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멸종 언급되는데 기후변화 '안이한' 대한민국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19.09.25 07:2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엔 총회가 열리고 있는 뉴욕에서 현재 가장 주목받는 사람은 16세 소녀입니다. 23일(현지시간) 오후 스웨덴 10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 연설에서 “당신들은 빈 말로 내 어린 시절과 꿈을 빼앗아 갔다”며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행동에 적극 나서지 않는 세계 각국 정상을 꾸짖었습니다. 툰베리의 등장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지 <유엔서 세계정상들 혼쭐 낸 16세 툰베리> 이 뉴스의 행간을 살펴보겠습니다.

1. 실천하는 툰베리

툰베리는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영국에서 요트를 타고 15일간 4800㎞를 항해해 미국 뉴욕에 도착했습니다. 태양광 발전 패널이 부착된 요트였습니다. 대량의 탄소를 배출하는 비행기 탑승을 거부한 것입니다. 툰베리는 육식을 하지 않을뿐더러 새 옷을 사지 않습니다. 육식, 그중에서도 소고기 섭취는 대량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합니다. 유행처럼 몇 번 입고 버리는 옷 역시 지구 기후변화를 부르는 원인으로 꼽힙니다.

툰베리는 지난해부터 매주 금요일 스톡홀름 국회의사당앞에서 기후변화 대책을 요구하는 1인시위를 벌였습니다. 정치권에 기후변화 대응에 합류할 것을 촉구하며 펼친 등교거부 운동에 수십만명의 청소년들이 합류했습니다. 툰베리는 “생태계 전체가 무너지고, 대규모 멸종의 시작을 앞두고 있는데 당신은 돈과 영원한 경제 성장이라는 꾸며낸 이야기만 늘어놓는다"며 정치인들을 질책했습니다. 환경운동가들은 '기후변화'를 '기후재'앙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6번째 대멸종이 시작됐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유엔에선 무책임한 어른들 때문에 미래를 빼앗긴 청소년들의 절규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툰베리는 최연소 노벨평화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2. 여전했던 트럼프

애초 기후행동 정상회의에 불참한다고 했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 깜짝 등장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트럼프는 기자들에게 “나는 깨끗한 공기와 물을 신봉하는 사람이고 모든 국가가 이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각국은 스스로 해야 한다. 그 점이 아주, 아주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는 2015년 오바마 대통령이 서명한 파리기후변화협정에서 2017년에 탈퇴한 바 있습니다. 그는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를 믿지 않으며 탄소배출절감을 위한 어떤 노력도 기울이지 않고 있어 지탄을 받아왔습니다.

트럼프는 툰베리의 연설을 듣지 않고 퇴장했지만 이후 툰베리 연설 기사를 트위터에 리트윗하며 “그녀는 밝고 멋진 미래를 기대하는 매우 행복한 어린 소녀처럼 보였다. 만나서 반가웠다”고 적었습니다. 인류 멸종을 걱정하는 사람에게 멋진 미래를 기대한다고 했으니, 사실상 조롱을 한 것입니다. 이에 대해 툰베리는 트위터의 자신의 소개문구를 "밝고 멋진 미래를 기대하는 아주 행복한 소녀"로 바꿨습니다.

 

3. 낙제생 대한민국

문재인 대통령도 어제 기후행동 정상회의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한국은 지속가능한 저탄소 경제로 조기 전환하고 녹색기후기금 공여액을 두배로 늘리고 내년 P4G정상회의를 한국에서 개최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리고 대기질 개선을 위해 전세계가 노력하자며 ‘세계 푸른 하늘의 날’ 지정을 제안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전세계 트렌드에 발을 맞추기 위해 준비해 갔으나 전체적인 평가는 냉담했습니다. 외신들은 대부분 문대통령의 발언을 언급조차 안하거나 조치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했습니다. 주요 정상들의 약속을 보면, 메르켈은 2030년까지 이산화타소 배출을 1990년 대비 55% 절감하겠다고 공약했고,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탄소오염 배출 상품 수입 및 공장 자금 지원 중단’을 선언했습니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 제로를 위해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국의 신재생에너지는 전체 에너지 중 7% 정도입니다. 신재생에너지 중 신에너지에는 석탄액화, 수소에너지 등이 포함되어서 탄소를 대량배출하기 때문에 해외에서는 친환경으로 분류되지 않습니다. 재생에너지만 따지면 2%대로 전세계 최하위권입니다. 어제 문 대통령 발언에 대해 정의당 생태에너지 본부는 “위기인식도 대안 발표도 없었던 한가한 연설”이라고 비판을 했습니다. 탈원전을 선언했지만 원전은 계속 증가중이고, 석탄발전 비중도 줄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은 좀더 빠른 속도로 재생에너지를 늘려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지난 21일 대학로에는 시민 5천명이 모여 정부에 기후변화 비상상황 선포를 촉구하는 집회를 가졌습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오늘의 이슈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