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지지도는 부풀려져 있는가?

  • 기자명 김태영
  • 기사승인 2017.08.28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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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과 보수 언론에서 '문재인 대통령 지지도 거품설'을 연일 제기하고 있다. 지난 7월 13일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문재인 지지도는 부풀려진 것"이라고 주장한 것이 시작이었다. 8월 21일에 조선일보가 "겉과 속 다른 문 지지율"이란 칼럼을 내보냈고 이후 야당 정치인들의 비슷한 주장이 줄을 이었다.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은 22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지지율에 거품이 끼어있다"고 주장했고 , 안철수 국민의당 전 의원 역시 23일 언론 인터뷰에서 "여론조사에 응답 안하는 민심도 살펴야한다"며 이런 주장에 힘을 실었다. 정말 문 대통령 지지율에 거품이 끼어 있는 것일까. <뉴스톱>은 이런 주장의 근거에 대해 팩트체크했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도가 취임 100일이 지난 지금도 80% 내외로 고공행진 중이다. 광복절을 전후해 실시한 여섯 건의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지지도는 78%에서 84% 수준으로 나타났다. 역대 정권 초기 지지도와 비교해 보아도 높은 수준이다. 야당 일각과 일부 언론에서는 대통령 지지도가 부풀려져 있다고 주장한다. ‘문 대통령 지지도 거품론’이다. 현재의 높은 대통령 지지도는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응답자들이 자신의 목소리가 다수가 아니라는데 부담을 느껴 여론조사에 응하지 않기 때문에 생긴 일종의 착시이며, 이는 독일 커뮤니케이션 학자 엘리자베스 노엘레 노이만이 주장한 ‘침묵의 나선’ 현상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표본오차는 모두 95% 신뢰수준에 ±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http://www.nesdc.go.kr)

이러한 주장은 “최근 여론조사 응답자에는 대선에서 문 대통령을 찍은 사람이 지나치게 많이 포함돼 있었다”는 점에 주목한다. 지지율 거품을 주장한 조선일보 칼럼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각 조사에서 대선 때 투표한 후보를 묻자 전체 응답자의 과반수가 문 대통령이라고 답했다. 칸타퍼블릭 56%, 엠브레인 55%, 중앙일보 조사팀 53%, 한국리서치 51% 등이다. 지난 대선 투표자(최종 투표율 77%) 속에서 문 대통령 득표율이 41%였다. 투표 불참자를 포함한 전체 유권자 기준으로는 문 대통령 투표자가 32%였다. 즉 여론조사 응답자 1,000명 중에는 문 대통령 투표자가 (…) 20% 포인트 가량 더 많았다. 조사 회사 관계자들은 "여론조사 전화를 하면 문 대통령 투표자는 적극적으로 응하지만 홍준표·안철수 후보 투표자는 많이 끊는다"고 했다. 과다 측정된 수치를 감안하면 문 대통령 지지율은 60% 안팎이다.

 

지난 20일 청와대는 새정부 출범 100일 기념 대국민 보고회를 열었다. 황인경 학생과 셀카를 촬영중인 문재인 대통령 부부. 청와대 제공.

 

박근혜 대통령 때도 비슷한 현상 나타나

정말 그럴까? 위 인용문을 중심으로 세 가지를 점검해 보자. 첫째, 최근 여론조사 응답자 중 지난 대선에서 문 대통령을 찍은 사람이 많이 포함된 것이 이번 여론조사만의 특징일까? 그렇지 않다. 지난 정권 때도 그랬다. 2013년 9월 14일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당시 박근혜 대통령 지지도가 72.5%였을 때 그전 대선에서 박 대통령에게 투표했다는 응답이 51.6%였다. 실제 투표율이 75.8%였으니, 투표 불참자를 포함한 전체 유권자 기준으로 박 대통령 투표자는 38.8%였다. 여론조사 응답자 중 박 대통령 투표자가 10% 포인트 이상 더 많았다. 이런 현상은 정권 초기나 현 대통령이 비교적 인기가 있는 시기의 여론조사에서는 대부분 찾아볼 수 있다. 선거 사후조사라면 피해가기 어려운 현상이다. 문 대통령 지지도 여론조사만의 특징은 아니라는 것이다.

 

정치적 선호 바꿨을 가능성 있어

둘째,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어느 후보에게 투표하셨습니까’라는 질문 결과를 가지고 현재 대통령 지지도가 과다 측정되었다고 추정하는 것이 적절할까? 일리는 있지만 그렇게만 보기는 어렵다. 당선자가 현재 인기가 높을 때  낙선자에게 투표했던 유권자는 1) 여론조사에 응하지 않는다, 2) 투표했던 후보를 밝힐 수 없다 또는 투표하지 않았다고 응답한다, 3) (실제로는 낙선자에게 투표했지만) 당선자에게 투표했다고 응답한다는 세 가지 경우를 보인다. 그 결과 승자에게 투표했다는 응답이 실제보다 과다하게 측정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이 현재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 평가를 왜곡시키려면 1)과 같이 여론조사에 응하지 않는 경우가 다수여야 한다. 그래야 조사에 응한 사람과 응하지 않는 사람 사이에 체계적인 성향차이가 발생(당선자를 지지한 사람이 조사 표본에 과대 포함)하게 되고, 이로 인해 현재 조사 결과가 편향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2)와 3)에 해당하는 응답자가 꼭 소수라고 볼 수 있을까? 이들은 과거 대선에 대한 자신의 투표를 감추고 조사에 응했지만 현재 지지도 평가에서도 당선자에 대한 평가를 후하게 할지 그렇지 않을지도 알기 어렵다. 또, 그런 과정에서 실제로 자신의 정치적 선호 자체를 바꾸어서 당선자를 더 긍정적으로 평가하게 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홍ㆍ안 지지자 전화 끊어? 어떻게 홍ㆍ안 지지 확인했나

셋째, "여론조사 전화를 하면 문 대통령 투표자는 적극적으로 응하지만 홍준표·안철수 후보 투표자는 많이 끊는다"는 것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뭔가 이상하다. 홍, 안 투표자가 조사를 거절 할 수는 있다. 하지만 조사 초반에 거절이 일어난다면 지난 대선에 누구에게 투표했는지는 알 수 없다. 지난 대선 투표 후보 질문까지 응답하고 나서 홍준표·안철수 후보 투표자가 조사를 거절해야 이런 얘기가 가능하다. 대통령 지지도를 물어보는 여론조사 설문지에서 지난 대선 투표 후보를 물어보는 질문 위치는 대부분 맨 뒤쪽이다. 여기까지 응답하고 조사를 거절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대체로 몇 분간 전화면접에 응해준 응답자들은 민감한 질문이 후반부에 나오더라도 끝까지 응해줄 가능성이 높다. 설령 승자에게 투표했다거나 밝힐 수 없다, 투표하지 않았다고 응답하더라도 말이다. 이 주장은 동일 응답자에게 반복해서 조사하는 패널조사에서나 입증이 가능하다.

지난 대선 투표 후보를 묻는 질문 결과에서 침묵의 나선 현상을 발견하고 이를 통해 현재의 대통령 지지도를 디스카운트해야 한다는 ‘문 대통령 지지도 거품론’의 주장은 부분적으로는 맞을 수도 있다. 문 대통령의 인기가 높은 상황에서 홍, 안 투표자들이 자신이 속한 세대와 지역에서도 소수라고 느끼고 위축 될 수도 있다. 이로 인해 대통령 지지도가 몇 퍼센트 포인트 정도 과다측정 되었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대통령 지지도가 수십 퍼센트 포인트나 크게 부풀려져 있고, 여론조사가 놓치고 있는 숨은 표심이 많다고 보는 것은 무리한 주장이다. 이를테면 지난 대선의 "샤이 홍준표" 표심처럼 말이다. 그것은 실재하기는 했으나 지지자들의 기대만큼 크지는 않았다. 문 대통령 지지도 역시 약간은 부풀려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여론의 속성 상 늘 나타나는 현상이다. 거품이 비판자들의 기대만큼 크다고 볼 증거는 아직 없다.

김태영 팩트체커는 건국대학교 정치학사, 서강대학교 사회학 석사를 졸업했다. 2002년부터 여론조사와 사회조사를 업으로 하고 있다. 한길리서치, 리서치앤리서치, 엠브레인을 거쳐, 현재 글로벌리서치 이사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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