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구형 12년, 양형기준 최고 맞나?

  • 기자명 최윤수
  • 기사승인 2017.08.17 0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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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1심 판결선고기일이 2017년 8월 25일로 지정됐다. 구속된 지 190일만이다. 이 부회장의 공소사실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작업을 도와 달라는 부정한 청탁을 하고, 그 대가로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하였으나 편의상 최순실로 지칭함)이 지배하는 독일 소재 페이퍼컴퍼니인 코어스포츠와 영재센터, 미르재단, 케이스포츠재단 등에 뇌물을 공여했다는 점이다.

뇌물공여 외에도 이 부회장은 아래 표와 같이 형법상 뇌물공여, 특경법위반(횡령), 특경법위반(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등 총 다섯 가지 죄명으로 기소되었고, 특검은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특검의 구형에 대해서는 양형기준 상 가장 최고라거나 재벌 총수에 대한 구형 중 가장 가혹하다는 식의 보도가 이어지고 있는데, 과연 이 부회장의 구형량이 양형기준 상 최고인지 여부를 체크해 보기로 한다.

 

죄 명

공소사실요약

적용법조

법정형

1

뇌물공여

삼성그룹 승계 관련하여 박 전 대통령에게 부정한 청탁을 하고, 대가로 코어스포츠에 213억원을 지급하기로 약속하고, 약속 이행 및 말 구입 비용 등으로 약 78억원, 미르재단 등에 약 220억원 뇌물공여

형법 제133조 제1항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

2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

뇌물공여를 위하여 삼성전자의 자금 약 77억원 횡령,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물산, 제일기획, 에스원의 자금 총 약 220억원 횡령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3조 제1항 제1, 2호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3년 이상의 유기징역

3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재산국외도피)

코어스포츠에 약 78억원을 송금하는 과정에서 외환거래법상 외화 증여에 따른 지급 신고 및 지급신청을 하지 않고 대한민국 국민의 재산을 위법하게 국외로 이동하여 도피시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4조 제2항 제1호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

4

범죄수익은닉의규제및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 

실제로는 삼성전자의 자금 약 78억원을 업무상 횡령하여 최순실에게 뇌물을 공여하기 위하여 코어스포츠에 자금을 지급한 것임에도 정상적인 용역계약처럼 가장하고, 말에 대한 계약서를 허위 작성하는 등의 방법으로 범죄 수익 발생원인 및 처분에 관한 사실을 가장

범죄수익은닉의규제및처벌등에관한법률 제3조 제1항, 제1, 2호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

5

국회에서의증언·감정등에관한법률위반

국회 청문회에서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자금 지원 요구를 받은 사실이 없고, 최순실, 정유라 및 관련한 지원 사실을 몰랐다고 위증

국회에서의증언·감정등에관한법률 제14조 제1항

1년이상 10년이하의 징역

 

확인에 앞서 먼저 양형을 정하는 절차를 살펴보자. 형사법조항에 범죄별로 명시된 법정형은 입법자가 해당 범죄에 대해서 형량을 정할 수 있는 범위를 정해 놓은 것이다. 아무리 개별 범죄에 대해서 처벌의 필요성이 높아도 판사는 다른 가중 사유가 없다면 법정형을 초과하는 형량을 선고할 수가 없다. 법정형에 법률상·재판상 가중, 감경을 하여 처단형을 정하고, 처단형의 범위 내에서 담당 재판부가 범인의 연령, 성행, 지능과 환경, 피해자에 대한 관계,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을 고려하여 실제 선고하는 형량을 정한다. 선고형이 판사 개인의 성향에 좌우된다는 비판이 있어 대법원은 2007년 4월 산하에 양형위원회를 설립하여 법관이 선고형을 정할 때 참고할 양형기준을 제정하여 시행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받고 있는 혐의. YTN 방송 화면 캡처

 

이 부회장의 경우 범죄 사실이 여러 개이기 때문에 경합범 가중사유가 있다(형법 제38조 참조). 전부 유죄를 전제한 처단형의 하한은 법정형의 하한 중 가장 높은 형이고, 상한은 가장 높은 형의 상한에서 1/2을 가중한 것이다. 이 부회장의 경우 특경법(재산국외도피) 위반의 법정형이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므로, 유기징역을 선택한 경우 처단형의 상한은 유기징역의 상한 30년(형법 제42조 참조)에 1/2을 가중한 징역 45년이 되고, 하한은 감경사유가 없다면 징역 10년이다. 즉, 감경사유가 없다면 이 부회장이 전부 유죄일 경우 반드시 10년 이상의 징역형이 선고되어야 한다.

이제 구체적으로 양형기준과 이 부회장의 구형을 비교해 본다. 이 부회장의 공소사실 중에는 뇌물공여, 특경법위반(횡령), 국회증언감정법 위반에 대해서만 양형기준이 마련되어 있다. 양형기준 상 뇌물공여액이 1억원 이상이므로, 기본적인 양형범위는 징역 2년 6월~3년 6월인데, 가중요소가 인정되면 징역 3년~5년으로 늘어난다. 특경법위반(횡령)의 경우 횡령액의 합계가 50억원 이상 300억원 미만이므로 형량의 기본 기준은 징역 4년~7년이고, 가중요소인 지배권 강화 목적, 범행 후 은폐 시도 등이 인정되면 징역 5년~8년으로 늘어난다. 국회증언감정법 위반은 양형기준 상 모해위증 형량기준에 포섭되는데, 기본 형량이 징역 10월~2년이고, 가중하면 1년 6월~4년이다.

이 부회장의 공소사실 전체에 대한 형량 범위는 어떻게 정하여 질까. 양형기준 상 별개 범죄의 형량범위를 그대로 합산하는 것은 아니고 별도의 다수범죄처리기준을 두고 있으나, 오직 양형기준이 마련된 범죄 사이에만 적용하기 때문에 양형기준이 없는 특경법위반(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까지 전체적으로 고려하여 이 부회장의 양형기준 상 형량범위를 산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양형기준이 존재하는 세 가지 범죄만 해도 가중요소까지 감안한 각 범죄의 최고 형량은 5년(뇌물공여), 8년[특경법위반(횡령)], 4년(국회증언감정법 위반)이고, 다수범죄처리기준을 적용하면 형량의 상한은 11년 10개월(가장 중한 범죄의 상한 + 두 번째로 중한 범죄 상한의 1/2 + 세 번째로 중한 범죄 상한의 1/3)인데, 11년 10개월에는 가장 법정형이 무거운 특경법위반(재산국외도피)이 빠져 있으므로, 이를 감안할 때 징역 12년형이 다섯 가지 범죄 사실에 대한 최고형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 부회장의 구형은 “재벌은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이라는 속설에서 크게 벗어난 것이 분명하나, “양형기준 상 최고”라고 하는 것은 진실에서 벗어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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