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부정수급 대다수가 여성·청년? 임산부는 못 받아?… 실업급여 논란 팩트체크

  • 기자명 이나라 기자
  • 기사승인 2023.07.20 13:3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정부가 실업급여의 하한액을 낮추거나 폐지하는 등 제도를 손질하겠다고 나서며 논란이 불거졌다. 지난 12일,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일하는 사람이 더 적게 받는’ 기형적인 현행 실업급여 구조는 바뀌어야 한다"며 "실업급여가 악용돼 달콤한 보너스라는 뜻의 '시럽급여'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후 서울지방고용노동청 담당자의 “여자분들, 젊은 청년들이 계약기간 만료가 된 김에 쉬겠다고 하면서 실업급여 받는 도중에 해외여행 가고 일할 때 살 수 없었던 샤넬 선글라스를 사거나 옷을 사거나 이런 식으로 즐기고 있다”고 발언하며, 논란은 더욱 확산했다.

SBS 뉴스8 화면 갈무리
SBS 뉴스8 화면 갈무리

SNS나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실업급여 받겠다고 멀쩡한 직장 그만두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 “실업급여 받으러 갈 때는 넝마를 입고 울면서 가기라도 해야 하나”, “불필요한 성별, 세대별 갈라치기다” 등의 비난이 쏟아졌다.

실업급여 논란이 커지며,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각종 정보와 주장도 이어지고 있다. 실업급여에 대한 여러 논란을 <뉴스톱>이 팩트체크 했다.


 

부정수급 대다수가 여성·청년이다?

해외여행과 샤넬 선글라스 발언 이후, 대다수의 실업급여 부정수급자가 여성과 청년이라는 인식이 퍼졌다. 사실일까.

먼저, 국가통계포털에서 제공하는 ‘성별, 연령별 구직급여 신청자 수’ 통계를 살펴보자. 여기서 ‘구직급여’는 고용보험 가입 노동자가 실직하여 재취업 활동을 하는 기간에 지급하는 소정의 급여로, 우리가 흔히 말하는 ‘실업급여’의 공식 명칭이다. 실업급여는 구직급여와 취업촉진수당, 연장급여, 상병급여를 통칭하는 더 넓은 범위의 단어다.

위의 표는 해당 통계에서 분기별로 제공된 구직급여 신청자 수를 합쳐 연도별(2020~2022년)로 정리한 결과다.

연령별 신청자 비율을 보면, 20대 이하~30대의 청년층보다 50~60대 이상의 구직급여 신청 비율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22년 기준, ▲20대 이하 18.1% ▲30대 17.2% ▲40대 18.4% ▲50대 22.3% ▲60대 이상 23.9%를 기록했다. 2020년과 2021년 역시, 청년층보다 중장년층 신청자가 더 많았다.

성별 비율을 보면, 여성 신청자가 남성 신청자보다 많았다. 그러나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았다. 남녀 비율은 ▲2020년 49.8%:50.2% ▲2021년 49.0%:51.0% ▲2022년 46.4%:53.6%로, 대체로 각각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부정수급 비율은 어떨까. 이에 대한 결과는 2015년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서 진행한 ‘부정수급 사례·유형별 프로파일링 및 기획조사 활용방안 등 마련’ 연구 보고서에서 알 수 있다.

부정수급 사례·유형별 프로파일링 및 기획조사 활용방안 등 마련
부정수급 사례·유형별 프로파일링 및 기획조사 활용방안 등 마련

해당 연구에서 2014년도 실업급여 신청자를 대상으로 연령별 특성을 확인한 결과, 부정수급자 비율은 50대가 33.4%로 가장 많았다. 이어 ▲60대가 23% ▲40대가 21.5% ▲30대가 15.4%를 기록했다. 50대 이상이 절반이 넘는다. 청년층보다 중장년층에서 부정수급 비율이 높게 나타난 것이다.

부정수급 사례·유형별 프로파일링 및 기획조사 활용방안 등 마련
부정수급 사례·유형별 프로파일링 및 기획조사 활용방안 등 마련

성별 부정수급 비율은 남성이 66.3%, 여성이 33.7%로, 남성의 비율이 여성에 비해 2배 정도 더 높았다. 보고서는 “전체 실업급여 신청자에서도 성별의 비율은 남녀가 각각 50% 정도로 차이가 없었음을 볼 때, 부정수급자에서 남성의 비율이 높게 나타나고 있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고 분석했다.

부정수급 집단 내에서 남성과 여성의 연령대 비율을 정리하면, 남성은 ▲50대(35.3%) ▲60대 (27.3%) ▲40대(20.3%) ▲30대(13.2%) 순이었고, 여성은 ▲50대(29.6%) ▲40대(23.9%) ▲30대(19.6%) ▲60대(14.5%) ▲20대(12.2%) 순이었다.

전체 부정수급자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층은 50대 남성으로 23.4%를 기록했고, 다음으로는 ▲60대 남성(18.1%) ▲40대 남성(13.4%) ▲50대 여성(10.0%) ▲30대 남성(8.8%) ▲40대 여성(8.0%) 순이었다.

10년 전인 2014년 자료를 바탕으로 조사한 결과이긴 하지만, 확실한 건 청년과 여성을 부정수급의 주범으로 볼 근거는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부정수급 비율은 청년층보다는 중장년층이, 여성보다는 남성이 더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따라서, “부정수급 대다수가 여성·청년이다”라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해고당해야만 받을 수 있다?

정치권에서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 다니는 직장을 그만두거나, 실업급여로 해외여행을 다니고 명품 쇼핑을 하는 이른바 ‘시럽급여’에 대한 지적이 제기된 이후, SNS 등에서는 “해고당해야만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는 반박이 제기됐다. 사실일까.

개인적인 사유로 사표를 쓰는 자발적 퇴사인 경우, 구직급여를 받을 수 없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단순히 자발적 퇴사인지, 해고로 인한 퇴사인지 여부만으로 실업급여 수급 여부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이직의 불가피성이 인정되는 경우라면 수급 자격이 인정되기 때문이다.

받을 수 있는 경우

먼저, ‘권고사직’을 당한 경우에는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 권고사직은 사측에서 근로자에게 퇴직을 권유하고, 근로자가 이를 받아들여 사직서를 사측에 제출해 근로관계가 종료되는 사직으로, 이는 사측이 일방적으로 근로자와의 근로관계를 소멸시키는 '해고'와 다르다.

고용보험 홈페이지 갈무리
고용보험 홈페이지 갈무리

‘권고사직’으로 인정하는 경우는 ▲사업의 양도·인수·합병 ▲일부 사업의 폐지나 업종전환 ▲직제개편에 따른 조직의 폐지·축소 ▲신기술의 도입, 기술혁신 등에 따른 작업 형태의 변경 ▲경영의 악화, 인사 적체,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가 발생한 경우다. 또한, 본인에게 중대한 귀책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권고사직을 하는 경우에도 구직급여 수급 대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또한, 정년으로 인한 퇴사, 계약기간 만료로 인한 퇴사의 경우, 자발적 퇴사가 아니기 때문에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

자발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고 퇴사한 경우라도, ▲사업장에서 종교, 성별, 신체장애, 노조활동 등을 이유로 불합리한 차별대우를 받은 경우 ▲사업장에서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성희롱, 성폭력, 그 밖의 성적인 괴롭힘을 당한 경우라면 실업급여 수급 자격이 제한되지 않는다.

고용보험법 시행규칙 별표 2 일부 갈무리
고용보험법 시행규칙 별표 2 일부 갈무리

이 밖에도 ‘통근이 곤란해진 경우’도 수급 자격이 제한되지 않는 정당한 이직 사유로 인정된다. ▲사업장의 이전 ▲지역을 달리하는 사업장으로의 전근 ▲배우자나 부양하여야 할 친족과의 동거를 위한 거소 이전 ▲그밖에 피할 수 없는 사유로 통상의 교통수단으로 3시간 이상 통근하게 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부모나 동거 친족의 질병이나 부상으로 30일 이상 간호를 하기 위해 휴가나 휴직을 하려고 하지만, 해당 기업의 사정으로 허용되지 않아 퇴사하게 되는 경우에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

본인의 체력 부족과 심신장애, 질병, 부상, 시력ㆍ청력ㆍ촉각의 감퇴 등으로 업무 수행에 차질이 생겼을 때도, 기업의 사정으로 업무 종류의 전환이나 휴직이 허용되지 않는다면 실업급여 수급 조건으로 인정해 준다. 다만 이를 증명할 수 있는 소견서나 사업주 의견서 등을 제출해야 한다.

② 받을 수 없는 경우

고용보험 홈페이지 갈무리
고용보험 홈페이지 갈무리

먼저, 본인의 잘못으로 해고된 경우라면 구직급여 수급 조건에서 제외된다. 여기서 말하는 ‘본인의 잘못’은 ▲형법 또는 법률 위반으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해고된 경우 ▲공금횡령, 회사기밀 누설, 기물 파괴 등으로 회사에 막대한 재산상의 손해를 끼쳐 해고된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장기간 무단결근하여 해고된 경우가 해당한다.

고용노동부 홈페이지 갈무리
고용노동부 홈페이지 갈무리

실업급여 수급 대상이더라도 도중에 취업한 경우나 소득이 생기는 경우라면 실업급여 수급이 정지된다. 여기에서 ‘취업한 경우’는 ▲월 60시간 이상(주 15시간 이상) 근로제공하는 경우 ▲월 60시간 미만(1주 15시간 미만) 근로제공하는 경우라도 계속하여 3개월 이상 계속되는 경우 ▲일용근로자는 1일 4시간 이상 근로제공하는 경우 ▲상업, 농업 등 가업에 종사하거나 다른 사람의 사업에 참여하여 근로를 제공함으로써 다른 사업에 상시 취직하기 곤란하다고 인정되는 경우가 해당한다.

실업급여를 받는 도중에 사업을 개시한 경우에도 수급이 정지된다. ▲실업급여를 받는 도중에 세법에 의한 사업자등록이 있는 경우 ▲실업급여를 받는 도중에 보험모집인, 학습지교사, 다단계판매원, 채권추심원 등 자유직업종사자 등으로 활동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다만, 사업자등록만 되어 있고 실제 사업을 영위하지 않았음을 객관적으로 입증하는 경우라면 실업급여를 계속해서 받을 수 있다.

정식 취업을 하지 않았더라도, 근로 제공의 대가로 받는 하루치 임금이 자신의 하루치 실업급여액을 초과할 경우 역시 실업급여를 받지 못하게 된다. '1일 근로소득'은 임금뿐만 아니라, 번역료나 회의 수당 등 근로의 개연성이 있는 모든 소득을 포함한다.

국민연금, 기초연금, 긴급재난지원금, 경품당첨과 같은 단순 시혜적 성격의 이전소득 등은 근로소득으로 보지 않아 실업급여 수급 조건과는 무관하다. 다만, 산재로 인한 휴업급여를 수령받는 경우라면 이중수혜로 인정돼 수급 대상에서 제외된다.

 

임산부는 실업급여 받을 수 없다?

최근 SNS에서 많은 조회수를 기록하며 화제가 된 주장이다. 임산부는 취업을 할 수 없는 상태로 여겨져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다는 내용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사실이 아니다. 결혼, 임신, 출산 등의 사유로 회사로부터 사직을 권고받아 이직한 경우, 부당해고 여부와 관계없이 정당한 사유가 있는 자기 사정으로 인한 이직으로 보기 때문이다.

고용보험법 시행규칙 제101조 제2항 별표2
고용보험법 시행규칙 제101조 제2항 별표2

고용보험법 시행규칙 제101조 제2항 별표2는 “임신, 출산,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의 육아, ‘병역법’에 따른 의무복무 등으로 업무를 계속적으로 수행하기 어려운 경우로서 사업주가 휴가나 휴직을 허용하지 않아 이직한 경우”를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정당한 이직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임신한 상태로 출산을 앞두고 휴가나 휴직, 경미한 업무 전환 등이 허용되지 않아 퇴사한 경우라면, ‘재취업 활동을 할 수 없는 상태’로 보기도 한다. 그러나 이 경우라도 재취업 활동을 할 수 있을 때까지 수습 기간 연장신청을 할 수 있다. 이후 재취업 활동을 할 수 있을 때부터 구직활동을 하면서 구직급여를 수급받을 수 있다. 수습 기간을 연장하는 경우 그 기간은 최대 4년이다.

 

6개월 일하고 6개월 실업급여 받으며 논다?

기사 댓글 갈무리
기사 댓글 갈무리

실업급여 논란을 다룬 각종 기사 댓글이나 SNS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주장이다. 6개월만 일하고, 나머지 6개월은 실업급여를 받으면서 노는 이들이 많아 실업급여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고용보험 홈페이지 갈무리
고용보험 홈페이지 갈무리

고용보험법 제40조는 구직급여 수급 요건을 ▲이직일 이전 18개월간(초단시간근로자의 경우 24개월) 피보험단위기간이 통산하여 180일 이상일 것 ▲근로의 의사와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취업(영리를 목적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경우 포함)하지 못한 상태에 있을 것 ▲재취업을 위한 노력을 적극적으로 할 것 ▲이직 사유가 비자발적인 사유일 것으로 규정한다.

그 때문에 많은 사람이 180일, 즉 6개월만 근무하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180일 기준은 입사일로부터의 경과일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고용보험에 가입한 기간을 의미한다. 즉, 6개월 근속을 했다고 하더라도 그사이에 무급휴일이 포함되어 있다면 180일을 충족할 수 없는 것이다.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실제로는 최소 7~8개월 이상 근무해야 고용보험 가입 기간인 180일을 충족할 수 있게 된다. 즉, “1년 중 6개월만 일하고 나머지 6개월은 실업급여를 받으면서 노는 이들이 많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고용보험 홈페이지 갈무리
고용보험 홈페이지 갈무리

다만, 고용보험 가입 기간 산정 시 보험 가입 사업장이 2개 이상이면 18개월 내의 각 사업장에서의 가입 기간을 모두 합산할 수 있다. 즉, 현재 다니는 회사뿐만 아니라 그전에 다녔던 회사에서 고용보험 가입 기간도 180일 기준에 포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종전 회사에서의 이직일로부터 3년 이내에 새로운 회사에 입사해  피보험자격을 재취득한 경우여야 한다. 만약 종전회사에서 퇴사한 후 실업급여를 지급받은 사실이 있다면 이는 포함할 수 없다. 또한, 고용보험 미적용사업장에서 근무한 기간도 피보험 단위기간에 포함하지 않는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오늘의 이슈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