드는 것이에요. 거기에 경찰도 못 들어가요.
- 전광훈 목사 설교(2019.07.28.) 중

 

전 목사는 '만 명의 무슬림이 모여 사는 집단촌', '경찰도 들어가지 못하는 무법지대' 등을 언급했다. 이런 주장은 최초에 언제, 어디서, 누구로부터 온 것일까?

 

노고존(no-go zone)이란 무엇인가

'무슬림 자경단'이 지배하는 곳이나 위험 지역을 뜻하는 'no-go zone', 이슬람법 샤리아가 통제하는 곳이라는 '샤리아 구역'(Shariah zone)이 있다는 주장이 있다. 이런 주장은, 미국이나 유럽의 반이민, 반이슬람 정서를 가진 이들이나 단체에서 줄곧 펼치고 있다. 한국에도 일부 목사들이 이런 주장을 펼쳐서 수년전부터 퍼지고 있다. 한국에서의 최초 주장은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동안 대책 없이 무슬림들을 받아들였고 유럽에서는 무슬림자경단이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로 통치하는 노고존(no go zone)이 프랑스에만 750곳이나 되었고, 경찰도 들어가기를 꺼리는 지역이 되었다.” 
- 이 ㅇㅇ목사, 뉴스윈코리아 (2015.10.29.)

 

‘노고존’이 '프랑스에만 750곳이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프랑스에는 일부가 노고존으로 오해하는 특별한 지역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Zones urbaines sensibles”(ZUS)로 프랑스에서 이름을 붙인 곳이 있다. "민감한 도시 구역”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 구역은 1994년 11월 14일 제정된 법에 따라 지정된 곳이다.

그럼 프랑스에 750곳의 '노고존'이 있다는 주장은 사실인가? 그런 류의 보도가 있었긴 하지만 정확한 사실은 아니다. 이 지역은 주택 소유권을 갖지 못한 이가 대부분 살고 있는 공공 주택 비율이 높은 곳, 실업률이 높은 곳, 고등학교 졸업생비율이 낮은 곳 등의 사회적 문제가 큰 지역을 지칭하는 것이다. 즉 범죄, 가난, 실업 등의 사회적 문제 해결이 필요한 지역이라는 뜻이다. 무슬림 인구 비율이 높아서 지정된 것이 아니다. 다만 이 지역 가운데 무슬림 이주자 거주 비율이 높아진 곳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영국에는 정부가 지정한 샤리아 구역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무슬림이 아니면 출입을 할 수 없고, 경찰력도 못 미치고, 접근하지 못하는 지역”은 없다. 스스로 이슬람 정신을 지키는 종교경찰, 무슬림 자경단을 자처하고, 종교적 규율을 강제하는 이들이 있기는 하다. 그렇지만, 이것은 위법처벌 받은 사건이다. 영국이슬람 자치 경찰을 자처한 이들 가운데는 실정법에 의해 유죄 판결을 받은 경우도 적지 않다.

 

한국의 '무슬림 1만명 집단촌' 출처는?

지금 우리나라에서 딱 한 곳이 이뤄졌어요. 만 명이, 안산이에요, 안산. 거기는 경찰도 못 들어가. 만약에 뭐, 돼지고기 같은 것을 거기서 판다 그러면 그 사람들은 죽어요, 죽어, 그냥. 이걸 지금, 전라도 익산에다가 그걸 또, 또 만 명을 또 만들려고 그러고. 파악해보니까, 경상도 김해에 이미 벌써 다 돼가고 있어요. 김해에. 또, 강릉 거 주문진 거기에 또 만 명 촌이 지금 형성되어가고 있어요. 
- 전광훈 목사 설교(2019.07.28.) 중

그런데 전광훈 목사 주장처럼 무슬림 집단촌의 구성 요건으로 1만명을 내세운 주장은 낯설다. 기존의 '노고존'을 주장하는 이들 가운데 무슬림 인구수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딱 맞아 떨어지지는 않는데, 이런 비슷한 맥락의 주장이 있기는 하다. 바로 기독자유당에서 만든 공보물이다.

 

2016년 4월 총선에서 기독자유당이 만든 선거공보물.

기독자유당은 2016년 4월 총선 당시 선거공보물을 제작했는데 비슷한 내용이 담겨 있다. 기독공보당은 "할랄단지 조성 계획중인 익산시에 무슬림 30만명이 거주하게 되면 대한민국은 테러 안전국에서 테러 위험국으로 전락! 샤리아법에 따르면 몸을 가리지 않은 이교도 여인을 성폭행해도 합법! 우리나라 여성에 대한 성폭행 급증 및 안전보장 불가!”라고 적고 있다. 1만명이라는 주장은 담겨 있지 않지만 전 목사의 주장과 거의 유사하다.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기독교 이름을 내건 정당이 유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기독자유당과 전광훈 목사가 주장한 내용에 대해 하나씩 팩트체크한다. 

 

① 안산에 이슬람 사람들 만 명이 모여 살아 경찰이 들어갈 수가 없다?

사실이 아니다. 

안산시 74만3727명중 등록 외국인은 5만6789명(2019년 6월 기준)으로 7.6%다. 이 가운데 이슬람 다수 국가 출신 외국인은 우즈베키스탄인 6626 명을 비롯하여 1만1586 명이다. 전체 외국인의 20.4%를, 전체 주민의 1.56%를 차지하고 있다.

이중 등록 외국인 인구는 상록구가 37만2417명 중 1만2416명으로 3.3%, 단원구 37만1310명중 4만4373명으로 11.9%를 차지하고 있다. 이 가운데 범 이슬람권 출신 등록 외국인이 8829명으로 2.38%를 차지하고 있다. 단원구 원곡동의 경우 원곡동 주민 3만8144명 중 1만9973명으로 전체 주민의 52.4%로 안산시에서 가장 높은 외국인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안산시 어디에도 1만 명의 무슬림이 모여 사는 곳은 없다. 상록구, 단원구 그 어디에도 안산시의 25개 동 그 어디에도 무슬림들만 따로 모여 사는 곳은 없다.

 

② 익산에 무슬림 만명 집단촌을 만들려고 한다?

사실이 아니다. 

무슬림 인구가 1만 명이 넘는 곳은 전라도에 없다. 그럴 가능성도 없다. 익산시 전체의 등록 외국인은 5279명(2018년 12월 기준 주민등록인구통계 기준)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무슬림 인구 비율은 전혀 높지 않다. 우즈베키스탄 161명, 인도네시아 136명으로 5.6%에 불과하다. 익산시 왕궁면에 세워진다던 할랄 단지는 이미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익산 할랄 단지 괴담도 최순실 국정 농단의 산물의 하나였을 뿐 이슬람 세계의 한국 이슬람화 전략과는 무관했다. 지금 익산시 왕궁면의 외국인 인구는 235명에 불과하다.

시사인 2017년 01월 20일자 '[단독]엉뚱한 ‘할랄’ 사업, 차은택 머리에서 나왔다' 기사

 

③ 김해에는 무슬림 만명촌이 거의 다 됐다?

사실이 아니다. 

2019년 6월 기준 김해시 전체 주민 수는 55만7150명이다. 등록외국인 수는 1만 8519명으로 3.3%다. 등록 외국인 가운데 무슬림 다수 국가 출신 외국인은, 우즈베키스탄 2354명, 인도네시아 1328명 등 4천여 명이다. 등록 외국인 대비 21퍼센트지만, 전체 주민의 0.7%를 차지할 뿐이다. 김해시의 19개 읍면동 가운데 외국인 인구가 1천명 이상인 곳은 9개 읍면동이다.

김해시의 등록 외국인 국적별 현황(2019.06.)

 

④ 주문진에 무슬림 만명촌이 형성되고 있다? 

사실이 아니다. 

강원도 주민등록통계(2018년 12월 31일 기준)에 따르면, 주문진읍이 포함된 강릉시 전체 주민 수는 21만5239명이다. 등록외국인 수는 2282명으로 1.1%다. 등록 외국인 가운데 무슬림 다수 국가 출신 외국인은, 인도네시아 91명, 우즈베키스탄 65명 등 206명 정도이다. 강릉시 등록외국인의 9%, 전체 인구 대비 0.1%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주문진읍의 무슬림 인구는 얼마나 될까? 이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찾지 못했다. 그런데 주문진읍 전체 주민수가 8878명, 등록 외국인수는 317명에 불과하다. 이곳에 무슬림 ‘만명촌’이 지금 형성되고 있다는 주장은 전혀 근거 없다.

 

노고존은 없다!

프랑스나 영국에도 유럽에도 그리고 한국에도, "무슬림이 아니면 출입을 할 수 없고, 경찰력도 못 미치고, 접근하지 못하는 지역”  같은 곳은 없다. 조직폭력조직처럼 특정 지역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앞세우고 힘을 행사하려는 극단적인 일부 무슬림 무리가 있었다고 하여, 그것이 '노고존'의 존재를 입증하는 것은 아니다.

노고존은 공권력이 미치지 못하는 지역이 아니라, 우범지역이나 특별한 상황에서 관계자 외의 출입을 제한하는 출입통제지역 등 다양한 의미로 읽을 수 있다. 이른바 한국이나 세계 곳곳에는 우범지역으로 인식되는 곳이 있다. 그런 곳에는 지역을 장악하기 위한 조직 폭력 집단의 조직 활동이 벌어지기도 한다. 극단적인 이슬람 사상을 가진 무슬림 집단에 의해 불법적인 강압 행위가 빚어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무슬림이 만 명이 모여 경찰도 못 들어가는 집단촌을 만들고 있다는 전 목사 등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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