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혁'을 흔드는 손(학규), 유승민계 탈당으로 내 몰다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19.10.21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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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미래당 윤리위원회가 지난 18일 이준석 최고위원에 대해 최고위원직과 서울 노원병 지역위원장직을 박탈하는 당직 직위해제라는 징계를 내렸습니다. 파문이 확산되자 윤리위원회는 어제 이례적으로 입장문을 발표했습니다. 이 최고위원이 지난 3월 25일 바른미래연구원 주관 청년정치학교 입학식이 끝난 뒤 뒤풀이에서 안철수 전 서울시장 후보에 대해 욕설과 비속어를 동원에 명예훼손성 발언을 해 당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겁니다. 손학규 대표는, 지난 1일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서 자신을 강하게 비난한 지상욱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기도 했습니다. <이준석 징계한 바른미래당 윤리위> 이 뉴스의 행간을 살펴보겠습니다.

1. ‘변혁’을 흔드는 ‘손’

‘변혁’은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 ‘손’은 손학규 대표를 의미합니다. 이번 징계는 ‘변혁’에 대한 분열과 반목을 조장하는 행동이라는 것이 이준석 최고위원과 비당권파의 주장입니다. 변혁 모임은 크게 유승민계와 안철수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유승민계로 분류되는 이준석 위원이, 사석이라고는 하지만 안철수 전 대표를 공격한 것은 사실입니다. 손대표 측이 발언을 공개함으로써 두 계파를 이간질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미 변혁 모임내에서도 안철수계와 유승민계의 이견이 노출되고 있습니다. 지난 8일 유승민계 이혜훈 의원은 라디오에 출연해 “안철수 전 대표는 문제가 정리된 후 꽃가마 보내면 올 분이라고 많이들 얘기한다”고 말해 안철수계의 반발을 산 바 있습니다. 지난 17일 안철수계 권은희 의원은 라디오에 출연해 유승민 의원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보수통합 러브콜을 주고 받은 것에 대해 “유승민 의원이 황 대표를 만나는 것이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지 않는다”고 평가절하했습니다. 반손학규로 일단 뭉쳤지만 입장이 다른 두 계파 사이를 이준석 징계라는 카드로 손학규 대표측이 파고드는 상황입니다.

 

2. "갈테면 가라"

지난 토요일 광화문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촛불집회에서 손학규 대표는 당내 비당권파 인사들의 탈당 움직임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손 대표는 “한국당으로 가겠다는 사람, 이제는 더 이상 말리지 않겠다. 갈 테면 가시라”며 “다음 총선에서 한국당은 망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앞서 지난 16일 유승민 의원이 “황 대표를 만날 용의가 있다”고 말하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만날 수 있다. 대의를 생각하면 소아를 내려놓을 수 있다”고 말해 보수대통합론이 불거진 바 있습니다.

지난 19일 손 대표의 공개발언은 사실상 유승민계를 제 발로 걸어나가게 만들겠다는 겁니다. 이들이 탈당한다고 해도 파괴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 계산이 깔려 있습니다. 변혁 모임은 유승민계와 안철수계가 합친 것입니다. 자유한국당엔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대한 입장 변화가 없습니다. 유승민계가 현재의 자유한국당에 돌아가는 것은 아무리 보수대통합을 위해서라 해도 명분이 약하고, 파괴력도 제한적일 겁니다. 안철수계의 경우, 비례대표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탈당하는 순간 의원직을 상실합니다. 탈당사태가 현실화되면, 안철수계 의원은 대부분 당에 남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3. '옴짝달싹' 바른미래당

현재 의원 28명을 보유한 바른미래당은 하나의 정당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계파에 따라 이해관계가 모두 다릅니다. 가장 큰 계파는 유승민계로 불리는 구 바른정당계, 다음은 안철수계로 이태규 의원을 필두로 한 7명인데 권은희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는 비례대표 의원입니다. 호남계는 4명으로 김관영, 김동철, 주승용, 박주선 의원 등 중진들이 있습니다. 손학규계, 소위 당권파는 채이배 의원 등 4명이고요. 무계파로는 김성식, 박선숙, 이상돈 의원 등입니다. 계파는 사분오열인데 누구도 탈당 등 행동을 하지 못하는 옴짝달싹 상황입니다.

조국 사태로 민주당과 한국당에 실망한 중도층이 증가함에도 바른미래당이 이들을 흡수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복잡한 당내 사정 때문입니다. 당권을 쥔 손학규 대표가 자신을 끌어내리려는 유승민계를 전혀 신뢰하지 않으며 사실상 탈당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연말쯤 유승민계 의원이 순차적으로 탈당해 결국 자유한국당에 입당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각 의원들이 계속 험한 말을 이어가는 것도 탈당이든 축출이든 명분을 쌓기 위함입니다. 문제는 유승민계가 대거 탈당을 해 자유한국당에 가면, 패스트트랙에 올라가 있는 공수처법안과 선거법의 본회의 통과가 불투명해진다는 겁니다. 바른미래당 분열 양상에 따라 제3지대를 찾는 의원들의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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