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김진태 ‘5대 매국노’ 선정한 대학생진보연합은 북한과 내통?

  • 기사입력 2019.09.20 17:27
  • 최종수정 2019.09.24 19:15
  • 기자명 박강수 기자

지난 19일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北 매체가 선정한 5대 매국노는...황교안·나경원·유승민·김무성·김진태’라는 기사를 올렸다. 기사에 따르면 “북한 대남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가 19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나경원 원내대표,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대표, 김무성 의원, 김진태 의원을 ‘5대 매국노’로 지목했다”고 한다. 우리민족끼리는 이어서 “온 민족의 저주와 규탄을 받던 《을사5적》들과 조금도 다를 바 없는 추악한 친일매국노들이 오늘 또다시 곳곳을 싸다니며 갖은 망발로 남조선사회를 심히 어지럽히고 있다”며 "이런 쓸개 빠진 추물들이 그 무슨 국회의원이요, 정치인이요, 제1야당이요 하는 것 자체가 수치이고 망신"이라고 맹비난했다. 김의원은 기사 링크와 함께 “北에서 저를 5대 매국노로 선정했습니다. 근데 등수가 대략난감;; 더 분발해야겠습니다”라고 말을 보탰다. 

이튿날인 20일 김의원은 관련해서 “제가 5대 매국노에 선정된 거 말씀드렸죠? 대학생진보연합 아이들이 춘천에서 그거로 시위를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학생들 시위는 9.11인데 '우리민족끼리' 발표는 9.19입니다. 5인의 명단도 정확히 일치합니다. 저 학생들은 북에서 발표도 하기 전에 5대 매국노를 어떻게 알았을까요?;;” 라는 내용의 추가 글을 게시했다. 북한 매체 ‘우리민족끼리’에서 김의원 등을 5대 매국노로 선정하기 8일 전인 9월 11일에 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 학생들이 ‘5대 매국노’를 발표했는데 선정자 명단이 같아 대진연과 북한 매체 사이 관계가 의심된다는 지적이다. 글이 올라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인터넷 언론 '펜앤드마이크'에는 ‘대학생진보연합과 北은 무슨 관계?’라는 기사가 실렸다. 

대학생진보연합이 북한과 내통?

대학생진보연합은 북한과 무슨 관계일까. 뉴스톱에서 자세한 사정을 짚어 봤다. 보도에 따르면 추석 연휴 시작 전날인 지난 11일 한국대학생진보연합은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인 ‘친일파 정치인 4대 매국노’ 선정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대구, 광주, 부산, 수원 춘천 등지에서 황교안, 나경원, 김무성, 유승민을 4대 매국노로 선정하고 해당 정치인들의 사퇴와 자유한국당 해체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냈다. 이 가운데 강원 대학생진보연합이 주도한 남춘천역 기자회견 자리에서만 4대 매국노에 김진태 의원을 넣어 ‘5대 매국노’라 발표했다. 실제 우리민족끼리에서 발표한 5대 매국노 명단과 일치하는 발표가 8일이나 앞서 대진연을 통해 나온 것이다.

대남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 홈페이지 캡처. "대학생진보연합에서 '5대 매국노'를 선정했다"는 내용이 써 있다.

사실 확인을 위해 직접 우리민족끼리 논평을 확인해 본 결과, 김의원의 지적이 실상과 달랐음이 드러났다. 9월 19일에 올라온 우리민족끼리의 ‘분노의 표출 - 《4대매국노》, 《5대매국노》’ 글을 보면 “최근 남조선 각지에서 황교안, 라경원, 류승민, 김무성을 《4대매국노》로, 여기에 김진태까지 포함시켜 《5대매국노》로 선정하고 친일반역무리들의 사퇴와 보수역적당의 해체를 요구하는 투쟁들이 세차게 벌어지고 있다”는 문장으로 글머리를 연다. 이어서 "추석을 앞두고 국민주권련대와 대학생진보련합의 지역단체들은 서울과 광주, 부산, 수원, 대구, 춘천 등 각지에서 《4대매국노》, 《5대매국노》선정 기자회견을 열고 《황교안을 구속하라!》, 《<자유한국당> 해체하라!》, 《매국노들은 사퇴하고 정계를 떠나라!》는 구호를 외치며 적극적인 활동을 전개하였다”는 내용이 이어진다. 이상의 내용으로 미루어볼 때 해당 논평은 우리민족끼리에서 직접 5대 매국노를 선정하며 김의원 등을 지목해 쓴 것이 아니라 8일 앞서 있었던 대진연의 기자회견을 받아 적은 것에 가까워 보인다. 즉, 언급된 정치인들을 비난하면서 대진연의 활동을 근거로 차용했을 뿐 우리민족끼리에서 직접 '5대 매국노'를 선정한 것은 아니다.

대남선전매체 메아리 홈페이지 캡처. "남조선 인터네트방송 '김어준의 파파이스'"에 대한 글.

관련 소식을 최초 보도한 뉴스핌에서는 우리민족끼리 논평에서 대학생진보연합이 언급된 구절만 빼고 인용 보도를 했고 이를 김진태 의원이 그대로 받아 퍼뜨리면서 시간 순서가 왜곡되고 대진연과 북한 사이 관계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다. 이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7년에는 “북한이 김어준을 칭찬했다”는 이야기가 돌았고 그 근거는 대남선전매체 ‘메아리’의 ‘남조선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인터넷방송 《김어준 파파이스》’라는 글이었음이 확인된 바 있다. 단순히 북한의 선전매체에 언급되거나 발언이 일치한다는 이유만으로 ‘내통’이나 ‘종북’ 의혹을 주장하기는 어려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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