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SK '배터리 소송' 남 좋은 일만 시킨다

[뉴스의 행간] '점입가경' LG-SK 미국 배터리 소송전

  • 기사입력 2019.09.03 09:26
  • 최종수정 2019.12.09 14:43
  • 기자명 김준일 기자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소송이 점입가경입니다. 지난 4월 LG화학이 미국 무역위원회(ITC)와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을 영업비밀 침해로 제소하자, 최근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연방법원과 ITC에 LG화학이 특허를 침해했다며 맞소송을 냈습니다. 미국시장에 상대방 배터리를 들여오지 못하게 해달라는 게 소송의 핵심입니다. ITC의 최종판결은 2020년말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현 상황이라면 1년 반 동안 소송이 진행될 것이고, 지는 쪽은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입니다. 왜 한국기업끼리 해외에서 이렇게 강하게 부딪히고 있는지, <점입가경 LG-SK 배터리 소송전> 이 행간을 살펴보겠습니다.

 

1. 배보다 큰 배꼽

갈등의 핵심은 인력유출문제입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2017년부터 LG화학 핵심인력 76명을 빼갔다”고 주장합니다. 2017년 12월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으로 옮긴 5명에 대해 전직 금지 소송을 냈고 올해 1월 대법원에서 승소한 바 있습니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은 “직원 이직은 스스로 선택한 것”이란 주장하며 LG화학과 LG전자가 배터리 특허를 침해했다며 미국에서 소송을 제기한 상태입니다. 이에 대해 LG화학은 “특허건수가 1만6685건으로 SK이노베이션의 1135건의 14배”라며 SK측의 특허침해에 대해 법적조치를 검토한다는 입장입니다.

LG화학 핵심인력이 SK이노베이션으로 이직한 것과 한국 대법원에서 이를 금지한 것도 사실입니다. 상대적으로 후발주자인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 인력을 '영입'해 이익을 본 것으로 보입니다. 위법여부는 법정에서 판가름나겠지만 문제는 두 기업이 받을 타격입니다.

우선 소송 비용입니다. LG화학은 글로벌 1위 규모의 미국계 로펌 ‘레이섬&왓킨스’를 대표 법률대리인으로 선임했습니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관료출신이 대거 포진한 ‘코빙턴 앤드 벌링’을 대표 법률대리인으로 선임했습니다. 이 정도 규모의 소송시 미국 로펌에 지급하는 비용은 매달 50억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최종 판결까지 최소 1000억원, 많게는 2000억원이 미국 로펌에 지급될 것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어느 쪽이 패소할 경우 미국 시장 판로가 막힐 수 있고 중국과 일본 배터리 업체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정부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양측을 중재하려 했지만 양측 모두 강경한 입장이라 실패했습니다. 

 

2. ‘제2의 반도체’ 전쟁

전세계 배터리 시장 규모가 매해 급속도로 커지고 있습니다. 메모리 반도체 산업은 200조원대 선에 정체하고 있으나 전기차 배터리가 현 성장세를 이어가면 2025년 메모리 반도체를 넘어설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올해 글로벌 배터리 시장 규모는 530억달러(64조원)로 예상됩니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전기차 배터리 시장 규모가 연평균 25%씩 성장해 2025년이면 1600억달러(약 182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급성장 이유는 전세계적으로 전기차 배터리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는 반도체가 한국 경제의 고도성장을 이끌었다면, 앞으론 배터리가 ‘제2의 반도체’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2019년 1월 현재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보면 한중일이 전 세계 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빠르게 전기차로 내수 시장이 전환되고 있는 중국이 약 50%를 차지하고 있고, 일본이 25%, 그리고 한국이 15% 정도를 차지합니다.  세계 1,2위는 중국업체, 3,5위는 일본업체, 4,6위는 한국업체인 LG화학과 삼성SDI입니다. 시장점유율은 LG화학이 10.4%, 세계 10위인 SK이노베이션이 1.7%입니다. 한중일의 미래를 건 경쟁이 배터리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3. 수소경제의 딜레마

자동차 배터리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정도로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전기차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올해 1월 수소경제, 수소차 시대를 선언하고 수소차 인프라 투자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세계 시장과는 반대로 가고 있죠. 수소경제에 대한 비판은 이미 문재인 대통령의 수소경제 선언부터 나오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전기차에 비해 효율이 매우 떨어지고 두번째는 수소 충전소 등 인프라 구축에 천문학적 비용이 소요된다는 점, 세 번째는 글로벌 자동차시장은 전기차로 넘어가고 있는데 한국만 수소차로 갈 경우 갈라파고스화가 우려된다는 점, 네 번째는 수소차에 올인함으로서 얻는 경제적 효과가 불분명하다는 겁니다. 수소경제와 관련해 정부에서 누가 기획을 했고 컨트롤타워인지조차 불분명합니다. 대통령이 시키니까 관료들이 일을 하는 상황입니다.

정부는 수소 충전소 확충 계획은 암초에 걸린 상태입니다. 올해 5월 23일 강릉 벤처공장에서 수소탱크가 폭발했고, 6월 10일엔 노르웨이 수소충전소가 폭발해 충전소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습니다. 충전소 예정지역마다 지역주민의 반대도 심해 부지선정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최근에 대통령이 청와대 경내 이동차량을 수소차로 선정습니다. 전국에 수소충전소는 28곳 밖에 없고 이중 21곳만 민간이 이용가능합니다. 서울에는 수소충전소가 2개뿐입니다. 청와대 차량 수소 충전을 위해 멀리 있는 충전소로 이동해야합니다. 수소충전소 하나 만들때마다 30억원이 필요합니다. 정상적으로 수소 충전이 가능하기 위해선 전국에 1만개는 충전소가 있어야 합니다. 수조원 투자가 필요하는 의미입니다. 문제는 수소차가 대중화되지 않으면 모두 예산낭비가 될 거란 점입니다. 일부에서는 ‘제2의 4대강’이란 비판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갈 길을 가고 있습니다.

김준일   open@newstof.com  최근글보기
2001년부터 언론인으로 활동하며 주로 사회, 정치, 미디어 분야의 글을 썼다. 현재 뉴스톱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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