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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총·전교조·금속노조...청와대 앞의 '희한한 공존'

기사승인 2019.08.23  12: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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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와대 앞에서 진치고 있는 사람들

지난 정권, 집회 시위의 자유는 청와대 앞에서 멈췄다. 반면 문재인 정부에서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청와대 앞에서 집회나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청와대 인근 집회는 2016년 39건에서 2017년 538건으로 100배 이상 증가했다. 청와대 앞길이 24시간 전면 개방되면서 청와대 앞 분수대에는 1인 시위자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청와대 앞 분수대 1인시위 전경. 촬영: 이승우.
청와대 앞 분수대 1인시위 전경. 촬영: 이승우.

청와대 앞길은 광화문 광장과는 다르다. 광화문 광장은 안국동, 사직동, 시청 등 어느 방향에서 진입할 수 있고 어느 곳으로든 갈 수 있는 사통팔달 광장이다. 반면 효자로에서 청와대로로 이어지는 길은 직선이다. 앞에 보이는 것은 검문소, 그리고 청와대 입구다. 이 길을 걷는 이유는, 청와대를 구경하거나 청와대에 들어가거나, 청와대에 무언가 말하기 위함이다.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을 나와 청와대로 가는 효자로를 지나가다보면 텐트들이 쭉 늘어서 있다. 왜 이들은 광화문 광장에 가지 않고 청와대 앞길에 있는 것일까.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지 2년이 지났지만 효자로와 청와대 앞길은 여전히 북적인다. 법외노조 취소, 대통령 직속 수사단 설치, 대통령 하야. 청와대 앞으로 나온 사람들의 호소는 광화문 광장의 그것보다 그 대상이 분명하다. 광화문광장에 진을 치고 있는 사람들을 알아본 것에 이어 이번엔 청와대 앞길에 상주하는 사람들을 취재했다. 청와대 광장 사람들이 머무르고 있는 이곳 천막에서 이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대통령은 약속 지켜라" 교사들의 외침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ㆍ4번)은 2013년 10월 노조 아님을 통보 받았다. 이때부터 지금까지 전교조는 집회기자회견소송 등 다양한 방법들을 통해 법외노조 취소를 요구해왔다.
지난해 176일 동안 청와대 천막농성을 진행한 전교조는 지난 5월 29일 법외노조 취소약속
을 지키지 않는 문재인 정부를 규탄한다.”
고 하며 청와대 앞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이날 발표된 ‘기자회견 경과보고 및 투쟁계획’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에 법외노조 취소를 약속했다고 한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천막 안 모습. 촬영: 이승우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천막 안 모습. 촬영: 이승우

 

전교조는 17개 시도지부가 돌아가며 1박 2일씩 농성장을 지키고 있다. 방학기간에는 한 조에 5~6명, 학기 중에는 4~5명 정도가 한 개조를 이루고 있다. 법외노조 건으로 해고된 34명 중 한 명인 정영미씨는 전교조 법외노조가 취소되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교사도 노동자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앞이라서 더 힘든 점이 있냐는 질문에 정씨는 광장이 아니기 때문에 선전의 효과가 덜 한 부분은 있지만 차들이 별로 다니지 않고 공무원 노조, 현대중공업과 같이 노동 현안 때문에 나온 단체들이 모여 있어 좋다고 답했다.

 

친동생 이석기 석방위해 투쟁하는 누나

천막촌에서 청와대와 가장 가까운 천막(2번)에는 내란선동 및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복역 중인 이석기 전 의원의 사진과 그의 석방을 요구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이석기 전 의원의 누나인 이경진씨는 2017년 8월부터 이 전 의원의 석방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시작했고 같은 해 12월 11일에 밤샘 노숙농성에 돌입했다.

이석기 전 의원 친누나 이경진씨가 친 천막. 촬영: 이승우

 

방학 맞아 연좌농성 시작한 교사들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한 전교조 현장교사 집중실천단(1번)은 7월 22일부터 세월호 참사 대통령 직속특별수사단 설치를 요구하며 연좌농성을 시작했다. 이들은 9시부터 17시까지 연좌농성과 분수대 앞 1인 시위를 함께 진행하고 있다. 권혁이 교사는 지난 5월 발표된 전면재수사 특별수사단 설치 청원에 대한 청와대의 거부 답변이 연좌농성의 직접적 계기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이 사안에 대한 의지를 밝힐 필요가 있었기에 방학을 이용해서 연좌농성을 하게 되었다고 답했다.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한 전교조 현장교사 집중 실천단이 연좌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촬영: 이승우

연좌농성 중인 한 교사는 세월호 참사는 “나한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고 이 일에 크게 감정 이입 된 교사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이 구조되지 못한 이유가 명확하게 밝혀져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농성장에 나왔다고 말했다.

 

5300일 넘게 해직생활 중인 공무원들

2004년 전국공무원노조(이하 전공노ㆍ3번) 총파업 이후 참여자에 대한 대량 징계·해직이 이루어졌다. 이후 행정소송을 통해 복직된 공무원들도 있지만, 현재까지 해고상태인 조합원들은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해고자들은 2012년 대선 후보자 시절 공무원노조총회에서 한 복직 약속을 지키라고 하며 작년 8월부터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이들은 청와대 앞 천막농성장을 거점으로 삼고 국회, 청와대 분수대, 총리실 관저, 대통령비서실장 관저 앞에서 1인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윤진원(좌), 강영구(우)씨가 천막에 앉아있다. 촬영: 이승우
공무원해고자 원직복직 쟁취 집중농성투쟁을 시작한지 343일이 지났다는 푯말이 적혀 있다. 촬영: 이승우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조합원 윤진원씨가 천막 안에 앉아 있다. 촬영: 이승우

어떤 점이 가장 힘드냐는 질문에 경기도 광명에서 해직당한 윤진원씨는 “우리는 한국 노동현안 중 가장 오래 싸워온 사업장 중 하나”라고 하며 공직사회개혁과 부정부패 척결이라는 공익적 목적을 위해 오랜 시간 싸워왔는데 국민들한테 잘 알려지지 않아서 힘들다.“고 답했다.

 

울산 사람들의 상경투쟁

전공노 천막에서 경복궁 쪽으로 걷다보면, 울산에서 올라온 사람들(6번)이 있다. 지난 5월 31일, 산업은행과 본계약을 체결한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절차로 진행된 법인분할이 현대중공업 주주총회에서 통과했다. 노조는 동종업체인 대우조선을 인수할 경우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이유로 법인분할에 반대하고 있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 지부는 산업은행을 앞세운 정부가 법인분할부터 대우조선해양 매각까지 '큰 그림'을 그렸다고 보는 주장이 나온 후, 목소리를 내기 위해 6월 17일부터 청와대 앞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지부 구성원들은 4~6명이 한 개 조를 이루어 2박 3일씩 돌아가며 천막을 지키고 있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이동식 조합원은 “매번 힘을 내고 울산에서 올라오지만, 무엇보다도 언제 끝날지 모르는 기약 없는 싸움을 이어가야 한다는 점이 나를 지치게 한다.”고 말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중공업지부 김병조 조합원(좌)과 이동식 교육부장(우)이 천막 앞에서 교대를 기다리고 있다. 촬영: 이승우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중공업지부 조합원들이 교대를 하고 있다. 촬영: 이승우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중공업지부 김병조 조합원(우)과 이동식 교육부장(좌). 촬영: 이승우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중공업지부 천막 안. 촬영: 이승우

"문재인은 하야하라" 기독교인의 주장

‘문재인 하야하라’, ‘동성애 OUT’, ‘주사파 OUT’······ 청와대 천막촌이 시작되는 지점에는 다른 천막들과 다른 인상을 주는 천막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연말까지 하야하라”는 시국선언으로 화제가 된 전광훈 목사가 대표회장으로 있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의 천막이다. 지난 6월 11일 한기총은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도회를 열고 천막에서 릴레이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한기총 천막 바로 옆에 위치한 현대중공업 천막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한기총은 매일 11시, 16시에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후, 천막으로 돌아와 유튜브 방송을 한다고 한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통령 하야 성명부스. 촬영: 이승우
전광훈 목사의 설교를 듣고 있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 구성원들. 촬영: 이승우

 

다른 천막들과 이질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는 한기총의 청와대 천막 입주는 갈등의 불씨가 되었다. 전공노 강영구 조합원은 “농성장을 차리면 서로가 지켜야 할 매너가 있어야 하는데 저쪽(한기총)은 자기 주장만 있다.”고 하며 “한기총 사람들이 우리한테 빨갱이라고 하면서 지나가고 전교조, 공무원노조 저놈들 잡아넣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고 털어놓았다. 전교조 정영미 조합원은 “한기총이 오기 전에는 다른 단체들과 퇴근선전전도 하고 늘 소통하고 지냈었는데 요즘은 그러지 못한다.”고 말했다.

같이 있다 보니 '친해진' 진보와 보수

상황이 좋지 않지만, 청와대 천막촌의 분위기는 조금씩 바뀌어 가고 있다. 한기총 천막과 이웃해 있는 금속노조 현대중공업 지부 천막에서는 긍정적인 말이 나왔다. 김병조 조합원은 “서로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을 때는 막말도 많이하고 싸우기도 하고 그랬는데 시간이 지나고 저 사람들(한기총)이 전교조든 현대중공업이든 서로의 이야기를 알게 되고 나서 불필요한 논쟁은 최소화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덧붙여 김씨는 “저쪽(한기총)에서 먹을 것도 주고 요즘에는 사이가 좋아졌다.”고도 했다.

 

청와대 앞 길 천막들이 쭉 늘어선 모습. 촬영: 이승우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청와대 주변은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어우러지고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한 목소리를 내는 광장이 되었다. 법외노조 취소, 대통령 직속 수사단 설치, 대통령 하야. 각자 다른 이유로 청와대 광장에 나온 사람들의 목소리는 모두 대통령과 정부를 향하고 있었다. 청와대 앞에서 대통령에게 목소리를 내고 있는 이들의 모습은 신문고에서 임금을 향해 호소하는 우리 선조들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게 해주고 있다.

이승우 팩트체커 gale94@naver.com

<저작권자 © 뉴스톱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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